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 긴여운 (에필님과 모산재)


무더위에 지친 걸음이 모산재 한자락에서 가리산지리산으로 두서없이 헉헉
거리는데 보따리 한켠에 매달린 조그만 딸랑이(쇠종)가 똘똘거리며 청량한 맑은
소리를 토해내 그나마 서퇴의기운을 조금 가져다준다.
한참이나 앞서간 김형(에필)의 흔적을 찾느라 두리번 거리니 김형은 간데없고
바위 한켠에 앉아쉬던 초로의 산꾼 한분이 들어란 듯이 잔소리 쇰직한 한마디를
던지신다.

그분왈“천왕봉에서 유평리로 하산하면서 저놈의 종소리 땜에 아주 질렸노라”고..
내가 좋다하여 모든게 능사는 아닌 모양이다. 그분에겐 또다른 산중공해로 각인
되었으니 말이다.
절집 추녀 귀퉁이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좋아 풍경이 있는 곳이라면 늘 한참이나
귀기울여 들으며 운치에 취했었고 문득 풍경소리와 너무도 흡사한 딸랑이를 만나
데리고 다니며 좋은 벗이 되고쟈 했는데 내겐 귀물이나 타인에게 애물단지로 비친
다면 항차 이일을 어찌할꼬 ..

지리와 덕유종주때 큰수고를 안겨 공양간 새우젓 훔쳐먹은 불목하니 같은 어줍찮은
양심이 늘 김형에게 미안한 가시로 목구멍에 박혀 있었는데 마침 팔공산과 코스님을
찾아 달구벌에 왔다는 소식에 포도청 문고리를 빼서라도 꽁보리에 호박잎 소찬이나마
달게 대접하고파 안오겠다고 버티는 거의 협박이나 진배없는 말품을 들여서야 겨우
가마고 응낙을 한다.

부르기는 했으나 불각시에 닥친일이라 엄동도 아닌데 누린내가 나도록 손만 비비는데
후배놈이 어디서 귀한 멧톹고길 구처할 방도가 있노라며 뱃심촣게 얘기해 놈의 장담만
믿고 태만이 있는데 아글씨 이 답답한 화상이 손님 도착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도 연락
이 없더니 급기야는 멧톹에 관해 꼬리를 내리고는 오불관언이네 .
뒷간개구리에 뭐 물린 꼴이 되어 부랴부랴 식당 예약해 겨우 망신을 수습하곤 한숨을
돌리는데 화장하던 곁이 일침을 놓는다. “잘났소 정말..”

데데한 분위길 면하려고 만만한 친구 두어놈을 조발해 응원군으로 삼고 오랜만에 만난
김형과 반갑게 인사 수작 나누고 식당에서 어수선한 시국을 화두로 저녁 식사하고는
분위기 살려 2차로 이어졌다가 남은 신명을 또 어쩌지 못해 집으로 술판을 옮겨 고담준론
이 끝이없다. 삼경이 넘어서야 자리를 파탈하고 겨우 잠자리에 든다.

일요 아침,
김형은 행기라도 나섰는지 벌써 자리에서 뵈지 않고 큰놈 혜수는 오늘이 지생일이라며
온방을 헤집고 다니며 설레발을 치고 손끝이 맵짜지 못한 투미한 숙수이기는 하나
겹경사를 맞은 곁도 용봉탕에 팔진미를 만드는지 주방에서의 칼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그사이 김형과 잠깐 댐에 올라 운무에 싸인 악견과 금성을 구경하고 중중한 황매의
능선을 찾았으나 운해님이 손을 썼는지 오리무중이다.

아침 식탁엔 드물게 구경하는 왕멸치만한 조기와 갈치 두어점이 신기해 입맛을
다시는데 큰놈은 지생일 이라며 아예 생선을 도차지 하고는 언청이 술질로 파편을 온
밥상에 드날리며 신을내니 김형에게 민망해 슬몃 수저를 놓는다.
보따리 주섬주섬 챙겨 두예삐에게 거창한 가족 산행의 의의를 설명하고 동참을 부탁
했으나 생일 파티를 내세우는 큰놈의 강한 반대와 지언니에 빌붙어 덤으로 잘 얻어먹으려는
작은놈의 역성으로 인해 무산되고 김형과 둘뿐인 단촐한 산행이 이뤄지게 되었다.

향골을 찾는 손님이 있으면 으레히 모산재 산행을 고집하는 객의 편향에 따라 모산재 식당
주차장에 로시난테를 맡기고는 하산후에 걸판지게 팔아주겠다는 약속을 담보로 잡는다.
간밤의 늦은 술자리와 무더운 날씨로 인해 몇조금 걷지도 않아 찐득한 땀이 철대방죽으로
노드린 듯 쏟아진다.
그러나 밤새 같이 마셨고 수잠만 설핏했던게 분명한 김형은 조금도 힘드는 기색없이 잘도
올라간다.

잠시 쉬는 틈을 타 모산재의 산세를 넌짖 물으니 아마 이산이 서울에 있었다면 뽕나무에 누에 달라붙듯 온산이 바위꾼으로 덮였을 거라며 후한 점수를 매겨준다.
그러면서 미상불 바위꾼답게 샌들을 신고도 길아닌 암릉을 가쁜히 타고넘어 금새 저위로
사라진다. 허 그참 고수는 고수네..
초로의 산꾼에게 딸랑이의 비아냥을 들으며 진둥한둥 황포돛대로 올라서니 김형은 돛대바위에 시선을 떼지못한다. 사람들만 없었다면 기필 올라 갔으리라..

음료 한잔으로 갈증을 달래고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소나무 분재 지역과 장한 누룩덤 능선을 혀를
닷발이나 빼물고 자랑에 열을 올리고는 모산재 정상으로 치닫는다.
팔을뻗어 황매 삼봉 감암 능선을 설명하고 잠시 쉬었다가, 연이은 산행에 피곤할 김형을 염려해 순결바위로 하산을 서두른다.(기실 객이 더죽을 지경이였다)
연이어 나타나는 기암괴석의 풍취를 즐기며 내려선길이 어느덧 순결바우에 닿고 쇠줄 난간의 급경사를 힘들이지 않고 사쁜히 내려서는 김형의 매무세에 감탄하는 사이 국사당이 뒤로
비껴난다.

후덕한 아주머니의 좌판에서 삼백초 식혜로 땀을 식히고는 로시난테가 볼모로 잡힌 식당에
들러 조껍데기(발음에 주의) 술과 촌두부 비빔밥으로 짧은 여정을 마감한다.
하룻밤 정이 만리를 간다더니 어느듯 10년지기가 된 듯 편해 좋은 친구를 공다지로 얻었다는 생각에 흐뭇하다. 아쉬운 이별을 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좀더 잘해 주지 못한 겄이 맘에 걸려 내심 불만인데 기백산 봉우리에서 밀려오는 구름은 기여이 소나기를 쏟아내어
허전한 객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2004년 6월27일 끝.


▣ 산사랑방 - 흐흐흐흥~~@@ 내 올해내로 모산재는갔다 올끼라~~ 혜수야!! 생일선물 뭘로 해줄까~~?
▣ 산사랑방 - ㅋㅋㅋㅋ.. 조 껍데기(발음에 주의..??)
▣ 이수영 - 오늘도 진교주님이 뿌려놓은 新造語에 정신없이 마취되고 갑니다. 그게에다 조껍데기술까지 ..아~~몽롱하다..
▣ 이송면 - 문경 황장산 수리봉 .... 암벽 바위에 매달려 하루종일 오르고 매달리고 자일타고 하강하고... 초보들 몇분 릿지 입문 시킬겸 우리 바위팀 정기산행일이라... 촛대바위 꼭지에서 하강을 시키는데 천둥벼락이... 난 지은죄 없어 꿋꿋이 버티고 서서 하강을 하니 부처님 하느님(?)보듯 바라보는 후배들... 완전착각이제.... 홀딱젖은 몸으로 그대로 알탕... 그 시간에 님은 황매산 언저리에 계셨구나... 예삐 생일에 산에 가자 했으니... 딸들 좀 더 커면 아마 왕따 당할거야... 이럴때 알랑방구 껴서 점수 좀 따지... 산이 어디가남?... 7월 산행때 봄세... 항상 건강하시고.
▣ 코스모스 - 고맙군요.산친구이자 아주 착한 후배를 두어 지리갈때마다 신세진 동생인데...덕유종주때에 함께 신세졌다고 기필코 합천에 보내라기에 나역시 야단쳐 보내놓고 내심 염려했건만 , 하루밤 정이 만리를 샇을줄....산에서 만난 우리 철이 이제 합천에 참한 규수있거든 좀 붙혀보소.내사마 아무리 찾아도 몬붙혀 주었다오. 며칠전 진주 생일이던데 혜수생일이었군요. 일직 알았다면 철이 편에 정성이나마 보내걸데...두예삐 아름답고 착하게 커주길 바래요..
▣ 조은지 - 진맹익 아저씨...철이 아재야 정말 착해요. 가끔 울집에 오는데요 너무 착한 아재랍니다. 서울 보리 이모도 착하다고 중매를 서보아도 잘 안됀데요. 이번에 아주 아재 장가좀 보내주세요.맹익 아저씨는 할수있지 싶은데요...ㅎㅎㅎ
▣ 운해 - 허 참! 글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는 않고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오는 문장력은 타고 난 솜씨인가.배워 익힌 솜씨인가?참으로 훌륭한 글쟁이로다...허허...
▣ 김정길 - 맹익님의 말씀 중에 "내겐 귀물이나 타인에게 애물단지로 비치는것이" 라는 말씀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는 군요. 95%가 좋다해도 반대하는 몇 명은 있게 마련인데 이때 몇명의 의견이 정도 정의일 경우가 많습니다. 다수가 찬성한다 해도 그것이 불의인 경우도 많습니다. 옟날에는 천벌을 받는다는 버릇이나 풍속들이 지금은 유행을타고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아무리 정의정도라도 소수의 의견이나 주장일 때는 무조건 무시당하며 대중들로부터 왕따 되는 민주주의의 병폐가 생각이 나서 몇 줄 넉두리를 해 봅니다.
▣ 산초스 - 산행할때마다 나도 언제 딸랑이를 배낭에 달고 다니면 징그러운 뱀도 피해간다니 한번 해볼까 하다 아직 구하지 못하여 그냥 다녔건만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니 그냥 살기로하고 유명해진 모산재를 진맹익님 안내로 한번 언제나 가볼꺼나 기다려집니다.^^** 조껍데기 술보다 발음에 신경 안써도 되는 포천막걸리로 가져가야지...ㅋㅋㅋ
▣ mjlhalla - 제가 아는 딸랑이의 용도는, 귀머거리 뱀을 쫓는 기능은 없는듯 합니다. 야간 산행시 졸다가 앞사람에 부딪치지 말라는 주의 정도랄까요.
▣ 빵과 버터 - 향골 모산재의 암봉들이 바스라져 왕모래 될 날도 멀지 않았나 싶구랴...산하의 산꾼들이 탐을 내기 시작했으니....니남직 할것없이 조껍떼기 술을 드렇케도 밝히네그랴....
▣ 이우원 - 진교주님. 근데 그 딸랑이가 조용한 등산길에 귀에 거슬릴때도 사실 있거든요. 라디오 켜고 다니는 사람들....산속에까지 와서 그런소리 들으면 정말 싫어요. 무조건 조용한게 제일 좋더군요. 이게 저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 똘배(山梨) - 시간여행을 하고 온 기분입니다. 마치 조선시대를 다녀온 듯이요.^^님덕분에 모산재도 한번 가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 즐산하시길...
▣ 산모퉁이 - 구석 구석 정감이 넘치는 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권경선 - 모산재.... 한번 가 볼 수 있으려는지... 훈훈한 정이 넘치는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 보리 - 에필님과 같이 산행을 하셨다니,,,밤세 술을 같이 마시고 골닥세워도 그친구는 끄덕없는 사람인데,,당하셨군요. 참하고 넘 착해서 탈이라믄 탈이지요. 왕모래가 되기전에 저두 모산재에 갈수 있을지??? 잘보고 갑니다.
▣ 미시령 - 로시난테... 내 첫 차도 말년에 그리 불리었는데... 우리 가족의 애정과 안쓰러움이 깃든 표현이었지요... 그 이름을 쓰는 분이 또 계시군요...
▣ 윤도균 - 질펀한듯하면서도 감출미가 나는 님의 산행기를 읽을때면 늘 사람사는 이야기가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며 늘 풍부한 이야기거리로 산행기를 올려 산님들을 즐겁게 하여주는 님의 타고난 글 재주의 마력에 빠저든지도 꽤나 됬는데도 회를 더할 수 록 마치 어려서 감명깊은 소설에 빠져 후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님의 산행기를 읽고난후 바로 또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고맙습니다 늘 좋은글 올려주셔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산재이 매력에 끓려 나말맛따나 언제 한번 다시 그곳을 찿을 생각입니다
▣ 永漢 - 애인이 모산재에 있는지 자주가시는 것 같습니다.^^*
▣ 초이스(chois) - 님의 산행기를 읽으면 왜? 마음이 편안해지지요? 한편의 그림을 보고 난 기분입니다.
▣ 진맹익 - 들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언제나 즐산 안산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