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산들은 살갑다. 도톨이 키재듯 고만고만한 산들이 섬을 애워싼채
마치 이웃사촌처럼 연이어져 있는 모습이 도란도란 정겹다.
산객들의 발길이 끌리는것도 이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는곳이 산이지만
거제의 산에 오르면 짐짓 이웃집이 궁금하고 찾아가고픈 충동이 이는게
그냥 한 봉우리만 올라보고 내려서기에 왠지모를 서운함이 밀려온다.

계룡산~선자산~노자산~가라산을 거쳐 망산까지 아우러는 산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가다가 싫증나면 옥녀봉이나 북병산으로 빠져도
무방하며 거제 초입에 우뚝선 산방산을 비롯하여 앵산, 진달래가
유명한 대금산까지 어느하나 비교할수 없을만큼 살가운 산들이다.

일전에 중단한 기백~금원~거망~황석산 종주를 몇주 다시 미루고
홀연히 거제로 잠입했다. 겨울이지만 역시 거제는 봄이다. 산바람이야
불겠지만.

신현 종합운동장을 지나 안내판을 따라 널찍한 산길을 올라 암릉에
서니 매서운 바람이 온기를 뺏아간다. 고현과 신현을 사이에 두고
널씬한 산맥은 바다로 바다로 자맥질해 들어가는데 곳곳에 산재한
저수지들이 바다를 꿈꾸며 무언의 그리움을 삭히고 있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정상 아래 억새군락지엔 공사가 한창이다. 이유야 어떻든 산중에서
기계음을 듣는 것은 짜증스럽다. 마침 현장소장이라는 분을 만나
공사의 스토리를 듣게 되었다. 지난 매미 내습시 거제로 들어오는
송전탑이 무너지면서 5일간 암흑천지를 경험했던 터라 이를 보강하는
철탑 공사가 진행중이란다.

근데 한가지 궁금한게 있었다. 이미 파헤쳐 기초공사까지 마친듯한데
또 한쪽에 똑같은 터를 공사하고 있었다. 역시 이유는 있었다.
명산 계룡산에 철탑이 통과하는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와 시 당국이
마찰하게 되었는데..그 구구한 속내야 미루어 짐작하겠지만... 끝내
당초 기초공사터에서 약간 아래로 통과하는 변경안이 결정되어
이렇게 멀쩡한 산을 다 파헤쳐 놓은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불과 30여미터
차이인데 그게 무슨 대수였는지 도대체 알수가 없다. 보존이냐 개발이냐.....
결국 어리석은 줄다리기에 명산 계룡산만 멍들어 버린꼴이다. 씁쓸하다.

정상엔 칼바람이 역시 살을 도려낸다. 서둘러 의상대에 내려선다.
의상대사,원효대사 같은 도인들은 이땅 명당엔 빠지지 않고 다녀간 모양이다.
대단하다. 의상대에도 의상대사님이 다녀간곳이란다...원경을 감상하며
햇살바라기 하는 재미가 일품이다.

통신탑을 지나 옛 수용소 터에 이르니 낡은 건물이 쓸쓸히 서있다. 건물안엔
휴지와 오물들만 즐비한채 발아래 새로 단장한 포로수용소를 응시하며
역사의 상흔을 일러준다. 고-산치에서 올라온 산길이 어느새 미끈하게
포장되어 차량 출입이 흔해지는걸 보니 계룡산의 영화도 머잖아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

한 봉우리를 더 들러 고-산치로 내려서는데 겨울 억새군무가 이토록 아름다울까
싶을만큼 햇살에 나부끼는게 한참을 서서 나도 그 군무의 대열에 합류했다.
일출만큼 일몰이 아름답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피어난 억새만큼 져버린
억새도 이토록 고운 자태를 연출하다니. 자연이 주는 이색적 아름다움이
더없이 경외스럽다.

고-산치를 지나 선자산 가는 길은 마치 정원을 연상케 한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무신들처럼 곳곳에 말라버린 고사목들이 연신 말을 걸어오는 듯
가벼운 발걸음은 선자산까지 이어진다. 선자산에 서니 사방이 산이다.
바다보다 산이 더 곱고 넓게 보인다. 노자~가라산 능선이 아득히 손짓하고
북병산,옥녀봉 너머로 장승포 앞바다가 출렁거린다. 멀리 북으로 마산과
부산까지 아련하게 펼쳐지고 통영 벽방산,거류산너머로 사천 와룡산까지
조망권에 들어온다. 가히 일망무제다. 계룡~선자~노자~가라산을 거쳐 망산까지
아우러는 종주산행을 다짐하며....

1. 산이름 : 거제 계룡산~선자산
2. 산행일 : 04. 1. 11(일) 화창,
3. 코 스 : 신현 운동장-계룡산-단군상 고개-선자산-구천댐 상부도로-운동장
4. 시 간
07:20 삼천포 출발
09:15 신현 종합운동장 도착
10:30 계룡정상
12:00 단군상 고개
12:50 선자산 아래 헬기장(점심)
14:00 점심후 출발
14:20 선자산 정상
15:00 구천댐 상부도로
15:30 운동장 산행종료
16:50 삼천포 도착

조은산 조은길에서 조은님들과 만나길 바랍니다...
바람맛이 참 고운 항구 삼천포에서 山용호 나눔//


▣ 산그림자 - 오랫만에 님의 글을 접해 봅니다.. 홀로서 그렇게 발거름은 하시며 남도의 산하에서 뭇사람들에게 산내음을 맞게 하여주시는 님의 고운 말씀의 글을 일고 지나 갑니다.. 늘 건강하신 발걸음이 함게하시기를 기원하며.......^^
▣ 신경수 - 신경수입니다 너무 오래간만에 산행기를 접하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아르다운 발걸음에 고향 사랑 여전하시군요 새해에는 자주 뵙기를 바라며 복 많이 받으십시요*^_*~~~
▣ 山용호 - 저도 두분 이곳에서 또 뵈오니 넘 반갑네요..늘 건강하시죠?안전산행 기원할게요..
▣ 코리아마운틴 - 넘 오랜만에 뵙는군요. 다들 건강하시죠. 겨울이 지나면 스치는 연이라두 지리에서 뵙기를 소망합니다.
▣ 곽연기 - 안녕하세요? 겨울 남쪽 섬 산 들이 가고 싶어 지는군요. 노자, 가라산 너무 좋은 코스이지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 안전하게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 김정길 - 부산~~거제 연륙교의 완공을 앞두고, 관광거제의 일환으로, 거제시청 관광 산림 관계자들의 부탁을 받아 1)계룡산~선자산~북병산~노자산~가라산~망산의 10~13시간 종단코스, 2)계룡산~선자산~북병산~옥녀봉~국사봉의 8~10시간 원점회귀코스, 3)대금산일출, 앵산일몰 및 육지 전망대 코스, 4)산방산~백뢰산~산성의 6~8시간 원점회귀코스, 기획 중에 있습니다.
▣ 山용호 - 아..멋진산길이군요...선행자들님들의 후기 기대하겟습니다.
▣ 이수영 - 님이 가신 계룡산, 선자산은 제가 산행기를 쓰기전, 주로 거제 산을 다녔는데 지금처럼 장거리코스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시절이라 각 각 따로 다녀 왔었지요.(산방산,계룡산,선자산,노자산,가라산,국사봉과옥녀봉,앵산,대금산)이제 저도 산행기를 쓰므로 한번 거제 산을 묶어서 산행을 하여 산행기를 쓰려고 합니다. 위에 김정길 형님이 좋은 코스를 잡아놓으셨네요 허허..즐산 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