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05. 7.22 7.23

산행거리: 약 28.4Km

1일차: 15.9Km 백담사-수렴동계곡-봉정암-소청-중청-대청-소청-희운각(1박)

2일차: 12.5Km 무너미고개-공룡능선-마등령-오세암-영시암-백담사

 

산행 당일 아침! 5시에 기상. 오랜만에 접하는 장거리 산행이다. 그간 허리부상으로 서울근교 산에만 3시간 범위 내에서 다녔기 때문에 내심은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출발한 산행이었다. 전날 밤에 꾸린 배낭을 그대로 메고 6시쯤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여름휴가철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양평으로 가는 차가 꽤나 된다.

3시간여에 걸친 운전끝에 용대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마침 공단주차장이 아스팔트 공사중이라 사설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공단주차장과 같은 요금을 받는다. 하루에 정액 4,000원이다. 차를 주차하고 100여M 떨어진 백담사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산꾼은 없고 불자들만 여럿 보인다. 버스(요금: 2,000원)에 올라 백담사에 도착하니 10시가 다 되어간다.

 

(백담사 입구)

 

 

날이 무척 덥다. 산행 시작후 처음 만나는 것은 백담사입구에서 200여M 떨어지 백담대피소 이다. 그러나 이 대피소는 지난 5월에 폐쇄됐다. 이미 대피소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백담사가 불자나 산객을 위해 숙소를 대대적으로 증개축한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 든다. 백담사는 하루 1만원만 내면 숙박과 함께 2식을 제공한다고 한다. 셔틀이 생기고 나서 찾는 사람이 많아져 백담사는 그야말로 돈 냄새가 너무 진하게 나는 듯 하다. 예전의 신비스런 오지의 모습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백담계곡)

 

 

백담산장을 지나면서 계곡 맞은편엔 서북능선 대승령으로 오르는 흑선동계곡 입구가 보인다. 여기서 조금 더 오르면 왼편으로 황철봉 능선의 끝자락인 저항령에 이르는 골짜기가 나온다. 출입통제 지역이라 모두 갈 수 없는 곳 들이다.

 

연이은 백담계곡이 아름답기만 하다. 원래 백담이란 말의 의미는 조선시대에 한계사(현재의 백담사)의 명칭을 정할 때 대청봉에서 100번째 潭(담)이 있는 곳에 위치한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맑은 물 빛에 사람 두길이 넘는 물밑까지 아름답게 보인다. 이렇게 계곡을 벗 삼아 1시간여를 오르니 봉정암과 오세암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봉정암 방면으로 약 20여분 걸으니 수렴동 대피소가 나온다. 수렴동대피소에서 잠시 물을 마시고 대피소 뒤쪽으로 가서 가야동계곡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곳이 가야동계곡과 용아장성으로 오르는 들머리 이다.

 

(수렴동 대피소)

 

시간이 정오를 가르친다. 이제부터 수렴동계곡을 끼고 오르는 계곡길이다. 백담과의 깊은 인연을 버리지 못한 탓 인지 수렴동계곡 초입도 그 모습이 백담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좀 더 오르다 보면 수렴동계곡은 그 나름대로의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쌍폭과 구곡담을 지나 봉정골 입구에 도착하니 14시30분이다. 산행한 지 4시간30분이 지났다. 백담사에서 이곳 봉정골 입구 까지의 등산로는 매우 완만하여 더운 여름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리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봉정암 까지의 500M 거리는 급한 경사를 이루는 길이다. 짧은 휴식을 거듭하면서 25분 뒤에야 봉정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렴동계곡)

 

(쌍폭?)

 

(구곡담)

 

 

(봉정암을 500m 남겨두고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봉정암은 물맛이 가장 좋다. 암반 깊숙한 곳에서 솓구치는 물이라서인지 매우 시원하다. 백담사와 마찬가지로 봉정암 역시 과거의 고즈넉한 맛을 잃은지 오랜 것 같다. 아직도 봉정암내 증축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돌깨는 소리,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드릴소리 등등 이건 심산의 절이 아니다. 자연에 대한 훼손이 심각하다. 백담을 끼고 있는 설악의 모든 암자가 공사중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오세암도 영신암도 모두 그렇다. 봉정암은 아마 1년은 더 공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남녀로 구분된 숙소가 있는 것을 보니 불자들을 재워주는 것 같다. 물론 산객도 재워주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봉정암 뒤에 사리탑이 있다. 그곳에 올라 보면 용아장성을 가까이 볼 수 있다.

 

(봉정암 뒤에 우뚝 솟은 저 돌의 이름 뭘까?)

 

(사리탑에서 본 용아방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사리탑)

 

15시30분 봉정암을 출발했다. 약 40분 뒤에 소청대피소에 도착했다. 그곳엔 대피소와 더불어 매점이 조그마하게 있다. 해발 1400M가 넘으니 연중 가장 더운 지금도 부채 하나 부치지 않고 앉아 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올라오는 사람은 더울지 모르지만 사실 그곳의 온도는 25도 정도 밖에 되질 않아 가만히 있는 사람은 땀이 나지 않는다. 원래 소청에서 1박 하려고 배낭을 풀고 이곳 저곳 둘러보다 다음날 일정을 생각하니 소청에서 숙박하고 백담사에 늦게 도착할 경우 토요일이라 불자들과 섞여 셔틀버스 기다리는 데 만 1시간 이상을 허비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소청산장에서 본 용아장성)

 

(전망이 수려한 소청산장)

 

다음날을 생각해서 물을 보충하고 다시 중청으로 향했다. 가파른 오름길을 지나 소청을 거쳐 중청을 향하던 도중 한계령 갈림길에서 오는 2명의 산꾼을 만났다. 어디서 오냐고 묻는다. 난 백담사에서 오는 길이다 라고 답하고 부연해 내일은 공룡능선을 지나 다시 백담사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일행중 한 명이 공룡능선을 타고 싶은 데... 하지만 그들에겐 초행길이라 공룡능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동행할 것을 바라는 눈치다. 그래서 나도 묵시적으로 동의를 했다. 도착한 중청은 금요일 저녁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사람이 적당히 있다. 중청대피소의 숙박을 물으니 예약하지 않은 경우 8시 이후에나 숙박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달리 해석하면 예약 손님은 8시까지 중청대피소에 도착해야 한다는 뜻이다. 배낭을 놓고 대청봉에 올랐다. 대학동아리에서 올라온 팀과 몇몇 사람들 밖에 없다. 그 덕에 정상석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시 중청으로 내려가 배낭을 메고 희운각으로 출발했다.

 

(중청에서 바라본 대청봉)

 

(대청봉 정상석과)

 

(대청봉에서 오색 가는 길)

 

(소청봉의 이정표들)

 

(해질무렵 희운각 하산길에서 공룡능선을 바라보며)

 

소청을 지나 희운각에 도착하니 날이 이내 어두워진다. 산장지기에게 방이 있냐고 물으니 있다고 한다. 사실 잘 못 물은 것인데 방이 있냐고 묻는 건 여인숙 이상의 단독방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합숙이니까 숙박이 가능하냐고 물었어야 한다. 그래도 새겨 듣고 숙박부에 신상기록을 한 후 오천원을 내면 잘 수 있었다.

 

한계갈림길서 만난 산우들과 저녁상을 준비했다. 그들은 라면에 매실주, 나는 햇반에 집에서 가져온 풋고추와 된장, 김치 그리고 마늘짱아치를 내 놓았다. 참 맛있는 식단이다. 저녁을 먹으며 그들이 가져온 매실주 2잔으로 오늘산행의 기분이 배가된다. 나는 맥주 1캔씩을 답례했다. 희운각에서 캔맥주는 3,500원을 받는다. 비싸지만 해발 1100M인 이곳까지의 운송비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마시기만 하면 된다. 9시30분에 소등한다고 한다. 침실에 자리를 잡고 침랑을 깔았다. 9시30분이 되니 소등을 한다. 소등후에도 일부 산객들이 후레쉬를 키고 왔다갔다 하는 터에 10시30분이 넘어 잠들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5시에 일어났다. 햇반으로 아침을 먹고 배낭을 다시 꾸리고 6시에 2명의 산우와 함께 희운각을 출발했다. 무너미고개에서 공룡능선에 진입했다. 무너미고개에서 오르는 공룡능선 초입부터 밧줄도 나오고 나무뿌리를 잡고 올라야 하는 급경사지역이 나온다. 공룡능선 산행 30분만에 신선봉에 도착해 보니 가야할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외설악 쪽에서 몰려드는 구름이 10분뒤에 범람하여 내설악으로 폭포처럼 떨어진다. 한 두시간 뒤면 공룡능선 전체가 구름에 휩싸일 것 같다.

 

(신선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공룡능선)

 

(외설악에서 내설악으로 범람하는 운해)

 

(공룡능선을 지나면서)

 

(구름에 덮혀가는 공룡능선)

 

 

7시45분 공룡의 중간기점인 샘터에 도착했다. 장마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샘터는 산객을 위해 조금씩 물을 내보내고 있었다. 물병의 물을 다 마시고 샘터에서 물을 보충했다. 말이 샘터이지 암반 사이로 흘러나오는 물로 그나마 공룡능선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날씨에 공룡능선을 넘으려면 최소한 2리터 이상의 물을 가지고 가야 한다. 가능하다면 3리터 이상의 물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수가 많다. 물론 마등령에서 비선대 방면 500m 지점에 암반샘이 있기는 하지만 물의 양이 작고 마르기 일쑤이기 때문에 믿어서는 안 된다. 난 공룡능선을 지나오는 동안 약 2.5L의 물을 마신 것 같다. 나한봉을 지나면서 물이 다 소진되었다. 물론 소변은 한번도 보지 않았다. 그래도 또 마시고 싶은 것이 물이었다 마등령에서 30분 거리에 오세암이 있으니 그리 염려가 되지 않았다.

 

샘터에서 마등령까지 가파른 고갯길이 4개 정도 있다. 무너미에서 샘터까지 구간보다 조금 짧지만 체력소모는 매우 심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전날 백담사에서 대청봉을 오르면서 체력이 많이 소모된 탓인지 무척 힘이 든다. 정신도 혼미한 것 같다. 아마 체내에 염분이 땀으로 많이 방출되어 혈액의 PH농도가 떨어진 것 같다. 다행이 능선상에서 만난 산우로부터 소금을 조금 얻어 물과 함께 마셨다. 여름산행에서 소금은 꼭 필요하다. 대체품으로 나는 치즈를 휴대했으나 많은 땀에는 생소금이 더 효과적이다. 힘들게 마등령에 도착하니 10시 이다. 공룡진입 4시간 만이다. 공룡능선을 같이 동행한 산우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나는 휴식없이 바로 오세암으로 향했다.

오세암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하게 시작하다가 이내 가파른 길이 오세암까지 이어진다. 오세암을 거쳐 11시30분이 되어 영시암에 도착했다. 백담사까지 절반을 내려온 셈이다. 이제는 많이 지쳤는지 백담을 향해 가면서 애꿋은 고도계만 자꾸 보게 된다. 언제 고도 500m지점 까지 떨어지려나.....  힘들게 백담사에 도착해보니 시간이 13시30분이다.  다행이 이른 시간이라 중대리 가는 셔틀버스에 기다리는 줄이 없다. 지난번 경험으로 토요일 오후3시경 부터는 차를 타려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14시에 차량을 회수하면서 1박2일간의 홀로산행을 끝냈다. 뱃가죽이 좀 얇아진 느낌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