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봉근처 암봉에서 바라본 능선재에서 한티재까지의 파노라마입니다. 

 

산행지 : 팔공산종주(갓바위-다비암)

일   시 : 2004. 09. 19 (일)맑음

산행자 : 산사랑방 홀로

교   통 : 대중교통(대구공항앞 20분간격 104번→갓바위주차장)

           자가차량(학명리 다비암→대구) 
 

07:00 갓바위주차장 -산행시작-

07:40 용덕사

07:50 약사암

08:00-08:10 갓바위(관봉)

08:20 선본사 -동봉 초입-

08:50-09:00 능선재(은해사갈림길)

09:30 동화사, 팔공약수(70m)갈림길

10:00 동화사3km, 팔공폭포3km 갈림길

11:00-11:10 동봉(1,155m)

11:30-11:40 서봉(1,041m)

12:30 톱날바위

12:55 마당재 헬기장(부인사갈림길)

13:15 파계봉

13:30 파계재(파계사 갈림길)

14:00-14:30 한티재(휴게소)

15:40 치키봉

15:55 할아버지 할머니바위

16:30 가산(902m)

16:35 용바위

17:10-17:25 가산바위

18:30 다비암(계정사) -산행끝-

  

구간별 총거리(28km) : 주차장→2.0←갓바위(관봉)→7.2←동봉→1.1←서봉→5.1←파계재

                                  →2←한티재(휴게소)→5.5←가산→1.6←가산바위→3.5←다비암(계정사) 
 

총 산행시간 : 11시간 30분, 28km(이정표기준) 


 

산행전 이야기.. 
 

토요일저녁 오랜만에 경산의 큰 동서 집에서 고달픈 세상사 안주삼아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새벽 1시, 겨우 잠자리에 듭니다. 이번 일요일은 금정산종주를 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내일은 꼭지(아내)가

중간고사 시험 친다고 고생하는 막내둥이(고3)를 위해 집에 있어야 한답니다. 
 

막내놈은 고3이지만 스스로 모든 일을 알아서 잘 하니 일요일마다 둘이서 산에 다녀도 전혀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집에 있으면 아이들이 어리둥절할 만큼 부모에게 협조(?)를 잘해주니

고맙기만 하지요. 
 

할 수 없이 금정산은 다음에 꼭지와 같이 가기로 하고 지리종주를위한 체력테스트로 팔공산을

종주하기로 합니다. 새벽 4시30분에 알람을 해놓았으나 일어나질 못하고 5시30분에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지척도 없이 살며시 동서 집을 빠져나옵니다.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갓바위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꼭지를 만류해 트렁크에 실어놓은 배낭을

꺼내어 대구공항앞 버스승강장에 내립니다. 종주를 하려면 원래 05:50 첫차를 타야하는데 1시간 늦게

104번 버스(06:40)를 타고 갓바위로 향합니다. 
 

공항에서 20분, 생각보다 빨리(거의 무정차) 7시에 갓바위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도시락도 없는지라 매점에서 따뜻한 오뎅으로 요기를 하고 떡메에 쳐서 만들었다는 찹쌀 시루떡을

(팥고물이 맛있음) 한 봉지 사서 배낭에 넣고 걷기 싫지만 어쩝니까. 그 시멘트 길을 오릅니다.


 

약사암 가는 길..

  

팔공산 종주는 사실 식수만 충분히 갖고 가면 됩니다. 새벽요기는 갓바위 시설지구 식당에서 해결하면 되고

점심은 부지런히 걸어서 한티휴게소에서 해결하면 되니 배낭무게는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갓바위로 바로 오르는 지루하고 가파른 돌계단으로 오르지 않고 상가를 지나자마자

우측 작은 소로(옛길) 따라 갓바위 예전의 돌너덜길로 올라 약사암을 거쳐 갓바위로 오르기로 합니다.

  

▼벌써 하산하는 산객들

 

처음 30여분동안 가파른 돌너덜을 헥헥거리며 올라 소나무 숲이 좋은 능선안부를 내려서니 바로 용덕사입니다.

이곳부터는 갓바위가는 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널찍한 오솔길을 10여분 걸으니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 한 약사여래입상이 있는 약사암입니다. 
 

▼약사암의 약사여래입상


 

약사암의 여래입상이 여성미라면 갓바위부처(미륵여래좌상)는 남성미라 서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합니다.

그러면 약사암의 여래입상이 뒤를 돌아 서로 마주보고 있어야 하는데 삐졌는지 어쨌는지 등을 돌리고 서 있습니다.


 

갓바위 부처님에게도 휴무를.. 
 

혼자 이상한 생각을 하다 쫓기듯 약사암 우측으로 돌아서니 헐~~@ 갓바위로 올라가는 급경사 돌계단입니다.

“역시 힘이 드네..” 혼자 중얼거리며 10여분 급경사 돌계단을 무릎이 얼얼하도록 엉금엉금 오릅니다.

사실 갓바위는 설악의 봉정암처럼 힘들게 올라야 기도의 효염(?)이 있다 합니다. 

 

▼갓바위 에서 바라본 조망 

 

▼갓바위 부처님의 세파에 시달린 심통한 모습, 지긋이 눈을 감고 무슨생각을 하시는지.. 


  

오늘의 갓바위 부처님모습은 상당히 심통(?)한 표정입니다. 하긴 뭇 중생들의 소원 들어주랴 휴무(?)도 없이

천년이 넘게 시달리다 보니 지치고 힘겨운 듯 한 표정이 당연할 것입니다. 사랑방 소원까지 빈다면 이제는

무너져 내릴 것 같아 조용히 선본사로 내려섭니다. 
 

선본사 바로아래 초입을 지나 능선 암능에 올라서니 전망이 좋습니다. 지리산을 닮았다는 주능선의 돌길과,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는 지형적인 특성이 지리산과 흡사하여 지리종주나  덕유종주를 하기 전에  체력테스트로

안성맞춤입니다.


 

동봉 가는 길.. 
 

암봉인 인봉을 지나고 은해사 갈림길인 선본재 전망바위에서 잠간 휴식을 하고 내려서니 좌측으로 동화사,

우측으로 팔공약수70m 갈림길인데 한 번도 약수터로 내려가 보질 않아서 샘물이 있는지 어떤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종주 중에 70m는 700m보다 더 멀게 느껴지더군요. 
 

이곳부터는 지리산 토끼봉 오름길 같은 급경사를 20여분 헥헥거리며 오릅니다. 전망 좋은 993봉으로

이 봉우리를 넘어서면 속도를 낼 수 있을 정도라 전망 좋은 암능 구간은 우회 길을 버리고 암봉도

몇 개씩 타면서 느긋하게 나아갑니다.

  

▼993봉에서 뒤돌아 본 930봉-능선재-인봉-갓바위 방향 조망입니다.


 

▼우잉~~@ 금정산 금샘을 누가 팔공에다 옮겨놨을꼬(?)..  전면 염불봉과 병풍바위의 조망 

 

어차피 꽃구경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풍구경 온 것도 아닌 고통 속에서 걷는 즐거움을 맛보러

왔으니 부지런히 걷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입니다. 동봉 700m전 염불암부터 30여분 할딱할딱 땀에

젖어 올라서면 시원한 조망을 선사하는 암봉으로 이루어진 동봉입니다.

 

▼동봉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


주차장에서 출발한지 4시간, 갓바위에서 3시간이 소요되었으니 그냥 보통속도입니다.

이정도 컨디션과 진행속도라면 가산 다비암까지 충분히 종주를 할 수 있겠다 싶어 가야할 능선을 가늠하고

10여분 시루떡으로 간식을 먹으며 쉬어갑니다.  


 

한티재 가는 길, 무릎도 아프고 몸도 서서히 지쳐가는데.. 
 

이곳부터 가산구간은 서봉을 거쳐 파계봉까지가 제일 힘든 구간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거의 오솔길을 밟는 준 고속도로라 널널하게 진행 할 수 있습니다. 
 

동봉 나무계단을 내려와 비로봉아래 어설픈 표정의 약사여래입상에 눈도장을 찍고 큼지막한 돌무더기

너덜을 껑충껑충 타넘으며 떡갈나무 숲으로 파고듭니다.

서서히 높아지는 고도 따라 10여분 가파른 길을 씩씩거리며 올라 낯익은 헬기장을 지나니 서봉입니다. 
 

▼서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톱날바위-파계봉-한티재-가산까지의 주 능선

  

▼서봉에서 바라본 수태골하산길의 애기공룡(?)

  

서봉에서 수태골을 향한 애기공룡(공룡병에 걸린 사랑방이 붙인 이름)능선이 늘 마음에 들어 오늘도 잠시

조망을 즐기다 톱날바위 능선을 향해 등로에 신경을 쓰며 내려섭니다.

떡갈나무는 무슨 염료가 부족한지 단풍색깔도 없고 그냥 회색빛 으로 시들어 매달려 있으니 보기가 흉하지만

어쩝니까. 모두 베어내고 단풍나무로 심을 수도 없고~~@@ 
 

오늘은 시간도 시간인지라 톱날능선을 타넘는 위험한 모험을 하지 않고 켕기는 뒤꼭지 감추며 입 꾹 다물고

우측사면으로 우회하여 벗어납니다. 암능위가 전망이 좋다보니 많은 산행객들이 두루두루 조망을 차지하고

않아 점심을 먹는데 도시락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사랑방도 은근히 배가 고파집니다.

아직 한티재까지는 한참을 가야하는데~~ 에구 배고파~@@ 
 

▼지나온 톱날바위의 조망


 

용케(?) 톱날바위를 벗어나니 마당재 헬기장입니다. 여기서 좌로 부인사 하산로가 있고 20여분 엉성하면서도

위험한 돌길을 올라서면 파계봉인데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아잣차차~~~쿵! 삐죽한 바위를 헛디뎌 나동그라지고

맙니다. 겨우 몸을 지탱해 더 이상 바위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엄청 아픕니다.~@@ 
 

무릎이 얼마만큼 다쳤나 싶어 바지를 걷어 올립니다. 우이잉~~^^* 다행이도 바지가 두꺼워서인지 찢어지지도

않았고 무릎은 찰과상만 조금 입었을 뿐 상처가 경미합니다. 상처야 아물면 되지만 이 불경기에 바지가 찢어지면

재무부장관 볼 면목이 없으므로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아직 영남알프스의 훈장도 그대로 있는데 오늘 또 팔공에서 더블훈장을 타게 되니 두루두루 목적달성은

한 셈인가요? 혼자 궁시렁거리며 전망 없는 파계봉에 올라 얼얼한 무릎을 주물러 주고는 파계재를 향해

진흙이 미끄러운 급경사길을 조심조심 내려섭니다. 여기서 미끄러져 엉덩이 흙칠(?)하게 되면 창피해서

휴게소의자에 앉지도 못할 테니 말입니다. 
 

▼파계재 헬기장에 올라서니 키만큼 자란 억새가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합니다.

  

허헉~~ 근데 이제 무릎까지 “아야”소리를 하게 합니다. 갑자기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하니 그동안

게을러서 새벽산행을 하지 않은 죄값(?)을 톡톡히 받으려나 봅니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이 일을 어쩐다?

그만 파계사로 하산할까? 잠시의 생각일 뿐 계속 갑니다. 엉금엉금이라도 갈 요량으로..


 

한티휴게소의 칼국수와 물오징어 한 마리.. 
 

▼한티휴게소 전경인데 건물 좌측 화장실 뒤쪽으로 가산가는 등로가 이어집니다.

 

대부분 단체산객들은 한티재에서 시작해 갓바위까지 17-18km정도 산행을 하지요. 참고로 한티재에는

대중교통이 전혀 없습니다. 이곳부터 가산 다비암까지가 등산로는 좋지만 종주 마지막 10여km거리로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구간입니다. 벌써 시간은 오후2시 늦은 점심시간입니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칼국수를 한 그릇 시키니 10분을 기다리라 합니다. 
 

갑자기 삐리릭~! 꼭지(아내)의 전화,

“웅 우짠 일이고?” 경상도 남자가 다 그렇듯이 무뚝뚝하게 묻습니다.

“내 지금 친구하고 가산바위로 마중가려고 하는데 지금 다비암에서 출발한다.”

ㅋㅋㅋ~~@%@ 이때가 살면서 제일 행복한 순간입니다.

종주길 힘든다고 서방님을 위해  마중나오는 꼭지가 얼마나 대견합니까?

“알았다. 내 지금 칼국수 시켜놨는데 퍼떡 묵고 갈께”하고는 뚝 끝습니다. 
 

여기서 빨리 가면 가산바위까지 2시간30여분, 꼭지가 먼저 도착할 것 같아 서두릅니다. 국수가 나오는 동안

시큰거리고 따가운 무릎을 스트레칭하고 수통에 물을 보충하고 기다리니 칼국수가 나옵니다.

국물이 너무 짜워서 냉수를 부어 한 그릇 해치우고는 현관문을 나서니

꼭지가 좋아하는 물오징어를 돌에 굽고 있네요. 
 

꼭지와 해병대부인을 위해 한 마리 사서 배낭에 넣고 건물 좌측 화장실옆으로 가산가는 초입에 이릅니다.

솔잎가지 푹신하게 깔린 고만고만한 능선을 올라 시큰거리는 무릎 절룩거리며 내달리니 곳곳에 가족단위

산객들이 둘러않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티재에서 가산가는 주 능선을 가득메우고 있는 야생화

   


 


가산(902m)과 용바위, 그리고 가산바위.. 
 

근 1시간 만에 치키봉을 지나 할아버지 할머니바위에 이르러 걸음을 멈춥니다. 오늘은 어떤 표정일까?

내 마음속의 웃음과도 같은, 내가 웃으면 같이 웃는 모습으로, 찡그리면 같이 찡그려주는 모습의 해학적인

미소로 다가옵니다. 
 

▼언제 보아도 해학적인 미소의 할아버지 할머니바위


 

바위를 지나 허물어져가는 산성 돌 성곽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 이곳부터 서서히 높아지는 고도 따라 30여분

들숨도 날숨도 헉헉거리며 오릅니다. 동문으로  가려면 탄탄대로인데 가산을 찍으려니 역시나 힘이 듭니다. 
 

헥헥~~@@ 인내도 한계에 다다를 즈음..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 가산(902m)입니다.

정상석은 없지만 이정표지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제일 쉬운 길은 동문을 거쳐 진남문으로

하산하는 것이고 다비암(계정사)까지 고집 피워 가려면 가산바위에 올랐다가

그 옆 학명리 이정표따라 1시간여 내려가면 다비암입니다. 
 

가산에서 가산바위로 바로 향하려다 용바위의 전망이 보고 싶어 우선 용바위로 향합니다.

왜 이름이 용바위인지는 모르지만 바위 위가 전망이 좋고 또한 바위가 꼬리를 박차고 하늘로 비상하는

용의 머리를 닮은 형상이라 그렇게 부르는가 봅니다. 진달래피었을 때는 조망이 좋더니만

오늘은 조망이 별로라 바로 터덜터덜 가산바위로 향합니다. 
 

우마차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널찍한 임도 따라 가산산성 중문을 지나니 성안분지입니다.

봄이면 지천에 피어있는 노란 복수초가 반겨 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산바위에 오릅니다.

저기 꼭지가 해병대부인과 함께 기다리고 있네요. 구세주를 만난 기분입니다. 
 

▼꼭지와 해병대부인이 가산바위에 앉아 억새를 바라보며 사랑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산바위에서 바라본 대구시내방향 풍경입니다.


  

널찍한 가산바위에 앉아 동서남북 탁 트인 조망을 즐기며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웁니다.

오늘은 무릎도 시큰하고 종아리도 얼얼하니 종주병걸린 사랑방 소원성취(?)한 셈입니다.

다비암하산길에서 무릎 때문에 약간 고생은 합니다만 1시간여만에

무난히 다비암에 도착 오늘의 종주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