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國, 환상의 눈꽃나라 광양 백운산




산행일 : 2004. 1. 19(월). 흐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묵방 (11:18)


  ☞무명폭 (11:40~11:45)


  ☞첫번째 무덤 (점심13:35~13:55)


  ☞헬기장 (14:30)


  ☞삼거리(15:06)


  ☞정상 (15:23~15:37)


  ☞진틀삼거리 (16:06)


  ☞진틀 (16:56)


  ☞진틀마을입구 (16:58)


총산행시간 : 5시간40분


산행지도







산행기


  그동안 이런저런 일 때문에 한 달간이나 오르지 못했던 산행을 하게 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명절이 내일모렌데 멀리 가는 것도 그렇고, 오랜만에 가는 산행이고, 매주 휴일이면 찾던 산을 한 달간이나 오르지 못했으니 떨어질 데로 떨어진 체력을 단숨에 회복하지는 못하겠기에 가까운 백운산을 찾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왕이면 안 가본 코스를 오르려고 선동마을을 기점으로 백운사거쳐 정상에 오른 후 신선대에서 진틀마을로 내려오려고 마음을 먹고 선동마을입구에 주차를 하고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정표 하나 없다.


지도를 보면서 마을을 지나 축사 왼쪽 길로 오르는데 송아지만한 진도개 비슷한 누렁이가 엄청난 기세로 짖어댄다. 등산로 이정표, 안내판이 전혀 없으나 물어볼 동네사람도 눈에 뜨이질 않는다. 널찍한 임도를 따라 무작정 오르는데 한 20분쯤 올랐을까, 갑자기 그 넓은 길이 끊어진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등산로는 보이질 않는다.


 


  다시 되돌아 내려오면서 등산로를 찾는데 어떤  커브길에서 빨간 리본이 보이고 아주 희미한 길이 눈에 들어온다. 저런 길은 정상적인 등산로가 분명 아닐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혹시나 해서 그 길을 택해본다. 리본에는 부산 개인택시조합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잡목으로 가리어 길이 아닌 길을 뚫고 나가고 있었고, 왼쪽으로 밤나무 과수원을 가로막는 철조망을 따라 길이 아닌 길은 희미하게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10분쯤 가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되돌아 나가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임도로 되돌아 나올 수밖에.


선동마을코스를 포기하고 묵방마을로 코스를 수정해야겠다. 1시간이나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요즘유행하는 팬션 오른쪽 길건너에 계곡이 있고, 계곡 오른쪽에 주차장과 등산로 입구가 있다.


 



무명폭. 높이가 족히 10여m는 된다.


 


  묵방마을코스도 아무도 오르지 않은 한적한 코스다. 무명폭포부근에서 광양에서 왔다는 분과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은 후 그분은 앞서가고 폭포를 바라보다가 뒤를 따라 오른다. 폭포에서 5분쯤 올랐을까 갑자기 갈림길이 나오는데 광양아저씨발자국이 계곡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 길을 멀리까지 바라보아도 길이 아닌 것만 같고, 왼쪽길이 계곡길보다 훨씬 선명하게 보이기에 왼쪽(5부쯤 되는 능선길)으로 접어든다.


 


  그런데 이 길은 나중에 안 일이지만 최근에 누가 새로 개척한 듯 길은 뚜렷하게 나있지만 아주 좁은 길로서 백운사나 백운암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이 길로 오르면서 오늘 죽도록 고생을 하게 될 줄이야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나.


  아까 광양아저씨 따라 계곡 길로 올랐으면 고생을 덜하게 될뿐더러 도란도란 얘기도하면서 재미있게 오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그 아저씨와 헤어진 이후로 산행이 끝날 때까지 산행 내내 단 한명도 만날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첩첩산중에 무덤을 지날 때는 공포감이 엄습해오기도 하니 담이 약한 사람은 헛것을 볼 수도 있지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첫번째 무덤 조금 지나서 보온병의 물을 부어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허벅지까지 눈이 쌓인곳도 있다.


 


  눈이 많이 쌓인곳은 허벅지까지 눈이 올라오니 몇 미터만가도 숨이 차고 서서히 오른쪽 허벅지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정상까지 가려면 아직도 반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니 걱정이 앞선다. 되돌아서 내려가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주능선에 가까워질수록 눈꽃(雪花)이 상고대가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첫번째 헬기장. 신선대(왼쪽)와 정상(한 가운데)이 보인다. 갑자기 까마귀 수십마리가 날아 올라 깜짝 놀랐다. 아니 까마귀가 더 놀랬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주능선에 도착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젠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눈꽃이 터널을 이루면서 설국(雪國)으로 동화의 나라로 인도하니 이곳이 정녕 인간세상이란 말이더냐. 아니다. 여기는 천국이지 결코 인간세상이 아니다.


언제 허벅지에 쥐가 났더란 말이냐. 기운이 절로 난다.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한다.


덩실덩실 춤추고 싶다. 노래하고 싶다. 아름다운 시가 절로 나올 것만 같다.



 



 



동화의 나라로


 



날씨가 맑으면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어 기가 막힌 사진이 되었을텐데. 실제보다 10분의 1도 안될만큼 사진이 잘 나오질 않았다.


 



상고대 사이로 억불봉이 보인다.


 


  산은 우리에게 사계절 무한한 것을 제공하고 있다. 겨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이렇게 雪國을 만들어 주지 않는가! 감사해야한다. 우리는 우리의 산에 항상 감사해야만 한다.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수없이 찍는다.



백운산 정상인 상봉


 



정상 (바로 뒤에 신선대가 보인다.)


 



백운산 억불봉쪽 주능선(맨 왼쪽 봉우리가 억불봉)


 


  삼거리에서 부터는 수 많은 발자국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진틀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랐었는가보다.


  정상에서는 흐린 날씨 때문에 지리산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를 않는다.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다.



섬진강쪽 조망


 



정상석에 핀 설화


 


신선대쪽으로 하산하려고 내려가 보니 오늘은 내려간 사람이 없는 듯 어제 찍힌 듯한 발자국이 희미하게 보인다.


시간도 그렇고 해서 되돌아서 진틀쪽으로 하산을 해야겠다.


 


  하산 길은 눈이 안 왔을 때보다 더 빨리 내려갈 수가 있다. 일단은 아이젠을 착용했으니 미끄러지지 않고, 쌍스틱을 짚고 내려가니 중심을 확실히 잡을 수가 있어 속보로 내려가는 게 가능하다.



 진틀마을 왼쪽에 있는 화기물보관소. 진틀방향, 병암계곡쪽으로 오르려면 이건물뒤로 올라야만 헤매지 않고 제대로 오를 수 있다.


 


  진틀마을에 다다라서 자세히 보니 여기도 등산로 입구라는 팻말이나 이정표 하나 없다.


외지에서 처음 오는 사람들은 헤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진틀마을 입구. 여기로 2분만 오르면 왼쪽에 화기물보관소가 나온다.





▣ 永漢 - 백운산 억불봉쪽 주능선 눈은 양모이불을 덮어 놓은 것 같습니다.^^
▣ 브르스황 - 영한님 오랜만입니다. 날씨만 맑았다면 기가 막힌 작품사진이 많이 나왔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즐산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요.
▣ 에덴산악회 - 좋은 글과 사진을 올려주어 23일 가는데 도움이 되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