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통영 간 고속 국도 단성 나들목은 경유하여 20 번 국도 지리산 방향으로 달린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등산 길 가운데 그중 빠른길이 중산리를 들머리로 해야겠기에 찾아가는 길이다(20 번 국도 시점)

6일 12시,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시작된 산행은 계곡으로 묻혀 들면서 즐거움을 맛본다.

새털 구름 푸른 하늘을 발라내고 바람은 잠들어 지리 산야가 평안하며, 중산리 골짜기를 파고 든 너덜길은 숲속에 숨겨진 채로 열기를 앗아간다.

작년 여름 어느날, 이 길을 내림길로 잡고 안개 늪을 헤친 기억이 새롭다.

그날, 이 이의 간곳을 몰라 무척 아쉬워했는데 오늘은, 사랑을 맘껏 받을 생각을 하니 지레 머리속이 맑아짐을 느낀다.

때죽나무 고로쇠나무 반가웁고 느티나무 벚나무 활개 친다.

골짜기는 깊어 하늘은 보이지 않으며 물 흐르는 소리는 맑아 마음의 때를 씻어 내린다.

아름다운 음률과 푸른 녹음에 취한 몸은 동화 속으로 빠져들듯 투명한 공간 안으로 녹아들고 발길은 허청이며 한없는 희열을 갈망한다.

낙엽송 하늘 찔러 능청떨며 졸참나무 새소리 가득 잡고 있다.

칼바위 양껏 솟아 하늘은 푸른 피 흘린다.

노각나무 너덜길 지웠으며 당단풍 훗날을 미소 짓는다.

12시 25분, 로터리 대피소 방향을 오른쪽으로 갈라낸 후, 장터목으로 오른다.

빠져버린 나머지 아무 소리 들리지아니하고 흔들림도 없는 무색 해맑은 공간 저쪽, 정지한 듯한 시간과 함께 마음에 낀 흐림이 당신의 비경 속으로 사그라든다.

그 절승에 도취된 멈출 수 없는 애절한 마음은 오직, 곁으로 향하는 일념만이 숨쉬기에 몇 겹으로 쌓는다.

혹 햇빛에 나뒹구는 오름길을 걸을 때면 이맛살 찌푸려지나 이내 숲속에 갇히면서 소중함을 느낀다.

계곡은 흘러 소리 됨 마다않고 드날숨 거칠어 기슭을 어루인다.

산들바람은 시름을 앗아가며 그자리에 즐거움으로 메우고, 세상 살이에 찌들린 날들은 자연 속에 묻음으로 모든것을 잊어 본다.

기암 석벽은 가슴을 훔치면서 발길마저 묶는다.

판에 박은듯 깨끗함과 자유스러움이 연하봉으로 오르는 능선위에
그려져 있으며 내장을 훤히 드러낸 계곡 암반은 퉁방울만한 눈을 굴리고 있다.

잿빛 이끼 낀 암석에는 세월이 멈춰 져 있다.

올려다 본 제석봉은 톱날을 세워 뜬 구름을 자르고 있다.

13시 25분, 홈바위교를 지난다.

철분을 뒤집어 쓴 검붉은 바위들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다.

뙤약볕에 몸을 맡기며 바윗길을 지나 유암폭포 앞에 섰다.

하얗게 부서진다.

물거품 흠씬 물고 무지개 기둥 두들기며 새하얗게 부서져 내린다.

물살에 이끌려 정처없이 함몰되는 마음을 추스리느라 눈길 외면해 보지만 정겨움이 칼날 되어 상처로 남는다.

그렇게 아린 상처를 삼키며 알뜰히 준비해 온 점심 식사를 마친 14시 05분, 더욱 가파른 오름길을 탄다.

7 ~ 8 미터 유암폭포를 떨어뜨린 골짜기는, 암반을 역삼각 형으로 팬 통째 물길이다.

무시로 병기막터교를 무너뜨릴것만 같은 이름없는 폭포는 검은 기암들과 소리 장단을 맞추고 있다.

명성교 건너 숲길을 뚫고 있는 빛살은 수정 속을 들여다 보듯 영롱한 빛 기둥을 이루었고, 그래서 비단을 펼쳐 놓은듯 한 너덜길
을 가볍게 걷는다.

어깨를 부딪는 등산인들과 웃음으로 인사하며 그들의 숨소리에서
젊음을 찾는다.

두 손 담뿍 뜨고 싶도록 하얀 꽃을 피우고 있는 매화말발도리가 지천으로 탐스럽고, 귀룽나무 간드러지게 계곡을 잡고 있다.

주목, 구상나무 옅은 구름 쓸어내리며 야광, 신갈나무 하늘 덮었다.

15시 10분, 물을 보충한 장터목 산장을 지나 제석봉으로 오르는 길이 한결 눈에 익어 푸근하다.

공룡 갈비뼈를 아무렇게나 세워 놓은것 같은 고사목은 허공을 채찍질하며 잃은 팔 찾는다.

철쭉은 지워지는 웃음을 원망하지 않으며 6월을 달랜다.

15시 32분, 1808 미터 제석봉에서 천왕봉을 놓치지 않는다.

울퉁불퉁 석벽 천태만상이요 삐죽뾰죽 기암 서릿발이라, 갈라진 틈새마다 바늘같은 고사목 찔렀으며 천년 괴목 열 두 폭 산수화다.

가슴은 얼어붙어 한숨되어 흐른다.

볼 수록 당신의 자태가 아픔으로 녹아 더 큰 상처로 덧날지라도 망연 자실 굳어버린 얼굴을 돌릴 수 없다.

무슨 사연 있어 이렇게 옭매는지, 어떤 까닭에 헤날 수 없는지 조차 모르는체 기암 괴벽일 밖에없는 네게 갇혀 스스로를 잃어 버렸다.

보이는 만큼만 삭일 수 있다면 아니, 한 팔 안을 만큼이라도 부대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맘 간절하다.

통천문 뚫려 하늘길 열렸고 칼날같은 오름길 뜨거운 가슴을 자른다.

16시 25분, 1915 미터 이 이의 품에 안긴다.

소리없는 절규를 듣고 있는가, 너무나 아름다움에 시달린 나머지
그 절규는 쉰 목소리 되어 목울대를 긁으며 타 오른다.

혓바닥은 수수깡 처럼 비틀리고 입속은 메말랐다.

유혹에 빠진 정신은 애당초 놓아버렸고 몸뚱아리는 아예 퍼지를 생각만 하는구나, 망각을 사르듯 흐르는 시간은 팽개친 체******


국립공원 1호 인 이 이는 3도(전남*북, 경남) 4군(구례*하동*산청*함양) 1개 시(남원)를 가른 장엄하고 뛰어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지리산 10경(노고단 운해, 피아골 단풍, 천왕봉 일출, 세석 철쭉
벽소령 명월, 칠선계곡 비경, 섬진강 청류, 반야봉 낙조, 불일폭포의 절경, 연하 선경)의 절승은 감정이 메마른 이라 할 지라도 대하는 순간 가슴을 뜯긴다.

천왕봉을 시작으로 백두대간이 시작되며 노고단을 지나 만복대,
덕두산까지 태극 형상을 닮았다 하여 태극 대간이라 하기도 한다

대간 능선을 축으로 수많은 계곡과 고산 준봉이 즐비하여 계절 구분없이 산을 사랑하는 이들 즐겨 찾는다.

마천면 창암산을 제치면서 올라붙은 칠선계곡이 갖은 비경을 감추어 놓고 중봉과 천왕봉을 밀어 올리며, 써리봉을 잡고있는 마야계곡은 기암 절벽에 기함하고 있다.

하찮게 보이던 초목과 기암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절경을 만드니 알지 못하는 그들의 힘에 끌려 수렁 속으로 빠져듬을 느낀다.

보는것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여 한숨 한 번 거리의 당신에게 막무가내로 안기지 아니함은 고움 어렸기 때문 아닌가, 이내 깔리듯 그리움이 깔린다.

왕등재를 지나 중봉으로 오르는 기암 능선이 6월에 늘어져 있고 써리봉에서 갈라진 국수봉 능선 아련하다.

16시 40분, 내림길은 법계사 쪽을 쫓는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 이와 함께 하기때문 아니겠는가, 어지러운 미소에 맘 빼앗긴 나머지 눈조차 감을 수 없다.

더구나 온갖 자연의 소리는 혈관을 타고 흐르며 생기를 줄기차게
불어넣고 있다.

내릴 수록 중산리 계곡이 달려들며 몸부림 친다.

잊을래야 잊혀질 리 없는 이 이의 비경을 작은 가슴으로선 모두 받을 수 없어, 욕심 단 마음에 한 움큼씩 떼어낸 그들을 모두어 둘려면, 서로가 손뼉치며 달려드는 통에 감정마저 격해진다.

뒤 돌아 천왕봉은 구름으로 나래 젓고 눈 빛은 오색으로 선율 탄다.




- 안 녕 -

- 2004, 06, 06. -


_ eaolaji _


▣ 김가경 - 아름다운 시 같은 산행기 너무 좋습니다. 혹 작가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