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10분에 집을 나와서 7시 15분에 정의여중앞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15분이나 기다리니 12번 버스가 온다. 이 버스를 타고 의정부 구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 정각. 약 5분을 기다리니 산정호수행 138-6번 버스가 달려 온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행길 옆 차선이 아닌 행길에서 두번째 차선으로 질주하여 세우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차도까지 나가서 버스를 세워 간신히 버스를 타고 버스카드로 1200원의 좌석버스 교통비를 지불한다. 버스시간도 산행 전날, 운수회사에 전화를 해서 간신히 알아낸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버스는 포천에서 의정부역 앞으로 와서 의정부역 쪽 버스 정류장에 잠시 정차하여 승객들을 태우고 바로 차를 돌려서 포천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천 쪽으로 가는 방향의 의정부역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 138-6번 버스 표시가 없나보다.


6월 27일(일요일)의 산행지는 명성산. 이 산은 평일에는 군부대의 사격 때문에 주등산로가 폐쇄되어 토요일이나 일요일, 국경일에나 정상적인 산행을 할 수 있다는 특색이 있다.


8시 5분에 의정부 구시외버스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송우리와 포천읍을 지나서 운천을 거쳐 산정호수에 도착하기 전에 산정호수 입구에서 차내에 매표원이 들어와서 입장료 1천원을 받고 나서 산정호수의 상동주차장에 도착하니 한 시간 20분이 경과한 9시 25분.



산정호수의 상동주차장에서 바라본 궁예봉(맨 좌측)과 명성산 정상(궁예봉 옆에 구름 밑의 봉우리).


화장실에도 들르고 잠시 쉬다가 산정호수의 산책로를 통해 자인사로 걸어간다. 산정호수의 산책로에서 장마철을 대비해 물을 빼서 호수의 가장자리의 흙바닥이 드러나 있는 산정호수와 망무봉, 망봉산을 촬영한다.



산정호수의 산책로에서 바라본 산정호수와 망무봉.



자인사로 가는 산정호수의 산책로에서 봤을 때에 산정호수의 좌측에 있는 망봉산.


자인사를 지나쳐 엉뚱한 산길로 들어 갔다가 민박집에서 길을 물어 포장도로를 따라 제 길로 되돌아 와서 자인사 입구에 도착하니 10시 20분.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걸어 올라 가니 자인사가 보인다. '극락보전'이라는 이름의 대웅전 밑에 뚱뚱한 미륵 보살의 석불이 있는데 누구든지 보면 무엇이든 달라고 하고 그렇게 모은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줬다는 이 기인의 행적에 내심 미소를 지었다. 산에 갈 때면 거의 모든 등산로 입구에 절이 있고 그 절마다 독특한 석불이나 조형물, 건축물 등이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불교에 대한 깊은 신앙심에 찬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인사의 대웅전인 극락보전과 유머러스한 미륵불상.



뚱뚱한 미륵불상의 파안대소.


자인사의 특색있는 여러 모습들을 사진에 담고 극락보전 뒤의 나무계단길을 통해 산행을 시작한다. 조금 올라 가니 두 갈래 길이 나오고 방향표지판에 좌측은 등산로가 아니고 우측은 억새풀 정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표시돼 있다. 우측으로 접어 드니 길은 점점 더 험해져서 너덜바윗길과 험한 돌계단이 계속하여 이어진다. 수풀이 울창하여 햇빛이 절반 쯤 가려져 있었지만 습도가 높고 길이 험한 탓인지 땀이 질질 흐른다. 가파르고 바닥도 울퉁불퉁한 너덜바윗길을 오르다가 두번의 십분간 휴식을 취한 다음에 산정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나무벤치 두개가 있는 곳에 도달하니 11시 35분.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머리가 무겁고 졸립다. 나무 벤치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인다. 이런 곳에서 잠이 올 리는 없지만 15분 정도 누워 있으니 약간이나마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보온병에 든 냉커피를 몇 모금 마시고 다시 올라 가기 시작하는데 길이 더 험하고 가파라진다. 한 팀이 내려 오면서 그 중 한 사람이 좀 더 올라 가면 편해진단다. 그 말대로 자인사의 능선길 중 가장 가파른 곳을 오르다 보니 비선폭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이때가 12시 정각. 이 곳에서 잠시 쉬며 서 있으니 올라 오던 길의 맞은 편에서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자인사 능선길에서 산정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유일한 장소인 나무벤치에서 내려다 본 산정호수.



자인사 능선길의 가장 가파른 막바지 오르막길.


이 곳에서 팔각정으로 올라 가는 길에는 철제 받침대 위에 나무 계단과 나무 난간을 설치한, 길고 높다란 나무 계단이 놓여져 있다. 나무 계단을 한참 올라 가다가 밑을 보니 까마득하다. 이 나무 계단을 오른 후부터는 그다지 힘들지 않은 상쾌한 조망의 능선길이 펼쳐진다.



자인사 능선길이 끝나는 삼거리에서 팔각정으로 올라 가는, 가파르고 긴 나무 계단.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능선길을 걷다 보니 조망이 좋은 바위가 나타나고 그 바위 위에서 맨 오른쪽으로 여우봉이 조망되고 능선길의 앞쪽으로는 삼각봉 쪽에서 내려 오는 산행객들과 비선폭포 쪽에서 올라 오는 산행객들의 행렬이 보이고 내리막길에서 오르막길로 전환되는 지점에 이층으로 만든 팔각정이 보이고 비선폭포로 내려 가는 길에 궁예약수터가 보인다. 궁예약수터에 내려 가서 약수 맛을 보니 자인사의 약수와 비길 바가 아니다. 그래서 수통에 가득 담아 온 자인사의 약수를 모두 버리고 궁예약수터의 약수를 가득 채운다. 궁예약수터와 팔각정을 촬영하고 팔각정에서 다시 삼각봉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에 접어 든 시각이 오후 1시경.


 


팔각정으로 가는 능선길의 전망 좋은 바위에서 바라 본 여우봉.



삼각봉으로 올라 가는 능선길이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바뀌는 곳에 자리잡은 팔각정.



팔각정에서 비선폭포로 내려 가는 오솔길에 위치한, 물맛 좋은 궁예약수터.



궁예약수터 위에 절묘하게 자리잡고 있는 운치있는 나무.


이 산에는 궁예에 대한 구전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울음소리뫼(鳴聲山)라는 이름도 후고구려의 멸망에 대한 궁예와 그 신하들의 통곡이 온 산에 울려 퍼졌었다는 구전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고 이 산 안 또는 이 산 주변의 한탄강, 궁예약수터, 궁예봉, 망봉산, 망무봉 등도 궁예와 관련된 이름들이다.


이 산은 자인사와 비선폭포에서 오르는 길은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이고 삼각봉이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의 경계지대이고 이 산의 정상인 명성산은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에 있다.


다시 팔각정에서 능선길을 오른다. 이전의 능선길이 지릉인 데에 비해서 조금 험하다는 느낌을 주는 암릉길이다. 암릉의 한 언덕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얼린 과일 쥬스와 초코파이 몇 개와 사과 한 개로 점심을 대신한다. 그 곳에서 십여분간 음식을 먹으며 조망을 즐기다가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기나긴 능선길의 장쾌한 조망은 일시적으로나마 마음 속에 응어리진 모든 감정을 다 녹여 준다. 이 툭 터진 조망 속에 서 있노라면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암투와 질시가 다 부질없고 헛되고 가소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만큼 능선 자체의 아름다움과 능선에서 펼쳐지는 조망이 뛰어난 산도 드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악산이 산악미가 빼어나고 연인산이 계곡미가 빼어난 산이라면 명성산은 능선미가 빼어난 산이다. 산 한 쪽의 포 사격장의 흉물스럽고 위협적인 모습 만이 국토가 분단된 현실의 어쩔 수 없는 자연 파괴 현상을 보는 듯하여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팔각정에서 삼각봉으로 가는 능선길의 한 부분.


팔각정에서 50분 만에 삼각봉에 도착한다. 그냥 지나쳐 가다가 그늘진 바위를 보고 그 위에 앉아서 잠시 쉬려다가 뒤를 돌아 보니 방향표지판이 있어서 그 길로 오십 미터 정도 되돌아 가니 삼각봉이라는 표시판이었다.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앞만 보고 걷다가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삼각봉 정상이 있었다.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서 못 보고 지나치기 쉬운 삼각봉 정상.


그늘진 바위에 앉아 잠시 쉬다가 다시 명성산으로 향한다. 등산로는 점점 더 좁아지고 양옆으로는 잡초가 무성하여 양다리를 간지럽힌다. 이런 길에서는 길이 별로 험하지 않더라도 뱀을 밟거나 뱀에 물리지 않을까 우려되어 바닥을 주시하면서 저절로 긴장이 되어 걸음이 빨라진다.



삼각봉에서 명성산으로 가는, 전망 좋고 장쾌한 능선길.



삼각봉에서 명성산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바라 본 궁예봉(맨 좌측)과 명성산 정상(그 옆).



삼각봉에서 명성산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줌을 당겨 찍은 궁예봉(좌측)과 명성산 정상(우측).



삼각봉에서 명성산으로 가는, 지루한 줄 모르고 걸어 간 기나긴 능선길.


능선길에서 저 멀리 강포리의 저수지가 산정호수보다 더 큰 규모로 시야에 들어 온다. 기나긴 능선길을 지루한 줄 모르고 걷다가 처음으로 난해한 길을 만난다. 험한 봉우리를 오른 쪽으로 우회하는 길이었는데 조금 가다 보니 오르막길이 있는데 로프가 쳐져 있는 게 다른 산에서 등산로가 아니라는 표시로 길을 막아 놓은 것처럼 보여 그 곳을 통과하여 계속 내려 가니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두터운 낙엽이 깔린 길이 나타난다. 감악산에서 신암리 하산길을 찾아 헤맬 때의 생각이 떠올라 어떻게 할까 한참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 삼각봉 쪽에서 내가 지나친 곳으로 올라 가고 있다. 다시 올라 가서 로프를 붙잡고 올라 보니 등산로가 아니라는 표시가 아니라 편히 올라 가게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로프였다. 로프를 잡고 올라 가니 다시 능선길이 나타난다.


계속해서 능선길을 걷다가 전에는 보지 못 했던 누런 색깔의 맹금류 두 마리가 산 위를 나는 광경을 본다. 어떤 새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까마귀보다는 좀 더 크고 몸 색깔이 전체적으로 누렇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니 모델이 돼 주기 싫다는 듯이 저 멀리 사라진다. 다시 카메라를 배낭 속에 집어 넣고 걸음을 재촉하니 드디어 해발 923 미터의 명성산 정상이다. 이 때가 오후 세시 오분전. 정상에는 정상표시석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이름모를 노란 꽃들에 역시 이름모를 이상한 생김새의 처음 보는 날벌레들이 잔뜩 들끓고 있다.



수십 평 정도 될 듯한, 명성산의 좁은 정상.



이름모를 날벌레가 들끓고 있는, 명성산의 정상에 피어 있는 이름모를 꽃.


십여분간 쉬다가 산안고개까지 3.0 킬로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가리키는 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한참 내려 가다 보니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계곡 특유의 너덜바윗길이 시작된다. 계곡길에서는 길이 난해해질 때에 시야를 넓혀서 보는 게 좋다. 멋모르고 가던 길로 계속 가다 보면 등산로를 이탈하게 되어 되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조금이라도 길이 이상해진다 싶으면 걸음을 멈추고 침착하게 주변을 살펴서 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징검다리를 건너 맞은 편으로 가는 길이 보이든지 할 것이다.


한참 내려 가다 보니 한 가운데가 푹 파진 비교적 폭이 넓은 언덕길이 나온다. 오른 쪽으로 돌아서 그 길을 따라 조금 내려 가니 앞서 갔던 세 사람이 돌아 오면서 여기는 길이 아니고 계속해서 가다 보면 벼랑이 나온단다. 다시 올라 가니 이 언덕으로 내려 가기 전에 좌측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좁은 길이 있었다. 홈이 파진 언덕으로 오기 직전의 등산로에서 보면 언덕을 통과해서 거의 직진하는 길이다. 폭 넓은 내리막의 언덕길이 있으니 이 좁은 길을 보지 못 한 게 이상할 것도 없으리라. 그 곳을 지나서 가파른 경사의 바위를 내려 가서 계류의 징검다리를 건너니 번듯한 등산로가 나온다. 그 곳에서 바라 보니 북한산의 인수봉에 버금갈 정도의 아주 넓고 평탄한 암반의 일부분에서 계곡의 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 인터넷의 어느 산행기에서 묘사된 비경이 이 곳일까? 아니면 혹시라도 내가 보지 못 하고 지나친 곳일까?



거대한 암반 위에 계류가 흘러 내리고 있는, 산안계곡의 폭포.


어쨌든 그 곳을 지나니 이제 난해한 코스는 거의 다 지나치고 잡초가 무성한 오솔길들과 그리 험하지 않은 계곡의 너덜바윗길이 기다리고 있다. 한참 내려 오니 산안고개까지 0.2 킬로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나오고 넓고 평탄한 내리막의 흙길이 나온다.그 길을 따라 내려 와서 산안고개에 도착하니 오후 4시 40분경. 산안고개에서 좌측으로 돌아서 산정호수의 망봉산이 보이는 길을 따라 내려 간다. 지루한 비포장도로를 한참 걸어 내려 가니 포장도로가 나오고 그 곳에서 자인사 입구를 거쳐서 다시 산정호수의 산책로로 내려 가서 산정호수의 상동주차장까지 오니 5시 30분경.



산안고개 못미처에서 뒤돌아 본, 산안고개가 내려다 보이는 등산로.



산안고개 못미처에서 바라 본 궁예봉의 위용.



한참 걸어 내려 온, 비포장의 산안고갯길을 뒤돌아 보며...



산안고갯길에서 까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궁예봉과 명성산을 뒤돌아 보며...


오후 여섯시 정각에 상동주차장에서 의정부행 138-6번 좌석버스가 출발하니 식사할 시간도 없다. 시원한 음료수를 사 마시고 노점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여섯시가 다 되어 상동주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앞에 자가용이 한 대 선다. 아까 그 일행인데 의정부까지 태워 준단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의정부까지 함께 가서 버스로 갈아 타고 집에 오니 8시가 다 됐다.


참고: 138-6번 좌석버스 배차시각(문의처: 포천교통~TEL 031-535-8813)


산정호수 출발시각 05:30 의정부역 도착시각 06:40


산정호수 출발시각 06:40 의정부역 도착시각 08:00


자일리 출발시각 06:55 의정부역 도착시각 08:30


산정호수 출발시각 09:10 의정부역 도착시각 11:10


산정호수 출발시각 11:10 의정부역 도착시각 13:10


자일리 출발시각 11:50 의정부역 도착시각 13:40


산정호수 출발시각 13:50 의정부역 도착시각 15:40


산정호수 출발시각 16:00 의정부역 도착시각 17:50


자일리 출발시각 16:30 의정부역 도착시각 18:10


산정호수 출발시각 18:00 의정부역 도착시각 19:50


자일리 출발시각 20:20 의정부역 도착시각 22:00


산정호수 출발시각 21:20 의정부역 도착시각 23:30


산정호수 출발시각 22:10 의정부역 도착시각 24:00


 


 


 


 


 


 




▣ pjn - 잘보았읍니다정상에정상비가돌이네2002년까지는사진에있는것처럼안되었는데다시가봐야되겠군요항상즐산하십시요
▣ 산초스 - 자인사에서 팔각정까지 가파른 너덜길 장난이 아니죠? ㅋㅋㅋ 그런데 산정호수의 물을 장마대비하여 미리 빼놓았나요 바닥이 많이 보이는군요. pjn님 그전에는 각흘산악회에서 나무로 정상표시목이 있었는데 작년여름에 새로 만든것 같더군요. 10월 첫째주에 가시면 멋진 억새를 볼수있지요.보통 두째주에 억새축제를 하기때문에 인파가 너무 많으니 한주 빨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