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산(나산)~장락산 종주........................장락산에서 장례식을 치를 뻔하다


 

 

날짜: 2004/08/29(일)

동행: 여여와 마눌 (최원철 안귀여루)

날씨: 늦더위 맑음

산행경로

설악면 불루밸리-보리산 3봉-1봉-2봉-널미재-장락산(627)-

615(가짜정상)-554-520-530-500-미사리 장락초교


 

산행거리: 13km

산행시간(총 9시간)

0700 집출발

0800 산행게시판(설악면 블루밸리 전 800m)

0914 보리산 제3봉

0940 보리산 제1봉

0945 전망대

1000 보리산 제2봉(정상 20분휴식)

1110 널미재 가는 능선(70분 알바)

1230 널미재(40분 점심)

1310 장락산으로 출발

1348 장락산(627)

1435 가짜 장락산(612)

1500 가짜출발

1615 미사리 이정표 안부

1700 가평군 미사리


 

 

 

1.장락산을 우습게 보고 보리산(나산)을 포함시키다.

 

이번 주말 어느 산을 갈 것인가를 고르는 작업은 산행자체보다 오히려 더 설레는 일이다. 지도책을 보고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읽으며 교통편과 시간 거리등을 내 나름대로 요모조모 가늠해본다. 용문산 백운봉을 시작으로 한 용문산 줄기 탐방숙제가 좀 남아있는데........용문산의 자락이 봉미산을 거쳐 홍천강에 빠지는 산자락이 “장락산”이란 사실이 흥미를 끈다. 용(용문산)과 봉황(봉미산)을 지나서 홍천강에 들어가 무엇이 될까? 용봉산(?)이 되야하나? ^_^**  sanai, ksh, 썩어도준치......전설적인 산꾼들의 장락산 산행기를 읽어보고 장락산에서 왕터산까지의 종주길은 9km 정도의 능선길이라는 정보를 알아낸다. 이 거리는 좀 짧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자만감에 부풀어 보리산(627m 나산)을 포함시키는데 이것이 결국 나의 발목을 잡을 줄이야..............

 

2.블루밸리로 명칭이 바뀐 스파랜드

  

장모님생신 축하만찬에 술이 좀 과했나? 눈을 뜨니 벌써 아침 6시 20분이다. 어휴! 다 준비해서 6시에는 출발해야하는데......... 가을 문턱에 와 있는 일요일에는 야외로 나가는 행락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중미산을 거쳐 설악을 지나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가 장락산-왕터산 능선 줄기란 점도 거리부담이 된다. 마눌을 깨워 같이 준비하니 겨우 6시50분에 출발 팔당대교를 건너 양평으로 향하는데 벌써 차들이 빼곡하다. 놀러 가는 것도 빨리 나와야하는 나라에 살고 있으니 좋은 건가? 나쁜 건가?.............중미산 서너치고개를 거쳐 설악을 지나니 우측으로 블루밸리 (구 설악스파랜드)가 나와 우회전 설악스파랜드 도착전 800m에 설치되어 있는 산행 안내 게시판에 도착하여 배낭을 꺼내 들머리를 찾으니 11시방향에 “등산로길”이란 프랜카드가 걸려있다. 그 너머 보리산(나산)의 들쭉날쭉한 3봉 1봉 2봉 포함한 봉우리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고 하늘은 맑고 푸르다.

  

   

↗ 청정지역 보리산 오르는 호젓한 길 

 

3.가파른 청정지역 보리산

 

나무다리를 건너 무슨 공사가 한창인지 파헤쳐진 공사장을 가로질러 등산로 초입에 도달한다. 마눌이 가파른 등산로길로 올라가다 말고 에구구!하고 자빠지는데 그냥 넘어지는게 아니라 올림픽 레슬링 경기에서 옆 굴리기 2회전이다. 그것도 다리가 머리 위 허공을 가르면서 구르니 벌써 6점 감점인데.....다친데는 없다니 다행이다. 풀이 깊어 다리를 헛 짚은 것이다. 보리산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다. 짐승들의 배설물이 눈에 띄지만 이것은 사람들의 인적이 별로 없는 곳에서 나타나는 짐승들의 영역표시로 해석하는 내가 오히려 신기하다. 삼림은 울창하고 공기는 청량하다. 등로는 매우 가파르다. 갈림길에서는 무조건 좌측으로 붙는 이유는 능선을 타서 보리산 제 3봉에 먼저 오르기 위해서다.

 

  

  

4.보리산 3봉-1봉-2봉(정상)

  

한시간을 가파르게 오르니 평상이 나타나고 맞은편에는 가야할 장락산의 뾰족한 봉우리가 보여 우리를 즐겁게 한다. 칼바위를 지나고 다시 꺼져 오르니 나산 1봉이라고 이정표가 있는데 해발 628m라고 적혀있다. 이것은 잘못된 표지판 같다. 보리산의 정상은 나산 2봉으로 봉미산 방향에 제일 가까운 봉우리인데.................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도 보리산(나산)에는 잘못된 이정표가 많이 있다했는데...........1봉을 지나고 바로 전망바위가 나오는데 중미산이 보인다. 나산1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밧줄이 있고 매우 가파르다. 밧줄을 잡고  꺼져 다시 씩씩대며 오르니 삼형제 바위라고 쓴 표지판을 지나 보리산의 진짜 정상 나산 2봉이다. 삼각점도 있고 나무로 된 표지판에는 나산2봉 621m 로 적혀있만 사실 이곳이 627.5m로  봉미산쪽에서 장락산으로 종주할 때 나산 2봉을 거친다고 선답자들은 이야기한다.

  

 ↗ 맞은편 보이는 장락산 칼등 능선

 

5.물이 부족함을 발견하고 불안해하다

 

정상이라지만 조망은 거의 없다. 커피에 계란을 2개씩 먹고 물을 먹는데 가져온 물을 체크해보니 아뿔싸! 둘이 합해 2000cc가 전부다. 나는 마눌에게 왜? 편의점에서 얼려있는 생수를 사라고 했는데 안 사왔냐고 물으니 자동차 뒷자리에 안 먹은 생수병이 있어 물이 있는 줄 알고 안 샀다 한다..............알고 보니 빈 생수병이었다나?......헐............ 그러면 이야기를 해서 다시 사든지 해야지........ 여름산행에 물 없으면 죽음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쩝...................(이래갖고 싸운다니까............) 지금 없는 물이 싸운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한마디만하고 참을라니 속이 끓는다. 다시 한번 못 챙긴 나의 불찰도 있고 할 수 없다 지금부터 물을 아끼는수밖에 .....공교롭게도 오늘은 올 여름의 막바지 기승이라는데...............무지덥다. 

  

 

↗봉미산 너머 도일봉 너머 용문산기지

  

6.예습해도 당하고 만 알바 70분의 몸부림

  

나산2봉에서 널미재쪽으로 가는 능선길은 찾기가 힘들다고 기라성 같은 선답자들이 이야기한다. 준비를 하면서 산행기를 꼼꼼이 몇 번씩 읽어봐도 단서를 찾기가 쉽지않다. 좀 핵심 포인트를 지적해 주면 안되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대비를 했는데 못찾을려구........정상에서 바로 떨어지는 길은 없고 그러면 나산1봉쪽으로 다시 백하여 우측으로 떨어지는 길을 찾아보는데......정상에서 40m 빽하여 삼형제바위라고 나무 판에 쓴글이 있는곳까지 왔는데도 찾을수 없다. ksh님의 산행기에는 우측으로 가다 급격히 우측으로 내려선다고 하는데 하산길과 겹치므로 주의해야한다고만 적혀있고 썩어도~님의 산행기에는 일행이 모두 찢어져 자기는 삼형제바위까지 지나쳤다고 후회하면서 장락산방향으로 날등을 다시 치고 올랐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삼형제 바위까지 지나쳐 가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에 다시 정상으로 올라 반대편(봉미산방향)으로 가보지만 나침반의 동쪽이나 동북쪽으로 내려서는 능선길은 도통 찾을수가 없다.  씩씩거리며 정상을 몇 번씩 창경원의 북극곰처럼 오르락내리락 왔다갔다 하는 내가 안쓰럽게 보였는지 마눌에게 못찾겠다고 이야기하니 “알바는 당신의 친구잖아요 그냥 방향만 맞으면 그방향으로 내려가다보면 능선과 만나겠지요” 라고 말한다. (헐!.... 마눌이 나와 다니더니 많이 공덕이 쌓였다는 생각이 든다) 산꾼에게 길을 못찾아 헤메는 것은 병가지 상사지..............오늘도 알바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동동북쪽으로 날등을 내려선다. 나무는 울창하고 가만히 있어도 줄줄 미끄러져 내린다. 가시에 찔리고 얼마를 헤치며 내려갔을까? 전나무 숲속에 약간 오르막의 등로가 보이는데 겨우 찾아낸다. 반가운 표지기도 보이고.............무려 1시간 10분을 길을 못찾아 헤멘것인데...............................그래도 그 자리에서 헤멘 것이 아니라 동북쪽으로 내려서면서 헤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널미재 가는 능선길로 내려와서 아무리 보아도........ 급경사 하산면일뿐 내려오는 능선을 알아보기 어렵다 

  

7.널미재 근처도 알바조심

  

널미재 가는 길은 오직 외길이다. 몇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여 차소리가 나는 걸 보니 널미재 근처에 도달한 것 같은데 길이 분명치 않다. 잘나있는 길이 나타나 그 길로 내려서는데 차소리가 멀어진다. 본능적으로 이건 아니다 싶어 나침반을 보니 북쪽으로 향해야하는데 동쪽으로 가고 있다. 할수 없이 마눌에게 다시 빽하자고하는데 영 체면이 안선다. 연구를 많이 했는데도 이 모양이니...................쩝........다시 빽하여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니 다시 차소리가 들리고 자세히 보니 우측으로 빨간 빛바랜 리본이 하나 달려있는데 등로는 쓰러진 나무로 막혀있다. 아무리 봐도 그냥지나치기 십상이다. 무더운 날씨에 물은 부족하지... 거기에다 2번째 알바를 하니 은근히 짜증이 난다. 꽁꼬름한 마음을 보듬으며 길을 막고 있는 쓰러진 나무를 치우고 동쪽으로 잘 나있는 길에 나무를 쌓아 막는다. 색바랜 붉은 표지기도 잘보이는 곳에 다시 묶고.........................

 

 

 

8.변(?)괴를 당한 장락산 들머리

  

널미재에 도착하니  벌써 12시 30분 보리산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4시간30분이나 흘렀다. 70분 알바로 인한 출혈이 너무 크다. 뙤약볕의 널미재를 횡단하고 점심을 먹을곳을 찾는데 장락산 올라가는 초입에 왠 인분(?)과 휴지 들이 많은지..................휴~.........분명 차로 고개를 넘던 사람들의 소행임에 틀림없다. 생리현상을 어쩔수는 없지만 견공도 자기 볼일 본 것을 감추려하는데.............사람이 개보다 못한것인가?.........휴지는 곳곳에 흩어져있고.............혈당은 떨어져 어질 어질한데 배고픈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다. 바로 장락산으로 붙는다. 그 참상의 기억에서 멀어지려고.................조금 오르니 배가 고파 할수 없이 아무데나 방석을 깔고 민생고를 해결하는데 많이 들어가지가 않는다. 맛이 있어 먹는것이 아니라 정말 죽지 않을려고 먹는 것이다.

  

  

↗홍천강

  

9.붉은 깃발의 장락산 진짜 정상

  

30분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장락산으로 오르는데 밧줄을 잡고 오른다해도 가파름이 장난이 아니다. 어이 죽겠다! 소리가 절로 나오고 아무 생각이 없다. 보리산에서 너무 힘을 소모했나? 오늘은 처음부터 이상하게 몸이 너무 무겁다. 무슨 연유인지를 모르고 몸이 않좋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되는데............ 마눌에게는 뭐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산행을 하다보면 일상적으로 생기는 피로감이라고 단순하게 치부해버린다. 날씨는 한풀 꺽이더니 다시 더워져 근래에 제일 더운 것 같다. 부족한 물은 점점 줄어들어가는데 앞으로 갈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40분 정도를 줄기차게 오르니 장락산정상으로 보이는데 왠지 어수선하다.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수풀이 우거진 곳에 장락산 정상이라고 쓰여있는 왠 붉은 깃발?.......................선답자들의 이야기로는 여기가 진짜 정상이라는데...................물은 부족하고 정상은 너무 뜨거워 바로 진행한다. 소문과는 달리 조망이 별로 좋지 않다. 홍천강을 바라보며 능선을 장쾌하게 종주할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 유유하게 흐르는 홍천강

  

10.홍천강이 보이는 가짜 정상에서 급기야 출장안마(?)를 받다.

  

물을 아껴 마시며 뾰족한 봉우리를 몇 개를 넘으니 가평군수가 세운 정상석이 나타나는데 홍천강이 굽이 굽이 흐르고 있다. 높은 곳이 글짜 그대로는 정상인데 가평군수는 조망좋은 곳을 정상이라고 하고 싶었나보다. 이 가짜 정상이 최초로 만난 조망 좋은 곳이다. 유유하게 흐르는 홍천강을 바라보며 포도를 먹는데 이상하게 힘이 없다. 거의 탈진이라고나할까? 마눌의 얼굴을 쳐다 보니 아직도 쌩쌩하기만 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3-4일전 술을 좀 과하게 먹은후로 소화가 안되고 설사가 3일간 지속되었던 것을 기억해낸다. 거기에다 무더운 오늘 물이 부족함을 느끼고 여기까지 오면서 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것도 직접적인 원인같다. 한마디로 탈수증상인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난 둔하다........왜 이리 힘이없나?를  지금에야 그것을 알아내니..........................마눌에게 체면 불구하고 상황을 이야기하니 등산화를 벗고 양말을 벗고 그냥 누우란다. 힘이 없으니 따르는 수밖에............  마눌이 발을 주무르고 다리를 만져준다. 나는 그냥 널부러져 미동도 하지 않고......이 오지의 산 정상에서 출장 안마를 받은 사람은 나외에 없을 것 같다. 맛사지를 받으니 훨씬 나아진다.

  

↗ 가야할 장락산 능선길

  

11.탈출을 허용하지 않는 장락산의 칼등 능선

  

그러나 남은 물의 양을 보니 200cc가 채 안 남았다. 두사람이 이정도 물을 갖고 홍천강이 내려 보이는 왕터산까지 어떻게 간단 말인가? 결심은 빠를수록 좋다고 탈출을 결정한다. 그러나 지도를 봐도 탈출로는 없고 등로는 좌우 탈출을 허용하지 않는 그야말로 칼등의 능선길이다. 일단 일어서서 왕터산방향으로 진행하면서 무조건 좌측으로 탈출하기로한다. 그러나 봉우리들은 왜 그리 많은지 하나를 넘으면 또하나가 앞에 보이고 기신기신 하나를 넘으면 뾰족한 봉우리가 가로막고 서있다. 탈수로 비틀거리며 걷는데 암릉으로 이어진 끝없는 칼날 능선길이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물은 이제 거의 바닥이다. 좌우측 칼등의 낭떨어지는 그마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켜 경각심을 북돋우는데...............

 

↗좌우측 낭떠러지의 칼등 암릉 능선

 

12.안부에서 목청껏 만세 삼창을 하다

  

얼마나 많은 봉우리들을 넘었을까? 등산로라는 이정표가 거짓말같이 안부에 나타난다. 우리는 얼싸안고 만세 삼창을 한다. “만세”~ “만세”~ “만세“ ......죽음의 559봉을 만나기 전에 다행이 탈출하게 된것이다. 물은 없고 몸은 탈수로 엉망에다 어질어질 하기까지 하면서 죽기 살기로 그 많은 봉우리들을 넘은 것이다. 가짜정상에서 그나마  안마를 받고 1시간 10분을 오르락 내리락 한것인데.............왕터산은 4.75km 나 남았고 장락산은 559봉부터가 홍천강을 내려다 보는 풍광이 진수라 하던데 지친 우리에게는 꿈도 꾸어볼수가 없다.

  

↗  곡달산

 

13.택시를 세우고 또다시 꿈을 꾸는 나

  

내려오는 길은 밧줄이 있고 가파르다. 그러나 우리에겐 살았다는 희망이 있어 다리에 힘이 솟는다. 한 2km를 내려왔을까? ”미사리“ 란 마을인데 너무도 조용하다. 집안에 한가로이 놀고 있는 아이에게 물어보니 바로 근처에 장락초교가 있단다. 신경수님의 산행기를 읽고 설악택시 전화번호를 적어온 것이 있어 연락을 하니 보건소앞에 나와 있으란다. 미터요금으로 차를 세워둔 스파랜드쪽으로 가는데 제법 걸상한 산이 보여 택시기사분에게 물으니 ”곡달산“이란다. 미안하지만 차를 세워 달라하고 차안에서 사진을 찍으며 나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린다. ”저 곡달산을 넘어 그 옆의 통방산으로 해서 중미산까지 종주하면 좋을텐데“ 이제는 제법 양평과 용문산주위의 산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옆에 앉은 아내가 ”지금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그 몰골에 또 종주 이야기가 나오느냐?“며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분명 정상은 아닌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루마----meditation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