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산행기록

산행지 청계산
산행일 2004년 7월4일(일요일)
집결지 인덕원역 3번출구 10시
코 스 인덕원역-토속음식마을-덕흥사-송전탑-작은매봉-문원2리-과천청사역(3시간)
날 씨 태풍 민들레의 영향으로 강한 비바람,비를 맞고 강행군.
비바람 몰아치는 악천후로 인하여 중도 하산.

참가자 말인외 13명


퍼붓는 비..
참가를 망서리던 몇몇 회원의 지각으로 다소 늦은 출발.
3번출구 앞.
모텔 정문의 넓은 주차장 입구에서 비를 피하며
기다리는 시간...
30분이상 지체되어 집결완료,
처음 참가한 달해님,박혁거세님,사야님 소개...
출발한 시간은 10시 40분.
많이 늦었다.
줄기차게 뿌려대는 빗속을
우산을 받쳐든 채,혹은 비옷을 망또처럼 걸친 채..
넘치는 도랑물..
도랑가의 잡풀들이 넘쳐난 물살에 휩쓸려 쓰러져있다.
포장도로를 걸어 토속민속마을 입구로 접어든다.
민속마을의 많은 민속음식점들을 지나쳐 한참을 오르니
덕흥사 입구가 나오고 더이상 차량 통행을 금지 시킨다는 팻말이 보인다.
좌측능선 입구,
등산안내 표지판이 서 있다.
잠시 모여 숨을 가다듬은 후 본격적 산행시작..
벌써부터 바지가랭이가 흥건히 젖어온다.
산길은 걷기에 너무도 편한 흙길이다.
비바람을 못견뎌 갓 떨어진 초록의 나뭇잎들이
흡사 꽃가루처럼 뿌려져 있다.
물기를 머금은 초목들이 더욱 진초록 빛을 발하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
받쳐든 우산의 옆을 치고 들어오는 비바람..
우리 일행이외엔 인적이 없다.
빗방울을 털어내는 나뭇잎소리와
산허리를 감고도는 비안개..
싱그런 풀냄새, 흙냄새,,,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는 듯 하다.

빗방울과 나뭇잎들이 만들어내는
고즈녁한 오케스트라를 배경에 깔고
빗속을 뚫고 오르는 회원들의 모습이
삶의 고뇌를 초월한 도인들 같아 보인다.
세상의 온갖 고뇌와 모순과 갈등으로부터 벗어난 초인들...
지금은 적어도 그런 무상무념의 시간이다.

한참을 올라 사방으로 탁트인 능선의 한 봉우리에 이르니
한 무리의 산행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비 퍼붓는날
산에 오르는 맛과 기분을 그 누가 알랴.
한가로운 산길,
모든 것이 한꺼번에 씻기워 내리는 듯한 상쾌함..
초목들이 뿜어내는 싱그런 향기..

허나
그런 한가로운 멋에 취하는 것도 잠깐..
비바람이 더욱 거세진다.
걸친 비옷이 휘장처럼 펄럭이고
펼쳐든 우산이 제멋대로 휘어 날린다.

송전탑을 지나는 고압선에서 울려오는 신음과도 같은 윙윙 소리가
조금은 공포감마저 불러 일으킨다.

매봉으로 가는 길과
문원리로 내려가는 갈림길..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본다.
대부분의 여자 회원님들이 중도 하산을 갈망하고 있었다.
때마침 비바람은 더욱 거세져 오는 듯 하다.

결단의 순간...
중도 하산을 결정하고 문원리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진흙 범벅이 된 바지가랭이며
비에 흠뻑 젖어버린 옷이 주는 끈끈하고 찝찝한 불쾌감...
빠른 하산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아스팔트 위를 흘러가는 빗물에 대충 바지가랭이의 흙을 씻어내고
별양동으로 내려설 때까지도
비는 조금도 잦아 들 줄을 모르고 있었다.

걸어걸어
종합청사역 11번 출구
민속주점에 자리를 잡고
얼큰뜨끈한 생태찌게에 동동주 잔을 받아 들고서야
여유로운 미소가 흘러 나왔다.

비가 있어 중도 포기한 산행
그러나
비가 있어 더욱 좋았던 산행...

우리 까페의 산행은
비가오거나
눈보라가 몰아쳐도 계속되어 질것임을 확인하는 하루였다.

함께했던 13명의 회원님들-
그리고 뒤푸리에 참가해 준 꽃뱀에게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