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동북릉정상에서 본 백록담입니다.

 

◈한라산 (漢拏山) 1950M

◈2004년 8월 20일 금요일

◈성판악~진달래 대피소~백록담(동릉정상)~용진각~탐라계곡(대피소)~관음사야영장(매표소)

◈약 18.3km

◈06시50분~14시45분(휴식 1시간 30분포함) 약 8시간 산행

 

 

 

 

지난 17일 부터 많은 사람들은 진작에 끝났을 하계휴가가 주왕인 그제서야 시작이 되었습니다.

휴가만을 바라보며 그 혹독했던 성수기 스케줄(새벽 한 시에 출근을 해야 했던적도...)을 모질게 견뎌 왔는데

그토록 좋았던 날씨는 구름을 불러모아 비를 뿌리고 그걸론 충분치 않은듯 머나먼 다른나라 하늘에 있던 태풍까지

끌어들여 잔뜩 부푼 휴가에 매몰차게 재를 뿌렸습니다.

 

17일 부터 야심차게 계획했던 주왕의 2박3일 지리산종주...

구례화엄사에서 유평리 대원사...

산장예약은 물론이거니와 마치 군시절 한달짜리 전술종합 훈련을 방불케하는 치밀한일정,시간계획과

사전준비, 마지막으로 16일 밤 D-day를 앞두고 실시되었던 군장검사까지...

 

그러나 비로 하루가 연기 되었던 종주계획, 비박까지 각오하고 있던 마당에 날벼락이 떨어졌으니

뜻하지 않았던 '태풍 메기'

 

나름대로 치밀했던 계획은 태풍 메기로인해 사전 기상정보 부족으로 부실계획으로 드러나며

설레였던 종주계획은 메기의 북상으로 입산통제와 함께 보란듯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야심찬 종주계획을 몇몇 지인들에게 떠벌리고 다녔는데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옵니다. 쓰라린 맘에 그전화 받을리 만무했죠.

빨리 맘을 추스리고 메기가 제주를 지난후 한라산으로 계획을 급히 바꾸었습니다.

 

왕복 항공료만도 18만원이 더 드는데 그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산행이지만

그비싼 이동요금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지라 개인적으로 지리산보다 더저렴한 산행이었습니다.

 

 

맨위 사진은 백록담 풍경인데 그간 봐 오셨듯 주왕이 파노라마가 주특기가 아닌지라 백록담 풍경을 파노라마로 올리지 못했습니다. 

 

 

19일저녁 제주 해변에서 메기가 지나간 제주의 하늘을 담았습니다.

이 사진을 촬영하기 전에 정말 하늘이 환상적이었는데 그건 담지 못하고...

 

 

용두암입니다.

한라산과는 무관하지만 그래도 제주에 갔는데...

 

 

한라산 산행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98년 7월에 이번과는 반대코스인 관음사에서 성판악으로 산행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관음사코스로의 백록담 정상은 통제였던것 같은데 군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주왕이는 대대장도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했던 '말년'이었답니다.

200여명정도가 이동을 했으니 이번에 산행한것보다 그땐 시간도 많이 소요됬었던것 같고,

용진각대피소 주변에서 그당시 점심으로 싸간 김밥은 지금도 잊을수 없습니다.

 

단독군장(X반도와 탄띠 소총휴대)으로 올랐던 한라산은 훈련도 등산도 아닌 저에겐

소풍정도로 기억됩니다.

전혀 힘들지도 않았고 용진각부터 펼쳐졌던 한라산의 비경은 참아름다웠고 성판악으로 하산할땐

정말 지독하게 지루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19일 아침 제주 버스터미널에서 5.16도로 를 횡단 서귀포로 가는 06시 첫차를 타고 성판악으로 이동했습니다.

덩치큰 뭉게구름이 바다위 두둥실떠있는 아주 맑은 상쾌한 제주의 아침공기를 가르며 완행버스는 서귀포를 향해 달렸습니다.

정상에서의 푸른 제주를 볼기대에 한껏 부풀어서...

 

무엇보다 성판악으로 가는 최고의 압권은 그 구불구불한 5.16도로에서의

 기사아저씨의 거침없는 코너링 이었습니다. 

한 눈팔 틈이 없는...

 

사진은 유리창에 비치는 태양이 눈이 부신 성판악 매표소입니다.

 

 

성판악(성널오름1215.2M)은 북제주군 조천읍과 남제주군 남원읍의 경계에 있는 오름입니다.

등산코스의 시발점은 성널오름동쪽 약 2KM떨어진  성판악 휴계소이며, 5.16도로 에서 가장 높은 곳인 해발 750M

지점 이라고 합니다. 제주시나 서귀포 어디어서도 약 30분정도면 버스로 닿을수 있는곳이고 버스 정류장이

휴게소 바로 앞에 있습니다.

 

성판악코스는 지금 개방되있는 코스중 가장 긴 코스이면서도 매우 평탄합니다. 진달래 대피소까지 숲에 가려 조망을 전혀 

기대할 수 없어 지루하기도 합니다.

사진은 사라 대피소전에 있는 사라악 약수입니다.

 

98년에는 못 봤는데...

사라오름은 정상에 풍부한 수량을 가진 화구호가 있다고 합니다. 지도에도 그렇게 그려져 있구요,

지도에는 등산로가 표시되있지 않지만 사라오름 대피소에서 남쪽숲길을 따라 40여분 오르면 닿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거진 숲에 가려 전혀 조망은 기대할 수 없지만 길은 평탄하며 특히 사진처럼 데크가 무지 많이 설치되 있어

발걸음도 가볍게...

 

 

사라대피소를 지나 해발 1400 표지석이 있는 다소 가파른 등산로입니다. 키작은 산죽들이 도열하고 있습니다.

 

 

 긴 터널을 통과한듯 지루한 등산로를 드디어 벗어나고 진달래 대피소를 200여M 앞둔곳 부터 전망이 시원하게

확 트입니다. 아직까지는 하늘도 맑고...

 

 

약 20여분정도 휴식을 취했던 진달래 대피소입니다. 매점도 있어 필요한 몇가지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라산은 당일 산행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산장의 역할은...

주변에 쓰레기통은 없습니다.

성판악 매표소를 통과하면서 부터 몇군데 이런 가슴에 팍 꼿히는 글귀가 보입니다.

'추억은 가슴속에 쓰레기는 베낭속에'^^

 

 

구상나무와 하늘.

 

 

나름대로 멋져보였던 구름.

 

 

진달래 대피소를 지나 멀리 정상부를 바라봅니다. 은근히 힘이듭니다. 특히 울룩불룩한

현무암 밟고 가기는 꽤나 피곤한...

 

 

해발 1800M 부터 시작되는 독특해 보이는 계단길. 치악산이나 월악산의 계단과 비교하면 너무도 완만해 보이지만

성판악 코스가 워낙 긴코스이다 보니(백록담<동릉정상>까지9.6KM) 이쯤오면 힘들어서 거의 대부분의

 산님들이 여기선 쉬지 않고 한 번에 동릉정상까지는 갈 수 없는것 같습니다. 

주왕이 두 번이나 쉬었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정상. 그러나 하늘은 어느새 먹구름으로 가득 덮혀 1800M 부터 펼쳐지는 수많은

오름들의 실루엣의 풍경은  기대를 할 수 없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드렸다시피 파노라마가 주특가 아닌지라 작품버리고 남벽쪽을 한 컷 촬영한것을 올립니다.

 

 

동릉정상표지목이 서있는 백록담 전망대?

98년에는 없었던것 같은데...  자연보호와 안전, 출입통제등의 목적으로 설치된 목제 팬스아레로

백록담의 우아한 자태가 드러납니다.

 

 

구름이 몰려 오는 백록담.

화구호의 물이 맑지 않지만 훤하게 백록담을 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 안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야생동물들도 함께...

 

 

10시 15분경에 도착한 정상에서 백록담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빠져 있다가 40여분 정도

휴식하고 관음사코스로 하산합니다.

 

정상에서 관음사매표소 하산길은 8.7km.

 

 

정상을 벗어나면 구상나무 군락이 펼쳐지는데 사진으로 보는것 보다 훨씬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관음사 코스는 코스명에 절이 들어있다해서 절에서 부터 시작되는 등산로가 아니며 등산로입구에서

관음사는 동쪽으로 약 1.2KM 떨어져 있습니다.

 

이코스를 달리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개미목또는 개미등코스라  한다고 합니다.

 

용진각 골짜기에서 구름이 몰려 오는 풍경입니다.

 

용진각은 삼각봉과 왕관릉 사이의 움푹꺼진 골짜기를 이름한것인데요 예전에 용진굴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동굴이 있어어가 아니라 주위가 높은 언덕에 둘러 쌓여 신비스런 기운이 서려있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정상에서 용진각 대피소까지의 등산로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고 동북편에는 장구목이라는 고원 평지가 펼쳐저 있습니다.

 

 

 

 

백록담을 휘감은 북벽의 위용.

 

 

 

 

신비스러워 보이는 구상나무 군락과 뒤로 마치 초원처럼 보이는 곳이 장구목 능선 고원평지입니다.

 

골짜기에서는 쉴세없이 구름이 몰려 들고 푸른하늘이 보이다 금새 먹구름으로 덮이기를 반복합니다.

 

 

장구목 능선- 왕관릉에서 본 풍경입니다.

 

저곳에는 고상돈 캐룬이라는 것이있습니다.

 

예전에 그런명칭조차 들어보지 못했고 지도에서 발견한명칭인데 도대체

무엇인가 궁금해 인터넷을 뒤져 봤는데요, 1977년 세계최고봉인 초모룽마(에베레스트8848m)를 한국사람

최초로 올랐으나 2년뒤 북아메리카의 최고봉인 데날리에서 운명을 달리한 제주출신의 고상돈님을 기리는

돌무덤(케룬)이 있다고 합니다.

 

 

 

왕관릉에서 본 북벽입니다.

 

 

저곳이 왕관릉입니다.

 

장구목능선과 삼각봉 반대편 왕관릉 그리고 북벽은 한라산에서도 손꼽히는 선경이라고 하는데

주왕이 실력이 전부라 아름답게 담지 못했습니다.

 

왕관릉에서 용진각대피소 까지의 등산로는 상당히 가파른구간입니다.

 

 

용진각 대피소를 지나면졸졸졸 화려하지 않고 웅장하지 않은 조용한 계곡을 만납니다. 그계곡에서 위로 조금만 올려다보면

사진의 아늑한곳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저 아늑한곳 위 사진에 담지 못한부분에 꽤 높은 폭포가 있습니다.

비가 올때야 폭포이지만 평소엔 그야말로 무늬만 폭포인곳입니다. 그냥 지나치면

발견하지 못합니다.

 

저곳에서 탁족과 함께 휴식을 하고 이동합니다.

 

 

다시 등산로를 따라 하산길에 느닷없는 오르막을 만나면서 부터 깔끔하게 설치된 데크와 낙석방지 팬스

를 지납니다. 98년에는 없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아주 깔끔하고 안전하게 설치해 주신것 같습니다.

 

 

삼각봉아레를 지날때 갑자기 엄청난 양의 구름이 몰려들어 삼각봉은 담지 못하고 하산합니다.

그 뒤로 아무런 조망도 하지 못한채 내내 땅만쳐다보며 하산합니다.

 

보기엔 굳이 필요없을것 같은 구조물이지만 저렇게 설치를 해둔것도 여러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탐라계곡입니다.

 

한라산계곡이 대부분 건천으로 큰 규모의 계곡도 평소엔 바위덩어리 골짜기나 웅덩이 수준에 불과하지만

비가 오면 톡톡히 제 구실을 한다고 합니다.

관음사코스의 탐라 계곡 합수지점 에서는 급류에 휩쓸리는 조난사고가 잦은곳이라고 합니다.

사진좌측의 로프가 등산로임을 표시해 줍니다.

 

위쪽에 탐라계곡 대피소가 있습니다. 노후된 붕괴위험이있는 철거대상의 대피소.

이곳 주변역시 상당히 가파르고 위험한 구간입니다.

 

하지만 이곳만 지나만 다시 야영장 까지 평탄하게 이어집니다.

중간중간에 계곡을 가로질러 가야하는 곳이 있는데 흐르는물이 없어 큰 무리는 없지만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주변에는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계곡의 용소들이 몇군데 있어 

주의가 필요한 곳이 더러 있습니다.

 

구린굴이라는 등산로 바로 아레 양쪽 옆으로 형성된 굴이있는데 푯말이 없으면 그곳에

그런 굴이 있는지 알 수 조차 없는 그런 굴입니다.

구린굴을 지나 조금만 이동하면 야영장과 관음사 매표소가 나옵니다.

 

 

오전 6시 50분에 성판악 매표소를 통과해 오후 14시 45분경에 이곳 야영장을 통과합니다.

 

98년엔 이곳으로 오를때 가파른지도 모르고 힘든줄도 몰랐는데 이번엔 왕관릉에서 용진각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이 정말 가파르게 느껴지고 탐라계곡에서 야영장까지의 길은 너무 길고 힘들고 지루했습니다.

 

 

관음사 매표소와 주차장 안내소 입니다. 매표소 우측 뒤로 30m가면 특전사 충혼비가 있습니다.

 

이곳은 성판악과는 달리 대중교통편이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대신 매표소앞에 택시들이 한가로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금은 제주 신제주 모두 1만 5천원입니다.  

 

관음사를 가지않고 그냥갈 수 없죠. 

 

 

 

 

관음사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으로 가는길입니다.

 

 

사천왕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가는길입니다.

 

 

정원처럼 잘 정리된 관음사. 사리탑과 종각이 보입니다.

 

 

관음사 대웅전입니다.

 

 

 

 

 

 

20일 저녁 제주 국제공항에서 짧은 제주 여행과 추억을 되세기며 했던 한라산 산행을 돌아보며 다시 한참을 올려다 봅니다.

아직도 구름은 제갈길을 찾지 못한듯 바쁘게 움직이고 멀리서 올려다보는 산은 그자리 그모습 그대로

든든하게 그자릴 지키며 세상을 내려다보는것 같습니다.

 

 

야심차게 계획했다 수포로 돌아간 주왕이 이번휴가 지리산종주는... 다음에 또 얼마든지 좋은 날이 오겠죠?

부족한 한라산 산행기 함께해 주신 산하 가족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아침저녁 공기가 며칠새 확 달라 졌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2004년 8월 23일 월요일

가는여름이 너무나 아쉽기만한 주왕올림

 

P.S  21일 가벼운 맘으로 도봉산 야간 산행을 했었죠. 야간산행 하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아뭏든 포대능선~다락능선을 ....

다락능선 거기 야간산행 할곳이 못되더군요.^^   다락능선은 이번에 처음이었는데,

다음에 훤할때 다시올라 살벌한풍경을 담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