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종주기 (삼가동에서 구인사까지)

  

 

◎산행일시 : 2004. 6. 28(월) 나홀로

◎산행기록 : 삼가동매표소(03:30)-비로사입구[(04:00),30분 앉아서쉼]-양반바위(06:30)-비로봉(07:00)-국망봉(09:00)-상월봉[(10:00),1시간알바]-민봉(13:30)-구인사(15:40)

  

  이젠 한주일만 쉬어도 몸이 근질거리고 뭔가를 잃어 버린것같아 안절부절 못하니 나도 이제 산사람이 다되어가는건가?

  지난주 비로 산행이 무산되었고 어제는 모처럼 친구 둘과 나 셋이서 북한산 의상능선을 등반하였고 오늘은 그동안 계획만하고 실행을 미루었던 소백산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휴가철을 제외하곤 잘 사용하지 않는 연가를 내고 27일(일요일) 밤 11시30분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예전 자가용이 없던 시절에는 비둘기호, 통일호 등 열차를 거의 이용했었는데 요즈음은 도로 사정이 좋아져서 열차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열차여행이다.

  열차는 3시간 30분 정도 지난 새벽 3시10분경에 풍기역에 도착하였고 월요일이라 그런지 등산복차림은 나혼자 뿐이니 쑥스럽기 조차하다.

  택시(요금 12,000원)는 삼가동 야영장에 나를 내려놓고 가버렸는데 칠흑 같은 어두움에 반딧불이 불빛이 반짝반짝하니 으시시하다. 원래 야간산행을 해 본적이 없는데다가 준비마저 소홀해 소형 손전등을 하나 갖고 갔는데 성능이 별로 좋지가 않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땀은 비오듯하는데 30분정도 올라오니 불빛이 환한 곳이 있고 여기가 비로사 입구이다. 불빛이 있는 곳이 수세식화장실이고 화장실에 볼일보고 신발끈, 배낭끈도 조이고 본격적인 등산 준비를 완료하고 위쪽은 쳐다보니 아직도 칠흑 같은 어두움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데,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화장실앞 바닥에 주저앉아 약 30분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보내고 다시 산쪽을 쳐다보니 이젠 어느 정도 산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래 이제 가보자.

  지금시각이 4시반경, 조금가자니 달밭골 갈림길이 나오고 민박집도 보이고 어둠도 거의 사라져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약 1시간을 별 생각없이 열심히 올랐다. 이젠 해도 떠서 나무사이로 햇빛도 보이고 새소리도 들리고 뚝뚝뚝 소리가 들리는데 비가 와서 나뭇가지에 물기가 많이 맺혀 있다가 떨어지는 소리이다.

  갑자기 사람소리가 나는 것 같고 누군가 뒤쫓아 오는 것 같아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자연에서 솟아나는 여러 가지 소리가 조화되어 환청으로 들리는가 보다.

  어제 북한산행을 무리하게 했나? 무릎도 뻐근하고 힘이드는데 심상치가 않네!! 보통 산행 1시간 정도 지나면 별 어려움이 없는데 오늘은 1시간 이상이 지났음에도 이렇게 힘이드니, 조금을 오르다 선채로 잠깐 쉬고 완만한길을 가려니 왜이리 졸리는지 눈을 붙이고 다섯걸음, 눈을 뜨고 다섯걸음 이렇게 가다가 언제나 가나...

  양반 바위를 지나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전망 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쉬면서 위쪽을 보니 운무에 숨어있는 비로봉이 보이는데 얼마남지는 않은 것 같다. 쉬는김에 컵라면과 빵으로 조촐한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출발(이때가 06:30)하여 마지막 깔딱고개와 계단을 올라 비로봉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07:00 도착)

  이런 진짜 오늘 이산에 나 혼잔가? 요새는 소백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 휴일에는 지체까지 된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월요일이라지만 아무도 없다니 너무한거 아닌가!!!

  아무튼 정상 기념사진을 몇 컷 찍고 국망봉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비로사입구를 지나고 마지막 민박집을지나며        ↑양반바위에서 이정목

  

 ↑아침식사하면서 처다본 비로봉

  

 ↑비로봉 정상 -운무로 희미합니다 

  

아래쪽을 바라보니 운무에 가려 조망이 되지 않고 또 얼마를 오다 비로봉을 보니 움직이는 물체가 보이는데 사람인 것 같다. 희미하긴 한데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나무 계단 끝나고 나무터널길을 지나는데 거미줄과 맺힌 이슬에 옷과 신발은 다 젖어 가지만 기분은 좋다. 흥얼흥얼 노래까지 하면서 가는데 국망봉이 생각보다 꽤머네.

  

 뒤돌아본 비로봉 

  

 국망봉가는길 

  

  쉬엄쉬엄 2시간 가까이 걸었나보다. 드뎌 넓은 평지가 나오는데 여긴가 하고 이정목을 보니 0.3km를 더 가란다. 멋진 바위 앞에 국망봉이라는 표지석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운무 때문에 아래쪽은 전망이 되지 않는다.

  비로봉에서 정상주를 못했으니 여기에서 해야지!!ㅎㅎ  막걸리와 오징어포를 꺼내놓고 한잔쭉.. 꿀맛이네. 또한잔, 또한잔 세잔을 거푸 마시니 여기가 모두 내세상!!!(이런맛에 등산합니다).

  어차피 혼자이고 힘도 들고해서 오늘 산행은 쉬엄쉬엄 해야겠다 생각하고 약 30분을 쉬고 난뒤 9시반쯤 다시 출발, 상월봉을 향하여 갑니다.

  

  국망봉-여기서도 운무가

  

  상월봉을 지난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가다보니 좌측으로 길이 구부러지고 표지목에 구인사라는 표시는 없고 형제봉(10.6km),고향치(7.1km)라는 표지목이 나오는데 어쩐지 이상하네요. 갑자기 좌측으로 구부러진길도 그렇고 형제봉과 고향치는 방항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난감.

  그래도 이 산중에서도 핸드폰이 터지길래 풍기에 계신 길선생께 전화를 했더니 찾아보고 전화를 주신다기에 기다리다가 다시 back하여 상월봉까지 왔다가 다시 가면서 길선생께 다시 전화를 하니 겨우 통화가 되어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하여 그대로 진행합니다. (길선생 고마워요, 겨우 통화는 되는데 받으면 끊어지더라고요)  이바람에 1시간 가량을 허비한 후 조금 오니 길선생이 가르쳐준대로 신선봉과 갈림길이 있더군요,

  

 구인사가는길에 이런 표지판이- 나를 한시간을 붙잡은 표지목 

  

↑대간길(고향치갈림길)       

  

  신선봉 근처까지 왔는데 어느 봉우리가 신선봉인지? 지금시간이 11시반, 에라 소백산도 식후경이다 먹고 보자 나무밑에다 배낭안에 물건 다 꺼내놓고 도시락 먹고 막걸리 남은 것 다먹고 나니 또 졸려...

  40분 가량 지나고 다시출발, 전형적인 산길인데 봉우리를 약간 우회하여 봉우리 사이를 통과하면 또 우회길 또 봉우리... 운무는 자욱하고 컴컴해지는데 슬슬 겁이나기 시작하네. 지쳐서 걸음은 속도도 나지 않고 신선봉도 어느 봉우리인지 확인도 못한채 지나쳐 버리고 한참을 오노라니 위쪽에 봉우리 같지 않은 넓은곳이 있고 움직이는 물체가 보이는데 감짝 놀랐습니다. 좀더 자세히 가서 보니 사람이 있군요.

  여기가 민봉인 것 같은데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사람을 만났습니다. 어의곡리로해서 비로봉가다가 길을 잘못들어 여기까지 왔다는데 짧은 바지 차림에 얼마나 긇혔는지 다리에 상처가 많군요. 지금 시각이 1시반 서울서 왔다는데 지금 비로봉으로 가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 같이 구인사로 하산을 권유하니 따라오네요.

  

 ↑민봉 

  

  이렇게 해서 우리는 혼자가 아닌 둘이 되어 마지막 하산길을 재촉하게 됐습니다. 조금 오자니 구인사(7km) 방향표시가 있고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는데 산모퉁이님이 막아놓은 것은 아쉽게 생각하던 그곳인 것 같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내리막인데 계곡의 너덜길!!

  어떤곳은 이번비에 물이 너무 불어 이게 길인지 도랑인지 알 수 없는 곳이 많습니다. 쉬지 않고 내려오니 드뎌 임도가 나오고(14:50) 좌측이냐, 우측이냐 아무 표시가 없는데 우측에 산악회 리본이 달려있어 그쪽을 보니 산사태가 나서 임도가 막혀있는 것이 보이네요. 이런 난감할때가 있나 어쨌든 방항은 그쪽이 확실하니 가보자.

  산사태 난 곳을 조심스레 넘어 다시 임도를 따라 한참을 가자니 열이면 아홉이 직진한다는 구간이 나오는데 산쪽으로 난 입구에 산악회 리본이 많이 달려있어 서슴치 않고 그쪽으로 올라서니 바로 오름길. 그런데 아래쪽으로 보여야할 구인사는 안보이고 더 큰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는데 설마 저산을 또 넘어?

  그런데 다른길은 없고 직진과 오름길뿐 두 번째 봉우리를 다오르니 전망대가 있고 줄처진곳이 있는데 이제 다왔나 보다고 생각하고 지나온산을 전망하며 한참을 기다려도 아까 만난 젊은 분이 아직도 안올라오네.

  

 임도에서 다시 구인사쪽 들어가는곳

  

  조금후에 올라온 젊은분 나보다 더 지친것같아 안 스럽고 다왔으니 힘내봅시다. 하고 구인사로 난 꼬불꼬불한 계단길을 내려와 엄청나게 넓은 구인사를 거치는데도 한참이 걸리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15:45분,

  마침 15:50분에 동서울가는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타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18:50분 동서울에 도착하였고 민봉에서 만난 젊으신 분과 헤어지고 나서 보니 이름도 연락처도 물어보지 못했는데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구인사 내림길 직전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나온길

  

구인사를 지나며

  

  택시타고 들어간다고 했는데 잘 갔으리라 생각하며 앞으로 좋은 곳 산행 많이 하시리라 기대해본다.

  사실 들머리를 삼가동으로 택한 것은 빨리 산행을 끝내고 풍기에 있는 선친묘소에 들렸다 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바람에 그냥 오게 되서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가 못하다. 가까운 시일에 도솔봉 산행을 하고 그때는 꼭 들렀다 와야지 생각하면서 오늘의 소백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 ‘한국의 산하’ 싸이트를 알게된 것이 6개월 정도 됐고 이곳에서 많은 정보도 얻고 별 생각없이 산행기 올리고 했는데 어려움에 처했다니 어떤 방법이든 돕고 싶네요.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함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것이라 확신합니다.



▣ 불암산 - 소배산에 다녀오셨습니다. 녹음이 짙게 깔려있는 소백, 그 광활한 능선길을 생각나게 해준 산행기입니다. 항상 즐산하시고 행복하십시요. - 불암산 드림 -

   *** 덕유종주를 하셨더군요. 전 아직 덕유산을 못가봤습니다. 금년내로 꼭 가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길문주 - 모처럼 고향에 오셔서 무탈 산행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오랫동안 벼르던 고향 산이어서 감회가 새로웠겠습니다. 언제 좋은날을 잡아 오시면 산행을 함께할 기회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좋은산 편한 걸음 이어지시길 바라며...

   *** 산에서 어려울때 전화해서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당해본 사람은 아마 알것입니다. 빨리 완쾌하여 활발한 산행 활동 이어가시고 함께 산행할 날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 똘배(山梨) - 인적 드문 월요일 새벽에 홀로 소백에 드셨으니 전 생각만해도 소름이 돗습니다. 홀로 야간산행 경험이 없어서요. 사진도 잘찍으시네요. 제 동기녀석이 아마츄어 사진작가인 데 노하우좀 알려 달라고 했더니만 그냥 많이 찍어 보라고만 하더군요.^^사진중에 민봉이 재미있습니다. 즐산하시구요..

  *** 똘배님의 사진솜씨는 완전 전문가 수준이더군요. 전 아직 배우는 중이라 많이 미흡합니다. 초보라고 하셨는데 산행 시작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저도 초보산꾼인데 언제 가까운산(관악산이나 청계산...)에서 함 뵙죠?


▣ 김정길 - 삼가동~구인사의 고향 소백종주 축하합니다. 평소 영주땅과 특별한 인연은 없어왔는데, 길문주아우와 김학준님의 고향이라서그런지 영주지역에 정이들었습니다. 마누라가 이쁘면 처갓집 부지땡이를 보고도 절을 한다더니 ---

   *** 저의 예전집이 희방사 아래쪽에 있었는데 그때는 연화봉, 비로봉... 을 와볼 생각은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자랐지요. 豊基하면 바람 많고 돌많고 여자많고(제2의제주도?) 인삼, 사과가 유명한것 다아실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산모퉁이 - 길 잃지 않으시고 초행길 무사히 잘 다녀오셨네요. 축하드립니다. 홀로 걸으셔서 좀 외로우셨겠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것 보단 오히려 호젓하고 좋으셨겠죠... 새벽산행 처음이시라 좀 으시시하셨겠지만 덕분에 비로봉을 홀로 독차지 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소백의 동생뻘인 도솔봉을 꼭 다녀오시죠. 그럼 늘 즐산이어가시길 빕니다.

   ***  산모퉁이님 안녕하세요? 평일 이지만 그렇게 사람이 없을 줄을 몰랐습니다. 혼자 가면서 산모퉁이님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간간히 복사해간 님의 산행기를 보며 길을 확신하곤 했어요. 철조망 처진곳과 임도에서 오른쪽이라는 것 등 자세히 기록해 두신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고맙다고 인사드립니다.


▣ 운해 - 소백님도 드디어 산에 미쳐 가는건가 아니면 중동되어 가는 건가. 진단이 필요한 시점인것 같습니다. 북한산에 이은 소백산 대단 하십니다. 너무 무리 하지 마시고 페이스 조절 잘 하세요. 전 요즘 무릎에 이상이 와서 짧은 산행으로 조절중에 있습니다. 조만간 연락 한 번 주시길 바랍니다.

 *** 아직 미쳤다기 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산에오르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에 뵙겠습니다.


▣ 산초스 - 김학준님 산행기 올라오기 시작한것이 얼마안된것 같은데 벌써 연속산행에 소백산 종주를 하시니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하긴 한번 집중하여 원없이 다녀야 산행실력도 일취월장 늘고 산사랑도 그만큼 커지니까 계속 의욕적인 산행 부탁드립니다. 단 몸에 무리가 안가시도록 조심하면서요^^**

  *** 고맙습니다. 충고 받아드려 조심하면서 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업 시작하신것 같던데 사업 번창하시고 시간되시면 산행도 재개하시면 좋겠습니다.


▣ 미시령 - 월욜 휴가내고 혼자 깊은 산에 드실 정도면 분명 정상은 아니지요?후후후. 소백산에서의 하루 푸욱~ 정말 좋으셨겠습니다. 구인사는 어째 무섭던데요...

  *** 그날 휴가내고 간 또다른 이유가 있는데 밝히기가 뭐해서 그렇습니다. 구인사 하산길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코스더군요. 임도를 너무 무리하게 내놔서 산사태가 났던데 관리하는 부서에서는 알고나 있는지...


▣ 豊岳 - 지난 봄 수줍은 새색시 연분홍 얼굴인양 곱디고운 철쭉을 보러 소백산을 다녀온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릅니다. 지금 이글을 읽는 시간은 오후2시 오늘따라 에어컨이 말썽을 부려 무척 덥던 차에 님의 산행기를 접하니 시종일관 으시시하며 한기가 듭니다. 종주를 축하드리구요. 잘 읽고, 잘보고, 지극한 효심도 가득 담아 갑니다. 안전 산행하시고, 늘~행복하세염^^*

  *** 풍악님 방문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운해님을 비롯한 산행경험 많으신분들은 야간 산행도 잘하시던데 저는 아직 야간산행은 해본적도 없는데다가 그날따라 사람이 그렇게 없을줄을 몰랐습니다. 그날 칠흑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소백산 생각하면 아직도 오싹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