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24일(토)
갑신년 연휴의 혹한에도 구파발로 향한다.
재문은 추운 겨울에 무슨 산행이냐고 엄살이었다.
엄살말고 구파발에서 보자고 반은 욱박지른다.

9시 35분 역에 도착하니 추운 날씨로 지하역 대합실에 등산객들이 많다.
오늘 산행은 4명. 역사를 나오는 계단을 오르니 재문이 반긴다.
추운날에도 신년 산행을 나온 산행객들이 반쯤이나 줄지어 있다.
오늘 행선지는 사기막골 송추행 버스를 만원버스에 구겨타고
북한산성 입구에 도착하니 대부분 승객은 하차하고 버스안은 한산하다.

효자비와 성황당을 지나 사기막 정류장에 내리니
설전에 내린 눈이 아직도 그대로인 등산로는 온통 하얀 세계다.
오늘 산행은 숨은벽 능선이다.
쌓인 눈으로 숨은벽이 달갑잖은 두선배는 험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나보다.
모른척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 초입에서 우측 마을회관을 지나자
산기슭 개사육사의 수십마리의 개들이 짓어댄다.

왼쪽의 눈쌓인 묘지를 보며 작은 고개를 넘으니 철담장이 보이고
담장을 우회하니 숨은벽 능선의 호젓한 산길이 시작된다.
산길의 쌓인 눈은 발밑에 뽀드득 거린다.
인적이 드문 호젓한 이 산길은 항상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혹시 하는 생각에 스패츠도 챙겨왔는데
앞서간 눈발자욱 덕분에 그래도 편하게 걷는다.

솔잎이 무성한 가지마다 수북이 눈을 이고있다.
얼마간 오르니 등에 열기가 더운기운으로 바뀐다.
덧옷을 하나 벗고 조금더 오르니
바위비탈이다.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레 오른다.

원형바위 오름길은 산행흔적이 없어 왼쪽 산허리로 돌아 오른다.
산아래가 탁트인 장소에 이르니 발걸음을 잡는 설경이 펼쳐진다.
이제부터는 바위지대가 많아 아이젠을 준비하고 사진도 한컷.
한길정도의 바위 비탈을 오르는 곳이 미끄럽다. 누군가 고맙게도
비상용 자일을 매어놓았다.

전망대 바위를 오르니 12시 30분 저만치 인수봉과 백운대
그사이로 치솟은 숨은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쉬며 산을 둘러본다.
새파란 하늘아래 염초능선이 병풍처럼 둘러 백운대로 솟아오른다.
온산이 하얀중에 바위봉우리들은 다른계절보다 작아 보인다.
이곳에서 바위능선을 따라 숨은벽 슬랩 가까이 가야 숨은벽의 절경을
바라 볼수 있을텐데 오늘은 인적은 없고 하얀능선만이 햇볕에 눈부시다

바위능선길을 왼쪽으로 가파르게 돌아 슬랩아래로 내려서니
숨은벽을 제대로 못보고 내려온 것이 아쉽다.
하산로를 얘기하다 오늘의 주메뉴인 효자비 마을의 김치찌게를
찾아 숨은벽 계곡길로 하산한다.
계곡 눈이 수북한 것이 골바람이 눈을 계곡으로 몰았나보다.
한참을 눈속에 묻혀 계곡길을 내려왔다.

효자비 마을에 도착하니 이제 2시를 넘긴다.
하얀산을 두고 너무 일찍 하산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찌게 맛은 구수한
옛산행을 생각하게 한다.


▣ 산초스 - 저희가 11:25분경 백운대에서 한참 구경할때 전망대바위쪽으로 올라오고 계셨군요. 저는 호랑이굴을 통과하신줄 알고 깜짝놀랐는데 안전하게 계곡으로 하산하셨군요. 효자비마을의 김치찌게가 맛있나 보군요. 다음에 기회되면 들려야겠습니다.
▣ 포도사랑 - 호랑이굴쪽은 위험한가 보군요...굴 통과후 바위오름이 위험한가요? 저는 겨울에는 숨은벽쪽으로 가보질 않아서...
▣ 산초스 - 포도사랑님 맞습니다. 굴통과후 자일매달린 직벽까지 가는것이 미끄럽고, 여름에도 하산시 제일 무섭더군요.^^
▣ 김찬영 - 이추운겨울에 숨은벽이라니요 !!!!!안전산행하시기를 잘하셨습니다
▣ 무마루 - 눈덮인 능선과 계곡을 보고싶었지요, 그래도 우회로는 있으니까요. 산초스님 김치찌게 맛을 보신다니 마을에서 큰길가 마당넓은 시골집을 찾으시면 별미입니다. 가게 뒤로 바로 등산로로 연결됩니다.
▣ san001 - 아.. 비상자일이 있군요. 다행이네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