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종주

일정: 2005.11.19 (03:21 ~ 15:45)

산행코스: 죽령-천문대 연화봉-비로봉-국망봉-상월봉-대간갈림길-신선봉-민봉-임도-구봉팔문(제4문)-구인사

산행거리: 약26Km

Log Info  Up: 1,845m   Down: 1,950m

교통편: 왕) 기차  청량리 - 풍기역

            복) 버스  구인사 - 동서울

  

 

청량리역의 밤

  

기차의 출발시간을 5분 앞두고 도착한 청량리역, 난 지하철에서 내려 급히 달려간다

등산을 시작하기 전 부터 귀한 육수까지 빼가면서 올라탄 마지막 기차가

무슨 이유에서 인지 출발시간을 10분이나 지연하면서 23시40분이 되서야 출발한다.

맞은편에 30대 두 연인(부부는 아님) 같은 남녀들이 시끄럽게 게임을 한다.

하지만 누구도 막차에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마지막 열차의 낭만인지.....

그들의 소란은 제천을 지나서야 조용해진다.

잠깐 잠깐의 선잠 속에 기차는 02시54분 목적지인 풍기역에 도착한다.

  

소백산 종주의 시작

  

기차는 풍기역에서 정차하고 이곳에서 약 20여명이 내리는 것 같다.

배낭을 맨 사람은 딱 3명뿐! 괜시리 쑥스럽다.

2인 1조와 나

난 역전앞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 죽령으로 향했다.

택시요금은 자그만치 25,000냥, 둘이 타던, 셋이 타던 자기가 받는 요금은 마찬가지란다.

차라리 그들과 합승할 걸~

정보가 사전에 없어서 비싼 댓가를 치르고 도착한 죽령!

죽령에 도착하니 3시20분이다. 해발고도는 약 790m로 측정된다

  

[03:21   죽령  산행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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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무척이나 밝다. 그리고 수많은 별빛들....

후레쉬가 필요없다. 100루멘의 고성능 후레쉬를 가져 갔는데....

하지만 요즘은 멧돼지나 다른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후레쉬를 켠 채로 산행을 시작했다

기온은 약 영하5도 정도, 칼바람으로 유명한 소백산 답지 않게 바람은 잔잔하다

산행하기에는 최적의 기상조건인 것 같다

 

[엄청난 후레쉬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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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탐방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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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에서 KT연화봉중계소까지 4.3Km는 콘크리트 포장이 된 상태이다.

그래서인지 산행속도가 빠르다. 연화봉중계소에 도착하니 4시39분 이다

그간 산행을 게을리 했던 탓인지, 콘크리트길을 계속 걸어서인지 무릅이 뻐근함을 느낀다

천문대를 지나 제1연화봉에 도착하니 시간이 06시 이다

지나온 능선쪽에 불빛이 없는 것을 보니

지금 이 순간 소백산 대간길 능선에 나혼자 인가 하는 생각을 하니

섬뜩한 느낌과 함께 알 수 없는 희열감도 느껴진다

  

[05:29 소백산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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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45 여명속에 멀리 비로봉과 국망봉 그리고 상월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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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여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측정된 기온은 영하도 8도 정도, 바람이 부니 체감온도는 영하10도 이하다.

  

[여명이 완연한 하늘엔 소백산 대간능선이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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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4 비로봉 동쪽사면으로 해는 떠오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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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산장? - 비로봉에서 천문대방향 남쪽 400m 하단부에 위치한 무인 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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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비로봉 정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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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의 정상, 비로봉(1,439m)에 오르다

  

07:32분, 소백의 정상인 비로봉을 올랐다.

정상엔 1,439.5m라는 정상석이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얼마 않되어 비로사에서 50대 산꾼 한명이 올라온다.

사진 한장 부탁하고.... 그 사람은 이내 비로사로 다시 하산한다

밥을 먹으려고 배낭을 뒤척이면서 식사준비를 하고나니

물이 얼어서 마실 수가 없는 상태이다.

밥만 김치에 적당히 먹고 바람 때문에 그나마도 챙겨 넣고만다

그 이후로는 행동식만 먹고 산행을 하게 된다.

  

[07:39 비로봉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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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에서 바라본 국망봉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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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서 꺼낸 물병은 얼어서 마실 수도 없고... 게으른 탓에 보온물통은 놔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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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얼어서 차거워 못 마신 것은 보온물통을 챙기지 않은 게으름에 대한 댓가이다.

비로봉을 내려와 국망봉 방향으로 약 500m를 걸으니 어의곡 갈림길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국망봉길은 "출입통제"라는 문구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우짜노...

어의곡 하산길과 교통편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종주산행을 포기하고 어의곡으로 향하자니 갈등이 생긴다.

평소 관리공단의 지시에 잘 따랐으나 이번만큼은 계획된 코스의 산행을 위해서 국망봉으로 향했다

어의곡 갈림길에서 국망봉 가는 길은 죽령에서 부터 이제껏 지나온 길과는 달리 관리공단의 손때가 그리 묻어나지 않는 곳이다. 그냥 자연스런 일반 등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길이 좋고 사방의 전망이 조망이 되어 걷기에 좋은 코스이다

  

[국망봉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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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3 국망봉에서 바라본 비로봉과 지나온 능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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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국망봉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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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망봉 정상에서 본 상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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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고난의 하산길

  

산행 6시간만에 상월봉에 도착한다. 지도를 보니 죽령-구인사 구간의 2/3을 좀 못미친 듯하다.

비로봉에서 15분 쉰 것을 제외하곤 거의 휴식 없이 와서 인지 예정된 시간이 많이 단축된 느낌이다.

현재의 상태로 봐서는 13시 정도면 구인사에 도착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건 철저히 틀린 생각이었다.

길도 좋지 않고 하산길에 무릅에 문제가 생겨서 시간은 2배로 걸렸다

상월봉에서 신선봉을 거쳐 구인사가는 길은 사람이 거의 다니질 않아

구간구간 등산로가 희미하게 존재하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09:29 상월봉에서 본 어의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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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봉 하단부 능선에 설치된 마지막 국립공원이정표 - 구인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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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58 대간갈림길 - 깨진 출입통제라고 되어 있는 방향이 구인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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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치 가는 대간길 입구에는 표지기가 많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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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을 거쳐 구인사 가는 길은 모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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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을 지나면서 구인사방향의 길을 놓치고 만다.

한참을 내려가도 등로는 보이질 않고 표지기도 없다.

방위각을 측정해보니 틀린 길임이 분명하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와서 표지기를 찾는다

좀 떨어진 우측 사면 아래로 표지기가 하나 나풀거린다.

등로의 흔적은 좌측으로 나있다가 길이 없어졌는데

난 왼쪽으로 가는 바람에 여기서 20분을 허비했다.

다시 등로 바로잡고 하산하면서 무릅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죽령에서 20Km지점, 민봉에서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다리를 맛사지 했다.

민봉에서 보니 지나온 능선들이 한 눈에 보인다.

상월봉과 국망봉, 비로봉 그리고 천문대가 너무 길어서 카메라에 모두 잡히질 않는다.

  

12시30분경 능선길에서 계곡길로 접어 들었다.

걸어도 걸어도 임도는 나타나지 않고 지루한 너덜길만 계속된다.

쩔뚝거리며 1시간 30분간 너덜길을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난다.

반갑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시간은 벌써 14시를 넘기고 있다

  

(10:52 신선봉의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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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7 가다보니 이렇게 앙상하면서도 운치 있는 길도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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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까지 지루하게 이어지는 계곡너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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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서 임도로 나오면서 오른쪽으로 가야 구인사 가는 길이 나온다

임도를 따라 약500m 정도 가면 약간 오름길이 나오면서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이 구인사 가는 길이다. 일명 낙타봉 처럼 두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산행 11시간째, 무릅통증을 겪으며 하산한 여파로 체력소모도 많았다

2개의 봉우리를 넘으려니 아찔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3시간뒤면 땅거미가 질텐데 길을 재촉하는 수 밖에 없다

이곳에서 구인사 적멸궁까지는 길이 무척 가파르고 험하다

가는길 좌우로는 70도 이상의 절벽에 가까운 비탈이 이어진다

자칫 다리에 힘이 빠진다고 옆으로 어설피 넘어졌다가는 최소 중상 아니면 죽음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사력을 다해 구인사로~

약 30여분을 올라 2번째 봉에 오르니 사람들이 보인다.

적멸궁에서 기도를 끝낸 구인사 신도들 인 것 같다.

이 봉우리가 구봉팔문의 제4봉인 전망대 이다.

여기서부터 구인사 까지는 지그재그로 나있는 계단길이다.

무릅통증으로 이곳을 내려오는데 자그만치 20분이나 소모한다.

겨우겨우 구인사 대조사전에 도착하니 시간은 15시30분이다.

구인사 역시 설악의 암자들 처럼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중이다.

차라리 백담사를 비롯한 설악의 암자들은 소박한 공사라고 할 수 있겠다

구인사는 연건평 몇천평 정도되는 신축 건물로 계곡을 완전히 콘크리트로 덥고 있다

껍질만 기와집이지 콘크리트 건물이다. 절인지 산속 도시인지 모르겠다

구인사 경내를 한참을 걸어 주차장에 도착하니 서울가는 버스가 마침 있다

15:50분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고 깊은 잠을 청하면서

소백산 종주산행을 마무리 했다.

  

(14:09 임도에서 다시 구인사로 향하는 낙타봉 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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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3 한개의 낙타등을 넘고 본 맞은편 구봉팔문 전망대 봉우리, 영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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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2 구인사 뒷편 구봉팔봉전망대에 위치한 적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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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7 구인사의 한 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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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산행기 사진은 파란블로그에  http://blog.paran.com/hans3180

  

소백산은 해마다 칼바람에 죽어가는 산객들이 많았다.

소백산의 대간길은 그야말로 바람을 피할 만한 곳이 없다.

능선 내내 즉 죽령에서 신선봉 하단부 대간 갈림길 까지 약 18Km구간은 바람을 피할 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산행 시작 즈음에 바람이 많이 불면 특별히 준비하지 않았다면

미련없이 산행을 포기해야 한다.

특히 늦가을 이후 해짧은 계절의 산행은 바람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설악은 눈사태로 산꾼을 삼켰다면

소백산은 칼바람으로 해마다 산객을 제물로 바치곤 했다

금년 2월 비로봉에서 칼바람에 조난당한 산객4명은

비로봉과 400m 떨어진 무인대피소로 이동을 하지 못해 사망자까지 생겨났다.

바람 때문에 그곳까지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 했다고 한다.

바람 때문에 비로봉을 넘을 수 없어 4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바람을 횡으로 맞서며 비로봉을 넘었다고 하는 어느 산꾼의 일담이 있다

  

또한 하산길 조난은 국망봉에서 구인사로 하산하면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역시도 홀로산행 경력이 많지만 위 코스에서 길을 잃어

약 20분 정도 길을 헤매다 겨우 하산길을 잡은 경험을 하였다.

죽령-구인사간 소백산 종주코스는 6월 또는 10월에 하기를 권장합니다.

  

[소백산이 춘/동절기에 얼마나 구조요청이 많은 산인지 보여주는 통계]

  

금년 10월말까지 등산객이 안전사고로 도내 119구조구급대가 처리한 구조건수는 총300건으로 300명이 부상을 입거나 응급처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구조건수 12.6% 증가
-'05년.10월말 총구조건수 3,296건 구조인원 2,755명
-'04년.10월말 총구조건수 2,926건 구조인원 2,729명

이는 전년도 10월말까지의 출동건수 234건, 인명피해 234명에 비교하면 출동건수와 인명피해가 각 28.2%(66건 66명) 증가한 것으로 올 겨울철 등산객 안전사고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령별로는 50세이상이 전체의 139명(46%)로 가장 높았으며, 40대가 83명(28%), 30대이하가 78명(26%) 순으로 나타나 노약자 등 고령층이 등산시 안전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발생 시간대는 12시∼16시가 112건(37%)으로 가장 많았으며, 16시∼20시 64건(21%), 08시∼12시 52건(17%), 기타 72건(24%) 순으로 나타나 등산중 안전사고는 점심시간 이후 나른한 오후와 하산길 저녁 시간대에 특히 조심해야 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겨울철 등산시 간편한 안전장구와 복장을 착용하고 음주후에는 등산을 자제하는 한편, 반드시 입산전에 등산로와 기상예보 등 제반정보를 충분히 파악하여 등산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하고, 특히 원거리 무리한 산행으로 야간에 하산길을 잃어버리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2005년 2월 칼바람에 조난 당한 사례】
□ 영주 소백산 비로봉 등산객 기상악화로 조난 1명 동사
○ 일시장소 : 2005. 2. 19(토) 20:24분경 영주시 소백산 비로봉 부근
○ 동원소방력 : 119구조차1, 119구급차1대 (구조구급대원 51명)
○ 사고개요 : 인터넷동호회원 강모씨외 3명이 야간 등산중 비로봉 정상부근에서 어둠과 기상악화(한파)로 고립되어 3명은 구조, 1명은 사망하였음
○ 조치사항 : 영주소방서 119구조 접보 후 소방,경찰 조난구조대 편성(51명) 현지 투입 01:10분경 비로봉 부근에서 조난자 4명을 찾아서 하산 도중 최모씨(여,36) 1명은 04:40분경 영주기독병원으로 긴급하게 이송하였으나 장시간 추위로 인한 탈진과 저체온 증세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였음

  

http://blog.paran.com/hans3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