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4. 6. 23(수) 맑음


- 산행자 : san001 등 2명


- 산행요약
■ 산행코스
: 매표소∼내장사∼벽련암∼서래봉∼불출봉∼망해봉∼연지봉∼까치봉∼백암산갈림길∼신선봉∼문필봉∼연자봉∼장군봉∼유근치∼매표소
■ 산행거리 및 시간
: 산행거리 약18km, 총시간 11시간30분, 산행시간 7시간12분
■ 구간별 거리 및 시간
주차장∼(0.5km,9분)∼매표소∼(2.7km,44분)∼내장사∼(1.4km,22분)∼벽련암∼(1.0km,59분)∼서래봉∼(1.0km,15분)∼서래약수∼(1.0km,28분)∼불출봉∼(1.5km,38분)∼망해봉∼(0.7km,25분)∼연지봉∼(0.9km,21분)∼까치봉∼(0.2km,10분)∼백암산갈림길∼(1.3km,33분)∼신선봉∼(0.5km,16분)∼안부∼(0.7km)∼(&분)∼문필봉∼(10분)∼연자봉∼(1.0km,34분)∼장군봉∼(1.0km,23분)∼유군치∼(1.0km,21분)∼도로∼(1.7km,17분)∼매표소


- 일정
   04:44   산행시작
   04:53   매표소 : 내장사 2.7km, 집단시설지구 0.5km
   05:25   케이블카 : 왕복 4,500원/편도 3000원
   05:26   벽련암 갈림길 : 내장사 0.5km, 벽련암(고내장) 0.9km, 원적암 1.8km
   05:30   내장사 일주문
   05:37   내장사 대웅전
   05:45   내장사 일주문
   05:59   벽련암
   06:10   출발
   06:14   월영봉(月迎峰,427m) 갈림길 : 서래봉 1.0km, 월영봉 1.3km ⇒ 화장실뒤 이정표
   06:20   석란정지 : 이후 너덜지대 길
   06:39   능선   
   06:49   정상적 등산로와 만남, 안부 : 고내장 0.8km, 서래봉 0.2km, 빗재 1km
   07:02   서래봉 안내판이 있는 지점 : 실제 정상은 더 지나가야함
   07:33   휴식후 출발
   07:40   서래봉(西來峰,622m) : 이후 내리막 철계단길
   07:54   알바후 다시 제자리
   08:04   서래매표소 갈림길 : 서래봉 1.0km, 서래매표소 1.2km
   08:09   서래약수
   09:11   아침식사후 출발
   09:14   능선 : 불출봉이 보임
   09:26   이정표 : 서래봉 1.5km, 불출봉 0.5km
   09:30   철계단길 시작
   09:39   불출봉(佛出峰,619m)
   09:44   이정표 : 불출봉 0.1km, 망해봉 1.5km, 원적암 1.0km 
   10:09   철계단
   10:17   망해봉(望海峰,650m) : 불출봉 1.5km, 연지봉 0.7km
   10:35   먹뱅이골 갈림길 : 연지봉 0.5km, 망해봉 0.2km, 먹뱀이골 1.0km, 내장사 2.7km
                   ⇒ 자연휴식년제 출입금지 구간(망해봉→원적암입구) : 2005.말까지
   10:42   연지봉(蓮池峰,670m)(헬기장) : 까치봉 0.9km, 망해봉 0.7km
   11:03   까치봉(717m) : 신선봉 1.5km, 연지봉 0.9km
   12:16   휴식후 출발
   12:19   계곡울타리, 이정표 : 신선봉 1.5km, 까치봉 50m
   12:26   백암산(소둥근재 갈림길) : 까치봉 0.2km, 신선봉 1.3km, 입암산성 7km
   12:29   헬기장
   12:59   신선봉(神仙峰,763.2m) : 연자봉 1.5km, 계곡갈림길 0.5km
   13:15   계곡갈림길, 안부 : 연자봉 0.7km, 장군봉 1.7km
   13:22   문필봉(추정)
   13:39   출발
   13:43   01-15, 봉우리 : 문필봉과 헷갈리는 봉우리이지만 연자봉에서 문필봉 확인
   13:46   나무계단
   13:49   연자봉(燕子峰,675m) : 장군봉 1.0km, 케이블카 0.9km, 신선봉 1.2km
   14:23   장군봉(將軍峰,696m)
   14:28   출발
   14:32   갈림길 : 장군봉 0.1km, 내장사 2.9km ⇒ 능선 방향으로는 등산로 아님 표지판
   14:50   이정표 : 내장사 2.1km, 추령 2.1km
   14:51   유군치 : 도로 0.9km
   15:00   계곡
   15:45   출발
   15:54   이정표 : 유군치 0.9km, 내장사 1.1km, 백양사 7.9km
   15:57   이정표(도로) : 집단시설지구 2.2km, 내장사 1.0km, 백양사 8.0km
   16:14   매표소


 



- 산행기


〈출발〉


이주전의 무박이일 산행 약속... 같이 산행하기로 한 산좋아님이 바쁜 일 관계로 빠지고... 최근 불붙은 신기루님의 100산 도전에 맞추어 화요일 밤에 출발하는 산행을 계획한다. 차를 가져가기로 했으니 가능한 원점회기산행을 머리속에 그리며 대략 3가지 안을 준비한다.
첫째는 지리산 백무동에서 출발, 두 번째는 두타, 청옥산행, 세 번째는 내장산 종주 산행... 이 중 의논 끝에 거리도 적당하고 산행의 난이도를 고려 내장산을 택했다.  


화요일 밤... 엄청난 폭우가 퍼붓는다. 마음은 심란하고 멀리 간다는 부담이 가슴을 짓누른다. 다행히 기상청 일기예보는 내일 맑음. 믿는 건 날씨가 쾌청하기만을 바랄 뿐...


 


〈새벽을 가르며...〉


신기루님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11시 50분 출발. 복잡한 서울시내를 어렵게 지나가자 이내 시원하게 뚫리는 고속도로. 두 번의 휴식을 갖고 4시10경 내장산 주차장에 도착한다.
한숨도 못자면서 운전한 탓에 잠시 차에서 잠을 청하지만 오히려 맑아지는 정신... 가볍게 배낭을 다시 꾸려 일단 산행에 나선다. 졸리면 산에서 오수를 즐길 생각으로...


 


〈내장사 자연탐방로〉04:44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검은 하늘에는 산의 스카이라인이 흐릿하게 보인다. 다행히 맑을 징조가 보이는 날씨. 새벽이지만 불어오는 바람에서도 약간의 더운 기운이 느껴진다.


내장사까지는 평지길. 랜턴 없이도 갈 수 있는 길이다. 잠자고 있는 매표소를 지나 내장사까지는 거의 50여분 소요되는 길. 차량이 다니는 길 대신 옆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자연탐방로로 걷는다.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와 맑은 물빛에 정신마저 맑아진다. 어느덧 날을 훤히 밝아오고... 서래봉의 칼날 같은 암릉이 처음으로 우리를 반긴다.   


사람 한 명 보이질 않는 내장사. 생략하고 바로 산행을 하려했지만 반드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신기루님의 호기심을 말릴 방법은 없고...


춘백양추내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장산의 단풍은 유명하다. 특히 아름다운 구간은 내장사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의 단풍나무 터널. 가을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고즈넉한 터널길 옆으로는 잘 가꾸어진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특이하게 한그루에서 10개 정도 가지를 친... 또는 두나무를 접붙인 듯한 묘한 생김새의 나무들이 눈길을 끌며 섬세하고 가지런한 단풍잎의 생김새가 아마추어의 눈에도 다른 산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장사... 오래된 건물은 없으나 오랜 역사를 가진 대찰의 면모가 물씬 풍긴다. 


 


〈내장산과 산행코스〉


내장산국립공원... 내장산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지만 백암산(白岩山,741.2m) 및 입암산(笠岩山,687m)을 포함 3개의 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장산의 규모는 작지만 그 산세는 어느 국립공원에 못지 않게 절경을 이룬다. 서래봉의 칼날 같은 암릉과 정상인 신성봉 아래의 금선계곡이 특히 유명하며, 가을이면 단풍이 화려한 잔치를 벌리는 산이다. 그런데 작다고 느끼는 것은 말발굽 형태로 능선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 즉 산행을 하면서 갈 길을 계속 보고 느끼면서 갈 수 있다는 특성 때문이다.


내장산의 능선상에는 모두 10여개의 봉우리(이름이 붙어 있는)가 존재한다. 이 중 등산로와 연결되어 있는 봉우리는 모두 9개 정도. 9개 봉우리를 내장산국립공원에서는 월영봉,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정상), 연자봉, 장군봉으로 이야기하지만 월영봉은 산행시 완전히 우회하는 봉우리 형태로 되어, 이번 산행에서는 생략을 하고 대신 다른 등산안내책자에 소개된 문필봉(신선봉과 연자봉 사이 봉우리로 관리공단의 안내판은 없음)을 9개 봉우리로 종주를 계획한다.


처음 서래봉에 오르면 쉽게 갈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한 줄로 쭉 늘어뜨리면 얼마나 멀까 하는 생각이 드는 능선길... 오르내림의 반복이 있지만 봉우리마다 개성이 있고 보는 재미가 틀려 종주산행코스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내장산 최고의 코스라 할 수 있다. 


 


〈벽련암〉05:59


서래봉가는 길은 일주문(내장사 0.5km, 벽련암 0.9km, 원적암 1.8km)에서 벽련암 방향으로 향한다. 보도블록을 따라 15분 정도면 벽련암. 고내장(古內藏)으로 불리는 예전 내장사가 있는 자리이다.


내장산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서래봉을 병풍 삼은 벽련암은 중턱에 위치하여 내장산의 전체를 볼 수 있는 자리에 있다.  뒤로는 대나무숲이 울창하고 전면은 훤하게 트여 연자봉 중턱의 전망대를 마주한다. 옅은 안개가 아직은 시야를 조금은 감춘다.


배낭을 잠시 풀고 아직 걸음에 적응되지 않은 몸을 추스린다. 벌써 후덥지근한 날씨. 가볍게 방울토마토와 오이 몇조각... 이제 시작인데 신기루님이 물병을 놔두고 왔다고 한다. 종주 중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유일하게 서래약수... 이때까지는 크게 걱정을 안 했는데 오후 들어 햇볕이 강해질 줄이야...


 


〈서래봉가는 너덜 비탈길〉06:10


서래봉은 벽련암 화장실 앞에서의 두 갈래길중 왼쪽길을 따른다. 우측길은 월영봉(빗재)으로 가는 길. 물론 서래봉으로 갈 수는 있지만 돌아가는 길이다. 이정표(서래봉 1.0km, 월영봉 1.3km)가 엉뚱하게 서래봉 방향으로 조금 올라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헷갈릴 수도 있다.


화장실 뒤 철문을 지나면 울창한 숲. 북한산과 다른 형태의 생태를 보인다. 잔돌이 무너질 듯 비탈사면에 널려있고 그 사이로 애써 등산로를 다듬어 놓았지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작은 돌이 조금씩 무너진다.


6분만에 석란정지가 나온다. 명성황후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바위면의 글씨... 파란 이끼가 흘러간 역사를 말하고 있다.


너덜지대. 경사가 가팔라 밑을 보고만 가다 길을 잘못 들었다. 정규 등산로가 아닌 옛 등산로 길이지만 너무나 거칠다. 물기를 머금은 바위는 미끄럽기만 하고...


 


〈서래봉능선〉06:39


드디어 하늘이 열리면서 올라선 능선... 어렵게 올라온 고생을 보상하듯 시원한 전망에 가슴이 탁 트인다. 벽련암에 보았을 때 V자 파진 부분의 안부. 이제부터 칼날 같은 암릉길의 시작이다. 


서래봉의 암릉은 북한산과는 전혀 다르다. 걷는 것이 불편한 날카로운 바위가 대부분이고 바위 또한 잡고 오르는 길이다. 대부분의 길이 바위를 돌아가는 길이지만 그걸 용납할 신기루님이 아니고... 무조건 바위만 보면 붙는다. 처음에는 긴 종주를 생각하여 가능한 시간을 줄이려 생각했지만 전부 포기했다. 일단 바위너머 내려갈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날등으로 가기로...


끊어질 듯 절묘하게 이어지는 날등. 10분만에 정규등산로에서 올라오는 안부(고내장 0.8km, 서래봉 0.2km, 빗재 1km)와 만난다.


안부에서 날등으로만 통과하여 13분, 서래봉 정상 안내판에 도착했다. 분명히 나아갈 방향으로 더 높은 지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이라니... 물론 등산로는 그 바위지대를 우측으로 비껴 지나간다. 오르는 길은 약4미터의 직벽. 뭐가 있나 확인한다며 조그만 갈등도 없이 신기루님이 오르고, 혼자 보낼 수 없어 뒤따라 오른다. 홀드가 좋아 의외로 어렵지는 않다.


잠깐 올라왔지만 역시... 대단한 장관이 펼쳐진다. 안개도 걷혀 내장산 9봉중 6봉이 눈에 들어오고... 잠시 쉬며(약30분) 가볍게 오십세주 한잔. 정상의 희열을 맛보기에 턱없이 부족한 술. 장거리 간다고 일부러 차에 놔두고 왔는데... 후회하며 한 병을 아껴 마시기로 하지만... 첫잔을 원샷으로 입가심하는 신기루님... 물도 술도 걱정이다.


 


〈서래봉(西來峰,622m)〉07:30


다시 10여분의 날등길. 숲에 가려졌던 더 높은 봉우리가 나온다. 진짜 정상인 서래봉. 정상적인 등산로를 갔으면 15분 정도만 걸릴 길을 30분이상 소요되었다. 정상은 역시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후 날등길을 따라갔지만 만나는 건 절벽. 결국 15분을 알바. 정규등산로는 끝없이 아래로 향하는 철계단길. 올라올 일이 걱정이 될 정도... 교행이 가능하도록 두 줄로 설치된 길은 10분 정도 서래매표소 갈림길(서래봉 1.0km, 서래매표소 1.2km)까지 내려간다.


 


〈서래약수〉08:09/09:11


다시 완사면의 숲길. 위로 조금 오르면 샘터. 맑은 물을 보며 한시름 놓는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배낭을 풀고 아침식사겸 긴 휴식을 갖는다. 땀으로 범벅된 머리에도 시원하게 물을 퍼붓고... 역시 아쉬움만 남는 술... 한차례 더 정상주를 마시자는 기약을 하며 가볍게 목을 축인다. 그러는 사이 한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배는 부르지만 능선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 없이 무겁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3분만에 능선. 불출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체로 평탄한 바윗길. 길 주위에는 전망대 같은 바위지대가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좋은 전망 놓치지 않으려는 신기루님 역시 보이는 바위마다 여전히 오르고...


불출봉이 가까워지면서 이어지는 철계단. 지나온 서래봉의 암릉이 상당히 위세당당하다.


 


〈불출봉(佛出峰,619m)〉09:39


불출봉은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로 전망이 상당히 뛰어나다. 내장산 바깥의 정읍, 내장저수지는 물론 내장산 안의 모든 봉우리 그리고 내장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건너편 신선봉과 까치봉 사이의 비탈면은 거의 직벽에 가까운 바위 면으로 감히 접근하기 어려운 비범함을 보인다. 용굴과 금선폭포 그리고 예전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은봉암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불출봉은 서래봉과 더불어 가을철이면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구간이다. 물론 케이블카를 타고 연자봉, 신선봉 구간의 산행도 인기 있는 코스이지만 산세만 놓고 보면 단연 서래봉, 불출봉이 압권. 내장산이 국립공원으로서 자리잡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망해봉 가는 길은 여태까지의 길과 전혀 다른 분위기. 평탄한 등산로 옆은 온통 산죽밭. 초반 암릉 타는 재미로 한참 지체된 시간을 벌고자 빠른 걸음으로 나아간다.


약10분후 작은 무명봉을 지나며 우뚝한 망해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여전히 바윗길. 정상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이 곳 역시 철계단이 걸려있다. 힘을 다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봉우리에 올랐으나 봉우리 뒤로 정상이 다시 나타난다.


  "역시 봉우리는 한번에 나타나는 경우가 없군요."
  "그렇죠. 한번에 쉽게 정상에 오른다면 정상이라 부르는 봉우리는 정상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았지만 유쾌한 농담이 오고간다.


 


〈망해봉(望海峰,650m)〉10:17 



망해봉... 맑은 날에는 고창의 서해바다가 보인다는 망해봉. 내장산 능선을 형성하는 9개 봉우리중 가장 서쪽에 위치하며, 이 망해봉에서 능선은 남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내장산 말발굽형의 능선에서 서래봉에서 망해봉까지가 바위가 많은 암릉길이지만 이후 능선길은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 묘한 조화가 내장산 종주의 매력이다.


벌써 걸어온 길은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멀어 보이기만 하던 신선봉이 대신 마음의 위안을 준다.
안개가 걷히면서 햇볕은 점점 강렬해지고 이에 비례하여 흐르는 땀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한 모금의 물... 점점 귀하게 느껴지고 걸어갈 길이 걱정이다.


내리막길을 지나며 바라본 망해봉의 깎아지른 옆면은 온통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잔치. 내장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서래봉부터의 다양한 암릉길에 도취된 신기루님의 감탄은 끝없이 흘러나온다.


내리막길을 조금 지나면 자연휴식년제 출입금지 지역(망해봉∼원적암입구)인 먹뱅이골입구. 긴 울타리가 세워져있다. 내장산의 유일한 휴식년제 구간으로 원적계곡의 상류지역이다.


 


〈연지봉(蓮池峰,670m)〉10:42


한동안 평탄한 길을 지나서 오르막에서 한차례 땀을 흘리면 헬기장이 있는 연지봉. 이곳에 구름이 끼이면 비가 온다는 설명이 있다. 연지봉을 중심으로 좌우 길게 늘어진 내장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남은 술과 휴식을 갖고 싶지만 정상인 신선봉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장소에서 하기 위해 서둘러 까치봉으로 향한다.


까치봉으로 가는 길은 부드럽다. 축축이 습기를 머금고 있는 등산로. 등산로 주위에는 자연 생태가 잘 살아있는 숲이다. 다시 나타나는 오르막. 점점 무거워지는 신기루님의 발걸음이지만 꾸준히 쉬지 않고 올라온다. 
 


〈까치봉(717m)〉11:03/12:16


까치봉도 연지봉과 마찬가지로 종주산행시 거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금선계곡으로의 하산길(등산로에 표시되어 있지만 미확인)이 있다. 즉 불출봉으로 오르는 길 이외에 까치봉까지 중간 탈출로가 전혀 없는 산행. 그래서일까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하였지만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이제 남은 고비는 정상인 신선봉으로 가는 길. 아직 갈 길도 멀지만 걸어온 길 또한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한 상당히 먼길이다.


모처럼 여유를 갖고 그늘을 찾아 배낭을 내려놓는다. 등산화와 양말까지 벗고 있는 간식을 꺼내 얼마 남지 않은 술 한잔을 부딪치며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아쉬움을 되새기며...


그늘에 있지만 바람은 잠잠하고 부채를 꺼내어 간신히 더위를 물리친다. 물도 이제 반 이상 줄었다. 시원한 맥주 한모금이 너무 그립고... 슬쩍 연자봉에서의 하산을 이야기해보지만 신기루님의 의사는 불변. 어떻게하든 종주를 마치려는 의지가 대단하다.


더운 날씨에 술한잔이어서인지 눈꺼풀이 무겁다. 한숨도 자지 못한 피로가 조금씩 밀려오고... 30분만 자려고 누웠지만 얼마나 날파리가 괴롭히는지... 도저히 잘 수 없어 일어나니 짧게 잤지만 코까지 골았다 한다. 그래도 개운하다.   


 


〈백암산 갈림길(소둥근재 갈림길)〉12:26


까치봉을 내려오면 계곡에는 울타리가 있다. 쳐다보기만 해도 오금이 절이는 협곡. 까치봉 옆의 바위면 또한 상당한 규모의 절벽이다. 좁지만 전망 좋은 바윗길을 지나면 이내 백양산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백양산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 이 지점에서 가는 길과 신선봉에서 가는 길이다. 여기서 가는 길은 능선을 거쳐 백암산 정상인 상왕봉으로 갈 수도 있고, 장성새재를 거쳐 입암산으로 갈 수도 있다. 내장산과 백양산 종주시 이용되는 코스이다. 반면 신선봉에서 가는 길은 순창군의 대가 마을로 내려와 다시 올라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잠시 후 헬기장을 지나면 마당바위가 나온다. 바위 형태가 날카로운 내장산에서 보기 드물게 평평한 바위. 쉬어가기 좋은 전망대이다. 우측의 대가저수지 뒤가 백암산이지만 흐린 안개로 그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신선봉(神仙峰,763.2m)〉12:59


다시 오르막. 9개 봉우리중 6번째 봉우리. 정상에 가면 앞으론 편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쉬지 않고 오른다.  


신선봉... 내장산 최고의 정상이지만 시야는 별로 좋지 않다. 예전에 날파리떼로 고생하던 장소. 바로 발걸음을 옮긴다.
 
신선봉을 지나면 가파른 내리막. 대체로 흙길.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상당히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내려왔음에도 결국 미끄러지고... 진흙으로 엉덩이가 온통 흙투성이.


 


〈금선계곡 갈림길〉13:15


안부. 정상에서 거의 100미터 정도 내려온 높이. 불출봉에서 계곡으로 하산하는 길 외에 처음 만나는 갈림길이다. 금선계곡을 확인하고 싶은 잠깐의 유혹...


 


〈문필봉〉13:22/13:39


다시 오르막. 연자봉까지의 능선길은 중간에 작은 봉우리 두 개가 있지만 대체로 편안하다. 내장산 국립공원 지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다른 지도를 보면 문필봉이라는 봉우리 명칭이 눈에 뜨인다. 그리고 실제 산행을 하다보면 분명한 봉우리가 있다.


문필봉... 특별한 표시는 없지만 한차례 오름을 거쳐 문필봉(추정)에 오른다. 시야가 트이질 않아 봉우리로 여기지 않는 듯.


다시 약간의 내리막을 거쳐 무명 봉우리(01-15)에 오른다. 119안내판을 보며 혹시 이 봉우리가 문필봉이 아닐까도 생각했으나 연자봉에서 신선봉 방향을 보며 확인한 바로는 앞의 봉우리가 문필봉임에 틀림없다.


 


〈연자봉(燕子峰,675m)〉13:49


119안내판을 지나 나무계단길을 오르면 케이블카로 가는 갈림길. 바로 위가 연자봉이다. 연자봉은 연자봉에서 바라보는 벽련암터가 풍수상 제비의 집(燕巢)에 해당한다하여 연자봉이라고 불린다 한다.


물도 이제 얼마 남지 않고 이에 반비례해 커지는 시원한 맥주의 유혹. 찌는 듯한 더위는 절정을 향한다. 혼자 왔다면 지난번처럼 그냥 하산하였을 길. 5년전 종주하면서 언젠가 장군봉을 거치지 않은 이유 때문에 다시 올 것이라고 예감한 지점. 그런데 여기서 또 갈등하는 나 자신을 본다. 내 마음을 엿본 듯...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난 장군봉까지 갈 겁니다."
신기루님이 쇄기를 박는다.


갈 길은 정해졌다. 걱정이 되는 것은 장군봉에서의 하산길. 예전에 지도상으로 장군봉에서 계곡으로 직접 하산하는 길은 본 듯한데 확인을 하지 않았으니... 길이 없으면 유군치로 하산할 생각으로 서둘러 자리를 뜬다.


장군봉으로 가는 길은 또다시 바윗길. 지나온 능선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힘들면서도 그 황홀한 전경을 놓칠 수 없는 신기루님. 마음이 바쁜 내가 뭐든지 확인하는 버릇(?)을 가진 신기루님을 가다가 기다리는 방식의 산행이 진행된다.


겉모습에서는 서래봉, 불출봉 못지 않은 빼어난 산세의 장군봉... 그 위용을 확인하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몸은 다소 피곤하지만 여유는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물을 멋지게 나눠 마시기로 하며...


 


〈장군봉(將軍峰,696m)〉14:23/14:28


마지막 고비를 지나 드디어 9개 봉우리중 마지막인 장군봉. 옆에서 보았을 때와 달리 사방으로 빽빽한 나무들이 시야를 가린다. 하산길로 추정되는 희미한 길 흔적을 찾았지만 현실적으로 길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이럴 바엔 확실한 길인 유군치로 향하는 것이 당연. 신기루님이 완벽한 종주를 할 수 있다며 상당히 좋아한다. 이해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 열정... 부럽기까지...
마지막 남은 물을 아낌없이 나누어 마신다.


 


〈유군치(留軍峙) 갈림길〉14:32


능선을 따라 내려가며 4분만에 나타나는 갈림길(장군봉 0.1km, 내장사 2.9km). 당연히 유군치는 능선길이라고 생각하다가 의외의 함정에 빠진다. 능선방향으로는 「등산로아님」 표시가 있고... 정상등산로는 산비탈면으로 내려간다.


  "그럼 이 길은 유군치길이 아니고 다른 길인가"
별별 생각을 하지만 개념파악이 되질 않고... 하여튼 9개봉 종주이후, 빨리 하산하여 맥주 한잔하는게 유일한 소원... 그리고 계곡에서의 알탕...


 


〈유군치(留軍峙)〉14:51


19분 정도 내려오자 처음으로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유군치라는 표시. 한가하게 공익요원 한명이 외롭게 매표소를 지키고 있다. 오늘 이 곳을 지나간 사람이 앞서 두명이라고...


나중에 유군치에 대해 다시 확인한 바로는 이 길이 유군치 길이 맞다. 능선에서 「등산로아님」방향으로 직진하는 길은 순창군 화양리로 빠지는 길.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이제 가장 절실한 부분은 더위를 물리쳐줄 계곡의 시원한 물.


 


 〈계곡〉15:00/15:45


비에 휩쓸려 움푹 파인 등산로를 따라 8분여... 드디어 우렁찬 물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원시상태에 가까운 거친 계곡은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등산로에 비교적 가까운 계곡에 배낭을 풀자마자 신기루님이 옷 입은 채로 그대로 알탕. 너무나 급작스럽게 계곡에 뛰어들어 도리어 내가 놀랬다. 더위에 너무 힘들었다며... 그런데 옷을 갖고 왔다고 생각하며 뛰어 들었으나 옷가지를 차에 놔두고 온 상태...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탁족을 하고 잠시 휴식. 배고프다며 밥을 먹자고 하지만 마음은 이미 시원한 술생각... 마르지 않은 옷을 그대로 입고 세상 속으로 향한다.


 


〈내장사 가는 도로〉15:57


하산길은 넓지만 여전히 거미줄이 거치장스럽게 따라 다닌다. 하긴 오늘 하루종일 만난 사람이 공익요원 한명뿐이라니... 그렇게 유명한 내장산에 아직도 그 원시성을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놀랍기 그지없다.


10여분 만에 만나는 반가운 도로. 이제 긴 여행을 끝내고 세상 속으로 돌아왔다. 그 포만감과 보람은 피로도 잊게 만들고... 편안한 걸음으로 오늘 산행을 즐겁게 되새긴다.


 


〈매표소〉16:14


매표소를 지나 허기와 갈증을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한이야기 또하고 끝없이 얘기해도 즐거운 내장산 종주 산행. 서울로 오는 차 때문에 술을 간단히 끝내는 아쉬움은 있지만 뭔가 해내었다는 보람은 종주산행만이 갖는 즐거움일 것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밀려드는 졸음... 그 졸음과 싸우며 간신히 서울로 입성한다.


 


〈다녀와서〉


신기루님 100산을 위한 산행으로 시작하였지만 모처럼 예전으로 돌아간 나를 느낀다. 100산을 숫자만 채우기보다는 다소 어렵더라도 그 산에서 가장 좋은 종주산행을 위주로 산행을 하자는 신기루님의 의지에 또다시 감탄한 산행이다.


잠도 자지 못하고 운전을 하며 급작스런 상행지 결정으로 준비가 다소 미흡한 산행이었지만무사히 종주를 끝내어 너무나 기분이 좋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간 내장산...
종주코스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느 산 종주코스에 못지 않은 가 볼만한 코스이다.


 




▣ 산너울 - 원이님과 함께 하셨군요. 저는 지난 가을 종주를 위하여 주말에 갔다가 엄청난 단풍인파로 인하여 산 입구부터 차량과 사람이 정체되는 탓에 도중에 하산한적이 있습니다. 초여름 평일에 한적하게 산행하셨겠네요. 구간별로 자세한 산행기 소중하게 감상했습니다. 건강하세요.
▣ 권경선 - 시원한 생맥주 마시면서 하는 번개산행 한번 하고 싶습니다. 기회 주시겠죠?^^* 안산, 즐산하십시요.
▣ choice - 저도 같은 코스로 언제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산님의 산행기는 교과서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산이 많은데 언제 다 가보지요?
▣ 코스모스 - 저의 친정 동내를 다녀오셨군요.바로 정읍 이 제 친정인데요.내장산은 엄청 오른곳이기도 하구요.다시한번 오르게 되어 감사드립니다.항상 안산 하시길...
▣ 불암산 - 산형님, 내장산으로 결정을 하셨으면 연락좀 주시지요... 그쪽이 제 고향 아닙니까? 항상 같이 하고픈 마음은 있는데도 뭐가 그리도 바쁜지.... 죄송합니다. 즐거운 산행 이어가시구요, 항상 강건하십시요. - 불암산 드림 -
▣ 산초스 - 북한산만 보다 갑자기 웬 내장산 산행기인가 했더니 신기루님을 위한 100산 산행의 시작이군요. 내장산하면 단풍과 서래봉의 멋진 바위가 생각나는곳 인데 종주코스도 괜찮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김정길 - 신기루님과 원이님의 100산 설정을 이자리를 빌러 축하하오며 무탈즐산으로 속히 초과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저 위의 초이스님 보세요, 쪼각쪼각 이어진 내장산을 나도 한바퀴 깨끗하게 돌아버리고 싶은데 san001아우의 산행기 복사해가지고 나하고 함께갑시다. 날 잡아서 연락주세요, 이재 이집 주인장님께서는 신기루님과는 함께하시고 원이님은 왜 빼놓아서 다음에 혼자가시게 하셨는지요, 원이님이 너무너무 불쌍해요, 원이님집에 지금 위로방문 가봐야지. 너무 늦게 가려니 미안해서 어쩌나? 그래도 아직 꼭 가야할 집이 열곳도 더 남았는데 원이님부터 찾아가겠습니다.
▣ 빵과 버터 - san001님 오랬만이시더....저도 언제쯤 이렇게 치밀하고 정성스런 산행기 써보나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다녀갑니다...북한산에서 내장산까지 먼걸음 하셨습니다....

▣ 수객 - 님을 알았다는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수객입니다.이런 좋은곳 같이 함께할수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그나저나 신기루님은 닉을 통일해야지 영 해갈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