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사' 개척길 따라 수리산 한바퀴 돌기

 

- 경기도 안양시 군포시 안산시 걸친 수리산
- 04.08.21(토) 10:00 -16:10
- 구름 많음
- 나홀로

 

경기남서부의 진산 수리산. 그러나 수리산 산행에서 종주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수리산은 안양, 군포, 안산시를 아우르는 산으로, 한남정맥의 허리역할을 하는 산이며, 다양한 등산로가 있어, 시민들이 쉽게 산을 찾아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등산코스에 따라서는 5-6시간이 걸리는 능선산행도 가능하며 태을봉에서 슬기봉에 이르는 능선구간은 멋진 바위로 이루어진 암릉구간으로 그곳에서의 조망 또한 일품이다.
그러나 주봉인 수리봉(474.8M)과 갈뫼봉(451.5m)이 군부대에 가로막혀 있어 능선을 따라 종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수리산 산행에선 종주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그저 완주 혹은 한바퀴 돌기를 했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그 봉우리들을 조금 비껴서 최대한 능선에 붙는 완주길을 개척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수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후 '수사사'로 칭함)
그들은 환경파괴로 신음하고 있는 수리산을 살리기 위한 여러활동과 군부대에 의해 인위적으로 차단된 등산로 개방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정말로 수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수리산은 산세가 독수리가 치솟는 형상이라 하여 수리산으로 불리웠다고 하며 진흥왕 때 창사된 수리사가 있다. 또한 수리산은 한남정맥의 허리 부분에 위치한다.

다음은 수리산에 대한 군포시민신문의 기사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속리산에서 가지쳐 나온 한남금북정맥이 안성의 칠현산에서 다시 두 갈래지어 그 중 김포 방향으로 흐르는 한남정맥. 그 한남정맥은 수원 광교산을 지나 수리산을 일군 다음 김포 들판에서 낮은 등성이로 몸을 낮추다가 문수산성에서 마침내 바다에 다다른다. 과천 관악산, 의왕 청계산이 수리산 주변에 우뚝하지만 이들은 정맥 줄기에서 한걸음 비켜서 있어 수리산이 정맥의 허리 구실을 하고 있다.
정맥의 허리라는 의미는 단지 산줄기의 중간쯤이라는 의미보다, 야생동물의 이동 통로이며, 문화양상을 구별하는 분기점이자 고갯마루를 통해 문화교류의 이음매 구실을 한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수리산은 단순히 친숙한 동네 뒷산이 아니라 인문지리적, 생태적 의미가 힘있게 흐르는 낮지만 큰 줄기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01/27 군포시민신문 기사 중에서

 

수리산 “내 가슴에 더 이상 구멍내지 말라”
생각을 바꾸어야 산이 살고,산이 살아야 도시도 산다
수리산에는 이미 도처에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그 가운데서도 관모봉과 수암봉 밑을 수리터널, 수암터널로 통과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로 건설 계획이 잇따르고 있어 산으로서 수리산의 운명은 절박함이 더해가는 처지이다.
민자사업으로 추진 중인, 광명시에서 호매실IC까지를 연결하는 연장 26km의 수원-광명간 수도권 서부고속도로는 자연이 잘 보존된 수리산 서부지역을 구슬꿰듯 터널과 교량으로 관통할 예정이다. 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42번 국도와 39번 국도 구간중 혼잡 구간을 대체하기 위한 매송-팔곡간 우회도로를 2009년까지 개설할 계획이다.
수리산 관통 도로 건설은 자연생태와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대기오염, 소음 공해, 지하수맥 차단과 하천 건천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02/21 군포시민신문 기사 중에서

 

이렇게 수리산은 한남정맥의 허리로서 인문지리적, 생태적 의미를 가지고 있고, 군포 안양시민들의 도심속의 소중한 휴식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산이다.
산을 사랑하는, 더구나 군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음하는 수리산을 살리고자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수사사' 여러분들께 같이하지 못하는 산꾼의 미안함과 동시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도 홀로 그 수사사 개척길을 따라가 본다.

 

 


수리산은 U자형의 말발굽 모양이다. 가운데 운푹파인 곳이 병목안이다. 위 지도에서 수리산으로 표현된 곳이 수리봉이며, 꼬깔봉이라 표현된 곳이 갈뫼봉이다. 수리봉에서 갈뫼봉에 이르는 구간에 공군부대가 위치하고 있으며, 그 구간에서 원래는 수리봉 바로 밑에서 수리사 방향이나 병목안 방향으로 하산하였다가 수암봉으로 향하는 능선으로 다시 올라붙어야 한다. 하지만 수사사 개척길은 하산하지 않고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통과하게 된다.
일반적인 완주길은 안양5동 충혼탑(현충탑)에서 시작해서 제1만남의 광장을 거쳐 관모봉을 올라 태을봉, 슬기봉, 수암봉으로 해서 병목안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집뒤의 들머리를 통해 태을봉에 바로 올라 수리산을 한바퀴 돌고 다시 태을봉으로 올라서 원점회귀하는 코스이다. 아쉽지만 관모봉은 빠진다.


새벽산행 말고는 수리산에 오른 지가 한참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수사사 개척길을 따라 '수리산 한바퀴 돌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수리산 산행에서 산본 쪽의 들머리는 크게 세 군데이다. 외곽순환도로 산본IC 밑의 육교 있는 곳에서 노랑바위길을 거쳐 관모봉으로 오르는 길과 산본 주택단지 뒤편에서 태을봉으로 오느는 길, 그리고 산본8단지 뒤의 수도사업소 옆에서 슬기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오늘은 주택단지 뒤에서 태을봉으로 오르기로 한다.    

산본 주택단지 바로 뒤의 들머리 입구에 차를 대고 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의 계단

 

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은 독서의 숲을 거치는 길이고, 오른쪽은 산불감시탑을 거쳐 태을봉에 오르는 길이다. 오른쪽 길로 오른다. 약30분쯤 오름길을 가다보면 밧줄지대가 나오고 밧줄길을 오르면 태을봉 바로 밑의 전망대이다. 수리산에 오를 때면 꼭 쉬어가는 곳이다. 태을봉 정상은 항상 등산객들로 북적거려서 이곳에서 쉬어간다.


 
 태을봉 바로 밑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병풍바위. 뒤쪽으로 수암봉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슬기봉을 거치는 능선길. 수리봉지나 군사시설물이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면 바로 태을봉 정상이다. 수리봉과 갈뫼봉이 공군부대에 의해 오르지 못해 태을봉이 수리산의 주봉노릇을 하고 있다. 


  

태을봉 정상 489m

 

태을봉에서 정상석을 한 장 찍고는 바로 슬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향한다. 능선길로 접어서면 곧바로 아까 전망대에서 본 멋진 병풍바위가 나온다. 이 능선길에서 제일 위험한 곳이다. 하지만 병풍바위에서 바로 보는 전망 또한 일품이다. 병풍바위를 지나면 위험한 구간은 없다.


  

병풍바위에서 바라본 슬기봉에서 수암봉에 이르는 능선


 
멀리 수암봉과 창박골 쪽으로의 능선. 수리산의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터널


 
능선길을 가다가 왼편으로 산본, 평촌 시가지를 한 컷. 가운데 모락산과 그 뒤편으로 광교산이 보인다.


  

이런 칼바위도 지나고...


  

이제 슬기봉과 수리봉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다.


   

태을봉에서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약 1시간 가량 가면 드디어 슬기봉(429m).

 

슬기봉에서 냉커피와 쵸콜릿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이제 본격적인 수사사 개척길을 가야한다. 개척길은 슬기봉을 지나 수리봉정상 쪽으로 향하다 보면 통제구역을 알리는 사거리 이정표를 지나 공군부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시작된다. 반가운 수사사 표지기가 있다. 표지기를 따라가면 되지만 조금 험하다. 초입을 지나 길을 놓치면 "이곳에서 추락사 할 뻔 했습니다"라는 친절한 코팅된 안내문을 만난다. 어느 산님이 붙여 논 것이다. 이곳을 통과하면 밧줄을 잡고 내려 가야한다. 혹시 이곳으로 왔더라도 다시 개척길과 만난다. 하지만 위쪽으로 수사사 표지기를 따라가는 길이 훨씬 안전하다.

 

그리고 개척길을 거치지 않고 수암봉에 가려면 이정표에서 안양시 방향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수암봉쪽으로 오르는 길과, 이정표의 '만남의 광장' 방향으로 내려가 수리사를 거쳐 다시 오르는 길이 있다.


  

슬기봉을 지나 수리봉정상으로 향하면 바로 나오는 이정표. 통제구역쪽으로 오른다.


  

공군부대입구 바로 밑에 오른쪽으로 수사사 표지기가 반긴다.


 
개척길에서 만나는 또 다른 반가운 표지기. 한남정맥길을 가신 '경 허'님의 표지기다.


이 길을 갈 때마다 군부대에 의한 환경파괴의 심각함에 분노가 치민다. 여기저기 군부대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널려 있고 폐기된 시설물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등산로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아무렇게나 버린 것이다. 하루 빨리 등산로가 개방되거나, 군부대 철책을 따라 정식 등산로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래야 버려진 쓰레기도 치워질 것이다. 군사시설물 보호는 군부대의 편의만 생각한 이기적인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군부대 철책을 따라 등산로가 있는 곳도 많다.

암튼 개척길을 따라가다 보면 군사도로와 만나고 군사도로 건너 공사장 뒤편으로 오르면 다시 정상적인 등산로와 만난다.


  

개척길을 지나 다시 등산로가 시작된다.


 

수암봉이 정면으로 보이고, 수암봉 가는 능선길. 철책을 따라 능성길이 이어진다.

 

철책을 따라 능선길을 15분 가량 내려가면 '네거리 쉼터'가 나온다. 쉼터 바로 위에는 헬기장이 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수암봉


 

10여분의 오름길 끝에 드디어 수암봉 정상(395m)


  
수암봉에서 바라본 안산쪽 전경. 맑은 날은 제부도까지 보인다.


  
수암봉에서 물왕저수지 쪽으로...


  
수암봉에서 바라본 태을봉. 다시 저곳으로...

 

수암봉을 넘어 능선길을 계속 진행하면 호젓한 소나무 숲길이다. 숲길을 가다보면 '소나무 쉼터'가 나온다. 아무곳에서 걸터 앉아서 늦은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나른하다. 그냥 누워서 나뭇잎 사이로 하늘을 보며 잠시 쉰다. 정말 좋다.


 
소나무 숲길끝의 이정표

 

소나무 숲길을 계속 가다보면 356고지(335.3m).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도 통제구역. 어디가나 좋은 곳에는 항상 군부대가 있다. 오른쪽으로 순례지 성당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통제구역 표지를 무시하고 직진하면 왼편으로 한남정맥길이 이어진다. 언젠가 꼭 가봐야지...


 
삼거리 이정표

 

순례지 성당쪽으로 내려서서 조금 가면 삼거리다. 또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직진하여 창박골쪽으로 하산하면 병목안 입구다. 우측으로 내려간다. 병목안 중간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인적이 드문 등산로다. 꼭 원시림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하산길이다.


 
드디어 하산. '원두막', '골짜기집' 이라는 음식점 입간판이 있는 길로 내려선 것이다.

윗쪽의 빨간 성당을 지나면 왼편으로 태을봉가는 등산로가 있다.


 
다리를 건너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의 성지로 들어선다.

 

성지를 왼편으로 끼고 가파픈 오름길이 시작된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성지순례자들도 많고, 태을봉에서 이쪽으로 하산하는 산님들도 여럿 만난다.


 

된비알 중턱에 있는 이정표. 이제 태을봉이 340m 남았다.

 

코가 닿을 듯한 된 비알이다. 구름 낀 선선한 날씨인데도 구슬땀이 흐른다. 모자를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등산화에 떨어진다.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른다. 드디어 다시 병풍바위 밑이다. 태을봉으로 바로 오를까 하다가 병풍바위 사진을 못 찍은 것이 생각나서 밧줄을 잡고 바위위로 올랐다. 곧이어 다시 태을봉...


 
병풍바위


 

다시 선 태을봉 정상

 

5시간만에 다시 태을봉으로 돌아 왔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산님들도 별로 없다. 한적한 태을봉 정상에서 한숨 자고 가고 싶어진다. 생각해 보니 수리산에서 저녁노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서해쪽으로 지는 저녁노을을 감상하는 것도 멋있을 것 같은데...
헌데 이런 내 생각을 알았는지 휴대폰이 울린다. 아내번호다. 전화기 저쪽에선 아내 대신 막내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아빠. 산에 갔어? 달님이 있어?...또 달님이 하고 술 먹어?"
대낮에도 달이 다른 동네에 놀러갔다고 말하면 믿는 3살짜리 아이다.
갑자기 저녁노을을 보고 싶은 맘보다 녀석이 더 보고 싶어진다. 서둘러 하산을 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