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은만큼 가고 쉬고싶을때 쉬어라... 천성산산행기

- 일 자 : 2004. 10월 27(수요일)
- 날 씨 : 맑은가을날씨
- 인 원 : 저니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주차장-노전암-상리천계곡-천성2봉-내원사-주차장
[산행시간 5시간40분 사진촬영시간포함]

 

:::::산행에 앞서:::::

해마다 이 맘때쯤이면 가고깊은 산이있다.. 근교에 있어 거리에 대한 부담도 없고 단풍나무와 작은 계곡이 걸음마다 진한 가을향기를 맡을수있는 곳.. 내원사를 품은 천성산이다.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누구라도 자주 가는 산이지만 이번에는 노전암을 거쳐서 상리천계곡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기로 했다..




부산출발(09:40)∼양산IC(10:20)∼매표소주차장(10:40)



☞ 주차장을 나와서 계곡을 끼고 노전암 가는길

파란하늘아래 하루게 다르게 붉은빛을 내는 가을산이 아침에 퇴근하는 남자(?)를 그냥 가만두질 않는다. 오늘 퇴근길은 그 유혹을 못이겨 가까운 천성산을 찾기로했다. 천성산은 보통 공룡능선 아니면 성불암코스 그리고 중앙능선을 주로 산행하는데 이번에는 상리천계곡을 오르기로했다.

상리천계곡은 3년전에 산행을 한번 했었는데 그때는 안적암 갈림길을 지나 집북재로 올랐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북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주남고개를 거쳐 천성2봉 정상으로 오를려고 머리속에 먼저 산행로를 그려본다.


산행시작(10:50)∼노전암(11:15)-상리천계곡~안적암사거리(12:20)



☞ 파란 가을하늘과 맞닿은듯한 암봉

주차장 철조망옆을 지나 계곡을 끼고 노전암까지 걷는데 주중이라 간혹 지나는 스님들뿐 호젓한것이 참 좋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맘의 여유도 생기는것 같다.



☞ 암자로 보기에는 넘 큰듯한 노전암

노전암가는 길 옆 민가에서는 감을 따는 풍경이 정겨워 보인다. 상천리계곡과 정족산 갈림길 안쪽에 노전암이 자리를 잡고있는데 암자로 보기에는 넘 큰 작은 절 수준인것 같다. 경내를 조경을 해서 그런지 사람의 손 내음이 넘 많이 나는것 같다. 그리고 보기드물게 대웅전앞에는 잔디를 깔아놓았다. 대웅전... 그리고보니 암자에 왠 대웅전이 있는것일까? 그럼 내원사에는??




☞ 영주부석사 선묘낭자를 연상케하는 벽화

노전암에는 부석사 선묘낭자를 연상케 하는 벽화가 그려져있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지난번 범어사에는 목우도가 그려져있는데.. 앞으로 산사공부를 하면서 이것도 배우면 참 재미가 있을듯하다.

이곳에는 또 개가 많다. 한두마리도 아니고 저 많은 개를 다 무엇에 필요한것인지 추측을해보니 아마.. 도둑으로부터 지키내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치만 불경소리에 개짖는소리가 들리는 암자라.. 정말 암자치고는 이상하네... (나만 그런가??)




☞ 이제부터 길고긴 상리천의 비경이 시작되고..

노전암을 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상리천 계곡이 시작된다. 깊이를 알수없을 만큼 긴 상리천 계곡은 산책하기에는 그만으로, 단풍에 묻어 있는 계곡의 물소리가 번잡한 마음을 명상에 잠기기에 더 없이 좋은 산길이다. 어느cf광고처럼... 잠시 휴대폰을 꺼두시는것이 좋습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 계곡물에 흘러가지못하고 쌓여있는 나뭇잎땟목

"가고싶은만큼 가고 쉬고싶을때 쉬어라"(이겸) 지난주에 읽었던 산사에 대한 책 제목이다. 오늘같은 산행은 정말 그런 여유있는 산행이다. 계곡가에 잠시 앉아 쉬는데 불어오는 바람에 가을이 후드득 떨어진다. 등산화 발끝에 와 닿는것은 단순히 낙엽이 아니라 지니간 시간일것이다.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길을 올라갈수록 붉은색이 짙어지고, 작은 개울의 물소리에 가을산은 이렇게 깊어가는구나...



안적암사거리(12:10)∼상리천계곡~집북재갈림길(13:10)∼천성2봉정상(14:00)



☞ 여기는 안적암과 정상 갈림길 이정표

가을볕이 따뜻하게 숲으로 스며들는 계곡길을 한시간남짓 걷다보니 목덜리에는 땀이 흐른다. 안적암 갈림길이 나오고 이어서 집북재로 오르는 사거리에 닿는다. 여기서부터는 희미한 산행길을 잘 잡아서 올라야하는데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곧바로 개척산행(?)을 해야한다.

주남고개 능선까지는 꽤 힘든 구간으로 조금의 지루감마져 느끼게 한다. 고도를 높혀갈수록 헐벗은 나무가지와 수북히 쌓여있는 낙엽이 벌써 가을이 지나감을 느끼게 한다.




☞ 상리천 계곡과 정족산이 한눈에...

하늘이 열리고 드디어 주능선이 다가온듯하다. 우측에 커다란 암봉이 천성2봉 정상임을 한눈에 알수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정말 시원스럽게 열려있다. 정족산은 숲속으로 암자들(대성암,조계암,안적암,가사암)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고개를 약간 동쪽으로 돌리면 시원한 동해바다에 닻을 내린 배들이 장난감처럼 자그마하게 보인다.


하산시작(14:20)∼내원사(16:05)∼매표소주차장(16:30)



☞ 화엄벌을 배경으로...유일하게 찍은 사진

이제는.. 천성산청상이라 불리는 원효산도(아직 산꾼들은 원효산이라 많이 부른다)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이고 길게 누운 화엄벌도 가을햇살에 황색으로 빛을낸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2시가 넘어서고 있다. 쉬엄쉬엄 걷다보니 꽤 시간이 되었다. 처음 계획엔 성불암으로 하산을 할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너무 지체가 되어 바로 내원사로 하산을 시작..




☞ 천성산은 현재 단풍과 열애중...

내원사로 하산길은 몇번을 내려왔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다. 하산길 전망좋은 바위에서 바라본 천성산은 단풍과 열애중인것 같다.. 산허리까지 내려온 붉은색은 이달말쯤 계곡까지 내려올듯하다.




☞ 많은사람들로 붐비는 비구니사찰 내원사 경내

내원사는 주중인데도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경내로 들어서니 키 작은 해우소도와 큰법당이 보인다. 정말 있어야될 대웅전은 안보이고 그냥 큰 법당이라고만 적혀있다. 정말 이상타.. 절집에는 대웅전이 없고 암자에는 대웅전이 있는걸 보면.. 수능을 앞둔 시기라서 그런지 큰 법당안에는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내원사 경내를 나오면서 스님한테 물어볼껄(대웅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매표소 주차장까지 포장길을 30분이상 걸어가야하는 힘든 여정이 남아있다. 때마침.. 내원사에 택배를 왔던 대한통운 택배차량이 내려오길래 부탁을 했더니 선뜻 태워준다고 한다. 기사님의 친절함에 편안하게 매표소까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