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일자 : 2007. 5. 20.(일요일)

ㅇ코스 : 정령치 – 고리봉 – 세걸산 – 팔랑치 – 바래봉 – 운봉주차장(약1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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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百年 도읍지를 匹馬로 도라 드니

산천은 依舊하되 人傑은 간 듸 업다.

어즈버 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길재-

 

2년전(2005년도) 이맘때쯤에도 이곳에 왔었습니다..

주변산천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었습니다.

다만, 그 때 같이 하였던 그 사람들이 곁에없어 무척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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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행이나 집 밖으로 원행을 나갈 때면 가급적 카메라를 휴대하는 습관이 생겼다.

  

흘러가는 시간들을 멈추게 할 수 는 없지만,

사물을 줌인 하여 셔터를 누르는 순간

몇 년 혹은 몇 십년이 흘러도 사진 속의 장면들은 그대로

영구히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면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내 몸안의 기억이라는 memory장치를 이용하여 사물에 대한 감성과, 시간을 저장하여두고

읽고 배우고 기록하며 몸 속에 영구 저장하였다가

다음에 필요에 따라 그만큼의 시간을 꺼내어 상기하곤 했었는데…

 

두뇌속의 기억장치는 점점 경화되어가고,

이제는 내 몸밖의 외부 매체인 카메라를 이용하여 사물을 정지 시켜 가두어 놓고

뇌리에 가물가물 맴돌 때마다 다시 꺼내어보고

그 때를 회상하여야 하는 일들이 점점 현실로 변해간다는 것이

아쉽고도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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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10시경. 정령치휴게소에서 철쭉찾아 오매불망 바래봉으로의 산행을 시작 합니다.

  

고리봉에 올라 사방을 조망하여 봅니다.

가녀리게만 보이던 연록색 나뭇닢들이 이제는 제법 검푸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정령치 시작점부터 행객들에 밟혀버린 극심한 정체는 고리봉 세걸산을 지나 바래봉까지 이어집니다.

이렇게 떠 밀려 가다가는 그 자리에서 늙어 버릴것만 같아

중간중간 행로에서 떨어진 옆길로 아직 발길이 덜 닿은 샛길을 찾아 세걸산으로 향합니다.

지난해 보았던 그 많던 얼레지꽃들은 지고, 지금은 새로운 탄생을 위한 거룩한 열매를 만들어 내밀고 있습니다.

 

세걸산입니다.

만복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장엄한 주 능선.... 그 사이에 반야봉이 어머니의 유방처럼 포근하게 솟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품 속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 오르며 알 수 없는 눈물이고여 한 참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산천을 바라보는 감정이

지난시절 보다는 지금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 입니다.

 

내가 본 그 산은 그때 그 산 그대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산은 거짓이 없습니다.

정직하게 많은 것 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산을 좋아합니다.

 

 

팔랑치 입니다.

그곳엔 철쭉이 없었습니다.

이미 철쭉은 스러져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늦도록 게으름을 피우던 몇 녀석들만이 부시시 눈 부비며 피어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철 지난 행객들은 이다지도 많은지… )

 

행객들에 떠밀려 정신차려보니 바래봉입니다.

멀리 천왕봉 끝자락이 흩어지는 구름에 살짝 가렸습니다. 

바래봉에서 허겁지겁 주차장까지 하산길도 정체는 계속입니다.

저 아래, 한참 아래 국도변 중간지점에 주차되어있는 버스에 도착하니 오후 3시30분 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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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 휴게소]









 

[고리봉에서보는 만복대와 정령치 넘잇길]

[푸른하늘과 녹음]














[세걸산에서보는 만복대와 정령치, 그리고 멀리 고리봉에서 지나온 능선]


[반야봉 전경]


[세걸산 정상]





[남원 운봉마을조망]





[세걸산에서 보는 가야할 길 바래봉 전경]


[부운치에서 조망하는 팔랑치 철쭉능선]


[때늦은 철쭉 한무리. 연분홍색 철쭉은 진분홍 철쭉보다 조금늦게핀다.]








[팔랑치에서 보는 지나온 능선 고리봉, 세걸산, 부운치가 한눈에 조망된다]


[가야할 곳 바래봉이 가까이 있다.]











[운봉마을 주차장 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