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피아골~반야봉~뱀사골)』

▲ 반야봉을 오르며 불모장등,왕시리봉, 노고단방향 조망...

▷ 산행일시 : 2004년 10월 23일
▷ 누구누구 : 안내산악회 회원30명, 반쪽 그리고 나..
▷ 산행위치 : 경남 함양, 산청, 하동, 전북 남원, 전남 구례,
▷ 산행거리 : 약 24 Km
▷ 산행시간 : 약 9시간(촬영및 휴식포함)
▷ 산행날씨 : 맑음


▶ 산행 일정 및 시간안내

▷ 피아골 직전마을 출발 : 2004-10-23 오전 04:13
▷ 표고막터 도착 : 2004-10-23 오전 04:35
▷ 피아골 산장 도착 : 2004-10-23 오전 05:39
▷ 피아골 삼거리 도착 :2004-10-23 오전 07:22
▷ 임걸령 도착 : 2004-10-23 오전 07:33
▷ 반야봉 도착 : 2004-10-23 오전 08:49
▷ 삼도봉 도착 : 2004-10-23 오전 09:43
▷ 뱀사골 산장 도착 : 2004-10-23 오전 10:16
▷ 간장소 도착 : 2004-10-23 오전 11:05
▷ 뱀소 도착 : 2004-10-23 오후 12:05
▷ 반선 주차장 도착: 2004-10-23 오후 1:30

◈ 산행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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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피아골~ 뱀사골) 산행후기...

가을이 절정을 이루며 중턱을 넘고 있다.
햇살이 방안가득 쏟아져 들어와 중년의 공허한 빈자리를 채워주며..
갈 맛 보러 떠나자고, 벌써부터 보채기 시작한다.

기온이 뚝~ 떨어진 저녁, 낯선 곳을 찾는 설렘으로 등짐을 꾸려 양재역을 향한다.

도착 예정 시간에 어김없이 전원(피닉스 안내산악회 버스)이가 도착하고..
반쪽과 날 반갑게 맞아 주시는 '란' 대장님..

초보 시절 초 겨울, 첫눈 맞으며 월출산을 무사 완주 할수 있도록 도와주신
피닉스 산악회의 대들보 김영호 대장님, 고문님도 반갑다.40인승(우등 고속 형) 넓은 공간,
제일 앞석('란' 대장님 자리)으로 이번 산행의 특별 관리대상으로 뽑혔다.ㅎㅎ
1년 전에는 싱글로, 지금은 더블로........

복잡한 시내를 벗어 나면서 안내지도(지리산 서부 1 : 50,000 지도로 교각, 명소 까지 표시된 A3 용지)가
배포되고 '란' 대장님의 멋진 멘트가 이어진다 "지리산은~ 동, 서부로 나눠~ 서부의 맹주 반야봉,
피아골 계곡 단풍, 뱀사골 계골 단풍, 왕시루봉, 불무장등 각 산의 높이는~ " 천왕봉에 도착해서
지리산 애찬론이 잠시 숨을 고르고.. 기사님.. 선, 후미 가이드.. 총무님을 소개로 마무리를 짓는다.

▲ 토지면 직전마을 도착..
▲ 출발..
대진 고속도로에서 88올림픽 도로로 달리다 남원을 지나고 구례를 거쳐 오곡리에서 소로를 접어들어
연곡사를 돌아 직전마을 주차장에 도착한다.(03:48)

'솔봉식당'에서 시래기 된장국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 식수 보충과 볼 일을 마치고 출발한다.(04:13)
'산아래 첫집'을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표고막터 도착..
▲ 삼홍소 도착..
표고막터 까지는 길이 넓고 좋은 편이며 좌측에 계곡 소리만 들릴 뿐..
곱게 물든 단풍은 어둠에 가려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다만 헤드랜턴으로 주위를 살피며 피아골 단풍을 머리속에 그리고 진행할 따름이다.
▲ 피아골 대피소를 지나 계단 시작점..
▲ 피아골 일출(불모장등 방향)..
표고막터(04:35)를 지나면서 계곡이 우측으로 바뀌고 비포장 너덜길이 시작된다.
삼홍교를 지나고 삼홍소(04:58)에 도착, 잠시 숨을 고르고 구포계교, 선녀교, 신선교를
지나 피아골 산장에 도착(05:39)한다.

어둠이 짙어 산장 주변을 살필 수 가 없고,
'지리산 자연생태계 특별보호구역' 이란 안내 표지판만 우릴 반긴다.
썰렁한 산장을 출발 10여분후에 불로교를 지나 용수암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좌측길로 오르면서 가파른 계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피아골 대피소 0.6Km 지점(06:43)에서 주변이 밝아 오면서 오르는 좌측으로
왕시리봉이 나무 가지사이로 흐미하게 다가오고..

우측으로 불모장등 줄기가 길게 늘어져 지리산 골짜기에 왔음을 이제야 실감 나게 한다.
30분정도 가파르게 오르니.. 불로장등 능선에서 여명이 밝아온다(07:04)

비록, 피아골은 어둠이 삼켜 버려 산객의 눈에는 각인 되지 않았을지라도..
골을 굽이치는 물소리와 내음이 들뜬 산객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적막한 가을 흑색의 향연을 내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온 종일 산님들의 무게를 못 이겨 등로에 퍼져 버린 돌 무리들..
다홍치마 갈아 입을 채비 하느라 쉬고 있을 까만 밤 피아골에 예약없이
찾아든 불청객이 얼마나 미웠을꼬?

도란도란 반쪽과의 흉보는 대화를 엿듣고..
벌겋게 타는 일출로 길손의 맘을 달래려하니..
어찌 그를 미워할 수 있으리요...

▲ 임걸령 삼거리 도착..
10분을 지나 갈림길에서 반쪽의 성화로 잠시 쉬어 간다.
따끈한 커피향을 입안 가득 채우며..
올라온 계곡을 따라 저~ 밑을 굽어보니 좌우 능선, 양품에 안긴 피아골 계곡이 이제 낯 설지가 않다.
오르기에 너무힘든 길..

희미한 해드렌턴 불 빛 만큼의 산, 어둠을 안고 오르기엔 너무 힘든 이 길이지만 한발 한발 앞을 향해
오르다 보니 피아골 삼거리를 지척에 두고있다.

무박 산행이 처음인 반쪽이 이제야 생기가 돈다.(지난번 치악산 종주 때도 설레임 반, 걱정반으로.. 잠 못 이루고 따라 나서더니.. 오늘도 생전 처음하는 무박 산행에 잠이 올리가 없었으니 무슨 정신이 있겠는가..)

운행은 계속 이어지고 10여분을 지나 피아골 삼거리에 도착(7:22) 지리산 종주 길목에 들어선다.
10여분을 진행하니 지리산 최고의 물 맛 임걸령 샘터에 도착(7:34), 식수를 보충하고 노루목 삼거리에 도착(8:03)

▲ 임걸령 샘터..
▲ 노루목 삼거리..
반쪽 한테는 다소 무리지만 반야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름길에 청명한 날씨와 아침의 부드러운 햇살을 얻는 행운을 맞는다.

노고단, 천황봉을 조망하며 구비구비 넘실거리는 산 능선을 따라 황홀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또 보며 정상에 오른다.(8:49)정상에 도착하니..

지리산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도록 사방이 확 트인게 조망이 시원스레 열린다. 장관이다...
이곳 저곳을 둘러 보고 반쪽과 기념촬영도 한다..

마고할매 전설과 지리10경을 떠올리며..
디카에 메모리 시키며 비경에 젖어 한 참 시간을 보낸다.

▲ 반야봉을 오르며(노고단 정상 조망..)
▲ 피아골 계곡(좌측이 불무장등 우측이 왕시리봉 조망..)
반선 주차장에 도착 에정 시간은 오후2시 까지...서둘러 삼도봉을 향한다.
반야봉 갈림길(삼도봉, 노고단)에서 삼도봉으로 방향을 잡고 가던 도중 반쪽보다
20m 정도 앞서 걷는데 뒤에서 반쪽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비명 소리가 엄청커서 지리산이 떠나갈 정도였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반쪽의 겁 먹은 엄살!...)

너덜 지대에 익숙하지 못한 반쪽 한테 지금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았는데..

워낙 등로가 좁고 복잡해 잠깐 느슨해진 사이 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허겁지겁 달려가보니 발목을 접질린 상태..
"걸을 수 있겠나?" "응~ 근데 무릎 뒷쪽이 아파!"

발목은 괜찮은데 무리한 탓에 왼쪽 무릎에 통증이 있는 모양이다.

▲ 반야봉이 지척에..
▲ 반야봉 돌탑을 배경으로..
▲ 반야봉 정상석에서(종주 주능선과 멀리 천황봉이 조망..)
▲ 삼도봉..
▲ 공포의 554계단..
삼도봉에 도착(9:43)..돌아온 반야봉을 바라보니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둥그스레한 봉이 넘~ 아름답다.
반쪽의 아픈 무릎을 응급조치하고...

다시 산행은 계속되어 공포의 554계단을 내려서니 화개재 (하동사람과 남원사람이 올라 물물교환을 하였다는 곳)에 도착이다.(10:08) 좌로 돌아 10여분 내려가 뱀사골 산장에 도착한다.(10:16)
▲ 화개재 도착..
▲ 뱀사골 대피소..
▲ 뱀사골 하산 초입 단풍..
"우리 점심을 여기서 먹자" "벌써??" "아침을 새벽에 먹었으니 지금 쯤이면
적당하고, 내려 가면서 먹을 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을것 같다는 반쪽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어 자리를 펴고 먹거리를 푼다.

약 30여분 동안 느긋하게 오찬을 마치고 뱀사골로 향한다.
▲ 뱀사골 노란 단풍...
▲ 간장소 부근, 뱀사골 계곡의 비경..
넓은 길에 너덜지대가 지루하게 계속 이어지다 간장소(11:05)에 가까워 오면서..
옥 빛 청정 명수가 절경이다.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의 울창한 원시림 지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기암괴석을 감돌아 흐르면서
넓고 깊은 계곡이 담과 소를 만들고 약 40여리의 절경을 연출한다.

▲ 뱀사골 상류...
▲ 뱀사골 오색 단풍 계곡 우측..
▲ 뱀사골 단풍 하산길..
▲ 뱀사골 오색 단풍 계곡 좌측..
▲ 뱀사골 단풍 1
설악의 단풍이 짧고 진하다면 피아골 단풍은 길고 연하다.
연노랑, 연초록, 연분홍 이파리가 가을 햇살을 하나씩 나누어 이고..
투영되어 쏟아내는 빛깔이 곱고 아름다워 눈이 시리다.
▲ 뱀사골 단풍 2
▲ 뱀사골 갈색 단풍
▲ 넓고 편안한 등로길의 단풍..
▲ 병소 부근 적단풍..
만산홍엽으로 온~ 산이 울긋불긋 단풍절정을 이루고, 뱀소에 이르러
그 아름다움이 계류와 어울려 극치를 이루고 우로 길게 튼다.

짓 물러 터질것 같은 적 단풍 색감이 넘~ 고와 몸 속 깊숙이 붉게 파고 든다.
▲ 뱀소 부근...
▲ 반야교 부근..
▲ 뱀사골 하류 우측 사면...
비경에 피곤한 줄도 모르고 걷다 보니 탁요소에 이르고(12:59)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포장 도로를 따라 30분을 걸어 나오니..

당일로는 다소 무리한, 긴 산행을 무탈하게 완주를 마친 우리부부를
'란' 대장님이 안내소 입구 까지 오셔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 뱀사골 들머리...
도착 예정 시간(14시)까지 30여분 정도 시간이 남는다.
큰 사발에 피아골 막걸리를 가득 붓고 노랗게 물든 뱀사골 단풍을 안주 삼아 완주의 잔을 힘껏 부딪쳐 본다.

취기가 오를 즈음.. 피아골에서 뱀사골까지 벅찬 하루를 접고..
길어져 가는 오후의 가을 햇살이 피아골 사면을 곱게 수 놓을때..
영롱한 파스텔 톤의 빛나는 보석을 가슴 가득 안고 아쉬운 듯...
서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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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골 개요

피아골은 아름다운 계곡이다.
특히 피아골의 아름다움은 봄철 진달래, 여름철 우거진 녹음, 가을철 단풍, 겨울철 설화로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 가을의 단풍은 지리산에서 으뜸이다.

눈이 시리도록 선명하고 고운 피아골의 단풍은 찾는 이를 매료 시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피아골의 단풍은 삼홍(三紅)이라 하여 산이 붉게 불타는 산홍(山紅), 붉은 단풍이 맑은 담소에 비치는 수홍(水紅) , 사람이 들어서면 사람도 붉게 물드는 인흥(人紅)이 절경이다.

그 가운데 표고막터에서 삼홍소 간 1km사이의 빼어난 풍경이 피아골 단풍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그토록 아름다운 단풍을 빚어내는 피아골은 연곡천의 상류인 연곡사로부터 주릉을 향해 40여리에 걸쳐 이어져 있다. 반야봉 중턱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주릉과 불무장등릉, 그리고 노고단과 왕시루봉릉 사이의 원시림지대를 누비며 서남으로 돌고 돌아 왕시루봉을 따라 내려가 섬진강에 이른다.

노고단과 반야봉 사이 주릉에서 빚어지는 피아골의 물은 울창한 수림과 아름다운 수석을 감돌아 늘 청정함이 깃들여 있다. 즉 반야봉의 중턱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삼도봉과 노루목, 임걸령, 불무장등 사이의 원시림지대와 기암괴석을 감돌아 내려오다 노고단과 질매재에서 흘러내린 계류와 하나가 되면서 웅장하고 깊고 깊은 계곡을 만든다.

피아골의 어원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계곡 중간의 직전마을이란 지명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연곡사에서 2km정도 오르면 조그마한 마을이 나오는데 바로 직전(稷田)마을이다. 이는 오곡 중의 하나인 식용 피(稷)를 가꾸는 밭, 즉 피밭이 있던 마을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옛날부터 이곳에서 오곡 중 하나인 피를 많이 재배했다는 의미가 바로 피아골의 어원이다. 처음에 피밭골 (稷田谷)이던 것이 피아골로 전화된 것이다. 피아골은 장장 40여리에 이르지만 차량이 직전마을까지 들어갈 수 있는 탓에 그 깊이를 그렇게 크게 느낄 수는 없다. 피아골 등반은 차량이 들어가는 직전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직전마을에서 선유교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 비포장의 넓은 길이다. 왼쪽의 아름다운 계곡미를 맛보며 거닐면 상큼한 기분이 압도한다.

선유교를 건너면 비교적 너른 야영장이 나온다. 표고막터라 부른다. 일제시대 때 이곳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했던 곳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철에 한해 이곳에서 야영이 가능하다는 국립공원 안내 입간판이 이색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왜냐면 지리산 어느곳 할 것 없이 마구잡이로 야영장으로 둔갑해 있는 현시점에서 구태여 이곳에 한해 여름철 한철만 야영을 허가한다니... 화장실 시설과 함께 잘 다져진 야영장 바로 아래 큰 나무 밑을 살펴보면 그물망을 쳐놓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서울대 농대에서 만들어 놓은 채종장이다. 종자를 받기위해 조그마한 그물을 나무 아래에 설치해 놓은 것이다.

표고막터에서부터는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선유교를 건너지 않고 그대로 계곡 오른편으로도 등산로가 이어져 있으나 잘 이용되지 않고 선유교를 건너 표고 막터를 거쳐 계곡 왼쪽길이 많이 애용된다. 울창한 활엽수림에서 내뿜는 상큼한 산소를 마시며 잘 다듬어진 돌길을 걷는 기분이란 이루 형용할 수 없다. 평탄하며 완만한 길을 흠뻑 물든 단풍의 정취에다 계류의 청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피아골 단풍의 백미로 산홍, 수홍, 인홍 등 삼홍을 맛볼 수는 삼홍소까지는 30분 정도면 당도한다. 86년에 가설된 삼홍교가 주변경관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삼홍소에서 10여분 오르면 구계포다리가 나오고 여기서 바라보는 피아골의 경치는 극치를 이룬다. 완만한 암반위로 영롱한 오색의 구슬들이 층층 계단을 타고 쏟아지는 장관은 탄성을 절로 나게 만든다. 절경을 뒤로 하고 다시 10여분정도 오르면 남매폭포가 기다린다. 3∼4m의 아담한 쌍폭이다. 여기서 다시 조금 오르면 와폭이 있고 기다리던 피아골 산장이 나타난다.

*남원시 제공*


◈ 뱀사골의 개요

뱀사골하면 한국의 명수(名水)로 통한다.
지리산의 깊고 깊은 산록에서 맑고 깨끗한 물줄기가 빚어져 즐비한 징담을 거쳐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뱀사골의 청정계류는 가히 손색없는 우리나라의 으뜸 물줄기라 부를 만하다.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사이의 울창한 원시림 지대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기암괴석을 감돌아 흐르면서 절경을 일구어 놓아 뱀사골의 계곡미 또한 장관이다. 우리나라 계곡의 대명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 만큼 잘 알려져 찾는 이도 많지만 그 품이 너무도 넓고 깊어 쉽게 오염되지 않는다.

토끼봉과 삼도봉 사이의 화개재에서 남원시 산내면 반선리 집단시설지구까지 12km, 장장 39여리의 물줄기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소(沼)와 징담이 뱀사골의 가장 큰 자랑이다. 대표적인 것만 하더라도 오룡대, 뱀소, 병풍소, 제승대, 간장소가 그림같이 전개돼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뱀사골의 특징은 화려한 소와 징담의 잔치와 더불어 산행을 하다보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힘들이지 않고 어물쩍 길손의 발길을 산마루에 올려 놓게 하는 그 완만하고 고른 경사도를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뱀사골에는 연중 등산객 뿐만 아니라 가족단위의 행락객들이 많이 찾아든다. 옛날 뱀사골 입구에는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매년 칠월 칠석날 밤이면 주지 스님이 사라져 마을 사람들은 스님이 부처로 승천했다고 믿고 있었다. 서산대사가 이 소리를 전해듣고는 사람이 부처가 되어 승천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 어느해 칠석날 장삼 속에 비상(극약)주머니를 달아 주지 스님에게 입혀 예년과 똑같이 독경을 하도록 시켰다. 새벽녘이 되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큰 뱀이 송림사에 왔다가 계곡을 거슬러 올라 갔다고 한다. 이에 서산대사가 뱀을 따라 올라 가 보니 용이 못된 이무기가 뱀소에 죽어 있어 뱀의 배를 갈라보니 주지스님이 죽어 있었다고 한다. 그 후로 뱀이 죽은 골짜기라 하여 뱀사(死)골이라고 하였고 끝내 용으로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를 일러 반선(半仙)이라 부르다 어느 때부터인가 반선(伴仙)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전설속에 등장한 송림사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으며 그 터에 전적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뱀사골의 유래는 이 외에 여러 이야기가 많다. 옛날 석실(石室) 부근에 배암사라는 절이 있어서 뱀사로 줄여 뱀사골로 됐다는 얘기도 있고 뱀소(沼)에서 유래되어 뱀소골, 뱀사골로 부른다.또 뱀사골은 수많은 소(沼)가운데 간장소가 있는데 여기에는 화개재를 넘나들며 소금 장사를 하던 운봉 소금장수의 얘기가 있다. 그 옛날 화개장터에서 소금을 사서 화개재를 넘어오던 소금장수가 너무 지친 나머지 발을 헛디뎌 소금과 함께 웅덩이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 후로 이 웅덩이의 물이 간장처럼 짜다고 해 간장소라 불렀다 한다. 그리고 화개재에서 삼도봉을 거쳐 반야봉으로 오르는 길목 왼쪽에 이름모를 무덤이 하나 있는데 이 무덤이 운봉 소금장수의 무덤이라는 얘기도 있다.

뱀사골의 소와 징담마다 그에 얽힌 얘기가 전해지는데 제승대는 정진 스님이 산을 향해 제를 올렸던 곳이라고 하는 등 뱀과 용에 얽힌 설화가 수두룩하다. 곳곳마다 징담이 이름과 함께 그 유래를 간략하게 소개해주고 있어 찾는 이를 흥미롭게 해주고 있다. 또 간혹 오래된 지도상에 삼차, 막차라고 나오는 지명이 있는데 이는 산간도로를 만들어 지리산의 거목을 나르던 당시의 지명들이다.뱀사골의 절경은 빼어나지만 이 곳에는 잊지 못할 우리나라 근대사의 아픈 흔적이 남아있다. 반선의 옛 송림사 터에 세워져 있는 전적 기념관만이 당시의 아픔을 전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 전적기념관은 지난 79년 국방부가 조성한 것으로 광복 이후 6·25를 거치는 동안 지리산에서 벌어진 동족 상잔의 역사를 유일하게 상기시켜 주는 곳이다. 기념비와 2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각각의 전시실에는 당시의 각종 무기류와 사진, 모형물들이 전시되어 교육적으로 큰 가치를 갖고 있다.

전적기념관에서 시작되는 뱀사골은 화개재까지 이어지는데 대개 등반객들은 화개재 200m 아래 뱀사골 산장을 목표로 산행을 한다. 12km의 긴 등산로는 계곡과 나란히 이어진데다 지리산 등산로 가운데 가장 완만한 경사를 하고 있는 탓에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뱀사골 등반은 등산이라기 보다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데 전적 기념관 옆으로 널따란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한동안 이어진다. 큰 길 대신 계곡변 소로를 택해 오를 수도 있다. 두 길은 결국 석실부근 제 3야영장에서 만난다. 감나무와 간이매점을 지나면 용이 머리를 흔들고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는 일명 흔들바위 요룡대가 나타나고 곧 반야교가 나온다. 곧이어 탁용소가 나오는데 긴 암반위로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탁용소에서 금포교를 건너면 용이 못된 이무기가 살던 곳이라는 뱀소가 나오고 병모양의 기묘한 형상을 한 소가 연이어진다. 천장이 아치형인 명선교, 옥류교를 거쳐 계속 오르면 정진스님이 산신제를 올리던 제승대, 소금장수가 빠졌다는 간장소가 이어진다.

화려한 소와 징담을 지나 고목이 뒹굴기도 하는 등산로를 오르다보면 어느샌가 뱀사골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78년 반야봉산장으로 탄생했던 뱀사골산장은 그 후 85년 개축돼 지금은 8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89년 12월에는 전화도 개통돼(0671-626-1732) 대피소 기능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풍부한 샘물 덕분에 많은 등산객이 붐벼 다소 지저분하다는 인상마저 든다. 뱀사골을 찾는 등반객들은 이곳에서 1박 한뒤 반야봉을 오르거나 산을 넘어 피아골, 멀리 노고단과 화엄사를 거쳐 하산하기도 한다. 또 연하천산장을 지나 세석이나 천왕봉을 오르는 등반객도 많다. 한여름철 뱀사골을 찾아 지리산 계곡의 진수를 만끽해 봄직하다.

*남원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