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국사암능선~상불재~혜일봉능선

1:25,000지형도=악양

2004년 9월 19일 일요일 맑음(19~26도) 일출몰06:15~18:30

코스: 운수리 목암마을11:00<1.4km>국사암 뒤 케른11:30<2.8km>조망바위14:40<1.3km>1330m봉15:30<0.5km>16:00<2.8km>내원골합수지점18:00<2.3km>쌍계사주차장19:00

[도상11.1km/ 8시간 소요]

개념도   개념도
 

개요: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하동분소의 쌍계사나 불일폭포는 너무도 유명하다.

그러나 불일폭포를 감싸 안은 남부 능선상의 지능선인 국사암능선과 내원골계곡을 거느린 혜일봉능선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지리산의 오지로 남아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본 국사암능선    위에서 내려다 본 국사암능선 
 

초입의 국사암은 쌍계사의 부속암자로 신라 성덕왕23년에 쌍계사를 창건한 의상의 제자 삼법스님이 안거했던 곳이다.

경내에는 후대의 진감선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살아나, 천년의 세월을 넘긴 느릅나무가 있어 더욱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지형도엔 없지만 현지인들은 이 암자의 이름을 따서 국사암 능선으로 부르고 있다.

혜일봉능선    혜일봉능선(전면)
 

혜일봉능선은 남부능선상의 1330m봉과 관음봉(1170m)사이의 안부에 해당하는 상불재에서 뻗어내린 능선으로 이 능선의 끝자락에 불쑥 솟아오른 삼각형의 봉우리를 혜일봉으로 부르는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상불재는 동쪽 청암면의 청학동으로 내려가는 길과 서쪽의 불일폭포로 내려가는 길목이어서, 내삼신봉을 경유하는 양쪽방면 연계산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형제봉까지의 남부능선   형제봉까지의 남부능선
  
 

이번코스의 지리산 남부능선 후반부의 서쪽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단천골과 선유동계곡, 그리고 지리산 최대 최장의 길이를 자랑하는 불일폭포계곡물과 내원골 계곡물이 합쳐지는 쌍계계곡물은 화개천 따라 내려가 섬진강이 되어 남해의 광양만으로 빠져든다.

반대편의 청암면쪽 물들도 섬진강으로 흘러들기는 마찬가지다.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화개천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화개천
 

가는길: 쌍계사와 불일폭포를 구경하고 불일암에서 국사암으로 가는 작은 언덕을 넘어서면 제법 널따랗고 호젓한 숲길이 완만하게 이어진다.

시간에 쫓기는 산행이라면 쌍계사 주차장 위의 묵암마을에서 곧장 국사암으로 진입해도 무방하고, 초입은 국사암 직전의 오른쪽 언덕배기로 올라서면 된다.

국사암능선의 시발점    국사암능선의 시발점 
 

통나무 흙계단길을 올라 고갯마루 넘어가면 아주 오래된 돌탑의 케른이 나타나는데, 이곳의 날등을 잡아타고 십여분 진행하면 전봇대가 있는 옛 절길로 올라서게 된다.

계속되는 등로는 동북동방향으로 이어지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럴 때면 날등을 고집해야 한다.

 험난한 능선길      험난한 능선길
 

초반엔 관목수림과 키작은 물푸레나무들이 시야를 가리다가 고도를 높이 할 수록 짙은 정글의 산죽이 연이어 나타난다.

산길은 더욱 가팔라지며 몇백년 묵은 낙락장송의 암릉지대가 불쑥불쑥 나타나는데, 잘 살피면 주로 왼쪽으로 계속 진행할 수가 있다.

연하봉에서 천왕봉까지    연하봉에서 천왕봉까지
 

해발980m의 능선 분기점에 서면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고 영신봉을 비롯한 천왕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지금부터 능선길은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어지는데 도중에 커다란 절벽지대를 만난다. 등로가 전혀 없는 그 곳에서 계속 우회하지만 말고 적당한 곳에서 암릉으로 올라서야 한다.

980m봉에서 본 전망바위    980m봉에서 본 조망바위 
 

곧이어 나타나는 조망바위를 소나무 등걸 비집고 올라서면 지리산 주능선 남부방면이 거의 다 조망된다.

영신봉에서 형제봉까지는 물론이고, 의신마을과 목통마을 그리고, 유장하게 흘러가는 섬진강의 상류가 뚜렷하다. 또한, 혜일봉능선도 눈아래 깔려서 한달음에 도착할 듯 보인다.

전망바위서 본 의신마을    전망바위서 본 의신마을 
 

조망바위에서 내려와 절벽지대에 맞닥뜨리면 왼쪽 산죽속으로 등로가 살아나간다. 안부를 지나서 이번 코스의 꼭지점 1330m봉이 뚜렷할 즈음, 선유동계곡 갈레길이 나타난다.

한차례 급경사를 치오르면 남부능선길과 만나는 지점, 또다른 전망바위에 서면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이 손 바닥을 들여다보는 듯 하다.

상불재 이정목    상불재 이정목
 

상불재 이정표에 도착하여 곧장 혜일봉능선으로 갈아타면 의외로 등산로는 뚜렷해서 많은 분들이 들락거렸음을 알 수가 있다.

급하게 쏟아지는 내리막 길의 작은 절벽에선 반드시 몸을 뒤로 돌려서 내려서야 안전하다. 한동안 완경사가 이어지다가 혜일봉에 올라서면 잔디없는 봉분하나가 널따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수림에 가려진 불일폭포    수림에 가려진 불일폭포
 

이어지는 능선길엔 불일폭포의 굉음이 계속 따라 다니지만 좀체로 그 실상을 보기는 어렵다.

능선 끝자락의 마지막 봉우리 직전에 당도하면 불일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두어군데 나타나지만 워낙 급경사여서 무모한 도전은 삼가는 것이 안전하다.

마주보는 옥천대    마주보는 옥천대
 

마지막봉에서 옥천대쪽으로의 하산길은 여러갈레로 갈리는데, 될 수 있는한 남쪽방향의 길을 좇아야 한다.

가장 안전한 하산길은 마지막봉 직전 안부에서 남쪽 작은길을 택하면 무리없이 내원골로 내려설 수 있다. 옥천대 방면길로 내려섰다면 내림길에서 만나는 작은 폭포를 건너야 수월하다.

작은폭포에서 본 합수지점    작은폭포에서 본 합수지점 
 

등로는 사라져도 세가닥의 검고 굵은 호스따라 내려가면 합수지점에 당도하게 된다.

여기선 맞은편의 내원골 등산로로 건너가야 하는데 수량이 많을 경우엔 무리하지 말고 다소 힘들더라도 계곡따라 진행하면 다시금 내원골등산로를 만날 수가 있다.

합수지점의 내원골 물    합수지점의 내원골 물 
 

산행후기: 불과 11km의 거리를 8시간동안이나 헤매다니...!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었다.

해발100m의 화개천에서 1330m봉까지 험로를 계속 치올라야만 했던 어려움이 있었고, 코스를 변경한데서 비롯된 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길의 수크령   마을길의 수크령 
 

모처럼의 쾌청한 날씨로 많은 분들과 함께 했다. 애초의 계획은 쌍계사로 불일폭포를 경유하여 내원골로 내려오는 원점회귀산행이었다.

건각들은 정해진 시간 내로 상불재에서 내삼신봉을 넘어 단천골로 내려오기로 하고 계획서를 돌렸더니, 한 이십분정도 더 소요 되더라도 개척코스가 있다는 정보에 귀가 솔깃해졌다.

국사암 입구의 석산(수선화과)    국사암 입구의 석산(수선화과)
 

국사암 입구에는 마을주민들이 밤밭을 보호하느라 지키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쌍계사로 돌아서 가란다.

급히 기사에게 전화했더니 이미 그는 주차장으로 차를 돌렸고 핸드폰도 꺼 놓은 상태다. 실정을 얘기하고 어찌 어찌 통사정끝에 진입은 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석산2     석산2
 

맨 뒤에 처져서 국사암능선길 초입에 들어서자 갈등이 생긴다. 작년 4월27일에 갔었던 내원골을 또 가야하나~? 재작년 여름에 선유동계곡으로 올라 불일폭포를 들렀던 그 길도~?

후미대장을 불러 내가 먼저 지름길로 올라 상불재에서 기다릴테니 그리 알라 이르고 능선길로 접어드는데, 세 분이 더 따라 붙는다.

갈색털꾀꼬리버섯    갈색털꾀꼬리버섯
 

그런데 이 코스는 너무도 한적하고 원시적이다. 이따금씩 산길이 끊기고 ...!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암릉길에서 한참 우회를 했다. 그러나 그 길엔 그림으로만 봐 오던 연지버섯이 입술 빨갛게 칠하고 미소로 반긴다. 손끝으로 살짝 눌리면 하얀 가루를 퐁 퐁 내 뿜으며...!

연지버섯    연지버섯
 

980m봉을 넘어선 노송길엔 어쩌면 송이버섯도 만날 수 있겠구나 생각도 들지만 웬만한 곳은 산돼지들이 다 짓이겨 놓았다.

산죽밭을 헤치며 올라가도 기분은 그저 그만이다. 지리산은 산죽이 무성해야 제 맛이고, 그 대신에 청미래덩굴이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능이버섯    능이버섯
 

송이 대신에 능이버섯이 맞이해주고 있다. 일행중 한분은 잘 따르는데 두 분은 뒤로 처졌다. 조금 더 가서 기다려야지...! 천천히 오르는데 팀에서 독자산행을 하겠다던 한 분이 중식을 들고 있다.

어, 먼저 가신 줄 알았더니...! 곁엣분이 우리도 좀 쉬었다 가잔다. 전망 좋은 곳을 찾아 촬영을 한다는 핑계로, 쉬자는 분도 중식을 함께 들라하곤 먼저 간다.

지리고들빼기   지리고들빼기 
 

드디어 조망바위에 올라섰다. 저 능선, 이 골짝에서의 추억들이 리필되고, 미답의 코스들이 손짓하고 있다.

지리산에서만 자생하는 지리고들빼기가 가득 널렸던 좀 전의 절벽길과는 전연다른 까칠까칠한 촉감의 이 암봉엔, 네발짐승의 휴식처로 보이는 자그마한 암굴도 하나 있어 들여다 봤더니 두명정도 비박장소론 안성맞춤이겠다.  

 비박장소     비박장소?
 

중식들던 두 분 중에 한분이 조망바위를 비집고 올라선다. 혜일봉으로 먼저 가겠다는 그 분에게 위험지역엔 슬링 달고 가기를 부탁하고 곁엣분도 될 수 있는 한 함께 진행하기를 당부한다.

사실 국사암능선이라던가, 혜일봉능선의 이름도 지리산에 해박한 그 분의 언질로 알았고, 또 그 길을 가려하고 있다.

위에서 본 선유동계곡    위에서 본 선유동계곡
 

반시간 쯤 기다려서 뒤처진 두 분께 상태를 물었더니 견딜 만 하다는데,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식수가 거의 바닥난 상태이다.

주능선에 오르면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으니 가는데까지 가보자고 했다. 주능선엔 청학동에서 내삼신봉을 경유하여 내려오는 팀이 더러 있다. 대전에서, 서울에서....!

관음봉 못미처 벼랑에서 본 내원골    관음봉 못미처 벼랑에서 본 내원골
 

상불재 못미처에서 불일폭포 하산길과 날등길이 갈린다. 짐작으로 날등을 따라 넘어선 사거리 안부는 웬지 낯설고 이정표도 없다.

마침 휴식중인 몇 분이 있어 식수를 동냥 보충하고 작은 봉우리 하나 넘어 벼랑 위에 섰더니, 진행방향으론 낯익은 관음봉이 보이고 발치 아래론 내원골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산부추    산부추
 

그 곳의 산부추 한 장 접수하고 발길 돌려 이번엔 우회로를 따랐더니, 그제서야 이정목이 나타나고 전에 점 찍어 둔 혜일봉 초입이 바로 곁에 있다.

그래, 바로 여기야! 시계를 보니 반시간이나 알바를 했다. 지뢰밭?을 통과하여 막무가내로 치달은 마지막봉에서는 불일폭포 촬영이 난감하다. 아,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만 있어도 접근을 시도해 보겠는데....!

작은폭포    작은폭포
 

아쉬움을 뒤로하며 옥천대 촬영으로 위안을 삼는다. 작은 폭포를 횡단하려는데, 아래쪽으로 리번이 달렸으니 그리 가 보잔다.

그러나 그 길은 불일폭포계곡의 절벽지대이다. 다시금 작은폭포를 건너 완경사를 따랐더니 세가닥의 굵은 호스가 하산길을 유도하고 있다.

영지버섯    영지버섯 
 

잘 생긴 영지버섯을 촬영하는데 일행이 탐을 낸다. 술 담아 오겠다는 약속으로 그에게 미루고, 합수지점에 도착했더니 불어난 수량으로 등산화를 적시며 간신히 건널 수 있었다.

쌍계사에 도착할 무렵 해는 지고 반달이 떠 올랐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걱정했던 건각팀은 먼저 와 있고, 내원골팀은 코~스, 쥑이더란다.

여러 가지가 걱정되는 일몰    여러 가지가 걱정되는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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