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길산, 적갑산, 예봉산 종주산행기(팔당에서 수종사까지...)

1. 산행지:예봉산(683m)-적갑산(560m)-운길산(610m)
2. 산행일시: 2004. 3. 13(토) 07:40~12:40
3. 일행: 회사 산악회 20인
4. 산행코스:팔당2교 예봉정앞(7:40)-예봉산(09:00)-헬기장(09:10)-철쭉군락지(09:30)
-적갑산(09:37)-운길산(11:20)-수종사(12:00)-송천리-연세중학교(12:40)-[산행5시간]


회사 산악회 정기 월례산행.
2004. 1월1일 새해 일출산행 때 예봉산을 거쳐 도곡리로 하산했던 아쉬움으로 다시 한번 마련한 종주산행길이다.
토요일 이른 시간에 삼성동 본사에서 회사버스로 출발.
뻥 뚤린 외곽도로를 달려서 팔당역 못 미쳐, 팔당2교 예봉정-주차장에서 예봉산 2.6㎞ 이정표 앞에서 출발이다.
중앙선 철교 밑을 통과하여 아직도 잠에서 깨지 않은 팔당리 마을안길을 지나, 사슴목장을 우측으로 보면서 가파르게 시작되는 예봉산으로 접어들었다.
지그재그 산허리를 감아 올라 능선 길에서 가쁜 숨을 잠시 고르고는, 또다시 출발이다.
겉옷을 벗어버릴 정도의 땀범벅이 되어 도착한 예봉산(683m).

뿌옇게 흐린 날씨로 시야가 좋지 않은 것이 흠이었지만, 어렴풋이 저 멀리 운길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후미를 기다려 준비해온 간식으로 요기를 하며, 더운 치커리차로 속을 덥히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닌가.
산에서 행하는 ‘자발적인 가난’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헬기장을 내려와 또 다시 올라선 페러그라이딩 훈련장에서의 조망은 장관이었다.
철쭉군락지를 지나 메마른 신갈나무 낙엽을 밟으며 적갑산(560m)을 지나고, 다소 밋밋한 육산 이어진 능선길을 치달았다.

지난주 토요일.
북한산에서 전날 100년 만에 왔다는 때늦은 폭설로 발목이 푹푹 빠지는 설경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는데, 불과 1주일만인데 그 많던 눈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고 이제는 건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메마른 산이 걱정이다.
능선을 지나며 철쭉이며,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국수나무, 노린재나무, 다릅나무 등을 알리는 표찰이 정겹게 느껴졌지만, 봄을 알리는 전령사인 생강나무의 꽃망울은 아직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운길산 정상(610m)은 억새풀밭을 지나고, 먼지 나는 흙산을 오르내리길 몇 번.
봉우리 3개를 넘고 넘어서 마지막 가파른 돌길을 돌아 오르는 곳 그곳에 있었다.

운길산.
정상 입간판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서 멈춘다고 하여 운길산이라 하며, 강원도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화천, 춘천을 거쳐 온 북한강과 대덕산에서 발원하여 영월, 충주를 거쳐 흘러 내려온 남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며, 산수가 수려하여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걸어온 예봉산과 적갑산을 휘 둘러보며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다시 내려가는가 싶더니 잠시 헬기장을 지나 능선을 올라 수종사 가는 갈림길에서 좌측 능선을 타고 줄기차게 달음질이다.

이윽고 수종사.
다시온 수종사.
역시나 아늑하고 좋은 곳.
두물머리의 전망 하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지난 봄에 이어, 또한 녹음이 짙은 여름날, 그리고 신갈나무 숲이 우거진 낙엽의 가을, 그리고 찬바람에 풍경소리만 서럽던 지난 겨울의 추억이 있어 이곳이 좋다.

대웅전 앞 전망대에 서니
이른 아침의 안개와 흐린 날씨는 어느덧 개이고, 날이 화창하여 멀리 양수리의 북한강철교와 양수교와 새로난 양수대교의 다리 3개가 눈에 가득하고, 먼 길 달려와 합수머리에서 만난 두물머리의 아롱대는 물빛이 아스라하다.
이곳 수종사는 조선조 세조와 관련된 절로 창건을 기념하기 위해 심은 은행나무가 명품이다. 중창불사로 다소 어수선했지만 전망대 옆 한쪽 벼랑 끝에 지은 무료 다실-삼천헌에 올라 창밖으로 조용히 펼쳐지는 조망을 즐기는 것 또한 일품이다.
세멘포장도로인 조안보건지소로 가는 진중리 길로 가지 않고, 500년 보호수인 은행나무 밑을 지나 넓은 임도로 발길을 돌려서 송촌리로 하산했다.
연세중학교 정문까지 5시간이 걸린 오늘 산행.
단체산행이었지만 비슷한 시간에 일행이 무사히 하산했으며,
또 다시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뿌듯했다.

새봄이 오고 이곳 운길산에도 생강나무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다시 찾을 것을 약속하고
하산주가 기다리는 음식점으로 찾아들었다.

-젊은 날에 산을 알게 된 것이 너무도 감사한 일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