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3. 13       맑음


 


 


일주일을 기다리기엔 너무나 혼란스럽고 갑갑했던 나날들, 산이나 실컷 걸어보자고


주말을 기다렸다. 47 국도를 따라 이동면을 지날때마다 하늘의 장성처럼 우뚝 늘어선


한북정맥에 대한 호기심을 쌓아두었던 , 지체없이 짐꾸려 새벽길을 나섰다.


 


자유로를 시원스럽게 달려 적성, 전곡을 거처 이동으로 넘어오는 길이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가로워 좋고 국망봉1146고지 위에는 아직도 눈이 가득할 이라는


환상속에 휘파람불며 가다가 갑짜기 산불경방기간이라는 생각에 포천시로 전화를 했다.


다행이 산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


 


광덕재에서 국망봉을 거처 도성이재까지 내쳐 가고싶은 마나님은 어떻실는지?


하고 운을 떼니,


 가는데 까지 가보자구.


 


근데 마음뿐이지 10시이후에나 시작해서 도성이재까지는 집사람의 요즘 걸음능력


으로는 가당치도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국망봉을 2차목표선으로 그었다.


가시지 않은 황사때문에 시정은 온통 안개를 머금은 선명히 보이는 것이 없으니


바람에라도 씻겨가던가 햇빛에라도 녹아 없어지기를 고대한다.


 


 


10:00  광덕재


 


구불구불 돌아올라 광덕재에 당도하니 사창리주민들이 언젠가부터 주차장 한쪽에


낯장을 형성하고 이런저런 산에서 약재류며 나물들을 무더기별로 늘어 놓고


친절한 손님을 부른다.


 


호기심이 발동한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산행준비는 뒷전에 두고 무얼 사고


싶은지 일수도장이라도 찍으러 온사람처럼 집집마다 기웃거리며 탐색을 한다.


손님이 아니라는걸 알아챈 촌로가 얼굴을 외면하면서 차를 -짝에 대라고


투정섞인 한마디 한다.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제자리에 있는 차를 옮기라 마라


하니 여기서도 좌판상인들 등살에 차들은 눈치를 살피며 도로로 밀려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좋은 것이 좋다고 못이기는 차를 돌려 구석에 모셔놓고 틈에 얻어온 (영지


버섯)차를 마시며 산으로 들어섰다. 모처럼 둘이 얘기나 나누며 눈길을 하루종일


걸어주려했는데 흙먼지만 풀풀 나고 눈은 씻은 듯이 없어졌으니 실망이 크다.


지난 백두대간 백화산구간에 갔다가 두어시간 정강이까지 차는 눈길러셀에


녹초가 되다싶이 했는데 일주일사이 포근한 날씨에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니 봄은


확실히 봄인 모양이다.


 


 


10:15 입장료를 능선길에 들어서니 사창리 가는 길도 구비구비 보이고 지난


여름에 갔었던 복계산 어딘가도 보일듯하다. 시정이 조금만 좋았더라면 광덕산


까지 이어온 한북정맥길을 가늠해 보고싶은데 온통 가물가물하니 아쉽기만 하다.


 


집사람 걸음을 생각해서 천천히 황소뒷걸음을 해도 따라올 생각을 않고 초장부터


늑장이다.


뭔일 있는거야? 바싹바싹 따라붙지 않구…”


. 어여 . 따라갈게..


 


남편 그림자도 밟지않으려는지 산에만 가면 일정거리를 떨어져가려는 심보를


없어 일부러 가다서다 하면서 보조를 맞출라 해도 왠일인지 도통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갑갑증이 도지면 참다못해 내달리다가 멀리도 가고 갈림길이나


험한 곳에서 찬바람 쏘이며 한없이 기다리는 것이 우리의 산행패턴이다.


 


처져 혼자 걷다보면 이사람 저사람들의 부축을 받기도 하고 과객들에게 짖궂은


말대답도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행보를 재촉할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보여 그저


천성이려니 한다.


 


걸음 안가서 바지갈랭이는 어느새 흙투성이가 됐고 신발도 흙을 털어내며 걸어야


했다. 눈길에 대한 환상이 무참이 깨진 댓가치고는 너무나 실망스럽다.


 


 


11:20 백운산에 정상표시가 없어 긴가민가하는데 갈림길에 대한 이정표마져 보이질


않는다.


어림짐작으로 올라온 방향에서 오른쪽은 백운계곡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이 국망봉


가는 같은데 함께 사람들은 계곡쪽으로 가려는지 입구에서 서성대며 정상에


올랐음에 대한 감회와 기쁨을 나눈다. 여기까지 불과 한시간 남짓 와서 하산길로 접어


들기엔 너무 아쉽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웅성거리는 일행들을 뒤로하고 왼쪽 능선길로 향했다. 한참을 가는데 백운산 오르기


훨씬 전에 우리를 앞서간 산객이 되돌라 오면서 백운산이 어디냐고 묻는다.


얼라 이양반? 


 


도마치봉을 조금 미친 어느 봉에서도 부부산객이 지도에 나침반을 맞추며


백운산과 도마치봉을 찾는다. 서있는 위치도 모르면서 독도를 하고있으니 백운산이


나올까닭도 없을텐데.


 


부부도 백운계곡쪽으로 잘못 들어섰다가 돌아오느라 한시간을 알바하고서도


백운산이 어딘지 모르니 어안이 벙벙해 할말을 잊는다. 백운산이 어디 코끼리


등짝같기라도 하는지


입장료를 꼬박꼬박 챙기면서 정상에 표시하나 세워놓지 않는 시당국의 처사가 여간


무성의해보이지 않는다.


 


"그것 봐. 떨어지면 잃기 십상이잖아. 작년에도 사람 가고 지난겨울에도 조난


사고가 있었다더라." 하고 넌지시 주의를 줘도 습관적으로 보를 뒤처져서 출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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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이 화악산, 오른쪽 약간 보이는 것이 명지산이지요 아마)


 


 


12:10  도마치봉


 


30여분을 오르니 도마치봉표시가 정상에 있다. 아직도 가스에 선명치못한 시정


이지만 짐작컨데 왼쪽에 통신시설이 있는 아직도 덮어쓴 고봉이 화악산일 것이고


정면에 계곡 건너편 우뚝한 것이 명지산일 것이다. 국망봉은 명지산옆에 보이는


고봉 어디쯤으로 짐작되는데 1000미터가 넘는 경기도 고봉들이 여기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셈이다.


 


독도하던 부부와 어울려 점심을 함께하며 얘기를 나눠보니 그분들은 전문산악인처럼


캐리어가 짱짱해 보였는데 어째서 백운산에서 그런 알바를 했을까 싶다.


 


여기까지의 걸음속도로는 도성이재는 커녕 국망봉까지도 빠듯할 같아 서둘어


일어선다.


길옆 샘터에서 쫄쫄 흐르는 석간수에 목을 축이고 진흙길을 피해가며 잦은 봉우리들


오르는데 다음 목적지인 실로봉이 여긴지 저긴지 모호하기만 하다. 갈수록 우리들


걸음은 점점 처져 가다서다 하는일이 잦다보니 국망봉 가는길이 점점 멀어보이고


조급한 마음까지 들기시작한다. 


 


 


              (신로령에서 산림욕장으로 하산하는 길이 이 밑으로)


 


2:20 신로봉을 지나와 산림욕장 하산길에서 잠시 망서리다가 국망봉길로 들어섰다.


아직 해가 중천인데 국망봉까지야 가랴 하는 생각에..


 


그래도 고봉다운 면모가 필요했던지 국망봉이 가까워지자 오르는 경사로는 푸석한


눈이 발자국 사이에 쌓여있고 발길 닿은 길은 쨍쨍한 얼음이 이제사 서서히 물기를


머금고 녹아내리고 있다.


 


  


 


                                        (광덕재에서 온 능선길)


 


15:30  국망봉에 올라


 


오르고 보니 능선길은 민밋하니 별 특징없어 보였으나 산세는 제법 웅장해 화악산


명지산과 엇비슷한 고도가 기세당당하고 곳곳에 기암괴석을 품고있는 모습이 의연


하고 위엄스럽다.


 


힘들게 오른 집사람의 얼굴에서도 성취했다는 안도와 만족감이 짙게 보이고,


궁예가 능선을 지나 명성산으로 갔을 지도 모를 전설을 생각하니 색다른 감회를 


느낀다.


 


 


하산로에 대한 논의를 부부와 해본다. 정상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은 아무래도


급경사와 난이도가 부담스럽다고 생각되어서 좀더 진행하다가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을 택하기로 한다.


30여분을 내려오니 개이빨산 미쳐 이동0.00km라는 이정표가 있다.


 


   1000여미터의 고도가 떨어지는 급경사에 얼음이 박혀있고 낙옆이 살짝 덮고있으니


  어디를 밟아할지 집사람은 나뭇가지를 잡고 이쪽저쪽으로 돌며 어쩔줄을 몰라한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지탱할 힘도 없고 무릎통증도 참기 어렵다고 하는데야 국망봉을


   경시했던 것이 심각한 실수였던 같아 내심 걱정되기 시작한다. 부부는 이미 흙먼지


   일으키며 사라진지 오랜데 우리는 진전없이 6분능선쯤에서 걸음따먹기 놀이나 하는


  듯이 한가롭기만 하다.


 


까마귀 마리가 하늘을 날며 울어댄다. 천적없는 제세상인 날개펴고 활공하는


짓이 제법 제왕답고 그르렁거리며 계곡을 울리는 울음소리는 허풍스럽기까지 하다.


중천에 있던 해가 어느덧 기울어가고 있음을 보고서야 정신이 퍼떡들어 집사람을


채끈해본다.


 


무릎보호대도 벗어 매주고 배낭도 벗겨 한쪽에 짊어지고 그저 맨몸으로라도 따라


오기만을 기대하건만 급경사길에만 다가서면 여전히 사지가 마비되는 모양이니


이일을 어찌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그렇게 사투하기를 시간여. 본인도 답답했는지 어째 가도가도 봉우리 뿐이냐고 많은


사람처럼 투정을 늘어놓는다.


제자리걸음만 하니 봉우리가 봉우리지 .


명스럽게 내쏘고 나니 힘겨워하는 것이 몹씨 안스럽다.


 


지는 해는 낙수 떨어지듯  뚝뚝 떨어져 어느새 서쪽 산능성에 한뼘 만치나 다가섰고


해가 떨어지면 어둠이 급습할 듯이 음침스럽게 사위는 변해간다.


 


 



 


 


애써 찾은 여유속에서도 석양은 아름답더라. 산행하면서 일출은 늘상 보아왔으나


일몰은 쉽지않은 광경이기 때문에 고생한 대가를 이렇게 덤으로 받는다고 생각하니


오늘 국망봉에 보람은 충분하고도 남는 셈이다.


 


떨어지는 광경에 넋을 놓고있는 사이에 집사람은 기력을 되찾은듯 배낭을 둘러


메고는 평탄하게 남은 길을 털털대며 내려간다.


까마득하던 고도차가 어느덧 사라지고 민가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리는 멈춘다.


 


자기를 해할 기력(氣力) 기심(機心) 없음을 때문인가,아니면 험한 등로에


지친 자에 대한  무언의 위로인가...


 


해가 떨어지고도 30여분을 걸어 개울에 내려와 오늘 고생한 찌꺼기들을 씻어내며


애쓴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려하니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다.


 


택시를 잡아타고 광덕재에 올라와보니 캄캄한 주차장에 우리의 동행자만 덩그러니


혼자 남아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산초스 - 모처럼 부부산행을 하셨는데 조금 무리하셨군요. 보통 국망봉정상에서 신로령으로 하산하면 휴양림을 통해 내려오는길이 제일 빠르고 쉬운코스인데 아마 제일 힘든코스로 하산하신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최병국 - 광덕고개에서 국망봉을 가시려면 차는 이동터미날 근처에 두시고 버스를 타고 광덕고개를 가셔야 편할텐데...고생하였습니다. 줄산하시길...
▣ 김석기 - 두분 지적 고맙습니다. 마음만 앞서다 보니 무리를 좀 했군요. 다음엔 혼자 한번 다시 다녀올 생각입니다. 산초스님, 요즘 활동 많으십니다. 저희같은 초보는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럼...즐산하세요.
▣ 김근일 - 다음에 가려고 검색해서 읽었읍니다... 많은 참고가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_^*
▣ 김용진 - 두분 부부의 산행을 보니 따뜻한 사랑을 느낌니다. 국망봉에서 하산길 선택중 그래도 님이 내려오신 코스가 조금편합니다. 장암저수지 급경사의 직벽은 엄청 위험한 코스이기
▣ *** - 코스이기 때문입니다. 아뭏턴 수고하셨습니다. 한북정맥 계속 이어서 하시면서 두분의 사랑이 봄볕의 따스함과 함께 어우러 지시길 빕니다.
▣ 산모퉁이 - 님께서 내려오신 능선코스가 오르락 내리락 하고 길어서 힘이 들지만 덕분에 아름다운 일몰을 보셨지요... 하산시 일몰을 보는 것도 또다른 낭만입니다. 사모님은 좀 힘드셨겠습니다... 즐산하시길...
▣ 김석기 - 초행길이라 하산지점도 잘 모르고 해서 여러가지 망서림이 많았습니다. 다음번에는 김용진님, 산모퉁이님의 고견을 참고하겠습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