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비경




끌려 들어 간다.
굳은 몸 박힌 체 한없이 끌려 들어간다.

솟을 기암 천년 흘렸고,
시인 묵객 가슴 할켰다.

시간은 얼어 붙었으며,
끌린 마음 님으로 그려 진다.

어디쯤 겨를없이 어느만큼 아랑곳없이,
넋은 상처되어 아린다.

지나고 또 지나,
잊혀 질 무서움 있겠냐 만.

휘돌아 친 한폭 그림을,
뜬 구름 훑듯 새긴다.




24일 16시 20분, 도봉구 우이동 계곡 한일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의 도봉산 자운봉으로 향한다.

태양은 엷은 구름에 박힌 체 은빛 말을 동그랗게 쏟아 내린다.

참나무와 소나무에 둘러싸인 계곡의 우이암 매표소를 지나 우이남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의정부 시청 매표소나 안골 매표소에서 시작, 은평구 불광 매표소나 구기터널 매표소 까지 북한산 종주를 마음에 뒀으나, 준비 소홀과 늦은 시간 관계로 오늘과 내일 우이동에서 서로 나누어 오르는 중이다.

능선길은 기암과 돌계단이 몸을 태우며 덩실거린다.

뒤돌아 우이능선 영봉과 삼각산(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이 하늘을 받들고 있다.

그들의 어울림에 벌어진 입 다물어지지 않고 가슴은 요동치는 통에 온갖 잡념 사라진다.

오른쪽으로 떨어져 내린 무수골 숨죽였고 우이령 너머 상장능선 흐릿하다.

잔뜩 찌푸린 날씨임에도 바람 한점없어 열기 더하며, 괴봉 우이암이 머리를 쑥 빼고 내려 본다.

그는 세월 내내 뿌린 정을 아쉬워할 줄 모르며 마음까지 열어 반긴다.

부러움에 눈을 감아보지만 모자란 마음 아릴 줄이야, 만장봉 선인봉 톱날되어 하늘 켜고, 용어천 계곡 거북골 청룡되어 몸 비튼다.

송추남능선을 치고 올라 다섯개의 앙칼진 발톱으로서 자운봉 넓적다리를 할퀴고있는 오봉이 눈에 잡힌다.

그 서슬에 신선대는 소스라치며 몸 움츠리지만 자운봉은 그러거나말거나 오봉능선을 뻗어 끌어안고 있다.

보이지않는 힘에 끌려 스스로를 찾지 못할지언정 기왕지사 당신 그늘에 갇힌이상 헤나려 않는다.

자연과 한몸 임 느끼지못한 못남을, 당신을 향하는 기쁨과 아우르는 맘 엿보이기에 눈치 볼것없이 가슴열고 달려든다.

우이남능선에서 건너 보이는 도봉 주능선이 기암으로 허덕인다.

암석으로 포장된 길을 뚫고 실타래처럼 엉킨 소나무 뿌리들이 질긴 생명을 엮고있으며, 발길에 닳아 속살 드러낸 상처깊이 서녘으로 여울지는 빛이 묻어있다.

17시 45분, 우이암 팔뚝에 걸터앉아 도봉주능선 건너 괴봉들을 바라본다.

이것이야!~ ~ ~ 이 그림을 보려 힘듬 마다않고 올랐지, 눈앞에 펼쳐진 산수화에 몸서리치며, 화끈거린 열기는 칼날되어 정수리 끝으로 내닫는다.

몸은 그들의 자태에 마비되었으나 마음은 허공을 돌아 춤을 추는구나, 나는 이 자리에 없었다.

자운봉까지는 1시간 남짓, 그러나 되돌아 내릴 시간 허락치 않아 아쉬운 발길 돌리며 내일 백운대 오를 꿈에 부푼다.



25일 06시 10분, 6번 시내버스 출발점에서 도선사행 전용 버스를 이용 06시 20분, 백운대 매표소를 지나 산행은 시작 된다.
이른 아침이어선지 계곡은 졸리운 얼굴을 하고 있다.

우이동 대피소를 지나 하루재를 앞으로 둔 길은 돌계단이 완만히 뉘여져 있다.

활개친 참나무 숲사이로 새파란 하늘 얼룩져있고 흐드러진 청단풍 새벽길을 열고있다.

휴식년제에 묶인 깔딱고개 길을 왼쪽으로 버리고 하루재로 오르는 급한 길에, 우이능선 긴 그림자가 참나무숲 허리를 자르며 기지개 켠다.

06시 40분, 하루재에 올라 잠시 다리쉼을한 후, 백운대 길로 접어드는 순간 장엄한 인수봉이 목을 누른다.

금빛 산란한 몸을 삼각 원통꼴로 솟아놓고 있는 그에게 뜬구름 조차 범접못하며 흘러가고, 효자리 계곡은 기를 펴지못해 안으로만 속을 끓인다.

인수 대피소를 지나 인수봉 샅을 판다.

발은 헛돌며 눈길은 그를 향하고 턱은 떨어져 드날숨 거칠것 없다.

물 흐름은 선율되어 골짜기를 메운 뒤 가슴을 뜯어 인수봉 자락으로 내닫는다.

옥빛 같은 영롱한 자락을 베어 물고 픈 마음은 욕심이런가, 그냥 그대로 묻히고 싶다.

당신의 발등에 무작정올라 추억 만들며 연민의 정을 던진다.

07시 25분, 백운산장을 지난다.

뒤돌아 왕관같은 바위를 다듬고있는 족도리 바위가 애증스럽다.

배운대로 오르는 급한 암릉길 위 숲머리 열고 언뜻언뜻 뵈는 백운대가 벼락 같다.

기암과 어우린 적송은 운치있는 분재목 되어 눈시울 젖게 한다.

삼국의 민족혼 서려있는 북한산성 위문을 끼고 오름길은 암벽을 파고 있으며, 등뒤로 서서히 자태를 드러내고있는 만경대를 대하는 순간 사지가 굳어 버린다.

노적봉과 어깨를 겨루며 우정을 쌓고있는 그는 얼굴을 천상에 묻어놓고 세월을 훔치고 있다.

현기증을 일으키는 바람에 눈을 돌려 백운대를 올려 보았으나 그역시 푸른 하늘을 조각한 석편들을 아리도록 달고있기에 탄성은 신음되어 흘러나온다.

인수봉 허리 감도는 서슬 기운을 한 치라도 열 수 있다면 애오라지 한 점 응석부려 볼 텐데, 한숨 된 자신을 바람결에 묻는다.

정상으로 이르는 암릉길을 오른 08시 10분, 837 미터 백운대에 올랐다.

주야장천 뜬구름이 살찌우고 바람결에 흰 살결 씻으며 바위꽃을
피웠다.

일명 삼각산이라고도 하는 북한산은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자운봉, 만장봉, 오봉 등 20 여 개의 기암 봉우리들을 아우르고 있다.

사적 162호 인 북한산성에서 옛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으며 거대한 화강암으로 솟구친 봉들을 절경으로 하기에 등산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다른 국립공원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이령 너머 도봉산(자운봉, 만장봉, 선인봉)과 한 형제로 북한산 국립공원을 이루고 있지만, 역사의 쓰라림으로 우이령 소귀고개를 넘볼 수 없어 단숨에 오르지 못하나, 오르내림을 마다하지 않으면 사패산으로 올라 우이남능선을 내려선 후 제차 우이능선(휴식년 적용 구간)으로 오르면서 족두리봉(수리봉)까지 당일 산행 가능하다(들머리를 바꾸어도 된다)

염초봉을 불끈세운 원효봉 능선 줄기가 흰 이빨을 갈고 있다.

08시 30분, 내림은 위문을 지나 만경대와 노적봉 사이 인 산성주능선으로 방향을 잡았다.

두고 내릴려니 발길은 떨어지지 않고 매여있는 마음을 뗄려니 아픔만 더 할 따름이다.

위문에서 개연폭포 방향으로 급하게 떨어지다가 용암문쪽의 길을 탄다.

오른쪽으로 힘차게 꺼져내린 북한산성 북쪽 계곡은 염초봉과 백운대의 기암에 숨소리 조차 쏟아내지 못한 체 푸른 거품만 물고 있다.

만경대가 두르고있는 치맛자락에 주름진 기암 늘어져있으며 노적봉은 초여름 볕에 하얗게 그을린다.

용암봉 가는길 하늘 열지 못하고 빛은 오름길 담지 못한다.

험한 바윗길이 발목을 긴장시키며 용암봉 옆구리는 석벽으로 치장했다.

용암문을 두고 시단봉으로 향하는 주능선길 고요하다.

09시 50분, 동장대를 거쳐 대동문으로 향하는 길의 오른쪽 북한산성 계곡 건너 의상봉 능선이 용출봉, 용혈봉 등을 솟아 올리다가 문수봉을 가슴 서늘하게 냅다 부친다.

소귀천 계곡과 구천 계곡을 팬 진달래 능선이 검푸른 숲을 몰아치며 대동문을 쫓는다.

대남문으로 이어지는 성곽 안길은 초여름 뜨거운 햇살에 부서지고 있으며, 칼바위 능선을 늘어뜨린 험상궂은 칼바위는 목을 늘여놓고 산성을 넘겨다 보고 있다.

문수봉에 매달려있는 대성능선과 의상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가로질러 있다.

보국문 지날즈음 부는 바람 다정 하다.

마음을 읽기나 한것처럼 이녁 품에서 시달린 열기를 식혀주고, 삶에 찌들려 멍울진 일상을 털어버릴듯 발길을 가볍게 한다.

딛고 오르는 자욱마다 함께한 흔적이 채워졌으며 그것으로서 당신이 오롯이 남는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반겨주리라 믿고 무작정 안겨든다.

대성문으로 오르던중 숲에 가려 보이지않던 백운대 일대와 도봉산이 한눈에 들어오며 자태를 뽐낸다.

올망졸망한 봉우리들 마다 길게땋은 머리카락을 늘여놓은듯 감미로운 등성을 어루이고
있다.

여러겹 겹치듯 줄지어 선 그들을 넘나들며 마음은 한없는 희열을 뿌리고 눈은 이슬을 머금은 체 모든시름 앗긴다.

관악산은 옅은대기에 갇혀 어슴푸레한 형태만 드러내고 있으며, 북악 인왕산은 복잡한
시내의 회색 건물들을 가리고 있다.

아차산 낮게 엎드려 있으며 청계산은 두다리를 뻗고 있다.

대남문으로 부지런히 걷는다.

풀 한포기 나무잎새 하나 그 모든것 살아있어 가슴을 태운다.

발길에 채여 흔들리다가도 엷은 미소에 길을 열었으며, 때묻은 날숨에 얼굴 찡그리다가도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에 장단을 맞춘다.

보현봉은 비경에 응어리져 있으며 문수봉 절벽에는 바람조차 쉬어간다.

청수동암문으로 돌아가는 길을 버리고 위험 구간 임을 알리는 이정표 따라 문수봉 암벽길로 걷는다.

11시 30분, 727 미터 문수봉에 오른다.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비봉능선에 괴봉들이 꼬리를 물고 솟구쳐 있으며 응봉을 팽개치고있는 응봉능선은 잿빛 암반을 뜯어 먹고있다.

그 자태를 훔쳐보는 사모바위 쏟아질까 두렵고 삼천사 계곡은 시기하듯 짙푸른 눈을 감고 있다.

승가봉으로 내리는 위험천만한 길을 조심스럽게 타고 내린다.

의지하며 내릴 수 있는 줄 따위는 없으며 안전을 위한 어떤 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안전을 위하여 없앴다나? 그러니 둘러 가라나? 심리상 이곳으로 갈 호기심만 더 하기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네발로 기어 겨우겨우 내린다.

20 여 분간 암벽과 씨름 후 승가봉으로 향하면서 지나온 암벽길 아름답다.

12시 48분, 승가봉에 올라 비봉으로 향하던 눈길에 사모바위 밑 승가사 고즈넉하고, 비봉 어깨위 진흥왕 순수비 의기양양 하다.

안타까울 정도로 애태우며 당신 품속을 파고 든다.

시간은 이미 멎었고, 아름답다라고만 말할 수밖에 없는 부끄러운 자신이 비감에 가득차 있다.

어느 한 부분을 떼어낼 수 있다면 그곳에 넋이나마 묻을텐데 아니면, 언제나 보고싶을때 볼 수만 있어도 큰 복이라 여길텐데, 벌써 다가올 작별이 마음을 흔드는통에 있는 정 없는 정 왈칵쏟아져 내린다.

사모바위 네모꼴로 떨어지고 보현봉으로 오르는 사자능선 하얀 하늘을 덧칠 한다.

잠시 후 비봉을 배밀이하며 오른 13시 20분, 어깨를 잡았다.

향로봉 정상 천년송 애살스럽고 탕춘대 능선 괴벽으로 병풍을 쳤다.

당신을 보고있는 동안 질식할것 같은 벅참 느끼면서도 날아가 꽂히는 눈살은 여유를 주지 않는다.

몇 꺼풀 벗기는 한 있더라도 얼키고설킨 눈빛에는 애증마저 담긴다.

그것은, 아름다움에 빼앗겼고 가질 수 없는 안타까움에 마음 아파함 아니겠는가, 이미 정은 떠나 당신곁으로 향했기에 잃어버린 자신을 찾을 겨를 없다.

단지 가질 수 있는것은 소리없는 환상이어라.

향로봉과 진관사 매표소 갈림길을 버리고 비봉 매표소 방향으로 내리며 계곡으로 묻힌다.

숲은 고요한데 길은 분주하다.

그렇게 부지런히 내려 탕춘대 매표소를 지나, 텅춘대 능선에서 건너 본 족두리봉이 함박 웃는다.

그를 오르지못한 아쉬움 남을지라도 기약 있기에 푸근하다.

오도청으로 내리면서 새겨보는 이 이의 품속은 감동에 몸서리쳤고, 벅찬 감정이 눈시울 붉혔으며, 잊혀지지 않을것같은 춤사위가 갈증되어 흐른다.

그 모든 쓰라림을 넋으로 묻으리라.


- 안 녕 -

_ 2004, 06, 25._


_eaolaji_


▣ 민 우 - 애오라지님! 오랬만에 뵙네요, 그것도 가까웁고 참좋은 도봉산 북한산을 빼놓지 않고 하나 하나 챙겨주시고 아껴주시는 님의 마음과 솜씨에 입이 다물어질줄 모르네요, 즐겁고 건강한산행 이어지고 또이어지시길.....
▣ 하이디 - 도봉산과 북한산을 한눈에 기막힌 달필로 그리셨네요 주봉과 능선 눈에 선하게 들어옵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