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白雲山) 882m


 
위 치 : 강원 정선 신동읍, 평창 미탄면

산행코스 : 점재나루 - 점재마을 - 백운산 - 칠족령 - 제장나루

산행일자 : 2004년 10월 13일/아내와 나

 

◐백운산 가는길
07:44 풍기출발
08:21 영주거쳐 봉화
09:01 우구치리
09:34 석항
09:53 점재나루전 아스팔트 끝나는 지점

 

◐산행기록
10:00 점재나루 1km전 출발
10:30 점재나루 마을 등산로 안내판
11:00/11:08 능선 안부
12:17/12:57 백운산 정상(1봉)  잠재나루 마을 2km, 칠족령 2.4km
13:28 2봉 우회
13:47 3봉(1km 위험 표지)
14:00 4봉
14:36 5봉 강변0.7km
14:49 갈림길 정상2.2km, 문희마을1.4km, 칠족령0.2km
14:56 6봉(마지막 봉우리)
15:25 제장나루마을
16:00 차량회수(출발지점)

◐돌아 오는길
16:00 점재나루
16:31 녹전
16:47 김삿갓묘
17:39 풍기도착
 

◈ 애절한 정선 아리랑이 흐르고 있는 동강의 백운산

가을비가 한번 내리면 내의가 한벌이라는데
갑자기 낮아진 기온은 아침저녁으로 몸을 움츠려 들게 한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다리지만 지난 금요일 민둥산을 다녀오면서 단산은 조심해서 해도 되겠다는 어느정도 자신감은 생겼고
가을산들의 유혹도 물리칠수 없으니 여름내내 못한 등산을 위해 휴가를 내고 또 이렇게 가을의 산속으로 떠난다.

 

매일아침 등교 시켜주던 딸아이의 등교시간에 맞춰 양복대신 등산복을 입고 오늘도 아내랑 집을 나선다.
영주를 거쳐 봉화까지는 매일 출근길과 같은 길
직장옆을 지나치는데 묘한 기분이 든다.
엑셀을 잔뜩 힘주어 밟으며 경상도에서 충청도를 거쳐 그렇게 강원도로 들어간다.

 

오지중의 오지...
유난히 고개도 많고 꼬불꼬불한 길을 두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잠재나루 근처
등산이 끝난후 차량회수 생각에 아스팔트 포장 끝나는 지점에 차를 주차시키고 동강옆으로 길게난 그늘진 길을 따라 걷는다.

 

몇년전 정부의 계발논리와 환경단체 및 국민들의 환경보전 논리가 부딪치던 곳...
몇년간이나 온나라를 시끄럽게 만들다가 환경보전을 주장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여론에 겨우 수몰의 위기를 벗어난 곳...
수달을 살려주세요.
어름치, 원앙, 황조롱이, 솔부엉이를 비롯한 많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를 지켜주세요...
그런 외침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래프팅을 비롯한 각종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회복불능의 상태로 오염이 되어버려 수달도 어름치도 원앙도 거의 대부분 자취를 감추어 버린 곳
환경보전을 주장하던 우리 스스로가 환경을 파괴해버린곳이 아니던가?

 

무심히 흐르는 동강을 거슬러 잠시 올라가니 나루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이는 잠재나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동강을 가로질러 길게 줄이 매어져있고 강 한쪽 기슭엔 우스꽝스럽게 생긴 배한척이 홀로 나루를 지키고 있다.
우리야 저배를 쳐다보면서 낭만에 잠길수도 있겠지만 저배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잠수교가 잠기면 강을 건널수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리라.


잠시 배를 타고 건너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신도 없고 조금위에 잠수교의 모습이 보여 그냥 잠수교를 이용해 동강을 건너고 보니 산쪽으로 난 두군데의 길이 보인다.

어느것이 등산로 일까?
잠시 등산로를 찾느라 시간을 보내다가 잠재나루 바로 건너편 민가가 있는곳에서 반가운 등산 안내도를 발견한다.

 

안내도를 잠시 살펴보고 집마당을 가로질러 등산로로 접어드는데 아내가 묻는다.
혹시 백운산이 한문으로 어떻게 쓰는지 아느냐고
확실히 알지 못하겠기에 잘모르겠다고 했더니
흰백자에 구름운자를 쓸것같단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물어보니 동강옆으로 절벽을 이루며 솟아있는 하얀 암벽이 언뜻 보면 흰구름같아 보여서 그런생각을 했다 한다.
그말을 듣고 까마득한 암벽을 쳐다보니 정말 흰구름이 낮게 깔린것처럼 보인다. 
정말 아내 말처럼 그래서 백운산(白雲山) 인가 보다.

 

보기만해도 험하게 생긴산은 초반부터 만만치않은 급경사의 등산로를 열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몇걸음 떼지 못하고 입에서는 거친숨이 터져나오고 온몸은 어느덧 축축하게 젖는데 직장에선 업무전화가 빗발친다.
그렇지 않아도 숨이 턱까지 차는데 전화를 받으며 걸으려니 더욱 힘이든다. 헉~ 헉~ 헉~
연이은 통화로 거북이 걸음을 한지 30분만에 잠재나루에서 600m 떨어진 능선에 겨우 도착했다.

정상까지 2km중 이제겨우 600m를 왔는데 땀을 이렇게 흘려서야...


10여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여전히 험한 등산로를 따라 잠시오르니 잠재나루가 위치한 동강이 까마득한 벼랑 저아래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숨도 고를겸 잠깐씩 멍하니 서서 아름다운 비경을 바라보며 올라가기를 여러번
고도가 높아질수록 동강의 물돌이 모습은 더욱 확연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우리가 지나가야할 제장나루로 뻗은 능선도 예사롭지 않은 모습으로 이어져 있으니 그야말로 절경이 펼쳐진다.

 

첩첩산중에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산은 스스로 맥을 힘차게 이어가다 까마득한 절벽을 이루며 갑자기 멈춰선다.
이유는 물이 고이지 않고 잘 흘러갈수 있도록 물길을 터주기 위해서...
산의 도움으로 길을 찾은 동강은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산허리를 구비구비 감싸고 돌며 아름다운 비경을 만들어 길을 터준 산을 더욱 돋보이도록 만든다.

사람의 길도 산허리를 파고 잘라서야 겨우 만들수 있는 이런곳에서 시작하는 물길이 서울을 거쳐 서해까지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든다.
자연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것일까?

 

계속되는 급경사에 몇번의 숨고르기를 더한후에야 겨우 백운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제일 눈길을 끄는건 역시 동강
가수리쪽에서 잠재나루를 거쳐 제장나루로 흘러가는 물줄기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구비구비 흘러가는 모습이 굴곡많은 우리네 인생을 닮은건 아닐까?


혹시 동강의 이 모습이 정선아리랑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하지는 않았을까?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정선아리랑의 발상지
누구나 작사가가되어 구성진 곡조로 인생의 애환을 노래한 정선아리랑 소리가 지금도 구슬프게 동강을 따라 흐르고 있는것 같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며는 해당화는 왜피며
  모춘삼월이 아니라며는 두견새는 왜울어

  앞남산의 뻐꾹이는 초성도 좋다
  세살때 듣던 목소리 변치도 않았네

  삼십육년간 피지못하던 무궁화꽃은
  을유년 팔월십오일에 만발하였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비경에 젖고 온갓 상념에 젖었던 정상에서의 휴식은 점심을 먹은후 하산길로 접어들면서 끝이난다.
길게 뻗은 능선으로 내려서면서 점점 가까이 보이는 동강의 아름다운 모습은 정말 한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가끔씩 나타나는 전망대는 천길낭떠러지란 이런거구나 싶을정도로 그끝이 보이지 않는 높이에 몸이 움찔하기도 하지만 금새 모든걸 잊고 비경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하산하면서 보이는 경치가 워낙절경이라 쉽게 내려설수 있을것 같지만 등산로는 오를때 처럼 급경사를 이루며 내리 뻗어있어 위험한 구간이 많이 있다.
잠시라도 방심을 할수 없는 길
부실한 발목에 온신경을 집중하면서도 동강을 감상하기 좋은곳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멈춰서서 놓치기 아까운 비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하산길은 한없이 늘어진다.


1봉, 2봉.... 6봉
백운산정상을 포함해 험한 등산로로 6봉을 오르내리고서야 개무덤을 지나 제장나루에 도착한다.

겨우 몇채의 집만이 덩그러니 놓인 동강옆 들판에 자리한 제장나루 마을
마을 어귀에서서 지나온 백운산 능선을 바라보니 험상궂은 6봉의 모습이 파도치듯 이어져 있다.


잠시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고 다리를 건너 마을을 빠져나오면서 어서 빨리 동강이 옛모습을 회복하여 수많은 동,식물들의 낙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오늘의 등산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