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百 夫婦 지리산 종주기


  * 산행 일시

    ○ ‘04. 9. 2  05:00 ~ 9. 4  14:55

 

 * 산행 구간

   ○ 성삼재 → 반야봉 → 토끼봉 → 벽소령대피소(1박) → 칠선봉 → 세석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1박) → 제석봉 → 천왕봉 → 써리봉 → 대원사 → 유평매표소

        * 총 산행거리 45.1㎞,  소요시간  29시간20분 (휴식 7시간15분 포함)

 

* 산행 일지

  지난 7월말 설악산 산행후 집사람의 지리산 종주 제의에 평소 산행하고픈 마음이 있던 차에 흔쾌히 약속은 했으나, 내심 당황스러웠다.   한 더위를 피해 8월말을 D-day로 잡고, 대피소 예약(8/29, 8/30)과 함께 매 주말 수락산 산행으로 체력을 다졌다.   출발 5일전 강풍을 동반한 제16호 태풍 차바가 남해안을 스친다기에, 불가불 종주일정을 연기하고 대피소를 재예약(9/2-연하천, 9/3-장터목) 했다.  출발일 까지 장터목대피소가 대기자로 예약되었음에도 일단 출발 하였다.

  3일간의 장기산행은 처음이라 배낭이 허락하는 한 옷과 먹거리를 싸다보니 무게가 13㎏, 집사람 배낭은 8㎏이다.  퇴근후 준비물을 최종확인하고 집사람과 용산역에 나가니 배낭을 맨 등산객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군 입대를 앞두어 휴학중인 막내가 용산역까지 나와, 우리 부부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9월 1일 22:50  용산역 출발

  용산역에서 22시50분 출발한 여수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니, 빈좌석이 많아서 아내와 각각 편하게 앉아 긴 여정에 대비했다.  평택을 지나며 잠이 들었으나 , 서대전에서 탑승한 인근좌석 남자 3명이 소란스럽게 술 마시다 전주역에서 하차하는 바람에 수면을 거의 취하지 못했다.  은근히 모자란 잠이 걱정된다.

  새벽 3시25분 구례구역에 내려 역전에 대기해 있는 구례읍내 버스에 승차하니, 50여명의 등산객을 태우고 3시50분 구례 공영버스터미날에 도착했다.  타고 온 버스가 4시20분 성삼재 까지 운행 한단다.

 출발까지는 시간이 있어 터미널 식당에서 섬진강 특산물 ‘재첩국’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4시20분 터미날을 출발한 버스는 화엄사 입구에서 남자4, 여자1명이 내린다.   아마도 화엄사에서 노고단안부를 거쳐 종주할 모양이다.  꼬불꼬불 산길을 타고 4시50분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새벽 5시 어둠이 깔려있는 성삼재에서 왼발에 발목보호대 착용과 등산양말 한켤레를 덧신고 랜턴을 들고 종주 첫 걸음을 내딛었다.  내가 의욕이 앞서 서둘렀는지 아내가 천천히 가잔다.  중간에 전망대가 있었으나 어둠이 거치지 않아 구례읍 야경만 스쳤다.

 5시45분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니 숙박했던 등반객들이 취사장에서 식사준비에 분주했다.

취사장 아래 파이프에서 나오는 물로 양치질과 간단한 세면을 하니 새벽공기에 상쾌하다.  성삼재에서 뒤따라 오던 등산객이 속속 도착해 취사장에서 아침 준비차 취사도구를 챙기는  걸 보고, 터미널에서 아침을 먹었기에 ‘우리는 산행시간에 여유가 생겼다’는 자화자찬을 하며, 대피소를 출발하여 노고단 안부(1,442m)에 이르니 6시12분 이다.

 

9월 2일 06:15  노고단 안부에서 동경(憧憬)의 종주능선

  여명으로 천왕봉은 보이지 않았지만 반야봉과 종주 할 능선이 눈앞에 펼쳐져 있어 아내에게 개략 설명해 주었다.  막 떠오른 태양의 붉은빛 아래 노고단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고,


 

 

   노고단(1,507m) 8부 능선을 들어서니 약간의 너덜 길이었으나 돼지평전 까지 비교적 수월했다.  돼지평전에서  발목보호대의 이음매가 발바닥 자극으로 통증이 있어 양말 위로 보호대를 다시 착용했다. 

  휴식년제로 묶여 있는 왕시리봉과 멀리 하동 첩첩산 위 걸쳐있는 운해를 보니, 지리산 제2경 노고운해의 장엄함을 보는듯 하다.


 

 

  완만한 잡목길을 아내와 이얘기 저얘기 하며 피아골삼거리를 지나, 7시30분 임걸령 샘터에 도착했다.  고도가 높은지역 임에도 파이프에서 물이 잘 흐른다.   물 한잔 마시고, 임걸령 샘터를 출발하여 잠시 가파른 길과 계단을 올라선 후 완만한 능선을 지나 8시10분 노루목(1,500m)에 도착하니 배낭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노루목은 종주산행과 반야봉을 오르는 갈림길로 반야봉 왕복에 약1시간30분 소요되어 산행이 바쁜 등산객은 그냥 지나친다.  우리는 처음하는 종주라 배낭을 노루목에 두고, 가파른 등산로에 햇볕 받으며 반야봉(1,751m)을 오르니 힘은 들었으나, 주위 봉우리들 보다 높아 조망이 매우 좋았다.  첩첩산 뒤에 보이는 천왕봉과 반대편 노고단을 보니 꽤나 멀리 와 있었고, 만복대와 남원의 들녁이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반야봉 낙조를 못보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반야봉을 내려와 노루목 바위에서 휴식후 9시35분 삼도봉으로 향했다. 
 
 

 

 노루목에서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전북,전남과 경남의 경계점 삼도봉(1,550m)을 10시에 도착했다.  사방이 탁트인 삼도봉에서 방금 올랐던 지척의 반야봉과 남쪽으로 눈 아래 펼쳐진 화개면 마을을 보고 바로 화개재로 향하니,  숲속을 따라 설치된 급경사 나무계단이 길게 이어져 끝이 안보인다.  발목보호대 이음매가 딱딱한 목재로 인해 발바닥을 눌러 통증이 심해져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 화개재(1,315m)에 도착하니 10시20분이 되었다.   안내판에 ‘계단길 길이 240m’로 계단수가 무려 500개가 넘는다니, 무릎이 약한사람에게 부담스런 계단이다.  화개재에서 좌측 내리막길 200m에 있다는 뱀사골대피소는 왕복길 400m가 버거울 것 같아 구경을 포기했다.

 나무마루가 널찍하게 깔린 화개재에 산행인들이 짐을 풀고 삼삼오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토끼봉을 오르는데 간격을 두고 마주치는 초등학생들의 산행이 대견해 길을 비켜주며 물어보니 어느 대안학교 학생들이다.  오늘이 3일째 산행중이며, 뱀사골대피소에서 1박을 한다는 해맑은 그들의 얼굴을 보니 지식만을 요구하는 요즈음 신선한 충격과 마음이 푸근함은 왠 일일까?

 

9월 2일 11:00  토끼봉에서 점심과 헬리곱터

  허기가 느껴져 토끼봉(1,533m) 아래 그늘에서 준비해온 김밥을 점심으로 먹고, 발바닥 통증이 심했던 왼쪽 발목보호대를 벗고 발바닥을 두드리며 풀어주었다.  무릎이 걱정되어 무릎보호대를 착용하며 부산을 떨었으나, 아내는 특별히 불편한 곳이 없다니 좀 창피하다.

  토끼봉에 오르려니 굉음을 내며 헬기가 내린다.  사고가 났나 궁금해 급히 오르니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4명이 내린 후 바로 이륙하였다.  지리산에 와서 가깝게 헬리곱터도 보고...

11시20분 토끼봉을 출발하여 오르막과 내리막의 계단길을 지나, 12시45분 명선봉(1,586m)에 도착했다.  막판에 올라가는 긴 계단이 있었으나 별 어려움 없었다.  헬기에서 내린 관리공단 직원들이 빈캔등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올라가는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다

 

명선봉을 출발하여 내리막길 나무계단을 내려서자 연하천대피소(1,440m)가 나타났다.  작은규모의 숙소와 우측에 취사장, 대피소 바로앞 두군데 호스에서 흐르는 물은 양이 꽤 많았다.  등산화를 벗고 찬물을 발에 부으니 발바닥 통증까지 가시는 듯이 시원하다. 오늘 연하천대피소가 예약되있으나, 예상보다 2시간 이른 도착으로  벽소령대피소에서 1박 하기로 계획을 변경하고, 30분간 충분한 휴식후 13시35분 연하천대피소를 벗어났다.

 대피소 주변에는 주목군락지 보호구역이라 철책이 쳐 있다.  숲 속의 완만한 능선을 오르니  조망이 양호한 삼각봉(1,462m)이 있고, 이후 등산로는 심한 너덜지대로 매우 힘든 구간이다.   수면부족에다 산행 9시간째로 체력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해, 휴식과 간식으로 보충하면서 14시40분 형제봉(1,433m)에 도착했다.  간간히 보이는 고사목과 젓가슴 처럼 봉긋이 2개가 솟아 있는 반야봉이 멀리 보인다.   형제봉을 출발하여 급한 내리막을 내려선 후, 산허리를 돌아가니, 너덜길이 이어져 있다.  계속되는 너덜길 돌을 밟아 그런지 발바닥 통증이 다시 심해지고, 체력 소진으로 헛딛어 발생할 발목부상 방지를 위해 30분 가다 휴식하며, 조심스럽게 산행을 했다.

 

 오늘 산행중 가장 고생이 심했던 구간으로 체력저하가 급격히 나타났다. 산 모퉁이를 돌아서자 벽소령대피소 빨간우체통이 우리를 반겨준다.

성삼재를 출발하여 총18.6㎞, 10시간50분(휴식 135분 포함)에 걸친 첫날 산행이 끝났다.


 

 

9월 2일 15:50  벽소령 대피소 도착

15시50분 벽소령대피소(1,350m)에 도착하자 마자 대피소 중앙홀에 벌렁누워 버리니 아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찬 마루바닥에 20분정도 눈을 부치니 피로함이 가신다.  대피소 좌측길로 내려가니 화장실과 취사장이 있고, 샘터는 50m 아래에 있다.  대피소 앞 긴의자에 자리를 잡고 저녁 준비차 샘터에 가니, 수도꼭지가 한개로 수량이 풍부하지 못했다.  집사람과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씻어내니 몸이 한결 개운해 진다.  18시에 예약자 자리 배정후, 남는자리를 19시에 미예약자에게 배정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오늘 저녁은 배낭무게도 줄일겸 많이 먹자는 집사람 제의에 쾌재를 부르며 햇반, 컵라면, 된장국, 김치, 마른반찬, 깻잎으로 푸짐한 저녁을 먹는데, 예약자 방배정 한다는 방송을 한다.  18시50분 예약하고 오지않은 자리를 미예약자에게 배정했다.  관리공단 직원의 환경교육과 전달사항을 듣고 자리배정(7천원)을 받은 후, 아내와 나는 각자 숙소로 헤어졌다.  숙소내부는 2층이고, 복도 양옆에 침상과 관물대로 예전 군 내무반과 비슷하다.  20시에 담요(장당 천원) 2장을 대여 받아 1장 깔고, 1장은 덮기로 했다.  1인당 배당 받은 침상폭이 어깨넓이 정도라 잠결이 예민하여 걱정했는데 좌측자리가 배정되지 않는 행운을 얻었다.

 

집사람이 막내와 통화후, 내일 장터목대피소가 예약 되었단다.  어제까지 대기자였는데 걱정거리가 해소되었다.   20시10분 아내와 심산유곡 대피소 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보니, 총총한 은하수가 더욱 선명하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아는 별자리를 헤아리려니, 괜스레 군생활 중인 큰 아들이 불현듯 생각난다.  별자리에 관심이 많아 천문우주학을 전공하고, 또한 군 입대전 지리산 종주가 펑크나 못내 아쉬움을 토로하더니..... 지리산 제4경 심산유곡 허공에 걸린 벽소명월은 30분후에 볼 수 있단다.  피곤함에 침상에서 잠시 쉬고 명월을 보려 했으나,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다시 잠이 들었다.

 

9월 3일 07:55  종주 둘째날 여유로운 산행 출발

    새벽 6시30분 잠에서 깨니 사람들이 속속 대피소를 떠나고 있었다.  잠은 충분히 잤으나 얼굴이 부은듯 하고, 소변이 오렌지색인걸 보니 무척 피곤했던 모양이다. 산위로 막 떠오른 벽소령 일출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아침을 준비하는 아내의 체력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식사후 배낭을 챙기니 짐이 줄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7시55분 청명한 날씨에 둘째날 종주에 나섰다.  오늘은 산행거리가 짧아 시간여유가 있어, 지리산 절경을 놓치지 않고 감상 할 작정이다.  음정갈림길 까지 노출된 등산로는 아침햇살로 우리를 반긴다.

   덕평봉(1,521m)을 지나니 공터에 컨테이너가 있고, 10여명의 산행인들이 아침식사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덕평봉에서 조금 내려가다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칠선봉 까지 계속되는 철계단과 오르막은 시작부터 지치게 한다.

 

   10시5분 칠선봉(1,558m)에 올라 간식을 먹고, 아내는 무릎보호를 위해 왼쪽에 무릎보호대를 착용했다.  정면에 백운산, 섬진강, 화계와 다압을 연결한 화합의 다리가 멀리 보인다.  예전에 산행했던 고로쇠 약수가 유명한 백운산을 지리산에서 보니 감회가 새롭다. 

 ‘95년 부터 6년간 경남 하동에서 직장생활때 종주는 못했으나 중산리→천왕봉, 노고단안부→피아골, 불일폭포, 외삼신봉, 칠불사, 달궁, 의신, 심원마을 등을 다녔기에 이번산행에 많은 도움이 됬다.

  출발에 앞서 옆 등산객에게 선비샘을 물어보니 지나쳤단다.  선비샘에서 사진도 찍고, 사람이 꽤 있었는데도 몰랐다니.....  선비가 되긴 틀린 팔자인가 보다.

 

   칠선봉에서 영신봉 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의 바윗길과 연속되는 계단이라 로프줄과 난간을 붙잡고 오르는데 몹시 힘이 들었다.  긴 철계단을 오르니 지나온 능선과 노고단, 반야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위가 있어, 마침 마주오는 등산객에게 사진을 부탁하니, 일행인 주부 3명이 부부가 어떻게 그렇게  닮았냐고 신기한 듯 쳐다보는데 민망하기 그지 없었다.  아내에게 “당신을 나랑 비교하다니, 당신 몹시 기분 나빳겠어?” 라고 너스레를 떠니 괜찮탄다.....  11시30분 영신봉(1,651m)에 도착, 산행표지 팻말에서 사진을 찍고 세석으로 향했다.  종주 구간중에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행히 힘은 들었지만 아무 탈없이 통과하였다.  아내도 굳굳하게 잘 걷는다

 

9월 3일 13:15  세석평전과 연하선경의 절경

  영신봉을 출발하여 잠시 내려서니 세석평전이 펼쳐져 있고, 집사람은 연신 감탄과 탄성을 자아낸다. 

  잔돌이 많아 細石이란다.   세석대피소(1,560m)는 남으로 의신과 거림, 북으로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목이다.  지리산 제8경 세석철죽은 봄이면 드넓은 평원에 분홍빛 철쭉이 장관을 연출하지만, 여름 끝   자락인 지금 눈앞의 세석은 탁트인 평원에 낮은수목과 왼쪽에 한줄 등산로, 위쪽 촛대봉 암석봉우리가 조화를 이루어 한폭의 멋진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11시50분 도착한 세석대피소는 외벽의 나무판자를 철거하는 공사중이고, 취사장에는 점심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다.  바로 아래 샘터는 호스에서 물이 잘 흐른다.  햇반과 라면으로 점심을 해먹고, 세석평전 복원과정과 생태계 등 게시물을 보며 13시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대피소에서 촛대봉을 향한 오르막은 정오의 따가운 햇볕에 노출되어 산행하기 힘들었으나, 13시15분 바위로 덮힌 촛대봉(1,703m)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과 내려다 보이는 세석평전은 또 다른 경치를 보여준다.  뒤돌아 보니 장터목, 제석봉, 천왕봉, 중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삼신봉(1,670m)에 오르니, 연하봉으로 오르는 평탄한 능선이 보인다.

    천왕봉을 배경으로 우측에 군데군데 기암괴석과 좌측에 불규칙한 고사목들이 대비를 이루며, 바닥에 한줄 등산로와 야생화가 널려있고, 산아래 원시림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리산  제5경 연하선경의 시작인 듯하다.  14시47분 연하봉(1,730m)을 지나 큰 바위가 좌우측에 서있는 산마루에 서니 찬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준다.   다시 이어지는 고사목, 기암과 지천인 야생화에 잠시 머무르며 사진에 담고, 지척의 제석봉과 천왕봉 전경을 감상하면서 15시10분 장터목대피소(1,653m)에 도착했다.

 

 


 9월 3일 17:05  석양의 제석봉 고사목

    장터목대피소는 천왕봉에서 가장 가까워 사시사철 산행인들이 붐비는 장소다.  도착해 잠시 쉬는데 예약이 안된사람은 인근 중산리나 백무동으로 빨리 하산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우측 중산리 쪽으로 50m 내려가니 3개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잘 나온다.  아내가 물통에 받아 부어주는 물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으니 한결 몸이 개운하다.

 

    내일 캄캄한 새벽 제석봉 통과로 경치를 볼 수 없기에, 16시25분 아내에게 제석봉 등반을 제안했다.  힘도 들고 귀찮을 턴데 아내는 나보고 못 말리는 사람이라며, 흔쾌히 따라 주었다.

  제석봉(1,808m)에서 지척의 천왕봉을 배경으로 둘이 사진을 찍은 후, 하산하는데 내리막 좌우에 고사목들이 석양의 고즈녁한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며 운치를 자아낸다. 


 

 

멀리 반야봉으로 떨어지는 낙조를 고사목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나 구름이 많아 아쉬웠다.  첩첩능선을 배경으로 서있는 고사목 분위기에 취해 사진 찍느라 시간소비가 많았는지, 아내가 저녁을 해야 한다며 그만 내려가잖다.  짬을 내 구경하길 잘했다.


 
  

 벽소령대피소를 출발 총10.9㎞, 7시간55분(휴식 125분 포함)에 걸친 둘째날 산행이 끝났다.

 산행구간이 짧아 사진찍기와 여유를 갖고 산행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대피소로 내려와 저녁을 준비하는데, 방배정 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배정받은 자리는 다행히 벽에 접한 side였다.  18시50분 예약하고 오지않은 빈자리를 “60대 이상, 여성, 이어서 남성” 순으로 배정 했는데 미예약자 모두 배정된 듯 하다.   21시 일찍 누웠으나, 코고는 소리, 잠자리에서 휴대폰 받는 소리로 어수선한데다 어제와 달리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이다  밖으로 나가보니 우측에 멀리 광양제철단지 불빛과  밤하늘에 총총히 뿌려진 은하수 그리고 좌측 하늘중천에 뜬 달은 어제 벽소령에서 못본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월광을 뽐내고 있었다.

     

9월 4일 04:20  종주 셋째날 천왕봉 일출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배낭을 챙긴후 4시20분 대피소를 출발했다.  울퉁불퉁한 오르막 돌길을 랜턴에 의지하며 4시40분 제석봉에 도착하니, 어둠으로 주위가 보이질 않는다.   어제 힘 들었지만 미리보길 잘했다고 되뇌여 본다.  잠시 내려서더니 오르막 길로 접어드는데, 통천문을 지나서는 힘에 부쳤으나 집사람은 잘 올라간다.  먼저 정상에 가있으라고 손짓하고, 바위에 걸터 앉으니 앞서가는 등반객과 제석봉에서 올라오는 등반객의 길게 이어진 랜턴불빛이 연출된 작품같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5시30분 천왕봉(1,905m)에 도착하니, 먼저 올라온 등반객들이 조망 좋은 천왕봉 표지석 주위에 모여 있다.  일찍 올라 온 아내덕에 표지석 바로 옆에 앉아 동쪽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구름이 많아 흿푸른 하늘에 가로로 한줄기 흰빛이 있는 상태에서 서서히 밝아와 붉은태양은 볼 수 없었다.

 

  지리산 제1경 천왕봉일출의 장엄함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더니..... 다음을 기약하고 표지석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고, 6시20분 막 내려오는 순간 늦게나마 구름사이로 붉은해가 살짝 보여 재빠르게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래고, 천왕봉과 작별하였다.

 

  대원사 방향의 내리막과 경사가 급한 오르막을 올라, 7시 중봉(1,875m)에 도착했다.  중봉에서 바라본 천왕봉은 붉은빛 아침햇살을 받고 있었으며, 산청마을은 구름 속에서 뿌리는 듯한 하얀 햇살과 첩첩산 중턱의 고사목이 어울려 한폭에 그림을 보여준다. 

 

 

중봉에서 어제 저녁에 익혀둔 햇반으로 아침을 먹고, 산 정상에서 마시는 커피는 향이 더욱 진하다.

   하산길중 가장 길고 험하다는 대원사코스로  7시30분 중봉을 출발했다.  중봉에서 써리봉은 험하고 가파른 내리막이어서 조심스럽게 한걸음씩 내딛었다.  아침식사와 휴식을 취해서 인지 천왕봉 오를때 보다 몸이 가벼웠다.  몇 군데 밧줄과 계단을 오르 내리는데 앞서가던 분이 힘에 부치는지 길을 양보하고, 또다른 일행은 휴식을 취한다.  모두들 많이 힘든 모양이다.  간간히 고사목과 산아래 펼쳐진 운해를 감상하다 보니, 8시10분 써리봉(1,642m)에 도착했다.  암봉으로 앞이 탁트인 이곳에서 천왕봉과 중봉 그리고 중산리가 훤히 보이고 멀리 외삼신봉 등 조망이 양호하여 사진을 찍고, 치밭목대피소를 향했다. 

 

9월 4일 09:15  치밭목 대피소 도착

  써리봉 이후 15분 정도 길이 험했으나, 이후 완만하여 힘들이지 않고 9시15분 치밭목대피소(1,425m)에 도착했다.  대피소 규모는 작고 바로 앞에 취사장이 있으나, 식수가 멀리 100m나 떨어져 있었다.

 쉬고 있으려니 뒤처졌던 분들이 내려와 아침을 준비하며, 이구동성으로 허기가 져서 더 힘 들었단다.

  9시30분 치밭목대피소를 출발하니 너덜길로 어깨높이의 대나무 숲에 물길을 따라 등산로가 있어, 비가 많이오면 물이 차는 위험한 구간이었다.  조금 내려오니 길옆에 물이 제법 흐르는데, 이틀만에 만난 물이라 웃옷을 벗고 등목과 머리를 감으니 날아갈 듯 상쾌하다.  

 

   긴 내리막 나무계단을 내려오니 ‘0.1㎞, 무제치기폭포’ 팻말이 있다. 산중턱에 있는 무제치기폭포를 올려다 본 후, 무제치기교를 건느니 완만한 내리막길이 새재 갈림길까지 이어져 있다.  힘들지는 않았으나 지루함을 느끼며, 10시52분 새재 갈림길(920m)에 도착했다.  갈림길에서  유평으로 약30분 지나니 바위에서 흐르는 물에 대나무잎을 바쳐 떨어지는 석간수를 받아 마시니 맛이 일품이다.

  갈림길 이후의 등산길은 우측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로 지루함이 덜 했으나, 산 허리를 감아 도는 비탈길로 접어들자 햇볕이 내려 쬐고, 크고 작은 바위와 계단의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한판골계곡 까지 상당히 체력소모가 많은 구간이었다.

 

  11시55분 ‘대피소 3.6㎞, 대원사 4.2㎞’ 팻말 이후부터 급한 내리막에 설치된 통나무 계단은 우리에게 마지막 인내를 시험하는 듯 했다.  통나무 두개를 포개어 흙을 채운 계단이었으나, 흙이 소실되어 흡사 낮은 허들을 넘듯이 두발을 바꿔가며 약 600m 계단을 내려가니 무릎에 무리가 오고 지루함이 더해진다.  대피소 이후 간간히 마주친 등산객이 여성2인-2번, 여성단독-4번, 남성단독-5번 이었는데 거의다 배낭을 머리 높이까지 짊어진 단독 산행이었다.  그저 그들이 부럽고 또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내려오니, 길옆 넓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나를 유혹한다.  후미진 계곡에 들어가 온몸에 물을 껸지니 전율이 흐르듯 차갑다.  아내와  찬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니 피로가 풀린다.

   한판골계곡을 지나니 햇볕에 노출된 평탄한 내리막으로 군데군데 야생화가 눈에 띠어 사진에 담으며, 지루하게 내려와 유평리 지리산 경계철책을 지나니 13시20분 이다.

 

9월 4일 13:20  유평리 지리산 경계철책 통과

  경계철책 밖에 음식집 한채가 있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대원사계곡과 도로변에 음식점이 몇집 있다.

  

 

  14시5분 유평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점심으로 먹고, 14시20분 대원사에 도착하니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하고, 바위틈으로 흐르는 맑은 대원사계곡에 접한 아담한 규모의 비구니 사찰이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주위 소나무와 조화를 이룬 대원사 일주문을 지나, 14시55분 유평매표소에 도착했다.

 장터목대피소를 출발 총15.6㎞, 10시간35분(휴식 175분 포함)에 걸친 셋째날 산행이 끝났다.

 

   마침내 지리산 서쪽 끝 성삼재에서 동쪽 끝인 유평매표소 까지 총 산행거리 45.1㎞, 소요시간 29시간30분(휴식 7시간25분 포함)에 걸친 산행을 모두 마쳤다.

   아내는 뿌듯한지 환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아내와 악수하며 진심으로 서로에게 축하해 주었다.  유평매표소 여직원에게 종주완료 기념사진을 부탁하며, 반백(半百)부부의 지리산종주 대미를 장식했다.


  

 

  유평매표소 아래 버스주차장에서 15시30분 진주행 직행버스를 타고 산청군 원지에서 내려, 진주에서 출발한 16시50분 서울행 시외버스를 타니 새 우등버스라 시설이 좋다.  눈을 떠보니 20시30분 남부터미날에 도착해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 일자별 산행일지 >

 

* 9/2일 (05:00~15:50),  성삼재~벽소령대피소 / 18.6㎞  ☞10시간50분 소요[-135]

  성삼재(약1090m) - 2.5㎞ - 노고단안부(1442m) - 1.2㎞ - 돼지령(1420m) - 2.0㎞

       05:00              [20]                 06:12                            06:45          [5]

    - 임걸령(1320m) - 1.3㎞ - 노루목(1500m) - 1.0㎞ - 반야봉(1732m) - 1.0㎞

           07:30 [10]                      08:10                            08:45  [10]

    - 노루목(1500m) - 1.0㎞ - 삼도봉(1550m) - 0.8㎞ - 화개재(1315m) - 1.2㎞

           09:25 [10]                      10:00                             10:20       

    - 토끼봉(1534m) - 2.6㎞ -  명선봉(1586m) - 0.4㎞ - 연하천대피소(1440m) - 2.1㎞

      [20] 11:20         [10]           12:45                                13:05 [30]           [10]

    - 형제봉(1443m) - 1.5㎞ - 벽소령대피소(1340m)

            14:40           [10]             15:50

    

* 9/3일 (07:55~15:10),  벽소령대피소~장터목대피소 / 9.7㎞  ☞7시간15분 소요[-125]

           (16:25~17:05),  장터목~ 제석봉~ 장터목   / 1.2㎞   ☞   40분  소요   [0]

  벽소령대피소(1340m) - 1.7㎞ - 덕평봉(1521m) - 0.7㎞ - 선비샘(1491m) - 1.9㎞

           07:55                                [10]                                 09:15        

   - 칠선봉(1576m) - 1.4㎞ - 영신봉(1651m) - 0.6㎞ - 세석대피소(1545m) - 0.7㎞

   [10] 10:15           [15]            11:28                                11:50  [70]  

   - 촛대봉(1703m) - 1.9㎞ - 연하봉(1730m) - 0.8㎞ - 장터목대피소(1653m)

           13:15  [10]          [10]    14:47                              15:10

 

* 9/4일 (04:20~14:55),  장터목대피소~유평매표소 / 15.6㎞  ☞10시간35분 소요[-175]

  장터목대피소(1653m) - 0.6㎞ - 제석봉(1806m) - 0.4㎞ - 통천문(1811m) - 0.7㎞

           04:20                                   04:40                                              [5]

   - 천왕봉(1915m) - 0.9㎞ - 중봉(1875m) - 1.3㎞ - 써리봉(1642m) - 1.8㎞

             05:30  [50]                 07:00  [30]              08:10       [5]

   - 치밭목대피소(1425m) - 1.1㎞ - 무제치기교 - 0.7㎞ - 새재갈림길(920m) - 2.6㎞

                 09:15   [15]       [15]        10:35                           10:52          [10]

   - 한판골계곡 - 2.0㎞ - 유평리 경계철책 - 1.5㎞ - 대원사 - 2.0㎞ - 유평매표소

          [15]                              13:20     [30]         14:20                     14:55

     * [  ] ; 휴식 및 식사

 

     ○ 산행거리  ;  45.1㎞          ○ 산행시간  ;  29시간 20분       ○ 휴식시간  ;  7시간 15분 

 

 * 준비물

   <배낭, 13㎏>

     코펠, 가스버너, 가스2, 물컵, 우의2, 배낭카바, 무릎보호대3, 발목보호대

     김밥, 햇반8, 캔(깻잎, 장조림, 참치, 쿠스타), 김치4, 마른반찬(콩자반, 멸치복음)

     카레, 미역국, 된장국, 라면2, 컵라면2, 커피,  물통, 스틱2, 칼, 라이터, 랜턴2, 건전지, 지도, 필기구

   <아내 배낭, 8㎏>

     의류(긴셔츠, 반팔2, 츄리닝, 양말2, 속옷/아내-긴셔츠2, 바지, 반바지, 양말2, 속옷)

     비상식(쵸코렛, 자유시간, 영양갱, 육포, 오렌지캔음료4), 물파스, 일회용반창고, 후시딘, 선크림

     장갑, 모자, 선글래스, 수건, 스카프, 물통, 물컵, 물티슈, 화장지, 칫솔, 소금, 수저, 휴대폰, 디카

 

* 사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