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산(858.1m)


 


 

산 행 일 : 2005. 1.9

산행인원 : 산악회원20명 (남15, 여5)

산행시간 : 4시간20분 소요(휴식포함)

구간별시간 : 춘천땜골 9:40 → 삿갓봉12:00 → 가덕산13:5 → 춘천시서면 툇골14:00


산행후기 :

올 들어 제일 춥다는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산행을 위해 집결지인 공설운동장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다. 평상시엔 열명남직한 인원이었으나 신정맞이 이번산행에 산악회장님께서 오리구이 점심을 제공한다는 꾐(?)에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하였나 보다.

회원은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구성된 50대후반으로 건강관리를 목적으로하는 부부동반 산행을 주로하고 있다.


09:10분에 출발하여 춘천땜 골짜기에 도착하여 09:40분에 산행이 시작되었다.

기도원앞에서 곧장가는 가파른길과 왼쪽으로가는 완만길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다 먼저 출발한 서너명의 회원이 곧장가는 가파른길로 간 것 같아 우리일행도 따라간다.

오늘의 고단함이 예상된다.

  

올들어 최고로 춥다는 기상대의 예고가 적중하였는지 빰에 와 닫는 기온이 뺨을 얼얼하게 만들고, 하얗게 내뿜는 입김이 겨울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골짜기로 들어서니 이내 졸졸 흐르던 계곡물이 얼음보숭이처럼 하얗게 얼어있다.

20여분쯤 오르니 서서히 체온이 오르고 얼얼하다 못해 따갑게 느껴지던 뺨도 견딜만하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 고개마루를 향해 오르고 또 오른다.

선발대 7~8명이 30여분만에 고개마루에서 잠시 쉬며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린다.


여기서부터 삿갓봉 정상까지는 그야말로 삿갓을 엎어놓아 명명되었다는 가파른 경사60도가 넘는 길을 올라야한다. 깍아세운듯한 비탈길이다.

오른쪽엔 수렵장으로 동물들이 넘어가지 못하게 철책을 쳐놓았다. 이 철책을 따라 계속 오르기 때문에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다만 너무 가파르고 정상까지 30~40십분동안 계속 오르막이 사람을 질리게한다.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급경사길이 마지막 계단길을 끝으로 삿갓봉(716.1m)의 정상은 끝난다.

가뿐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올라왔던 길을 뒤돌아본다. 스스로 대견함에 흐뭇해하며 휘둘러경치감상한다. 멀리 북배산, 가덕산의 능선이 보이고, 다리는 슬슬 엄살을 부리기 시작한다.

후미는 보이지도 않게 쳐저있다.

여자회원의 귀밋머리에 땀이 흐르다 얼어 고드름이 1cm길이로 달려 묘한 귀걸이를 한듯보인다. 영하의 기온이 배낭 포켓이 넣은 물도 얼려버린다. 매서운 날씨다.


겨울산은 아낌없이 자식들에게 모든 것 다주시고 늙으신 부모님 얼굴의 주름처럼, 모든 것이 다 보여준다. 깊은 골짜기까지 그 모습을 다 보여준다.

여름에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골골을 아무런 가림없이 모두 보여주어 쓸쓸하다.

  

후미 일행들이 도착하여 방빼라는 농담을 받으며 길 안내자를 따라 비교적 걸음이 느린 여자들이 먼저 길 나선다.

수럽장 철책이 가덕산까지 이어진 듯 철책선을 따라 하산하다 임도를 건너 오름산한다.

철책선이 넘어가지 않게 매어 놓은 굵은 철사 지지선이 무심코 걷던 사람들을 넘어지게 만든다. 일행중 한 사람이 넘어져 타박상을 입어 지친 몇사람과 함께 임도에서 하산한다.

  

가덕산을 오르는 능선길은 비교적 완만하나 삿갓봉을 오르며 지친 다리가 쉬자고 자꾸 엄살을 부린다.

산행은 자신과의 싸움이라 누구에게 엄살을 부리지도 못하고 인내하며 오르고 또 오른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보여지는 산들의 모습과 아득히 이어지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자세히 보면 그 앙상한 가지들의 눈에 새로운 생명의 꿈틀거림이 산행의 고단함에 청량제가 된다.

여름이면 한줄기 바람이 더할나위 없는 맑고 달은 창량제이듯...


산행을 시작하여 3시간 20여분만에 삿갓봉을 거쳐 가덕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지난가을 억세산행으로 올라본 북배산의 능선길로 억세의 길이 확연하게 나있다. 가을이 지난 겨울에는 산불위험도 있어 억세를 모두 자른다고한다.

가덕산에서 북배산까지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억세의 자취가 큰 도로마냥 하염없이 펼쳐져있는 모습이 새롭다.

  

조망후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툇골로 하산한다. 우측으로 내려오면 경기도요 왼편으로 하산하면 강원도다.

지난 가을 북배산 산행때 경기도 사람들이 자기 고장으로만 이정표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부러움 반 시샘반으로 중얼거린 생각이 난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안와서 눈을 밟아보지 못하였는데 800m부근에는 약간의 눈이 쌓여 올들어 처음으로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아 보았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1시간 30분이나 소요되는 길을, 지루함도 없애고 산행을 하고픈 회원들의 바램으로 마구잡이 하산을 시도한다.

  

양지쪽이라 그런지 눈은 간데없고 소복히 쌓인 낙엽으로 발이 푹푹빠지고 미끄러진다.

일행중 누군가 “우리 이거 겨울산행 맞어? 가을 낙엽산행아닌가?”하고 감탄반 푸념반을 늘어 놓는다.

미끄러지다 낙엽속에서 파란 풀잎을 보았다. 낙엽을 이불삼아 속에서 추위를 이기고 있었나 보다. 무심코 내려오다 뒤돌아 본다. 다시가서 낙엽을 덮어주어야할 것 같다. 몇 번이고 미끄러지고 엉덩방아를 찧다가 길이 보인다.


길이 아닌 곳으로 내려온 벌로 임도와는 2~3m가 넘는 벼랑이다. 이리저리 내려갈 곳을 찾았으나 쉽지가 않다. 매번 머리가 보이지도 않게 큰 배낭을 지고 다니던 회원이 배낭에서 꾸무럭 꾸무럭 로프를 꺼내어 줄을 맨다. 남자회원들을 로프를 타고 내려오고 여자회원들은 수십미터를 돌아 내려왔다. 무겁게 커다란 배낭은 왜 지고다닐까하던 의문이 조금은 풀리기 시작했다.


툇골 주차장에 도착하니 14:00이다. 배에서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우성친다. 숯불에 굽는 오리구이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기온은 뚝 떨어졌으나 햇볕이 따뜻하고 바람이 없어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잠시 전에 힘겨웠음은 어느결에 달아나고 다음번 산행을 꿈꾼다.


 

2005.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