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0. 25. 월./  홀로 

 

1.

빈 시간

남한산 남한산성으로 가다.

 

가는 길에 벌써 가을빛이 찬란하다.

 

무심히 들렀는데 만해 기념관의 특별전을 돌아볼 수 있었다.

<만해와 사람들>

뜻 깊은 이의 노고로 모아 놓은 자료들을 보았다.


 백범의 글이든가 “ 매반불망(每飯不忘)도 보았고

선사들, 시인들, 사가들과의 교유 족적과

듣기만 하던 그의 저서들과 관련 서적들도 있었다.

백담사 돌에서 본

‘남아도처시고향(男兒到處是故鄕)’의 대구인

‘기인장재객수중(幾人長在客愁中)’도 만났다.

 

위대한 인물을 만나면 존경의 염과 함께

스스로 왜소해지는 자신을 느낀다.

 

2.

역사전시관을 거쳐 그 뒤에 있는 절도 들렀다.

단풍이 아름다운 경내, ‘지장보살’이란 염불이 낭랑히 울린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장경사로.

장경사에서도 ‘관세음보살’이란 염불만 들린다.

독경도 시류에 따르는가.

지극히 단순하다.

 

산성을 따라 산행하는 이들이 많다.

혼자서 둘이서 또 몇이서.


 절 기둥에 씌여 있는

‘장부자유충천기(丈夫自有衝天氣)’를 읽으며

만해기념관에서 위축되었던 분위기를 제법 추스렸다.


 단풍이 참 아름답다.

절터는 참 좋은 곳에다 자리 잡았음을 새삼 느낀다.

 

많은 기억이 자리 잡은 곳.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들고 간 책을 한참이나 읽었다.

 

요기를 하고

다시 망월사로.

 

유일하게 빈 법당에

반가부좌로 앉아

풍경소리를 들으며

향 하나 다 타도록

모처럼의 정적에 빠지다.

 

불상(佛像)의 표정이 너무도 자족(自足)하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떠올리며

혼자 한 동안 사념에 빠지다.


 3.

법당에서

불탑 앞에서

경건하게 절하는 아낙의 모습이

주변의 화려한 단풍과 어울려

정말로 아름답다.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음을 문득 잊고 지냈으니...

 

짬 나시면 이번 주말에는

한 번 쯤 들러 보심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