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07년 7월25일~26일

코  스:백담사-수렴동대피소-쌍폭-봉정암-소청봉-중청대피소(1박)-대청봉-

         회운각대피소-비선대-소공원(1박2일)

첫   날: 백담사->중청대피소 12.4km 총 8시간30분 소요

둘째날: 중청대피소->소공원 8km 총 7시간2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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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동안 벼르다가 겁 없이 덤빈 설악산 대청봉 산행였다.

두달여 전부터 설레이면서 이것저것 준비했지만, 산위에서는 모든 게

경험과 준비 부족였다.

그나마 한국의 산하 사이트를 통해서 얻은 소중한 산행기와 직접

조언을 해주신 분들이 안계셨다면, 큰 어려움을 겪을 뻔 했다.

먼저 보름 전에 중청대피소에 4인 예약을 한 후부터는

하루하루 등산할 날만 기다려졌다.

그러나, 장마가 문제였다.

하지만, 대피소까지 예약해놓은 마당에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작정 설악산으로 향했다.

도중의 호남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다.

걱정이 조금 되기는 했으나, 우비를 준비했으니 그냥 가자는 생각였다.

설악산 용대리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은 뒤, 오전 8시 백담사 행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백담사 주차장으로 향했다.

민박집 아저씨께서 주차장까지 태워다 주셨다.

다음날 설악동으로 우리 차를 가져다 주시기로 약속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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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우비를 입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배낭속 옷과 음식이 젖을 것을

걱정해서 우비를 입는다.

백담사 구경은 후일로 미루고 오전 8시35분에 힘차게 대청봉을 향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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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도중에 그친다. 산행길 옆으로 한없이 펼쳐지는

수렴동 계곡은 말 그대로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곳곳에 지난해 수해현장이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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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등산로가 초보등산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말로만 듣던 “봉정암 가는 길”을 직접 걸어 보니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 걸어야 할 코스는 장장 13km,

등에 짊어진 배낭의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배낭의 무게가 갈수록 무거워 지면서 땅만 보고 걷다가도

주변의 경치에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어디에 저렇게 아름답고 맑은 계곡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혹시나 물이 없을까봐 1.8리터 페트병에 물을 얼려 배낭에 넣었는데

이게 갈수록 돌덩이가 된다.

아내와 아이들 역시, 자기가 멘 배낭의 무게가 제일 무겁다며

엄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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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고 보니 옆에 흐르는 계곡물을 그냥 마셔도 된다고 한다.

길이 없는 듯 했으나, 길은 이어지고 수해로 끊어진 길이

임시로 만들어져 등산객들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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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훈련이 따로 없다. 지난해 수해로 이렇듯 심하게 훼손된

설악산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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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등산객들을 위해 돌 하나하나 가져다가 길을 만드는

손길이 고맙게 느껴진다.

허기진 배를 아침에 만든 주먹밥으로 해결하고

한 걸음, 한걸음 옮기다보니 영시암을 지나고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고

쌍폭을 지나 어느 덧,

봉정암이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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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깔딱고개가 기다리고 있단다.

오매~~~ 죽것네~~~가 절로 나온다.

한발 두발 옮기기고 벅찬데, 깔딱고개라니 정말 사서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든다.

두 녀석들도 돌아갈 수도 없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한숨만 내쉬면서

고개를 오르는 모습이다.

 

겨우겨우, 사력을 다해 봉정암에 도착한다.

봉정암까지 가면 우리의 등반이 끝나는 것처럼 얘기했는데

웬걸,

함께 등반한 아줌마들은 봉정암에서 묵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또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든다.

그래도 올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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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순간 마음을 놓아서인지 봉정암에서 소청산장까지 오르는 길이

더 죽음이다.

녀석들의 스틱 짚는 소리가 더욱 둔탁해진다.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이 녀석들 달래서 중청대피소까지 데리고 가는 게 나의 임무다.

큰일이다.

죽을 힘을 다해 소청산장까지 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음료수 하나씩 사주면서 달래본다.

비가 적당히 그칠 쯤 서둘러야 한다며 재촉하지만

둘째 녀석은 기진맥진이다.

큰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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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르고 달래 소청에 올랐다. 바람이 세지면서 안개가 더욱 심하다.

여기서 중청까지는 금방이다. 힘내자!!!

정말 중청대피소가 6백미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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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비하면 세발의 피~~

백담사 출발 8시간 30분만에 중청대피소에 도착,

낭패는 캠핑을 생각하고, 쌀을 가져온 것이다.

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해먹으려 쌀을 씻어 코펠에 넣고

끓였지만, 물이 넘치고 물을 조절하면서 밥하는데만 30여분이

걸린 것이다.

배는 고프고, 밥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둘째 녀석의 표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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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경험이야~~~

넘들봐, 간단히 라면과 햇반으로 해결하잖아~

우린 뭐야? 짐만 무겁게 몽땅 싸왔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비참해지는 거야~~ 

너무 탈진해서인지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대충 떼우고 오후 9시에 소등이 돼서 잠을 청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소등 후 조금 시간이 지나자

기관차가 오가기 시작한다.

우렁차다. 대피소가 떠내려갈 정도이다. 으~~

코고는 것도 바톤 터치를 한다. 등산보다 더 정말 죽을 맛이다.

소등 이후부터 일출을 보기위해 나갔던 새벽4시30분까지

코골이가 이어졌다.

둘째녀석은 분이 차는가 보다, 코고는 소리 때문에 한잠을 자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애들아, 어차피 코고는 소리땜에 자지 못하는데

일출보러 나가자 하니, 두 놈 다 눈을 뜬다.

밤사이 워낙 일기가 불순해서 기대도 하지 않고

어차피 대청봉에 온 것, 일출보러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대청봉에 올랐지만

횡재를 했다.

첫 대청봉 등산에 황홀한 일출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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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에 서서 바라보는 일출~

120명이 중청대피소에서 잠을 잤지만

26일 새벽 5시20분을 전후해 일출을 본 사람은 우리가족을

포함해 6명,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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쑈 폰으로 대전에 있는 직장 동료에게 일출을 중계해주겠다고

해놓고는, 그럴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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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해 대청봉 바위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대청봉!

올 여름 우리 가족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래 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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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떡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하산 준비를 서두른다.

우리가 대청봉에 올랐어~~

그것도 황홀한 일출을 본거야~~

우리가족 대청봉 등반을 준비하면서

지난 겨울에 대청봉 산행기를 올렸던 이승현 꼬마를 뜻밖에도

대피소에서 만났다.

아빠와 함께 또 대청봉에 온 것이다.

대단하다.

꼬마와 악수하고 바로 산동무가 됐다.

승현이네는 한계령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이 녀석은 우리와 헤어지기 싫어서 함께 하자고 조른다.

승현아~ 우리 산에서 또 만나자~~~

아내가 승현이의 등산화 끈을 조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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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의 신선한 기운을 가슴 속 깊이 들이 마시면서

하산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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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좋다.

말로만, 책에서만 듣고 보던 공룡능선, 울산바위가

발 아래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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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돌리면 그곳이 바로 천하제일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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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려오는 길도 결코 만만하지가 않았다.

비선대에서 대청봉 코스로 오르는 길은 정말 힘이 들 것 같았다.

계속 오르막길,

우리는 내려가지만, 하나둘씩 이 코스로 오르는 이들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힘겨워 한다.

천불동 계곡의 마지막 폭포,

천당폭포, 예전에 지형이 험해서 접근이 어려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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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운각 대피소에서 비선대까지 정말 힘들게 내려왔다.

거의 탈진 수준,

계곡 물을 연거푸 떠 마시면서

한발 한발 힘들게 내딛었다.

왜 그렇게 힘이 들던지, 그래도 아니 내려갈 수 없었기에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내면서

비선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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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대 식당에서 시원한 열무국수와 팥빙수, 냉막걸리로 허기를 해결하니

살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선대에서 설악동까지 걸어서 3km 란다.

그래도 다 왔다는 안도감에 터벅터벅 걸어간다.

이틀동안 20여km를 16시간여에 걸쳐 걸은 것이다.

아이들이 대견했다. 견뎌낸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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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놈은 사타구니가 쓸려서 내려오는 길 내내 고생했다.

다행이다. 아무 사고없이 이틀동안의 산행이 막을 내린 것이다.

설악산!

설악산에 오른 사람은 설악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우린 벌써 내년 산행을 기약한다.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기로 했다.

저에게 설악산 등반에 대한 조언을 기꺼이 해주신 거미님, 권경선님,

그리고 꼬마 산동무 승현님, 이곳에 가족 산행기를 올려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설악 산행 내내 돌 하나하나 계단 한계단 한계단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수고해주신 그분들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