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와룡산(경남 사천)

2. 높 이 : 799m

3. 산행일 : 2004. 3. 12

4. 코 스 : 들머리주차장(09:45) – 돌탑집 – 도암재 – 바위전망대 – 세섬바위 – 헬기장 – 민재봉 – 삼거리이정표 – 수정굴 – 도암재 – 주차장(12:45) ----- 총소요시간 3시간(휴식시간 포함)

5. 동 행 : 홀로

6. 후 기 :

곤양에 가는 길에 조금 일찍 나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을 오르기로 작정하고
근처의 산을 물색하던 중 와룡산이 눈에 들어 온다.
사천 IC를 빠져 남양저수지를 지나 들머리주차장에 도착하자 시계는 이미 9시 45분을 가리킨다.

초입부터 온통 시그널로 혼란한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많이 알려진 산인가 보다.
바쁜 마음에 발걸음이 시작부터 빨라진다.
돌탑들 사이에서 독경소리가 은은하고 붙어 있는 돌탑집은 평일이라 그런지 한가롭다.

완만하고 넓직한 산행로는 별다른 재미없이 밋밋하다.
머리위를 날으는 헬기는 뭔가를 뿌려대고….
가는 길 옆에는 절을 짓기 위해 벌목한 현장과 집을 짓느라 한창 바쁜 모습이다.

등줄기로부터 땀이 배여 들 무렵 도암재에 다다른다.
오른쪽엔 상사바위가 하늘을 버티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제법 평평한 곳에는 전국등산대회 개최 기념으로 석상이 서 있다.
인간들의 생색내기 좋아하는 습성이 여기에도 여지없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도 기념하는 것에 표시를 내어야 직성이 풀리는지…

조그마한 것인지는 몰라도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뿐만 아니다.
산에 오르다 보면 종종 산악회원 누구누구의 추모비 등과 같은
비석이 보일 때도 많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진정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였다면 그런 기념석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코.

왼쪽으로 향하는 정상가는 길은 다소 경사가 있기는 하나 아기자기한 느낌.
전망이 가능한 암반에 오르자 사천시내와 함께 다도해의 오밀조밀한 멋스러움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시야가 깨끗하지 못하여 수평선 멀리까지는 조망하진 못해도
가슴펼쳐 바다의 포용력을 느껴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바다와 산이 함께하는 조망은 어디서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거대한 암반허리를 돌아 너덜지대를 지나면 능선으로 올라서고 이어 돌탑무리가 나타난다.
넓적한 돌로 쌓아 올린 돌탑을 보자 싱거운 의문이 생긴다.
쌓아 올리기에 알맞게 생긴 넓적돌들이 어디서 났을까.
그러고 보니 가는 길에 채이는 돌들도 모양이 모두 넓적하다.

곧이어 암릉이 이어진다.
아슬아슬한 암릉길은 산행중 쉽게 맛볼 수 없는 묘미.
좌우의 조망은 더욱 맛깔난다.

이윽고 세섬바위로 올라선다.
한동안 넋나간 듯 주위에 매료된다.
오직 나만의 황홀경은 아닐 터.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톡톡한 보상을 하는 산임에 틀림없다.

좁은 길은 돌들이 삐죽 삐죽 튀어 나와 있어 계속 신발에 와서 부딪힌다.
능선길의 한가로움이 느껴지는 코스다.
헬기장을 지나 민재봉을 혼자 독점한다.
사위에 거침이 없는 정상에는 무언의 즐거움이 더하고
쉼없이 오른 길을 되돌아 보며 다시 헤아려 본다.

발길 돌리기 힘든 정상이지만 시간이 여유로움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세상사 모든 것과 다르지 않는 것임을 터득한다.

등산로 개방코스가 올라 온 코스 뿐이라
남쪽방향으로 뻗어 내린 능선의 유혹을 힘들게 뿌리치고 오던 길로 되돌아 선다.
이정표가 서 있는 길에서 수정굴로 내려서자 급한 내리막이 시작된다.

지리한 산사면을 돌아 나가자 오늘 처음으로 등산객 한 사람을 만난다.
땀에 범벅이 된 젊은 청년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계속 산사면을 돌아 돌아 도암재에 다다른다.

다시 한 번 상사바위의 유혹을 이기고 곧장 넓은 등로를 따라 내려선다.
오던 길에 골격을 세우던 절집이 벌써 벽체를 다 둘렀다.
집 짓는 것도 요즘의 편의시대를 따라 간단하기 그지없다.

돌탑집에 이르자 이제사 등산객들이 밀려든다.
단체 산행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제법 길게 견뎌야 했다.
초미니 간단 산행은 정확히 3시간만에 끝나고 부리나케 일상으로 되돌아 간다.
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움을 느끼며 일탈을 마감한다.


▣ 이영권 - 내고향 명산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다응엔 남북종주를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