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중산리-법계사-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 대피소-유평

 

 

 

 

                                    2005. 5.29.

 

                                        혼자

 

     날씨 : 개인 날씨에 매우 흐린 조망, 후텁지근하였으나 간간히 선선한 바람과 숲그늘 속

 

 

     거리 (총 15.6 km)

     중산리-천왕봉 : 5.4 km

     천왕봉-중봉    : 0.9 km

     중봉-치밭목    : 3.1 km

     치밭목-유평    : 6.2 km   

 

     시간 : 중산리 야영장입구 입산 05 :45 - 유평 마을 16시 05분 (총 10시간 여)

 

 

 

 

 

 

     <산행의 의미>

 

 

     지금도 가끔, 대원사 코스를 중산리코스와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길이라고

     소개한 글을 본다만 그게 옛말이지 요즘 어디 그러한가. 중산리 두 코스와 함께 백무동 코스, 그리

     고 거림을 거쳐 세석까지 둘러서 천왕봉 오르는 코스가 오히려 더 잦아진 코스가 되었다.  옛날과

     달리 이들 지역이 접근하기 훨씬 더 용이해진 탓이다. 되려 대원사 길이 점차 희미해지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들 지경이다.

 

 

     대원사 계곡이 고향(진주)에서는 손꼽는 야유회 길이었던 것이 이제사 생각하니 순전히 교통의 한

     계 때문이었다. 그렇게 산에 대한 애정없이 다니다가 드디어 산 초보시절에 이르러 새재에서 치밭

     목을 오르내리고, 대원사-치밭목코스도 엉겁결에 밟아 보았으나 대원사, 새재 길은 미숙하고도 미

     숙한 코스다.

 

 

     이후로 웅석봉과 왕등재도 거닐어 보았으나 천왕봉 동부지역의 산세를 입체적으로 머릿속에 정리

     하기에는 겉핥기식의 너무나 미진한 경험들 뿐이었다.

 

 

     우선, 중봉에서 하봉-두류봉-새재까지의 산행경험도 없을 뿐더러, 소시적 신비의 대상이었던 칠선

     계곡과 허공다리골 인근도 도무지 깜깜인데다, 어처구니없게도 중봉-써리봉 코스도 밟지를 못하였

     으니 지리산 인근 도시에서 유년을 보낸 자로서 여지껏 초보 딱지를 뗄 길이 막막하였던 바다.

 

 

     작금의 산행유형을 보면, 지리 대종주의 종착지로 대원사 코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대개 지친

     육신에 정신력으로 버텨 이를 악물고 돌파해버리는 인고의 코스가 되어버린 감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곳의 이름값이 어디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겠는가.

 

 

     하여, 초여름의 무더운 기운에도 불구하고, 지리산 순례의 문을 여는 금년 첫 지리산 산행지로 대원

     사 코스를 "혼자 나들이" 하는 것으로 정하고 나니 출발 전부터도 이미 들뜨고 설레는 마음이 앞섰다.

      

 

 

 

   

 

 

  <중산리-천왕봉>

 

 

 

     야영장 앞 다리에서 새벽촬영을 해보았다.

     재작년 가을 10월30일인가... 가을 산행에 나섰다가 갑작스런 눈 때문에 법계사에서 되돌아 내려온

     씁쓸한 기분을 이곳에서 달래던 기억이 난다. 온통 단풍진 지리산 상부에 아이스크림처럼 눈 덮힌

     광경!

 

 

     몇 장을 찍어보았으나 신통치 않다.  익스서500 소형 디카만을 가져올껄.....  날씨도 뿌옇게 흐려 조

     망도 안될 것 같은데 또 무거운 짐만 챙겨가는 꼴이다. (결국 산행내내 잘 꺼내지도 않고 소형디카로

     만 째깍째깍 찍고만 셈이니, 중장거리 산행때는 정말 사진기 욕심 좀  버리자고 반복되는 다짐을 또

     다시 한다.)

 

 

 

     어영부영 시간을 소비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면서 시계를 보니 5시 45분 고도계 635 m.

     이곳의 표고가 637m 이니 거의 맞아서 보정할 필요가 없다. 그헝다면 우리집은 요즘 기압하에서 고

     도가 정확히 100 m 인 것이 다시금 확인된다.(나는 해발 100 m 에서 자는 사람이다.) 

 

 

 

     칼바위까지 23분(디카사진 정보상)이 걸린 것 같고. 10분 휴식.

     망바위 못간 1000 고지에서 휴식.

     로타리산장에서 물보충(여기서 추가로 사둔 패트병 식수가 나중에 긴요하게 쓰인다.)하고 휴식.

     다시 법계사 위 암반의 내 고정자리에서 촬영재미를 느껴보고 휴식.

     개선문 지나 천왕샘 못미친 안부에서 휴식.  

     대여섯번의 휴식을 하고 천왕봉에 오르니 10시 05분.

     마지막 돌비탈에 헉헉댔지만 시간 의식하지 않고 올랐는데 4시간 20분.

     2시간 30분만에 오르는 맹익 거사에 비하면야 굼벵이지만, 격한 체력 소실없이 아주 양호하다.

 

 

 

 

 

 

 

 

 

 

 

 

     <천왕봉에서>

 

 

     천왕봉에서는 우선 정상석이 있는 암봉에서 주능선을 살펴보고(매번하는 짓이지만 시간 따라 계절

     따라 맛이 다르다고 느끼니......) 증명사진도 찍고(요즘은 디카를 많이 들고 다니니 목욕탕 때밀어

     주기와 같아서 서로 찍어 주기를 시도하면서 앞에서 눈도장을 찍어야 정상석 앞에 설 수 있는 공인

     증을 얻게 된다.) 반대편 내 자리로 돌아온다.

 

 

     정상암봉에 사람이 붐벼도 이곳은 늘 한적하다.

     둘러보기와 간식요기를 마쳤는데도 바삐 내려서기가 싫다.

     천왕봉 오르기도 이런 속도면 체력에 아무런 부담이 없으니 스스로도 만족스럽다. 

 

 

     대원사까지 약 12킬로.

     큰 산에서의 12킬로 거리가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가를, 이제는 쉽게 가늠되는 수준은 된다.

     진을 빼는 자잘한 오르내리막을 한두번 쉬면서 한시간이상 팥죽땀을 흘리고도 겨우 2킬로 진행

     할까말까한 경험을 여러번 해보면 12킬로는 몹시도 부담스럽다. 산행은 이제부터고 대원사까지

     가 아니라 1.5킬로 줄여서 유평까지로 잡아야겠다고 계획한다.  

 

 

 

 

 

 

 

  

 

 

     <천왕봉-중봉가는 길>

 

 

 

     중봉가는 길에는 오가는 사람도 없고, 순백에 가까운 연분홍 철쭉의 사열을 받으며 가는 꽃숲 길이

     었다. 천왕봉에서 고도를 낮추어 중봉으로 다시 오름길을 쉬엄쉬엄 오르니 철제콘테이너 박스의 정

     체가 드러난다.

 

 

     '중봉~칠선계곡 산사태지역 원상복구공사'  

     음..... 그래도 이건  러시아곰 방사 시도보다 훨씬 마음에 와 닿는 바가 있고, 응원해 주고 싶구나.

 

 

     천왕봉을 떠난 시간을 잘 모르겠지만, 중봉에 도착하니 11시가 되기 직전이다.

     나는 옛날부터 "중봉에서, 한겨울 심설의 일출일몰 촬영" 계획을 수립해오고 있다. 때가 되면 벼락

     같이 몸을 떨쳐 실행에 옮길 것이다. 꼭 한겨울 심설이 아니어도 좋다. 중봉에서의 촬영을 위해 다양

     한 산행 경험과 실력이 필요했다. 야영과 비박이 안되면 장터목이나 로타리 산장에서의 출발하는 한

     밤중 야간 산행등 몇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오늘은  중봉에서의 (불법이지만 만약에 대비한)비

     박터도 보아두고 촬영포인트도 눈여겨 봐두는 예행연습을 실행할 계획이다. 일출과 일몰 시 해의 방

     향도 계산해두어야한다.

 

 

 

 

 

 

 -천왕봉에서 바라 본 중봉-

 

 

 

 

 

 

 

 

-중봉 가는 길에는 못다핀 진달래의 마지막 몸부림이 붉었다.-

 

 

 

 

 

-뒤돌아본 천왕봉, 봄의 천왕봉은 그 장엄한 위세에 더하여, 물오른 나무의 연두색과

연분홍 철쭉꽃의 화사한 아름다움이 빛난다.- 

 

 

 

 

  

-중봉의 정상. 무리를 잃었을까. 연약한 구름 조각이 중봉의 하늘 위에서 차마 내려서지 못한다.

 

 

 

 

 

    

-중봉에서 바라본 반야봉., 맑은 날, 이곳에서 노을 진 지리의 일몰을 만나야 한다.-

 

 

 

 

 

 

-중봉 정상의 표지목을 바라보니 뒤로 웅석봉이 근사하게 어깨를 편다.-  

 

 

 

     <하봉 갈림길에서>

 

 

 

 

 

 

     중봉에서는 마땅한 그늘 터가 없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김밥 한줄과 얼린 과일.

     아마도 오늘 산중에서 먹는 음식이 이것이 전부일지 모른다.  산에서는 물만 마시고 음식을 잘 먹지

     않는 버릇이라 가져간 음식은 매번 남는 짐이 된다.

 

 

     일단의 그룹들이 속속 이 금지된 지역을 넘어서 오고 있다.

     새벽 두시에 밤머리재를 출발해 왕등재-새재-쑥밭재-두류봉-하봉 넘어 온 팀이다.

     대간종주를 웅성봉 줄기에서 시작하는 중인데, 이곳까지 9시간 걸린 여정에 거의 파김치가 되었다.

     후미는 아직 하봉 헬기장에 얼른거리는 모습을 나중에 볼 수 있었다.

 

 

     세사람 중 몹시 지쳐보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 물 좀 남는 것이 있습니까."

     (이런 답답한 양반을 봤나. 남는 물을 짊어지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노.^^)

    

     내가 가는 방향으로 치밭목은 3킬로, 이 분이 가는 방향으로 장터목은 2킬로 남짓 남았다.

     이분들에 비하면야 나는 소풍다니는 속도니까..... 물을 가늠해보니 내가 500 채 못되는 얼린 물을 가

     지고, 중산리에서 보충한 한병의 패트병은 이 분한테 드리면 되겠다 싶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십시오."

     "오히려 고맙습니다. 저도 수도-가야 종주 때 물을 청한 경험이 있어서..... 이제사 그 빚을 갚네요."

     추성리에서 오르는 칠선 계곡 코스 외에 국골-두류봉-하봉,  추성리 촛대봉 능선코스, 허공다리골

     코스등 등로폐쇄된 곳에 나는 언제나 떳떳하게 다닐 수 있을까. 아직 중간중간 길이 뚜렷하지 않고

     정비안된 코스도 많다던데(산용호님의 산행기는 그런 점을 적시하고 있다.)

    

     산악회는 여전히 안방드나들듯 이런 곳들은 우우 몰려 다니고, 어쩌다 재수 없으면 벌금을 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솜방망이로는 소심한 사람들만 입산금지를 시킬 수 밖에 없는 유명무실한 법이

     니 이참에 등로 정비를 통해 동부지역을 대폭 개방을 하였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써리봉 정상에서>

 

 

     써리봉 정상 표지목 위의 암반에 오르니 제법 사방으로 조망이 틔여 과연 써리목의 정상으로 간주

     할만 하였다. 중봉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끊임없이 자잘히 오르내리는 길에 언

     제나 나타날까 고대하던 써리봉에 12시 23분에야 도착을 한다.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앞뒤로 사람 기척없이 이곳까지 왔는데, 나와 같이 홀로 산행

     하는 한사람과 아까부터 계속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였다. 그가 쉴 때 나는 진행하고 내가 사진을 찍

     고 있노라 면 그가 지나간다.

 

 

 

 

 

 

 

 

 

 

 

 

  

 

 

     <산중인연>

 

 

     좀체 말을 건네지 않는 나의 습성인데, 그가 먼저 지나가는 나를 불러 세웠다.

     -좀 쉬다 가시죠.(지리산과 먼 중부지역 말씨다.)

 

 

     서로의 출발지를 교환하는 것이 산중 대화의 실마리인지라, 먼저 물어보았더니 화엄사에서 시작된

     지리산 종주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으며 새벽 3시에 연하천을 출발하신 분이다. 탄성과 부러움을 안

     겨주었다.

 

 

     -사실 지리산은 처음입니다.

     이번에는 더 큰 경탄을.....

 

 

 

     -2개월 전 퇴직을 하고 내 일을 시작하였는데.... 잘 안되고.....  여기서 주저 앉을 수 없다고 심기일

     전해 볼려고 지리산에 왔습니다. 구례에 차를 세워두고 노고단으로 갈려했으나 마음이 바뀌어 화엄

     사에 서 시작하였고.....

     이 시대의 흔한 아픔이 되어버린 이야기에 가벼운 한숨을 쉬며 들었다.

 

 

     -새벽에 연하천에서 출발하는데, 맞은편에서 불빛이 다가오는 것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

     였더니 이 분은 토요일 성삼재에서 천왕봉 갔다가 지금 다시 되돌아오고 있는.....

     아하! 왕복종주를 하시는 분이군요. 너무 듣기만 한지라 짐짓 맞장구를 치며 말꼬리를 잘랐다.

 

 

     -예.... 그런 사람이 있더라구요. 정말 놀랬습니다. 그래서 중산리로 내려가려던 마음을 바꿔 까지껏

     나도 대원사까지 내려가보자...하여 이곳까지 오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이젠 슬슬 지쳐가네요...

 

 

     와~! 대단하십니다. 초행에 완전 종주라니..... 선생님은 이제 무슨일 을 하셔도 꼭 성공하실겁니다.

 

 

     지리산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니 많이 놀란다. 보아하니 산을 그리 잘타는 것은 아닌 것

     같은 데 지리산  박사네하는 투다...... 그 분은 대원사 길도 뚜렷할 걸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

     친 사람들에게는 매우 지겹다고 하니 동행을 했으면 하는 눈치다. (아래 사진의 물병 든 이가 오늘의

     인연이었다.) 치밭목 산장에서 출발을 달리 하였으나 곧 다시 동행이 되었다.

 

 

     대원사 마지막 버스시간도 알려주고, 시간에 닿지 않으면 나와 같이 차를 타고 주차장 까지 가면되

     고, 유평-대원사, 대원사-주차장 구간이 아주 멀고 팍팍하다고 일러주고 동행을 청하였다. 그분은

     감사의 말을 전했다.

 

 

     치밭목 산장은 재작년 6월인가 낡은 목조를 헐고 다시 지었는데 건물의 외양도 그렇지만 태양열

     발전기로 인해 한층 더 삐까번쩍해졌다. 지리산 산장 중에 가장 산장다웠는데 편의와 서어비스 향

     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현대화되었나 보다.

 

 

 

 

 

     1시 35분에 치밭목 산장을 출발하여 첫 계곡수에 30분만에 도착하였다. 세수와 세족을 하고 먼길

     을 대비하였다. 무제치기 폭포 계단을 에 내려서니 치밭목에서 겨우  1.1 km 내려선 표지목을 보

     고 마른 침을 삼켰다. 이어 무제치기 목책교를 지난다.

     2시 33분. 드디어 새재와 대원사 갈림길에 들어섰다. 이곳까지는 오르는 방향은 약간 경삿길이라

     매우 헉헉댔던 경험이 있지만 내려서는 방향은 그저 순탄하기만 하다. 치밭목 1.8 km, 새재 3 km,

     유평 4.4 km, 대원사 5.9 km 이다.

     산허리의 굴곡을 땀을 흐리며 진행을 하는데 무지 길이 끝날 것 같지도 않고 500 미터마다 표지목

     을 확인하는데도 이게 지금 방향이 맞나???하는 의문이 들어 자꾸만 나침판을 들여다본다. 길은 좁

     고 수풀 속에서 간간히 끊어질 듯  말듯한 느낌도 든다. 확신 속에서 등로에 자꾸만 회의가 드는 것

     이다. 이런 느낌은 매우 안좋은 느낌이다. 혼자서라면 매우 당황하게 된다. 게다가 오가는 사람들이

     없는 것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짧은 목계단을 올라 대원사계곡으로 연결되는 용수골을 바라

     보는 조망을 하고서야 현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세월에 저 산허리를 가로 질러 유평마을에 도착할까.

 

-내가 손가락으로 가야할 곳을 가르키니 동행하신 분이 입을 딱 벌린다.

각오는 했지만 참으로 끝이 없는 길이다.

 

     -써리봉에서 부터 타고 내려선 계곡을 되돌아보니 만만찮다.-

 

 

     무제치기 폭포의 물줄기는 안장당골로 빠지고 대원사 코스는 여기서 희미한 능선을 넘어 용수골로

     들어서게 된다. 이곳 능선을 넘는 여기까지, 1470봉에서 흐른 능선의 남쪽 사면을을 타고 계속 동쪽

     으로 진행하는 이 구간이 가장 지겹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용수골이 보이는 윗윗 사진 지점에

     오르면 가야할 방향과 거리가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뚜렷이 학습한 성과

     중 하나다.

 

 

 

     하지만 이곳에서 부터 20분 동안 사면의 바윗길이다. 고도계는 900-950 사이를 줄곳 가르키고 있다.

     3시 20분. 드디어 능선을 진행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길이 순해졌다. 이어 안부.

     유평 2.6 km, 대원사 4.1 km,  치밭목 3.6 km  ...

     이후부터는 속도를 내어 거의 뛰다시피 30분을 진행하였다. 돌길은 걷고 푹신한 산죽길은 뛰었다.

     그 분도 잘 따라오고 있었다. 30분 동안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2.6 km 를 40분 만에 내려섰고

     4시 정각에 유평에 도착하였다.

     자주 와봐서 식은 죽먹기라던 아내는 15분 후에 도착하였다. 동행하신 분이 구례에 갈려면 진주로 거

     쳐 돌아가야한다. 지리산의 교통불편 중 대표적인 예다. 진주까지 우리 차로 같이 가자고 하였으나

     한사코  마다하여 대원사 주차장에 내려서니 막 진주행 버스가 들어섰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사이로 헤어지기 전에 이분이 굳이 내 연락처를 메모하여 전화라도 한통화 하고 싶다고 하였

     다.  

 

 

     5시 45분에 입산하여 무려 10시간 동안 산중에 있었는데 심신이 가뿐하고 경쾌하여 귀로에 내내 흥

     겨웠다. 글을 쓰는 주중의 아침까지 녹지 않는 이 짜릿한 행복감.......!

 

 

 

     지리산....

     지리산이여.....!

 

 

     (어제 아침, 동행하신 분에게 전화가 왔다. 진주 자금성 찜질방에서 실컷 자고, 지금 하동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성공하시고, 어느날 우연히 산 속에서 만나자고 기약을 하였다. 착하디 착한 그분

     이 훌륭히 재기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