계룡의 비경 남부 능선을 찾아서

 

언제 : 2004.8.8(일) 날씨 : 맑음 기온:25~35℃

산행 거리 : 22km  산행시간 : 8시간  귀연산우회원들과 함께

  

<산행 경로>  

08:35

무상사 주차장

11:10

용천령

08:58

정상 갈림길

11:35

숫용추(휴식)

09:09

암자

13:10

머리봉

09:28

국사봉 정상

13:35

문다래미(점심)

09:45

헬기장

14:22

계룡산 천황봉 천단

09:58

금남정맥 초입능선

14:50

헬기장

10:37

맨재(조망터)

16:10

암용추

10:40

500m봉(헬기장)

16:25

구룡관사 주차장

 

  

<旅行의 실루엣>

旅行이 주는 餘裕는 삶의 速度를 늦추는 낭비가 아니었다.

새로운 자산을 구축하는, 성장의 기쁨을 누리게 한 기간이었다.

그동안 몰랐던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그리고 그러한 느낌들로 인해 여유롭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를 키워주었다.

여행이라는 追億의 실루엣은 그리움이 된다.

외롭고 고생스럽지만 보람 있고, 즐거웠지만 아쉬운 기억들은 '意味 있는 時間'이라는 이름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아 그리움을 만들고 있다.

                          - 이종은의 《너무나 느긋한 휴식 스케줄》중에서 -

  

谿龍山은 밝아 온다는 뜻과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이 새어 나온다는 광명의 상징으로 불렸다는 기록이 있는데 역사 이래 충청인과 애환을 함께한 명산이다. 통일신라시대에는 五岳 중 西岳이라 불리었고, 고려이후 나라에서 영산으로 받들었던 이 산은 조선조 말기에는 신원사의 경내에 중악단(中嶽壇)이 세워져 오늘에 이른다.

계룡산 제일봉인 천황봉에는 통일신라시대 이래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나라에서 제단을 설치하고 國泰民安을 기원코자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신성한 장소로 보존되어  왔으며,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계룡산 천단에 올라 소원을 빌고 조망을 만끽하는 인기 산행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밀목재를 지나는 동월계곡에는 많은 차량들로 인산인해이다. 막바지 피서를 보내기 위한 분주함이 이른 시간임에도 계곡 근처마다 복잡함을 이룬다.

차안에서 오늘 산행을 자세히 설명하니 버스는 구룡관사를 지나 신도안 2정문을 지난다. 다리를 건너기 전 모두 내려 계룡산 전체를 보면서 오늘의 산행 코스와 산줄기를 설명하니 모두들 조금은 이해를 하는 듯 하다.

잘 알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계룡산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음을 느끼는데 특히 남부능선에서 시작하여 천황봉과 황적봉에 이르는 코스 그리고 숫용추와 암용추에 대한 개념은 거의 전무함에 놀란다.

  

 

엄사리를 지나 호남선 철로 밑을 통과하여 차량 한 대가 지나칠 수 있는 소로를 따라 무상사에 도착한다.

무상사는 국제선원으로 외국인 승려들이 수도하는 곳이다. 근래 대웅전을 증축하여 완공했다.

또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 현각 스님이 수도하신 곳으로도 유명하다. 

고전적인 미는 없지만 향적산 국사봉을 배경으로 고즈넉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아직은 한적한 모습이다.

 

  

國師峰 정상 가는 표지석을 따라 임도를 오르는 길은 의외로 가파르다. 새롭게 짓고 있는 절 쪽으로 향하다 되돌아 왔지만 용바위와 거북바위 있는 곳을 알게 되고, 조그만 암자와 보살님들의 인심이 후한 암자를 지나게 된다.

약수를 정성껏 주시는 보살님들의 성의와 소박한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다.

비탈길을 쉼없이 오르니 엄사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조금더 땀을 흘리면 바로 헬기장이다. 헬기장을 왼쪽으로 돌아 비탈길을 서서히 오르면 국사봉이다.

  

 

이성계가 조선의 도읍지로 신도안을 정하고 국사 무학대사에게 확인하게 하였는데 그때 오른 봉우리가 향적산 국사봉이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논산 들판과 계룡산을 가르는 능선 줄기는 곧바로 천황봉을 향하여 줄달음질친다.

뱃길로 이어지는 물이 없어 다른 교통수단과의 불편함을 지적하여 도읍지로 부적합함을 알렸다지만 풍수도참설에 의한 정씨 도읍지라는 설이 공사를 중단하게 한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사봉 정상에는 동서남북 사방을 향한 문자를 새긴 탑이 서 있다. 北斗七星과 南斗六星 그리고 佛이라 새긴 명문이 이채롭다.

아마도 신흥 종교가 한창 번성할 때 누각을 세우고 신앙심을 고취한 장소로 쓰였을 듯 하다.

엄사리를 지나 금남정맥의 고리를 연결하고 남으로 계백 장군 정기어린 연산으로의 산줄기 이어짐이 장쾌하다.

노성 들판의 넓고 풍요로운 모습도 넉넉한 생활의 보고임을 알게 한다. 여기가 신행정수도의 후보지 근처임도 알 수 있다.

조선부터 현재까지 언제나 큰 도읍지로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신도안의 풍수와 지리적 위치는 국사봉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조망의 즐거움이다.

천도 복숭아 하나씩을 모두 물고 산행 초기 휴식을 취하는 모두가 넉넉하다. 우리 고장 근처에 이처럼 아름다운 능선이 있음에 탄복하며 천황봉과 숫용추 암용추로 이어지는 오늘 종주의 안전과 편안함을 기원해 본다.

 

  

헬기장을 지나 겹침 바위를 지나고 이윽고 엄사리에서 올라오는 금남정맥과 만나는데 계룡산으로 행하는 초입에 선다.

정말 잘 뻗은 능선 줄기이다. 저만치 아름다운 천황봉 머리봉과 운무 가득한 천단이 다가온다.

14명이 호흡을 잘 맞춰 능선을 탄다. 선두와 후미가 거의 한데 어울려 걷는 모습이 아름답다. 맘껏 조망터에서 쉬고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리고 목적지를 향하여 나아감이 멋있다.

예정 시간보다 좀 빠르게 용천령에 도착했다. 용천령은 금남정맥의 계속된 이어짐과 좌로 내려서면 용화사와 신원사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용추계곡이다.

   

 

  

신원사는 옛 모습을 간직한 절로 백제 의자왕때 보덕화상이 창건하고 오늘에 이르는데 영원전은 무학대사가 지은 절로 유명하다.

또한 태조 이성계가 꿈에 임금이 될 거라는 꿈 풀이 팔거리 할머니를 천기누설을 염려하여 죽이고 임금이 된 뒤 할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신혼사가 있다.

아마도 할미는 계룡산의 산신이 되어 지금도 계룡산을 다스리고 있으리라. 조선의 임금이 될 거라는 예언과 신도안 그리고 궁궐을 짓도록 명령한 역사의 흔적을 생각해 본다.

  

 

  

용천령을 지나 계곡에 내려서면 시원한 물이 숫용추까지 흐른다. 수량은 비록 적지만 곳곳에 아름다운 沼와 潭이 많다.

장마가 지난 지 오래여서 덜 깨끗하지만 흐르는 물은 녹음과 바위들과 어울려 아름답다.

  

 

  

숫용추는 계곡의 끝부분에 위치하며 암용추 보다 깊고 아래와 위의 웅덩이 생김새가 남성의 性器를 닮았고 물줄기의 흐름도 기묘하다.

특히 윗부분을 자세히 보면 남자의 사타구니를 연상하며 그 주변 이끼와 식물들이 조화를 이룬다.

아마도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토속신앙의 근원으로 삼던 시대의 산물인데 바위에 새겨진 사람의 이름이 그런 부류 집단의 흔적인 듯 여겨진다.

   

  

휴일이어서 숫용추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숫용추 밑의 천막은 그늘과 넉넉함으로 자그마한 휴식터로 제격이다.

낙하산으로 차양을 치고 주변을 정돈함에 군사보호구역 안의 그들만의 넉넉함에 잠시 공허함도 느껴본다.

잠시의 휴식으로 피로를 푼 우리는 험준한 머리봉 오르기에 나선다. 조그만 돌 비석 있는 언덕으로 올라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뙤약볕은 사정없이 머리를 향해 강한 직사광선을 내리 쏜다. 모두들 흐르는 땀과 갈증으로 연신 물을 마셔대고 푹푹 찌는 무더위에 가다 쉬다를 반복한다.

능선 마루에 올라서니 조금의 바람이 불지만 이내 내딛는 걸음마다 땀방울이 사정없다. 대열은 차츰 몇 그룹으로 나뉘어 머리봉으로 향한다.

  

  

머리봉은 계룡산 용머리에 해당하는 곳으로 주변을 모두 아우르는 멋있는 조망터이다.

계룡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되며 머리봉을 지나면 천단으로 들어가는 문다래미가 나온다.

 

  

 

  

문다래미는 어쩌면 하나의 상징인 양 계룡산에 존재한다. 무속신앙인들에는 세속의 세계에서 신앙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며, 풍수지리에서 얘기하는 기의 절정이 이 곳 문다래미를 거쳐 확산되는 중요 지점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문다래미 옆에는 범모양을 닮은 범바위가 있다. 용추 계곡을 향하여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모습을 한껏 뽐내는 범바위의 위용이 멋있다.

머리봉과 문다래미 그리고 범바위로 이어지는 능선의 파노라마는 멋있게 바위벽을 장식한 이끼들의 풍성함으로 아름답다.

  

 

  

  

칼날 같은 바위 능선을 돌아 중계소 왼쪽으로 돌면 천단에 이른다. 이젠 정말 더위와 땡볕에 모두들 기진맥진이다.

 

  

준비한 식수가 모두 고갈되고 풀린 다리를 집중하느라 혼신을 다한다. 어렵고 힘들게 난코스를 지나니 주변이 확 트인 천단이다.

계룡산 최고봉 해발 845.1m의 천황봉 天壇은 근래 중계탑의 이동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상봉에 새로 조성되었다.

주변을 조망하니 연천봉, 문필봉, 쌀개봉, 자연성능, 삼불봉, 신선봉, 임금봉, 장군봉이 보이고 우산봉과 570봉, 갑하산, 삽재, 도덕봉, 백운봉, 금수봉, 빈계산이 지척이다.

우리가 딛고 달려온 금남정맥의 산줄기도 저 멀리 향적산 국사봉으로 이어져 웅좌를 나타낸다.

쌀개봉 밑을 달려 암릉이 이어지고 천왕봉과 항적봉의 긴 이어짐도 보기 좋다.

   

  

다함께 모여 천단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오늘 산행의 말미를 만끽한다. 모두들 천단이 처음이라고 하기에 high five로 등정을 축하하며 격려한다.

일일이 개인 사진을 찍어주며 기념으로 간직하도록 배려한다.

천단의 유래를 새긴 표지석과 예전 천단에 설치되었던 지석을 보고 하산을 서두른다.

  

KT 중계탑에 근무하는 군인들에게서 20여 통의 식수를 건네받으며 모두들 여유 있어서 좋다.

실컷 목을 축이고 갈증을 맘껏 푸니 하산의 느긋함이 신난다. 하산 길은 숲 속 길이어서 그늘도 있고 가끔씩 조망터에서 우리가 오른 능선의 줄기를 보여줘 발걸음이 가볍다.

천황봉의 높은 모습과 범바위와 문다래미 그리고 머리봉의 위용이 까마득하다. 멀리 국사봉에서 이어진 능선의 파노라마를 보며 계룡산 남부 능선과 숫용추-암용추의 산행 코스는 너무도 멋있음에 감탄이다.

  
  

50분 정도의 하산으로 암용추 계곡에 다다른다. 늦으막히 산행을 즐기는 몇 사람을 만나며 반갑게 인사하고 넓게 정리된 하산로를 따라 달린다.

작은 묘가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급하게 내려서면 암용추 계곡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숫용추보다 수량이 풍부하고 그늘지고 아늑한 潭과 沼과 많아 산행 피로를 푸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모두들 풍덩 알탕에 열중이다. 이렇게 집단으로 알탕하기는 아마도 근래 없었다.

흐르는 물을 좇아 상류로 오르는 모두가 재미있고 천진난만하다. 여기저기 고여 있는 깨끗한 물에 몸을 담그고 열기를 식히는 모두의 모습에서 오늘 산행이 어려웠고 지쳤음을 느껴본다.

너무 덥고 가파른 오르막이 산행의 피로를 가중시켰는지 모른다. 그래도 낙오 없이 잘 협조해준 모두가 고맙다. 마음껏 몸을 씻고 더위를 몰아내니 온몸이 가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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