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석문봉 653m
위치 : 충남 예산군, 당진군, 서산군

산행일자 : 2004년 1월30일/집사람, 아들과 함께

남연군묘13:20-가야산 갈림 능선14:41-석문봉정상15:03/15:13-남연군묘16:10

◈ 겨울휴가로 다녀온 가야산 석문봉
매년 떠나는 겨울, 여름 가족 휴가를 이번엔 처남식구들과 함께 2박3일 일정의 도고온천으로 가게 되었다.
충청남도만 해도 벌써 4번째 여행이므로 어지간한 곳은 다 둘러보았기에 휴가기간 내에 짬을 내어 산행을 하리라 마음을 먹어본다.

모든 친척들이 모였던 설날이 몇일 지나지 않았건만 혈육의 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특히 외사촌 형제들과의 만남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애들과 노래방에 볼링장에 금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처남과 필수 코스인 약주(?) 한잔 걸치니 야심한 밤을 지나 새벽이 다가온다.

늦은 아침으로 하루를 열고 오전관광을 끝낸 후 현국이(아들)에게 등산계획을 예기하니 펄쩍 뛴다.
일행 모두 함께하는 산행도 아니고 애들 중에는 자신만이 포함된 사실에 대해 몹시 불만인 모양 이다.(실은 처남가족은 오후에도 관광예정이지만 차량 정원관계로 애들 중 한명은 산행을 할 수밖에 없었음)

현국이 왈 “사촌형제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는 것도 불만인데 하기 싫은 등산까지 강제적으로 하라는 것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두 번 죽이는 거야”한다. 허~걱
하여 등산은 하기 싫고 힘든 운동이라는 편견을 버리라고 한마디하니 훨씬 낮아진 저항을 몇 번 하다가 포기하고 동참하기로 한다.
에~구… 착한 자식 같으니라고 ^^*

본의 아닌 걸쭉한 점심 식사 후 즐거운 마음으로 도착한 남연군 묘역
다른 산행기에서 소개된 남연군 묘역의 주차장은 돌로 통로를 막아 놓아 주차를 할수 없어 조금 넓어 보이는 갓길에 겨우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따사로운 햇살이 온몸 가득 쏟아져 내린다.

자기가 주인이라도 되는 양 모든 등산로를 차지하고 있던 눈들도 따사로운 햇살엔 힘을 잃은듯 사르르 녹아내리니 흰 눈 사이로 거뭇거뭇 콘크리트 포장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질척이면서도 미끄러운 등산로를 걷는 수 밖엔…

꽁꽁 언 저수지를 지나고 나즈막한 돌담을 빙빙돌아 햇살에 눈부신 눈덮인 등로를 오른다.
저수지를 한바퀴 거의 돌아 민가가 있는 곳에서 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고…
두개밖에 준비못한 아이젠을 집사람과 현국이가 착용하고 우린 눈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걸게 먹은 점심의 포만감은 미끄러운 발걸음과 함께 몸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덩치만 크지 아직 내 눈엔 어설프기만 한 아들은 처음 착용한 아이젠에 적응이 안되는 듯 연신 불만을 토해내니 이리저리 조절을 해주다 아예 벗겨버린다.

가야산 갈림길을 지나니 기울기가 심해진 등산로가 나타나고 현국이 아이젠과 씨름하는 동안 시야에서 사라진 집사람을 따라 잡으려는 바쁜 발걸음을 미끄럽기만 한 등산로는 자꾸 자꾸 아래로 밀어낸다.
마음은 급하고 발길은 더디고, 온몸 가득 베어 나온 땀방울은 등산로에 뚝뚝 떨어져 내리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과 거친 숨소리는 산골짝으로 은은히 번져 나간다.

숨가쁘게 가야산 갈림길 안부에 올라서니 휑한 바람이 제일 먼저 달려와 인사를 한다.
안개에 시원한 조망을 모두 뺏겨버리고 안테나 가득한 가야산 정상은 등뒤에 남겨두고 400미터 남은 석문봉을 향해 능선을 잠시 올라본다.
아기자기한 암릉을 지나니 서울의 산에서나 보던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이 나타나고…

1시간 40여분 산행끝에 오른 석문봉은 제법 세찬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와 백두대간 종주 기념 돌탑이 정상을 지키고 있고 안개탓에 가야산에서 옥양봉으로 흐르는 능선만이 흐릿하게 보일 뿐 기대했던 혜미쪽의 시원스런 서해바다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다.
이리 저리 옮기며 좋은 그림을 그려보려 카메라를 들여 다 보지만 자욱한 안개가 계속심술을 부리니 아쉽지만 포기하는 수 밖엔...

늦은 시간에 등반을 했기에 오래 머물수도 없고 해서 옥녀폭포쪽 하산 길을 찾아 들어서니 급하게 내려 꽂힌 빙판길은 험난한 하산 길을 알려주는 듯…
아이젠을 착용한 발길도 쭈~욱 쭈~욱 미끌리니 난간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가는 수 밖엔…

조심스럽게 100m 정도를 내려섰는데 옥녀폭포 쪽에서 홀로 올라오시던 등산객분이 지금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 심하고 많이 미끄러우니 다른 길로 내려가길 권한다.
다른 어떤 길이 있느냐고 물으니 옥양봉쪽으로 조금 가다가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길도 편하고 시간도 빠를 거라며 자기를 따라 오라 한다.

덕산에 사시는 분이란 말에 믿음이 가서 내려섰던 길을 되짚어 올라서서 옥양봉 쪽으로 조금 가니 순하게 누워있는 등산로가 나타난다.
좋은길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웃음을 띄며 고향자랑을 늘어 놓기 시작한다.
가야산은 물론이고 충청도의 금강산이라는 용봉산, 팔봉산, 덕숭산등등…
이런 저런 예기를 듣는 사이 어느새 남연군 묘에 당도하고 기회가 되면 주위산들을 꼭 둘러보겠다는 인사로 고마움을 표해본다.

2명의 왕을 탄생시킬 명당이라는 대원군 아버지인 남연군묘…
가야사라는 절을 없애고 탑자리에 썻다는 남연군묘앞에 서니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고…
주위 산새를 휘~ 둘러 보니 풍수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눈에도 명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산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가는 길에 차창 넘어로 오늘 돌아온 가야산을 쳐다보니 등로에 쌓인 눈을 사르르 녹이던 따사로운 겨울해는 어느덧 힘을 잃고 산마루 나뭇가지에 겨우 걸려 산과 나뭇가지의 그림자만을 눈밭 위에 점점 더 키워가고 있었다.



상가저수지와 멀리 상가리 모습


태극기 휘날리는 석문봉


석문봉에서 본 가야산


석문봉 백두대간 종주 기념탑 앞에서


남연군 묘


▣ 김정길 - 가족과 함께 석문봉에 다녀오신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현국이가 등산에 맛이들어 산에 가자고 아빠를 조르는 때가 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저도 석문봉 원효봉 일락산 옥양봉은 이런저런 기회에 더러 다녀왔지만 가야산 정상을 올라보지 못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철탑 군부대 정상에 어떻게든 올라 볼 작정입니다.
▣ 길문주 - 별로 할일도 없으면서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사는 삶에 산행 욕심은 꺽이고 말지요... 시간이 넉넉하면 못오른 다는 가야산부터 옥양봉까지 걸었으면 했는데... 가야산 정상 무탈하게 다녀오시길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