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거도(可居島)에 가고 싶다9939B63E5DB8D38424DE06

                     -이미지가 안보이시면 클릭 http://blog.daum.net/ilman031/14547321

  그동안 가거도가 가고 싶어서 수 많은 문헌과 인테넷, 유투브 등등 자료를 찾아 보며 가거도를 그리워 하며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무릎이 더 아프기 전에, 움직일 수 있는 동안 다녀 와야지-'하고 별러왔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이렇게 떠나온 것은  지금도 무릎이 시큰 거리는 50년 전에 33세이었던 사람이라서 '더 걸을 수 없을 때가 오기 전에-' 하며 작정하고 온 것이다.
 관광여행사를 따라 다니면 더 저렴하게 섬의 곳곳을 단시간에 누벼 보련만 젊은 사람을 따라 가면 피해를 줄 체력 때문이었다. 8시 10분에 목포항을 떠난 남해 엔젤호는 다음 경로로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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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08:10) → 비금,도초(09:00) → 다물(09:50) → 흑산(10:10) → 상태(11:00) → 하태(11:10) →가거(12:30)

가거(13:00) → 만재(13:40) → 하태(14:10) →상태(14:20) →흑산(15:30) → 다물(15:40) → 비금,도초(16:30) → 목포(17:30)/ 총 4시간 30분 경

  99CE1D3A5DAFD3CE2F863A배는 목포항을 떠나 작년에 다녀온 천사대교(104 大橋)를 북으로 바라 보며 그때 다녀온 팔금도 안좌도 사이를 지나고 있다.  
비금도(飛禽島)를 지나가다 보니 '천재기사 이세돌의 고향 비금도' 라고 쓴 커다른 표지가 보인다. 나같은 해상 관광객을 위한 고마운 배려였다.

 홍도나 흑산도 여행에서는 목포에서 도초도, 비금도까지의 내해(內海)도 그렇지만 흑산도까지의 외해(外海)에 들어서면 파도가 더욱 거세지던데 오늘은 걱정과 달리 날씨도 말짱말짱하다. 비수기라서 의자도 빈자리가 텅텅하여  선창의 턱에 소주병과 어제 밤 목포에서 먹다 가져온 통닭과 안주로 'ilman 카페'를 차려 놓고 홀짝홀짝 마시며 거가도를 향하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파란 바다에 하이얀 포말을 일구며 더할 나위 없이 맑은 바다는 내해(內海) 외해(外海) 구별없이 파도도 잔잔하다. 동지나해(東支那海)를 지나는 가거도 항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는 대흑산도를 잠시 들렸다가 흑산 군도(유인도 11개와 무인도 285개)의 검붉은 섬들 중에 다물도(多勿島)-상태도(上苔島)- 중대도(中苔島)-- 하태도(下苔島)- 만재도(晩才島) 등에도 승객을 풀어 놓고 12시 30분경 가거도항이 가까워 지는데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 누굴까?

 "가거도에 숙소는 정하셨습니까?"

 혼자 왔다면 숙박료를 분담하여 경비를 줄이자는 제안이니  감불청고소원(敢不請固所願)이요 양인지심 양인지(兩人之心 兩人知)라. 우리는 한 팀이 되어 나는 이틀 저녁을 잔다는 조건 하에 4만원으로 숙비를 조절하여 동해 모텔에서 유하기로 하였다.비교적 방은 절결한 편이었다.

 여행에서는 '가까운 거리는 빨리 가고 먼 곳은 함께 가라'는 격언도 있지만 나 홀로의 '단독 여행'은 위험하다고 펄쩍 뛰는 사람이 많던데, 홀로 여행은 남 모르는 장점도 많은 법이다.

오늘 같이 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나 숙비를 절약할 경우가 그렇고, 현지에서 차편을 이용할 때도 용이하다. 

생각해보라. 생전 처음 찾은 절해고도(絶海孤島)에서 난생 처음 만난 사람과의 서로의 예의를 갖추며 하룻밤의 인연을 쌓는다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그보다 쉬고 싶을 때 쉬고 내 마음 시키는 대로 가고 싶은 데 갈 수 있는 자유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심심치 않느냐고 묻는다면 글쟁이라 그런지 항상 나의 내면과의 대화는 적조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 가거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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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C106505DB8DCDB2B8012 가거도는 면적이 9.18㎢로  여의도(7㎢)보다 약간 큰 섬으로 해안선 길이 22km, 인구가 359 가구에 504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대다수가 어업이나 관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산다. 이곳 기후는 해양성기후 아열대성으로 날씨는 평균 14C˚ 이상인데 1년이면 70% 이상이 흐린날이 계속되는 섬이어서 오늘 같은 청명한 날씨를 만난다는 것은 큰 복이란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직선 거리로는 140km지만 뱃길로는250km이고,  흑산도에서는 남서쪽으로 65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홍도가 여성미를 갖춘 여성적인 섬이라면 가거도는 한국의 최서남단 바다에 우뚝 서서 태풍을 막아주고 있는 남성적인 섬이다.

가거도(可居島)의 이름은 옛날에는 한자어로 아름다운 섬이라 하여 가가도(可佳島), 가가도(可嘉島)라 하다가 일본 강압기 시절에는 소흑산도(小黑山島)라 하다 2008년에 오늘날 같이 가(可)이 살고 싶은(居) 섬(島)이라 하여 가거도(可居島)가 되었다지만, 나에게는 홍도가  '한국인이 가보고 싶은 관광 1 번지 섬'이듯이 '꼭 가봐야 할 섬 1 번지'의 섬 가거도(可去島)라고 이름보다 ID(아이디)로 호(號) 삼아 지어 주고 싶다.

주민들에게 가거도의 무엇이 살 만하게 하였는가를 물었더니 가거도 주민의 삶의 터전이 주위 바다인 것처럼, 봄철이나 풍랑이 치는 날에 온갖 약초와 나물을 아낌없이 주는 독실산 때문이라 말한다.


 가거도는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섬으로 대리, 항리, 대풍리 3개 구로 구성된다.

제1구는 가거도에서 제일 큰마을이라 해서 대리(大里)라 하고, 제2구는 섬등곶이 길게 뻗어 선박의 기항지가 좌우 두 곳이라서 이 마을은 천주(天柱)의 목에 해당한다 해서 항리(項里)라 하고, 3구는 이 곳은 섬의 어느 곳보다 해초가 풍부하다 해서 대풍리(大豊里)라 이름하였다 한다.('求古尋論,' 李仁山 저) 
 그래서 이 섬의  주요 공공기관은 대리(大里)에 모여 있다.

거가도 초등학교[유치원(1명), 초교(학생 7명), 중학교(학생 5명)]가 있고, 흑산면 출장소, 한전, 우체국, 파출소 등과 자그만한 슈퍼마켓 2곳, 노래방 1곳도 모두 대리(大里)에 있다.


 밤에 나가 회를 먹으려 해도 횟집이 따로 없고, 오로지 자기가 유한 민박 집이 식당이요 횟집이었지만 저녁 식사가 끝나면 그 것도 끝나는 것 같다. 생맥주를 먹고 싶어 주민에게 물어보니 '생맥주 라니오?'하며 없는게 당연하다는 듯이 되묻는다.

제2구나, 3구는 이상의 것들이 전무한 상태이니 가거도로 배낭여행을 오실 분들은 안전을 위해서 비상식과 등산 스틱 그리고 후라쉬는 필수품으로 반드시 준비해 가야 한다. 

 나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워 농협과 우체국 통장에 여비를 넣은 카드를 가지고 왔는데 신통하게도 우체국에 365 CD기가 있다.

술을 좋아 하는 나는 토속주 막걸리를 만들어  1ℓ 대형팩에(1만원)에 파는 곳(전화 010-2070-1456  )이 있어 저렴하고 질 좋은 토속주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꾸릴 수 있었다. 술꾼에게 객지의 훌륭한 벗은 뭐니 뭐니 해도 술이 아닌가. 주인 최병국씨는 가거도 토박이 목수로  두 차례나 가거도의 이장(里長)을 지낸 이 마을에서는 식자(識者)여서 가거도의 귀한 자료를 구할 수가 있었다.

부인도 왕년에는 미모의 해녀였던 후박한 분이다.  한 두 명 여행하실 분은 이곳에 민박을 정하고 가거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여행을 다닐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의 역(驛)이나 여객터미널에서 구해야 하는 자료들인데, 가거도 자료는 준비된 것이 없어 어느 곳에도 구할 수가 없었다. 구할 수 있는 것이 관광지 도중도중에 현지에서 만나는 입간판들뿐이었다.


*. 독실산(犢實山) 이야기
 

  99CD1F3C5DB0DF8417D262거가도 숙박료나 식비는 이곳 민박 업자들 끼리 담합을 해서 1실 5만원, 식바는 1만원씩 받기로 했다는데 이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육로 관광(陸路觀光)이 문제였다.

독실산 정상, 2구 항리 마을까지 각 5만원, 등대 12만원, 제3구 대풍마을 8만원인데 대풍마을은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르겠다.  독실산 가는 길은 4륜 구동 짚차나 3톤 트럭이 아니면 올라 갈 수 없는 경사길로 단체라면 그것도 짐칸을 이용해야 한다. 

 '걸어서는 1시간 30분 가량의 거리라지만 내 걸음으로는 그 두 배의 시간을 들여서도 갈까 말까 하지만 '한국국립 해양공원(韓國國立海洋公園 섬이야기' 를 출간하기 위해 그 자료를 구하러 여기까지 왔으니 기어서라도 올라가야 하겠다.'고 푸념하는 소리를 들었는가. 식사를 하던 주민 한 분이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그분이 가는 길에 우릴 도와주려나 보다 하였더니 그분은 오늘 내가 유한 동해모텔, 식당 주인으로 이곳 이장을 하던 60대의 임명옥 사장이었다. 나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나의 저서와 '가거도에 가고 싶다'는 시를 보내어 감사를 대신하기로 하였다.

가거도는 한국 최서남단에 있는 섬이요 그 섬 전체가 하나의 산인데 가거도 독실산 탐방은 필수 항목이라 가거도 탐방 코스를 후학을 위해서 정리해 본다.

제1코스 독실산: (차도) 거가도 선착장→삿갓재→3거리→독실산

제2코스 항리: (차도) 가거도 선착장→삿갓재→향리2구→송년우체국→섬등반도

제3코스: (인도) 독실산→가거도 등대→대풍리

제4코스: (인도) 독실산→삼거리 →능선코스→달뜰목 해뜰목동개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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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식사 후 동해모텔 임 사장의 호의로 독실산을 트럭으로 오르는 것이 하두 고마워서 서두르는 바람에

 아까워라 등산 스택을 두고 왔구나. 이 산행을 위해 무리하여 이 먼 곳까지 메고 온 건데-. 
 독실산 오르는 길의 좌우는 후박나무 등의 숲으로 가려 굽어보는 전망도 없는 단순한 세멘트 길로 걸어서 간다면 짜증이 날 법한 퍽퍽한 길이었다. 차로 한 20여분만 갔을까 정상 못 미쳐 위경소(가거레이더 기지) 입구다.
정상 근처는 '거가 레이더 기지'여서 해양경찰 통신시설과 막사가 있고 우리가 오른 자적도는 이곳에 물품을 공급하려고 해경에서 만든 세멘트 길이었다.

거가도는 국경 지역이라 연평도와 같이 중국의 불법어선의 어업이 성행하는 곳이어서 이를 감시하기 위한 해경 초소 같다.

 가거도는 산 하나가 그대로 섬이라 할 수 있는 섬이다. 한국 섬 중 가장 높은 산은 제주도 한라산(漢拏山,1950m)요, 다음이 울릉도 성인봉(聖人峯, 986m), 세 번째 높다는 산이 바로 독실산(犢實山, 639m)이다. 

 독실산이란 이름은  송아지 '犢(독)', 열매 '實(실'), 뫼 '山(산)' '독실산(犢實山)'으로  송아지가 후박나무 열매를 997F724E5DB8D6B0238C9D먹고 자란다는 뜻이다.
후박나무 껍질은 소화불량, 복부창만, 식욕부진과 위궤양, 십이지장, 위액분비, 중추신경 등의 억제나 혈압을 낮춰주는 작용 등이 있는 귀한 한약제이어서 그동안 주민에게 중요한 소득원이 되어 준 나무였다. 이 나무는 가거도에 지천으로 많아 전국 후박 나무의 70%를 점할 정도란다. 

관광객은 초소에 이름을 적고 해경의 안내 따라 독실산 정상을 올랐다는데 지금은 철수했는지 한적하다.

거기서 나무 층계를 10 여분 오르니 레이더 시설이 있고 그 귀퉁이에 정상석이 서 있다.

나는 병상에 누워서 가거도를 그리며 그 독실산에 오르면 낭독하리라고 벼르며 시(詩) 한 수를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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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낮은

독도(獨島)에서 떠서

가거도(可居島)로 진다.

태풍과 풍파로 

아름다움으로 꾸며 놓은  

히 살만하다는 섬

가거도(可居島)에 가고 싶다.


외딴 섬 중에서도 외딴

절해고도(絶海孤島)

대대로 살아온

어부(漁夫) 집에 묵으며

송아지[犢] 후박나무 열매[實] 먹듯

바다를 회()하고도 싶고,

 

태풍보다 더 거시기 하던 왜구(倭寇)들에게

시달리던 조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예끼 이 놈들!’  

향(向)할 놈들을 향하여

꾸짖어 보고 싶어서다.


Korea

밤은

귀양살이도,

6. 25도 빗겨 간

오지 중에서도 오지(奧地)

가거도(可居島)서 떠서

독도(獨島)로 진다.


동쪽 끝 독도
(獨島)와 함께

최서남단(最西南端) 끝에 우뚝 서서
Korea의 
국토를 지키고 서있는
거도(可居島) 달려 가고 싶다.

                       -가거도에 가고 싶다


 그러나 막상 와서 보니 보통 산이면 정상에 헬기장 같은 공터나 아니면 넓은 광장이 있을 터인데 독실산 정상은 사람 하나 겨우 설 공간밖에 없었고 굽어볼 전망도 없는 곳이어서 실망이 컸다.

그러나 가거도는 맑은 날이 거의 없어 1년 중 70% 이상이 흐린날이라는데 오늘은 정상에서 제주도가 바라보일 정도로 좋은 날씨라니 날씨도 이 노 시인을 축복하는 것이렷다.

991069395DB79E1D0E715B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니 오를 때 차가 멈추었던 곳에 6각정자가 있다. 이정표가 있는 걸 보니 여기가 갈림길 같다.

생각 같아서는 1.8km의 섬등 반도를 향하다가 평탄하다는 해안길로 하산하고 싶지만, 함께한 류씨는 섬등 반도를 다녀온 분이라서 그분 안내 따라 정상서 0.9km의 삼거리에서 지도에도 안 나온  능선길 등산로로 들어 섰다.

6각정 이정표능선조망대삿갓재→삿갓재달뜰목해뜰목하늘공원동개해수욕장 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 능선길은 인적미답(人跡未踏)의 길 같이 사람이 거의 안 다니는 전문적 산꾼이나 찾는 길이어서 잡초가 무성한 것이 밀림 정글 속을 헤메는 것 같았다. 숲은 좌우는 물론, 길도 잡초가 무성한 길 같지 않은 길에다가 너덜겅의 힘든 암산(岩山) 길이

었지만 도중 도중 세워둔 나무 기둥에 맨 흰 밧줄이 계속하여 길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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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이런 나를 지나온 'kt송신 탑' 너머 독실산이 물끄러미 바라 보고있다. 능선길이지만 길 양 옆은 후박나무, 황칠나무나 잡초가 시야를 가려 여기가 어디쯤인가 종잡을 수도 없는 길 같지은 길인데 독실산에서만 산다는 산거머라를 조심하라는 모처럼 만나 반갑던 표지가 나를 겁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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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만난 갈림길에는 제1벙커가 있다는 이정표가 육각정 정자와 함께 서있다. 여기는 달뜬목과 삿갓재의 갈림길이다. 

이곳의 벙커(bunker)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열도를 방어하기 위하여 1개 중대 규모의 일본군이 가거도에 주둔했을 때 설치한 포진지(砲陣地)였다. 

 병상에 있다가 가거도를 오고 싶은 욕심에 몸에 무리를 해서  온 몸이라서 너무 자주 쉬어 가자는 것이 미안해서 나는 삿갓재로, 류씨는 달뜰목으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하였다. 쉬어야 할 때 미안해서 쉬지를 못하는 나도 그랬지만, 함께한 나9909B64C5DB4F8D142D455보다는 젊고 건강한 류씨는 얼마나 답답하였을까. 

 삿갓재 가는 길도 비가 오면 물이 흘러가는 계곡 같은 물길이어서 최근 2번의 태풍에, 나무나 그 가지가 찢기고 넘어져 길을 막고 있는데다가 바닥은 너덜겅 길이 되어 버려서 내림길이지만 고생을 거듭해야만 했다.
어떤 때는 넘어진 나무 밑을 군 훈련소에서 철조망 통과하듯이 포복하여 통과 하였다. 등산 50년만에 최악의 길을 가고 있구나 하였지만 내 나이에 산이 무리라고 섬을 다니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마지막 휘나래가 되는 복된 등산길 같기도 99AF20335DB4BAB5145C55했다.  

소리가 들린다. 인간이 내는 소리 같다. 시끄럽다기보다는 산 길을 헤메다 보니 반가운 소리로 다가온다.  
다 내려 왔다고 안도의 숨을 내며 하산 하다 보니 지금까지 나를 안내하던 흰 밧줄 길은 사라지고 수풀만이 무성한 길이다. 이러다 낭떨어지에서 또 낙상하는 게 아닌가 두려움이 엄습해 오게 하는 길이다. 그러다 도로를 밟을 때의 기쁨이란 자연보다 인공이 귀한 줄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다 왔다고 생각되는 삿갓재(210m)는 오른쪽길이 독실산, 왼쪽길은 섬등반도의 갈림길이었다. 1구 대리(大里)까지는 구절양장(九折羊腸)의 세멘트 길로 7km를 더 걸어야 했다. 아까 나를 즐겁게 해주던 그 소리는 한전 발전소의 소음이었다.

 다음날 새벽 류씨는 12시  배로 만재도(晩才島)로 떠나기 전 회룡산을 보겠다고 해드 렌턴을 두르고 나서고 나는 어제 못 본 해안가를 향하였다. 가다 보니'김부련 하늘공원(Sky park')  소개가 있다.


가거도항 부드 건설에  소요되는 토석 골재를 30년간 채취한 석산을 조성하여 관광자원화 하려고 공원 명칭을 이고장 출신으로 서라벌대 재학시에 4.19형명 부정선거에 항거하다가 총탄에 맞아 순국한 김부련 열사 이름을 기념하기 위해서 지은 공원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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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를 들어 보니 잘다듬여진 울타리가 해뜰목, 달뜰목으로 독실산으로 향하고 있다. 여기가 바로 독실산  
등산로 입구였구나 하였다.

코스:1구 대리-달뜰목 - 제1벙커 - 제2벙커 - 샛개재(종점) / 거리 : 3km / 소요시간 : 2시간 20분 

지도에 표시된 '하늘을 걸어 산정상에 오르다' 란 테마처럼 능선을 오르며 가거도의 전경과 새벽이면 일출을, 저녁이면 월출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다. 생각해 보니 어제 내가 괜히 헛고생을하며 철탑 길을 헤메였구나 하였다. 해가 뜨고 있었다. '동개해수욕장 앞 바다'에서. 
가거도 토배기 최병국씨의 말에 의하면 동개해수욕장의 동개의 유래로 이런 일화가 있다 한다.


30년전 제방공사를  시작할 무
렵 모 건설회사에서 30명 직원과 인부들이 일하다가 대소변이 마려우면 바로 옆에 있는 해변에 와서 용변을 봤기 때문에 거시기가 바다에 둥둥  떠 다녀서 똥개 해수욕장이라 했다고-.

설마 그럴라고, 내가 가본 지명 중에 사량도의 옥녀봉 처럼 윤리에 반한 이야기는 있어도 더러운 이야기는 없었는데-.  내 생각에는 '동개'란 이름은 동쪽에 있는 개펄이라서 '동개'라 했을 것인데 이름이 '똥개'와 비슷해서 희화(戱話)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99D189335DB8213C01ECC1이 동개해수욕장의 특색은 검은 모래와 검은 몽돌의 자갈 밭이어서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몽돌 굴리는 파도소리가 풍취를 자아내고 있다. 그 검은 몽돌의 동개해수욕장에 해가 뜨고 있었다. korea에서  가장 늦게 가거도에서 떠서 가장 늦게 지는 해가.  

 

*. 1,325억 원 공사 가거도 방파제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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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에는 거가항 부두에 나갔다. 30년 간 1억 3천만원이나 들여서 완공한 제방(堤防)이 2019년 태풍에 망가져서 또 시작한 공사 현장을 보려고 나섰더니 이정표가 있다.

'오키나와 355km/ 서울 420km'  가거도에서 서울이 오키나와보다 더 멀다니 나는 얼마나 먼 절해고도에 와 있는 것인가. 도대체 가거도는 뭍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 섬인가.
 이 곳에서 가장 가까운 한반도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鳴梁大捷)이 벌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류가 빠른 지역인이라는 울돌목이라는데 그 직선거리가 약 120km이며, 목포항까지의 거리는 140km이다. 인천서 백령도까지의 거리도 멀던데 했더니,  가거도 가는 배는 만재도, 태도, 흑산도를 경유해 가는 배이기 때문에 인천항에서 백령도까지의 소요시간과 거의 비슷한 4시간 30분이 걸린다. 이렇게 먼 외딴 섬 가거도는 한반도로 서남 해에 우뚝 서서 모진 태풍을 몸소 막아주는 고마운 섬이다. 그런 섬을 지켜온 이들이 자랑스런 거가도 주민들이다.
태풍이 오면 현재로는 큰배들은  흑산도로  가서 피항(避港)하고 작은 배들은 부둣가에 있는 붉은 색깔의 용선기로 끌어 올린다. 
 한국 최장의 거가도 방파제는1979년 공사를 시작할 때에는 10년 예정으로 시작하였으나 그 사이 여러 차례 태풍으로 무너져 18년을 더해서 28년만인 2008년 5월에야 드디어 30년이나 걸려 완공 되었단다.
착공한 후 공사 중에도 셀마(1987), 프라피룬(2000), 라마순(2002), 볼라벤(2012) 등 태풍으로 현장이 때마다 쑥대밭이 되어서 그랬다. 그렇게 지은 제방이 금년 2019년에도 풍속 50m에 달하는 태풍 19호 하기비즈(Hagibis)가 강풍으로 시설물을 부수어 이젠 국력을 기우려 가거도항에 아파트 9층 높이(28m)의 콘트리트 구조물을 세워 어떠한 강력한 태풍이라도 정복할 계획이라니 우리 전국민이 이에 박수를 보내야겠다.

 그 가거도를 향하여 불어오는 태풍의 위력은 구체적으로는 어떠했던가.

완공하였을 당시 가거도항에는 높이 12m, 길이 490m, 폭 15.2m의 방파제가 건설되었다. 이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는 64t짜리 테트라포드와 108t짜리 큐브블럭을 쌓았지만 태풍 볼라벤(2012년 9월)으로 방파제 350m가 부서지고 테트라포드 2천500여 개가 유실되어 피해금액만도 무려 274억 원에 달했다 한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거가항 앞바다 해변 가의 50m나 되는 장군봉(將軍峯)에 거센 파도가 넘을 정도라니 태풍이 50m 이상의 파도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부두 한복판에 떨어져 있는 64t 짜리 테트라포드(TTP)가 파도에 폭 15.2m, 높이 8m의 방파제를 넘어 밀려와 동네 앞 부두에 얹혀 있는 것의 사진을 보니 제방 옆에 구부러진 철근이나 흉칙하게 널려 있는  세멘트 파편이나 테라포드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 회룡산(回龍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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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거도에 와서 입도(入島)하기 전에 사람들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항구 서쪽에 바다를 향하여 마을을 감싸고 우뚝 선 아름다운 회룡산(回龍山)이다.

능선처럼 바다를 향한 세 봉을 지나면 바다에 두 섬이 있다. 녹섬(祿島)이다. 큰 섬을 대녹도라 하고 작은 섬을 소녹도라 한다. 그 모양이 사모관대 같아서 녹섬(祿島)이라 하였다는 것이 이곳 주민의 이야기다.

 회룡산을 가려면 한전 출장소를 지나 어제 갔던 1.7km의 삼각재까지 가면 선녀봉 가는 입구 이정표('가거항 1.7km/ 독실산 0.8km)가 있다. 0.8m만 남았다니? 그래서 몇 번이나 쉬면서 쉬엄쉬엄 올라왔구나 하였다. '네이버 지도'에서 삿갓재 높이를 확인하여 보니 재의 높이가 210m다. 회룡봉 높이가 282m이니 회롱산은 72m만 오르면 되니 오늘 고생은 끝이로구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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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9784B5DB8DE212C9A30회룡산 입구 이정표부터는 거기서부터는 잘 다듬어진 등산로가 등산객을 맞는다.

등산로는 회룡산의 뒤로 올라가는 길로  태풍의 맞바람을 받는 곳이 아니라서인지 등산로가 잘 보전되어 있는 암산(岩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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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 용왕의 왕자가 하늘에서 인간 세상을 굽어 보니 이 산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려와 수도할 만하였다. 선
녀들 역시 이 산의 아름다움에 반해 내려왔다. 용왕이 아들이 수행보다 사랑에 빠진 것을 보고 크게 노하여 왕자를 호위하던 무사를 벌하여 장군봉으로 변하게 하고 왕자를 대려가자, 선녀들이 이를 가엽시 여겨 눈물을 흘리며 승천한 이후 이산을 회용산(回龍山, 282m)과 선녀봉(仙女峰)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다.


회룡산에 올라 정상에 오르면 항구와 방파제의 모습이 그림처럼 보이고 뒤편에 선녀봉이 마주 서 있다.

이 회룡산 오르기 전 나무 층계가 있는데 그 근처에 점심 도시락을 챙겨 놓고 밥을 먹으며 바라보니 가보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섬등반도가 나를 더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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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구 섬등반도 항리 마을

 가거도 올 때 나의 계획은 가거도에서 경치가 제일 좋다는 제2구 항리에서 민박을 하고 싶었다.
항리의 섬등반도는 가거도에 북쪽으로 독도에서 뜬 해가 가거도로 질 때  섬등반도는 낙조로도 유명한 가거도에서도 유명한 최고의 관광 요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항리에다 민박집을 정하면 가거항에서 항리까지 교통비 5만원을 절약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는데  단 두 곳뿐이라는 섬누리(061-5056)나 다희네(061-246-3418) 민박이 요즈음은 비수기라서 갈치 잡이 나가는 바람에 로 민박을 못한다해서 요번 여행에서 안타깝게도 섬등반도 관광을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섬등반도를 카메라로 당겨보니 희미하게나마 멋진 얕으막한 모습을 들어내는데 그 모습은 거대한 자라가 북서쪽 중국을 향하여 헤엄쳐 가는 형국으로 그 목의 위치에 제2구 항리(亢里)가 있어 목 항(亢) 자를 쓴 것 같다. 그런데 그 섬등의 뜻은 무엇일까?  이 고장 토백이가 쓴 거가도 연구서적(전술)에 의하면 섬등반도(閃嶝半島)이니, 자라 모양의 빛나는 반도란 뜻이겠다. 그 자세한 모습을 네티슨의 사진으로 보니 그 항리의 선착장 위에 있는 하얀 집이 섬누리 민박으로 한국에서 가장 늦게 진다는 석양을 바라 볼 수 있는 최적의 자리인 모양이다.

거기서 구불구불 길을 따라 중간 중간에 있는 마을이 원래 항리 마을로 집 6채로 지금은 서너명의 노인들만이 집을 지키고 있고 나머지는 폐가(廢家)가 되었다 한다.  그 일대는 초원이어서 염소들의 방목지로 쓰고 있는 모양이고-.
섬등 반도에서 나와 독실산이나 100년 등대로 가는 길이 있는데 등산회 이정표등이 그 길을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만약 2구 항리 마을에서 잤다면 뛰어난 서해의  장관을 보며 '등산로로 해서 독실산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 독실산서 대리까지가 3.5 km의 내림길이라니 걸어서 내려 왔으면 좋았을 껄 그랬다. 

독실산 정상에서 3구마을로 오르거나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있어 초보자의 탐방길로 조금 어려운 코스지라지만 나는 겨울산 덕유산, 설악산과 지리산도 단독종주를 하고 백두산도 종주한 사람이 아닌가.  천천히면  더디던지 얼마던지 갈 곳을 찾아 갈 수 있던 사람인데-. 

독실산에서 난대림을 헤치고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서해의 장관이 뛰어나다면 아침에 오르면 뒤돌아 보는 경관도 절경일 텐데-.

*.제3구 대풍리

 가거도 등대 바로 앞바다에는 조그마한 섬이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341호인 바닷새의 번식지 국흘도라 한다. 여름철새인 슴새와 뿔쇠오리가 이 무인도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 곳이라  한다. 백여 종의 철새들이 봄과 가을이면 가거도에서 쉬거나 번식을 한다. 가거도는 먹이가 풍부하고 생태적 환경이 좋아서다. 이곳에서 황로와 쇠백로가 먹이를 먹고 쉬며, 국제적 보호종인 섬개개비는 알을 부화시키고 새끼를 양육하는 곳으로 철새들의 천국일 것이다. 한반도에서 관측할 수 있는 조류 중 65~70%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 조인기님 홈페이지 참조)

가거도의 어느 섬보다 해초가 풍부하다 해서 대풍리(大豊里)라 이름하였다는 3구는

지도 상으로 보면 차도가 없어 육로로  가기 힘든 곳이어서 오히려 더 가고 싶은 곳이지만 24km나 걸어서 간다하니 이제 발길을 돌여야겠다.

 회룡산을 삿갓재로 하산하여 대리로 오는 길에 우체국에 들려 CD기에서 여비를 찾아 보태니 이제 다음 여행지 도초도, 비도가 눈에 삼삼하다. 우체국을 나오다 보니 그 옆에  대한민국 최서담단 기념비와 김부렴 열사의 비석과 멸치잡이 노래비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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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는 작은 물고기로 모든 물고기들이 반기는 먹이다.

그래서 멸치는 생존을 위해 떼로 몰려 다니고 멸치떼가 나타나면를 이를 잡아 먹으려고 물고기가 모여든다. 그러니 어부들이 흥이 안 날 수 있겠는가. 그 내용은 놋소리, 멸치모는 소리, 그물넣는 소리, 술비소리, 그물 올리는 소리, 빠른 배젓는 소리, 풍장소리 등으로 되어 있다.
"만경창파 노는 멸치, 우리가 널 모를 손가, 너는 죽고 나는 살자” 하면서 흥이 나서 멸치잡기에 열을 올리며 어부가 부르는 민요로  주로 밤에 부르는 노동 어법요(漁業謠)로 전남 무형문화재 22호를 수상한 것을 기념하는 비다.

이제 여행을 마치려니  이곳에서 나서 자라 섬을 지키고 사살아온 아낙내들의 말들이 생각난다.

"옛날 이곳 사람들은 귀양도 오지 않는 뭍과는 먼 이 섬에서, 우리는  귀양살이 하듯이 살았어요. 병원이 있나, 약국이 있나. 아프거나 경조사에  뭍으로 타고 갈 배가 있나. 배 타고 거룻배를 타고 목포 가는데 1달도 더 걸린 걸요. 그래도 독실산 덕분에 식수 고생은 안했지요. 물맛이 좋아 호강을 했는 걸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세상 만나 하루에 한 번 배가 들어오지 않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나 세상이 바뀌었어요. 전화는 물론 핸드폰이 터지지 않나. 그래서 뭍보다 여기 거가도가 더 좋아요. 옛날 우리 부모님들이 고생만 하시다가 가셨지요. 옛날요?  우리들은 6.25도 모르고 지나갔을 정도였다니까요. 라디오도  잘 드리지 않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를, 국토의 가장 동쪽에 있는 독도도 다녀 왔고, 남한 최고 북쪽 뱅령도도 다녀 왔는데, 거기에다 가장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도 다녀 가니 나에게 이제는 무슨 한(恨)이 있겠는가. 내 주책 한 번 들어 보시라.


훍수저 태어나서

학창시절 찢어지도록 가난하게 자라다

서울 가까운 대처에서 자란 덕에

대학을 고학으로 고생 고생 마치고,

공무원 연급수급자 되었으니
돈도 벌만큼은 번 셈이고,

술은 목숨 걸고 지금까지 마셨어도 

망구순(望九旬) 넘게 살았으니

살만큼 산 것이고,

여행작가로 세상을
다닐 만큼 다니며 가거도까지 왔으니-,

이런 내가 

이제 죽어도 무슨 한(恨)이 남겠나?


이런 글을 왜 쓰냐구? 어제 가거도에서 구한 토속주를 마시고 주정하는 거니 이해해 주시구랴.

                                       -2019년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