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어 우중산행을 할것 같았다,.
하지만, 육십령에 도착 하늘은 파랗기만 하고 태양은 뜨겁다.
아마도 멋진님의 기도 덕분인가보다 ^^(고맙기도 하지...ㅎㅎㅎ)

육십령에서 점심을 먹고
오늘도 널널산행이 시작된다.
말로만 듣던 할미봉.
그런데, 뭐 별거 아니잖아? 전망은 좋다만~(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인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그 악명이 헛소문이 아니었다. 할미봉을 내려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에고고....

뜨거운 태양탓인가, 배낭무게 탓인가,
발걸음이 빨리 무거워진다.
소나무아래 휴식지... 아직 갈길은 멀기만 한데 시간은 많이 흐르고 언제가나~~ㅠ,ㅜ

이곳에서 백두대간을 홀로 종주하는 대전에서 오셨다는 어느 나이 지긋한 분을 만난다.
정말 존경스럽다. 이렇게 힘든 산행을 홀로 하시다니, 젊은이도 힘든 산행을....
오늘 아침 영취산에서 출발하셨다는데, 우리를 앞질러 가신다.
대단한 체력이 부럽다.

해는 제집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건만, 나의 다리는 자꾸만 쉬어가자하네~
저녁안개는 점점 능선을 휘감는다.
감싸고 있던 구름이 살며시 비키며 신비스런모습으로 장수덕유산의 암봉과 남덕유산을 보여준다.
덕유산도 이런 멋진 암봉이 있더란 말인가 !
하지만 구름은 멋진 모습을 오래 보여주진 않는구나.

서봉에 도착 할 즈음 어느덧 저녁구름은 우리를 가두어 버린다.
어? 그런데 서봉아래 약수터가 있잖아?
갈길은 너무 멀고 해는 제집으로 돌아가버리고, 돌탑도 멋지게 서 있고, 자리도 아주 멋지다.
그래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밤을 보내보자.

약수터 찾는데, 뭔눔의 갈림길이 그리 많은지...물은 보이지 않고...
큰일이다. 물이 없는듯 하다.
(남은 물은 쌀에 다 부어 버리고, 하늘은 깜깜하고, 물이 있는 곳까지는 3시간은 가야 할 텐데.... 이를 어쩐다.)
그때, 여기다~~~~~~~~!!! (큰배낭님)
드뎌 약수터 발견!(첫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이런곳에 이런 약수터가 !!!
바위틈에서 많은 양의 물이 콸콸 흐른다.

달무리를 보며 저녁을 지어 먹고, 구름속에 갇힌 우리는 그저 깜깜한 천지에 일찍 잠자리에 든다.
별을 보고픈 간절한 소망은 보이지 않는 별을 찾으려 애쓰지만 보이는건 없다.
구름이 걷히지 않았을까 하고 잠이 깰때마다 하늘을 보지만, 온통 뿌옇기만 하다.
포기하고 깊은 잠에 빠지려는데, 작은배낭님 별이다~~~
우와~~~ 별천지다.
처음 보는 은하수.....
저런걸 은하수라고 하는구나~~!!!
별천지를 보며 행복에 젖어본다.

산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언제나 신선하다.
눈만 뜨면 쪽빛하늘과 푸르름이 물밀듯 눈으로 밀려온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있는데,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샘물산악회 회원들이 지나간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그들은 먼저 떠나고, 우린 좀더 여유를 부려본다.

서봉에 오르니, 아침안개가 걷히고 드러나는 남봉...

어느해 겨울.
남봉 정상에서 하얗게 눈쌓인 끝없이 펼쳐진 덕유능선을 바라보며 덕유종주를 꿈꾸었었다.
지난 겨울 덕유종주를 나섰지만, 많은 눈으로 인해 삿갓재에서 하산해야 했다.
그때 장수덕유를 오르지 못한 아타까움이, 6월이 되면 다시 찾으리라던 다짐이 이번에 또다시 덕유종주 길로 오르게 했나보다

안개로 인해 한눈에 주능선을 다담을 수는 없었지만, 겨울의 그 덕유와는 전혀 다른 덕유산을 만난다.
아침에 여유로움을 많이 부린탓에 삿갓재에서 하산을 하려하지만, 오늘도 덕유종주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서운함이 다시 향적봉으로 향하게 한다.

무룡산을 오르는 원추리 능선....
정말 많은 원추리의 초원을 이루고 있었다.
노란빛으로 변하게 될 그 능선이 그립다.

초록의 초원에 빠져있을 무렵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빗방울은 순식간에 폭우로 변한다.
소나기려니 생각했지만, 그치지 않고 천둥을 동반한 폭우로 변해버린다.
등산로는 어느덧 사람길이 아닌 물길로 변해버렸다.

방수복을 입지 않은 난, 오늘 입은채 빨래를 함 해보기로 한다.
헌데, 빨래를 하는데, 옷은 왜 더 지저분해질까? ㅋㅋㅋ
모자에서 흐르는 빗물이 얼굴에 흐르고, 몸에서도 빗물이 줄줄 흐르지만, 기분은 말 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하다.(원도한도 없이 내평생 맞을 비를 오늘 다 맞은듯 하다.)
비와 안개 속의 덕유평전은 신비로움 이었다.

덕유평전 능선엔 나의 산친구들과, 원추리의 초원밖엔 없다.
비와 안개속의 한사람.....
안개속에 빗물을 머금고 봉우리를 터트리고 있는 노오란 빛의 원추리....
아름다움일까, 애처로움일까.....

향적봉 산장에 도착했을땐 이미 어둠이 내려 앉고 있다.
그 겨울의 북적대던 산장은 침묵만을 지키고 서 있구나.
이곳에서 간단히 라면을 먹고 젖은 옷을 갈아 입고 하산.

내려가도 내려가도 백련사의 불빛은 보이지 않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에 우린 지치기 시작한다.
백련사의 불빛이 보일땐 우린 지쳤고, 다시 주차장까지 그 길고 긴 도로를 걷노라니, 발엔 불이 나고 찌르는 듯한 통증과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
그저 등산화도 벗어 던지고, 배낭도 내려버리고, 그저 주저 앉고만 싶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주차장에 12시 다 되어서야 도착한다.
정말 길고 긴 산행의 끝이다.

쪽빛하늘, 안개, 구름속에 휩싸이기, 달무리, 별무리, 아침안개, 천둥, 폭우, 야간산행에서, 반딧불이까지
수없이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산의 여러 얼굴들을 이번산행에선 다 만날 수 있는 또하나의 평생 잊지 못할 산행이었다.

가끔은 정말 죽을만큼 힘든 산행이 좋다.
어떠한 잡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힘든 산행은 세상사의 찌든때를 말끔히 씻어준다.
그동안 엉망진창이었던 기분은 어느덧 고통속에 사라지고,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돌아온다.

졸면서 산행을 한 님은 말이 없고, 즐거워만하던 님은 이제 한달동안은 산에 가지않겠다 하고, 지리종주를 계획했던 님은 모든산행계획을 다 취소한다하고, 다시는 이길로 내려오지 않겠다는 님까지 정말 힘든 산행이었다.

하지만, 원추리꽃이 만개할때쯤이면 다시 덕유산을 찾으리라....



26일

12:00 육십령도착 점심
13:35 육십령 출발 - 15:00 첫전망대 - 15:20 할미봉 - 17:20 교육원 삼거리 - 20:00서봉 아래 비박지

27일
08:40 비박지 출발 - 09:44 남덕유 - 10:43 월성재 - 12:45 삿갓재산장 - 점심후 14:12 산장출발 - 15;20 무룡산 - 16:25 동엽령 - 19:25 향적봉 산장 - 20:25 저녁후산장출발 - 24:00 삼공리 주차장


▣ 이수영 - 무박종주를 꿈꾸는 저에게 또 다른 덕유종주를 하신 님의 산행이 너무도 낭만적이고 멋져보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리신것 같은데 정말 여유롭게 산행을 즐기셨군요 부럽습니다. 그 여유가..
▣ 운해 - 오월부터 벼르면서도 아직 가지 못하고 있는 덕유산 종주를 하신 님들의 모습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무사히 마친 종주 축하 드리고 이수영님의 덕유산 종주 무탈 산행을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