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산▲파란하늘 아래 백설은 더욱 희고 사랑보다 더 슬픈 건 情이라고


- 언제 : 2004.1.25
- 얼마나:2004.1.25 11:10 ~ 16:40(5시간 30분)
- 날 씨 : 쾌청,정상은 강풍으로 체감온도 혹한
- 몇명:34명
- 어떻게 :산정산악회(http://mysanjung.co.kr) 따라서
▷백암온천지구↗선시골입구↗바둑판바위↗백암산정상↘백수산↘무덤↘↗백암폭포↘
백암온천지구(원점회귀)
- 개인산행횟수ː 2004-4회
- 산높이ː향적봉 1,004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계방산에 가고 싶었다.서울에 있을때는 쉽게 갈수 있었는데 부산에서는 거리때문에
쉽게 계방산을 가는 산악회가 없다.하지만 아주 간간이 그곳을 가는 산악회가 있었고
나는 매주 목요일 지역신문을 뒤적이며 계방산을 가는 산악회를 찾았다.

그런 나에게 기회가 왔다.연산한솔산악회에서 간다는 것이다.무조건 예약을 하고 알아
보니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에 있는 계방산이 아닌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있는 계방산
에 간다는 것에 산행계획을 취소하고 낙담했다.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드디어 가야
호산산악회에서 간다는 신문알림을 보고 바로 예약을 했다.

그리고 나의 개인홈페이지에 계방산을 간다는 공지를 내며 이렇게 출사표(?)를 냈다.

계방산으로 가며....

내게 있어 눈은 유혹이다.마음의 더러움을 씻는 의식이다.잃어버린 아름다운 추억을
찾는 비밀의 열쇠다.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모멘텀이다.

등산을 하더라도 그 산이 그 산같은 단조로운 매너리즘에 눌려 더 이상 산에 대한
사랑이 권태기로 빠져들때 그 권태기를 탈출하는 좋은 방법은 눈 덮힌 설산에 가는 것
이다.

피로로 지친 역마살의 날개깃을 일으키고 깨워서 계방산으로 간다.순백의 눈 세상
에서 잊혀져가는 추억의 끄뜨머리를 다시 꺼집어내고,맞부딪혀 이미 만들어졌고 다시
만들어질 전투같은 삶의 그늘을 씻을 수 있는 곳으로.....어딘들 눈덮인 설산 풍경이
아름답지 않을까만...그 중에서도 각별한 곳 중 더욱 각별한 곳...그곳이 계방산이
아닌가?

대한 추위로 얼고 설날의 설레임을 합쳐 지금 이순간 가장 어울리는 가장 깨끗한 모습
으로 앉아 더욱 빛을 발하는 계방산.겨울 내내 머리에 눈을 이고 사는 계방산 비밀의
입구인 운두령에서 능선을 타고 끝없이 물결치는 백두대간의 음률에 내 몸을 맡겨
내가 처음 "오페라의 유령"을 들었을때와 똑같은 장중한 전율을 이곳에서 자연의 지휘
에 따르며 느끼고자 한다.


그런데.....


07:30
나의 친정산악회는 산정산악회이다.오늘 산정산악회는 음력 첫산행을 맞이하여 백암산
에서 시산제를 지낸다.하지만 나에게 백암산은 10번 이상 오르내린 산이라서 계방산
을 가는 가야호산산악회에 예약을 했기 때문에 약간 마음의 짐이 되어서 몰래 계방산
이라고 적힌 버스를 찾아보았다.하지만 20여분을 둘러보아도 계방산가는 버스가
안보인다.

시간은 지나가고 마음이 급해지니 이젠 완전히 드러내 놓고 활보하며 구석구석 버스
를 찾는다.아무리 찾아도 없다.김천 황학산가는 가야호산산악회 버스앞 가이드에게
물어본다.계방산 가는 버스는 어디에 있느냐고? 설연휴에 차가 밀릴것 같고 사람수도
적어서 산행계획을 취소했단다.그리고 나보고 황학산 가자고 한다.

산정산악회는 단 7명이 왔을때도 45인승 버스가 출발했었다.계획한 산행은 꼭간다.
천재지변에도 가는 산악회다.그런데 가야호산산악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일단
계방산과 황학산 2군데를 간다고 신문에 내고 사람이 많으면 계획대로 하고 인원수가
적으면 합쳐서 한군데만 가는 전술을 세운 모양이다.산악회 버스가 아니라 관광회사
버스인 모양이다.

이미 계방산으로 가려던 마음은 실망으로 바뀌고 할수없이 산정산악회에 몸을 실고
백암산으로 간다.이미 의욕을 잃은 내마음은 쉽게 기분이 나지 않는다.


:::화진휴게소 옆 화진해수욕장의 바다

11:12
산행들머리에 접어들었다.산길은 넓고 눈도 보이지 않는데 간간이 부는 강풍이 살을
저민다.



12:03
처음부터 완만하지만 계속 오름길이다.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고 눈이 보이기 시작
한다.



12:12
드디어 눈이다.아이젠을 한다.눈 표면 乾雪은 날아가 버리고 濕雪은 바로 얼어붙어
氷雪이 되어 상당히 미끄럽다.



12:19
얼음눈과 돌밭이 섞여있어 걷는 느낌이 좋지 않다.미끄러우면서도 딱딱하다.큰 나무
들 때문에 응달이 되어 얼굴이 시리다.



12:48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멋있게 서있는데 바닥에서 1M위쯤에 송진채취 상흔이 남아있다.
그 아픈 흔적에도 불구하고 소나무는 너무나 늠름하다.



12:53
상승각도가 다소 완만해지며 고사목이 보인다.드디어 산등성이에 올라서는 모양이다.



12:54
정상 1.2KM전방에 올라서니 하늘은 흰눈때문에 더욱 파랗고,백설은 파란 하늘때문에
더욱 희다.흰색과 파란색...맑고 깨끗한...청정자연이다.



13:02
굵은 소나무지대를 벗어나니 이젠 잔가지가 성가신 잡목지대에 접어든다.지붕 용마루
같은 능선 길을 걷는다.



13:06
오른쪽을 쳐다보니 흰눈으로 장식한 낙동정맥의 장엄함이 눈맛을 돋운다.장중한
오페라(?)를 듣고 싶다.



13:16
전지된 포도나무 같은 - 키는 작지만 역도선수 같은 다부진 - 나무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데 바로 앞에 백암산 정상이 보인다.



13:40~16:40
백암산 정상에 섰다.일단 시산제를 거행하는데 바람이 너무 세서 제물들이 날릴판
이다.손은 시리고 강풍에 덜덜 떨린다.간신히 시산제를 지내고 정상 바로 아래 바람
이 덜 부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술도 한잔한다.떨면서 먹는 막걸리 맛이 일품이다.

정상석에서 기념촬영을 하려고 하는데 디카밧데리가 얼은 모양이다.작동이 안된다.
사진을 포기하고 강풍에 맞서며 하산을 한다.하산길은 더욱 눈이 깊게 쌓여있어
스패츠를 해야 할 상황인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스패츠를 하기도 쉽지 않다.푹푹
빠지는 설사면을 지나고 나니 산행대장 등산화에 눈이 들어간 모양이다.산행대장이
자신의 등산화를 벗어 눈을 털려고 하는데 그만 등산화를 놓쳐버렸다.등산화는 바위
에 떨어지며 통(!)하는 소리를 내며 탄력을 받은 후 100M 아래 절벽으로 날아가
버렸다.어이없는 실수다.시산제 후 막거리와 소주를 약간했지만 추운날씨에 손이
곱아서 실수를 한 모양인데 절벽 아래를 쳐다보지만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절벽은 80도 이상이지만 홀드는 많다.산행대장이 직접 록클라이밍을 하려는 모습이다.
산행대장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나와 후미대장인 조대원이 일단 스패츠를 하고
절벽을 빙 돌아 러셀 안된길을 뚫고 신발을 찾으러 간다.절벽을 빙 돌아 등산화가
있을 만한 지점에 접근하여 산행대장을 큰소리로 부르니 이미 70M 아래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등산화를 회수했다고 한다.급경사를 다시 오르려니 숨이 몹시 가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확보물로 지탱하던 홀드(돌)가 떨어져나가 큰일 날뻔했다고
한다.오늘 산행대장 체면이 말이 아닌데 그나마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은 산신령께
시산제를 지낸 덕분인것 같다.원래 사고는 사소한 일로 시작된다.산행대장이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서 많이 반성하는 눈치다.

원점회귀하여 하산해보니 오후 4시 40분이다.







흰 눈은 높은 산에 - 이성선

흰 눈은 높은 산에 와서 혼자
오래 머물다 돌아간다

새와 구름이 언제나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백암온천지구에 있는 버스로 돌아와서 대부분인 비주류(非酒類)는 백암온천에 목욕을
하러갔고 소수인 주류파(酒類派)는 버스안에서 술을 마신다.오늘 큰일(?)을 한 산행
대장과 나는 시종일관 주류자리를 지킨다.

부산으로 돌아와서 뒷풀이는 이어진다.이미 산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먹었는데 호프집
과 노래방까지 섭렵하고 집에 오니 새벽 1시가 넘었다.오늘도 지방을 태운것 보다는
축적한 것이 많은 땡초의 길을 걸었다.산행대장은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것에
대한 감사와 나는 계방산을 못간 아쉬움을 못내 삭히며...

나의 낙담에 산행대장이 올해 12월에 계방산행을 기획하겠다는 약속을 한다.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들리던 그노래 -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 노래 중 "사랑보다
더 슬픈 건 情이라고...: - 라는 가사가 귀에 맴돈다.


♬: the phantom of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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別添: 김영한의 산행후기 모음 보기




오르내림의 美學을 찾는 行色수상한 사진산행
「배낭을 메고」...........................................
http://www.HangSack.com




▣ 산초스 - 원래 목표했던 산을 못갈때 아쉬움은 더하지요, 그래도 올해의 무사
산행을 위한 시산제를 백암산에서 지내시고 사고도 면하였으니 다행입니다. 올해 눈
이 확실히 적은것 같군요.댓글이 지워졌었네요.
▲댓글 때문인지 프레임이 늘어나서 다시 조정했더니 댓글이 지워졌습니다.죄송
합니다.그리고 이제 댓글다는 것이 수정을 눌러서 쓸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김정길 - 영한님의 산행기에 이잰 재미를 붙여 애독합니다. 오늘도 재미 있군요,
어식재-계방산-방어산-고속도로휴게소의 기억도 떠오르고, 운두령의 계방산도 생각이
나고, 온천-백암산의 기억도 새롭습니다. 편리한 측면은 있지만 기분을 거슬리게할
때가 많은 영리 목적의 산악회들도 생각납니다. 저로서는 많은것들을 배워온 산 고수
영한님의 활기찬 산행을 기원하면서.......
▲산 고수라뇨? 낯 뜨겁습니다.산도 제대로 못타서 맨날 자동 후미대장 하는데다가
사진찍는다고 폼 잡으면 또 늦고....그기에 하산주까지 챙기는 땡자(땡초+행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