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개에서 먼드래재까지(약 25.6km, 노천리에서 개고개 약2.5km 포함)

●2006. 6. 17. 토, 대체로 맑음

●주요 경유지 : 노천리(06:45)~개고개(07:25)~화방이고개(09:25)~대학산(13:05)~

                수리봉(17:50)~714봉(19:35)~먼드래재(20:15)

●소요시간 : 06:45- 20:15(약13시간30분)

 

이번 종주 산행은 등산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고통스럽게 그 후유증을 앓은 산행이었다.

구간 종주가 끝난 후 먼드래재에서 걸어서 내려오다가 겨우 얻어 탄 승용차로 서석에

도착하자마자 생긴 허리 통증은 점점 그 깊이를 더해가다가 급기야 꼼짝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마누라가 운전하는 차에 실려서 집으로 오는 길은 너무 고통스러웠고 하산한지 10일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았다.

산행 후에 왜 갑자기 허리 통증이 찾아왔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산행 중에 통증이 생기지 않은 것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구간 정보

개고개에서 532봉을 지나서 635봉을 통과하는 구간은 군부대 울타리를 따라 진행을 하는데,

우거지는 나무들로 인해서 길은 점차 메워지고 산딸기 등의 가시가 달린 줄기들로 인해

진행하기가 까다롭다.


화방이고개에서 546봉으로 오르는 길은 뚜렷하지가 않고 숲을 헤치고 오르는 형국이다.

화방이고개에서 길을 따라 들머리로 들어서면 묘지가 나오는데 묘지 왼쪽으로 올라가면

그때부터 길은 희미해진다. 나무들 틈새를 비집고 올라가면 8부 능선쯤에서야 길이 뚜렷해진다.


546봉에서 봉우리 2개 정도를 넘어서 대학산 가는 길은 오른쪽 아래로 확 꺽어진다.

여기에서 자칫하면 직진하여 엉뚱한 곳으로 가기 십상이다.

599봉으로 가기 전에 능선은 고도를 계속 떨어뜨리다가 임도를 만나게 된다.

임도를 따라 북쪽으로 약 30여 미터를 가면 계곡에서 물이 흐른다.

급할 때는 식수로 사용 가능하겠다.

599봉으로 올라붙는 길은 임도에 의해 잘린 마루금에서 임도를 따라 동쪽으로 약 20미터

정도를 가면 능선으로 올라붙을 수 있다.


대학산으로 오르는 길은 오늘 구간 중에서 처음으로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 하는 비교적 힘든

구간이다.


대학산을 넘어서 안부 사거리, 북쪽으로 내려가면 홍천 방향 물골이다.

물골쪽으로 약 200미터를 내려가면 계곡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


927봉, 오래된 헬기장이 있으며 동쪽 방향 진행 길은 숲으로 우거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봉우리에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꺽어지는 방향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표지기가 달려있다.


935봉 정상에는 어느 산님이 그곳을 대학산으로 착각하였는지‘대학산’이라고 코팅한 명찰을

잘못 달아놓았다. 서쪽으로 진행하는 산님께서는 그것을 떼어서 서쪽으로 약 2시간 정도를

더 가야하는 대학산 정상으로 옮겨달았으면 한다.


909봉에서 한참을 떨어지던 고도는 이번 구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수리봉을 오르기 위해서

또다시 가파른 경사를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수리봉 정상에서 10여 미터 진행한 곳에서, 오늘 구간에서 개고개를 지나서 산불 감시초소가

있었던 635봉에서 조망을 한 이후 처음으로 발교산 쪽으로 조망권을 선사한다.

수리봉을 내려서는 길은 무척 가파른 암릉 구간이다. 눈이나 비가 올 때는 무척 주의해야할

구간이다.


여우재를 지나서 714봉을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험한 암벽들이 도사리고 있는 구간이다.

수리봉 암릉 구간을 내려선 후 풀어졌던 긴장을 다시 한번 다잡아야할 구간이다.

714봉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확 꺽어져서 진행해야 할 길 또한 암릉들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구간이다.

암릉 구간을 완전히 내려서서는 약 2,30여 미터를 진행하다가 길을 잘 살펴서 왼쪽으로

방향이 틀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자칫 직진을 하면 엉뚱한 곳으로 내려가게 된다.


- 여명을 뚫고서

홍천으로 향한다. 동녘 멀리 산 위로 떠오른 해가 구름들을 온통 붉게 물들여 놓았다.

홍천 터미널 부근에 주차를 해놓고 터미널에서 06:30분에 출발하는 좌운리행 버스에 오른다.


06:45분, 노천리에서 하차하여 개고개를 향한다.

이른 아침 일하러 가는 아낙들의 왁자한 소리들이 활기에 넘치고 길옆의 녹색 드넓은

감자밭에 만발한 하얀 감자꽃들이 아침 햇살에 더욱 싱그럽다.


07:25분 개고개, 완만한 능선은 진행하기에 수월한데 잠시 후 532봉을 넘어서면서

우거진 잡목과 산딸기 줄기들이 길을 좁히면서 진행을 방해한다.

635봉을 오르는 길은 부대 철책 울타리를 따라서 진행을 하는데 부대 안쪽으로 깨끗하게

잘 정비된 길이 어제 내린 빗방울을 잔뜩 머금고 있는 잡초 우거진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

670봉인 덕구산은 어떤 표시도 조망도 없는 산이어서 지나친 것도 모른 채 화방이 고개로

진행을 했다.


09:25 화방이 고개, 그늘진 곳에서 배낭을 내리고 늦은 아침 식사를 한다.

한 시간이나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야 고갯길 아스팔트를 가로질러서 전봇대 옆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선다.

숲으로 들어서자 나타나는 묘지, 길이 분명하지를 않다.

옆의 묘지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 나와서 첫 번째 묘지를 오른쪽으로 끼고

희미한 등로의 흔적을 따라서 나무들을 헤치며 올라간다.

546봉을 거의 다 올라가서야 길이 뚜렷해진다.


546봉과 또 하나의 봉우리를 지나서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데 길이 없어지고 만다.

지난 번 구간 오음산에서 잘못된 길을 내려갔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내려온 길을 되짚어서 다시 200여 미터를 올라오니 왼쪽으로 뚝 떨어지는 길이 보인다.

즉, 546봉을 지나서 북쪽으로 한동안 흐르던 기맥은 방향을 오른쪽인 동쪽 방향으로

확 틀어짐과 동시에 고도가 뚝 떨어지면서 이어진다.


다시 한번 급히 떨어지는 경사를 내려서니 임도가 가로지르고 있다.

1리터짜리 우유를 한통 준비했기 때문에 물을 1리터만 준비를 했었다.

은근히 물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던 차에 임도가 북쪽 방향으로

산허리를 돌아가고 있다. 임도를 따라 가면 계곡과 만나는 곳에 틀림없이 물이

있으리라고 짐작하고 임도를 따라 가본다.

30여 미터를 따라가자 역시나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계곡으로 내려가서 우선 세수부터 하고는 계곡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본다.

물을 받으려면 아직도 2/3나 남아있는 우유를 모두 비워야만 한다.

물이 부족할까 조금은 걱정스러웠지만 결국은 물 받기를 포기하고 되돌아 나온다.


임도로 인해서 깍여진 마루금을 오르기 위해 임도를 따라 동쪽으로

30여 미터를 진행하니 마루금 위로 올라붙을 수 있는 길이 보인다.

급한 경사를 치고 올라서 마루금 위로 올라선다.

599봉을 지나서 대학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게 이어진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훔치며 올라가는데 대학산 정상에 올라서자

물 대용으로 마시던 2/3나 남아있던 우유는 바닥을 드러내었다.


13:05분 대학산 정상, 둘러싸인 나무들로 조망이 되지 않는다.

신갈나무 줄기에 표지기 몇 개와 글씨가 지워진 나무 명찰이 달려있다.

이내 정상을 내려간다.


13:20분 안부 사거리, 배낭을 내려놓자마자 물을 뜨기 위해 물골 쪽으로 내려간다.

50미터 정도를 내려가자 누군가 물을 받기 위해 파놓은 듯한 샘의 흔적이 보이는데

물을 받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시 계곡을 향하여 내려가는데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판단은 옳았다.

계곡 아래로 내려가서 땀을 씻어내고 물통들에 물을 가득 받아서 올라오는데

마루금으로 올라오는 길이 너무 힘들다. 어제 겨우 2시간을 잠자고 산으로 온 탓일까,

몇 번을 쉬어서야 다시 마루금에 올라선다.

도시락을 꺼내어 식사를 하는데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

하지만 아직 절반도 더 남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물에 말아서 억지로 밥을 모두 먹는다. 그리고는 한참을 쉰다.


14:25, 배낭을 챙겨서 다시 출발한다.

대학산에서 한참을 떨어뜨린 고도를 다시 900미터 이상의 고도로 높여가는 길은

역시나 녹녹하지가 않다.

790봉을 넘고 939봉을 오르자 한동안 고도차는 별로 없이 진행하기가 수월하다.


935봉에 이르자 ‘출입금지’팻말과 함께 철선으로 울타리가 능선을 따라 설치되어있다.

철선 울타리는 기맥길을 따라서 수리봉까지 계속 이어진다.

울타리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다.

나중에야 짐작하였지만 그 철선 울타리는 장뇌삼 재배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일 것이었다.


평상시에 마시지 않던 우유를 1리터씩이나 마신 탓인지 설사를 만난다.

설사가 멈추자 기운이 쏙 빠져 달아난 것 같다.

오늘 이 길도 오음산을 두 번이나 올랐던 지난 번 만큼 고생스러운 것 같다.

거기에다가 시원한 틈 하나 내어주지 않는 울울창창한 마루금 숲길이 한 없이

지루하기까지 하다.


909봉을 지나서 오늘의 최고봉인 수리봉으로 가는 길은 또다시 고도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수리봉으로 오를 일이 은근히 걱정된다.

한참을 떨어지던 고도는 다시 수리봉을 향해 치달아 오른다.

오늘의 마지막 고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순간순간 힘을 내어보지만

지쳐버린 육신은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


오르다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오르기를 수차례,

마침내 오늘의 최고봉인 수리봉 정상에 올라선다. 17:50분이 되어있었다.

기대와는 달리 이곳도 확실한 조망권을 주지 못한다.

이내 정상을 지나서 옆 봉우리로 올라서니 그곳이 오히려 정상보다 조망을 하기가 더 낫다.

배낭을 내리고 쉬어가기로 한다. 남쪽 건너편으로 발교산이 우뚝하고 지나온 기맥 능선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 눈앞에 펼쳐진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시원한 전망이다.


수리봉을 내려가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르고 험한 암릉 구간이다.

한동안 계속되는 암릉길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어느듯 암릉 구간이 끝이 났지만 여우재로 가는 길은 하염없이 고도를 내린다.

수리봉에서 발아래로 보였던 714봉은 여우재에 내려서자 또다시 머리위로 보인다.

그렇지만 저곳이 오늘의 마지막 고생길이라 생각하니 용기가 솟는다.


714봉으로 오르는 길이 보통이 아니다.

송곳 같은 경사에 위험한 암릉구간 마저 도사리고 있다.

19:35, 714봉, 남쪽으로 이어져왔던 마루금은 북동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어서 이어진다.

바위쪽으로 올라서자 동쪽으로 다음에 이어가야할 기맥능선에 운무산이 우뚝 솟아있다.

오늘 보는 3번째 조망이다. 그러나 지체할 시간이 없기에 이내 봉우리를 내려간다.


험한 암릉구간을 통과하여 암벽을 내려서자 편한 길이 이어진다.

무심코 능선을 따라 발걸음을 빨리하여 내려가는데 길이 없어진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가늠해보니 남쪽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가야할 마루금은 북동쪽이다.

아 욕 나온다. 다시 되돌아 올라간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200여 미터를 다시 올라오니 조금 전에 내려섰던 암벽이 나타난다.

다시 아래쪽으로 조심스레 길을 살피며 내려오니 마루금은 왼쪽 아래로 뚝 떨어진다.


오른쪽 아래로 먼드래재로 이어지는 19번 도로와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이 든다.

먼드래재로 내려서는 569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에는 연봉들이 몇 개 있지만

비교적 진행하기가 수월하다.


20:15, 땅거미가 내려앉은 먼드래재에 내려선다.

수많은 차들이 지나가서야 겨우 서석으로 가는 승용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서석에 도착하여 승용차에서 내리는데 허리에 통증이 전해온다.

대수롭잖게 생각하며 터미널로 들어선다.


홍천가는 버스는 이미 끊어진지 오래고 택시도 없단다.

할 수 없이 마눌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를 하고는 식당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허리의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고통과 씨름하면서 겨우 식사를 마치고는 식당을 나선다.


이후 마누가가 도착하는 시간까지는 일각이 여삼추 같았다.

집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있을까

하는 시간들이 모두 흘러가고, 10일이 지난 이제야 컴퓨터 앞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