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44  三丁山 (1,225m) - 전북 남원시 산내면.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산 행 일 : 2004년 8월 15일 일요일
산의날씨 : 흐림
산행횟수 : 지리산자락 36회차
동 행 인 : 김정수
산행시간 : 4시간 54분 (식사 휴식 1시간 40분포함)

 

'氣' 건물 옆 <0:14> 굴비트 <0:21> 도로 <0:12> 영원사 <0:25> 道 경계 능선 <0:24> 갈림길
<0:08> 헬기장 <0:03> 삼정산 <0:11> 상무주암 <0:18> 식수대 <0:13> 도로 <0:17> 오솔길
<0:28> 산행초입

 

입추, 말복이 지났건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아직은 계곡산행이 제격이라 지리산 한신 계곡을
타고 세석에서 영신봉으로 올라 사방을 조망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곳에 따라 비가 오겠다는 예보대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잔뜩 흐린 날씨 때문
에 망설이다 일단 구례까지 가보기로 하고 나서다보니 다소 늦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 사업장을 출발한지 10분도 체 안돼 장대비가 쏟아진다.
"오늘 산행은 틀렸다 야"
"혹시 소나기일지 모르니 구례까지 가보고 비가 안 그치면 달리 생각하자" 말하고 나서 진주는
어떤가싶어 땅콩에게 전화를 해보니 진주 역시 "비가 온다"고 한다.
"비야. 제발 그쳐다오" 마음속으로 빌었다.

 

하늘도 무심하지 않은지 구례가 가까워지자 날씨가 차츰 개고 천은사 입구 매표소에는 차들이 줄
지었으며 성삼재를 넘어서니 남쪽과 달리 북쪽 하늘은 비교적 맑다.
뱀사골 입구를 지나는 도로엔 수많은 차들이 오르내리고 계곡에는 피서객들이 벌써 진을 쳤다.
시간도 늦은데다 햇빛이 없어 산행지를 삼정산으로 바꿔 지난주에 찾은 삼정리로 향했다.
'영원사'가 음각된 바위 갈림길에서 우회전, 다리를 건너 조금 오르자 누군가가 '← 등산로'라고
써 놓은 전봇대 있는 삼거리가 나오지만 커브가 고약해 바로 좌회전하지 못한다.
잇대어 있는 다리 부근에서 차를 돌려 200여m 오르니 '氣' 자가 보이는 건물과 함께 대여섯 대의
차가 주차된 작은 공터가 있어 틈새에 차를 세우고 건물을 살펴보니 여러 사람들이 있으나 무엇
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氣' 자 표지가 걸려있는 건물


10 : 38 건물 뒤 산행 들머리의 '영원사루트안내' 표지를 보고 거추장스런 풀을 헤치며 나아가니
왼편 계곡 물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리고 잠시후 작은 너덜지대를 지난 돌길은 뚜렷하고 '↑영원사
1.6km * ↓하산길 0.5km'라 적힌 아주 작은 이정표 말뚝이 길손을 안내한다.
'두트굴' 팻말을 매단 쇠사슬은 커다란 소나무 살 속을 파고들어 왼쪽 가지가 죽어가고 있는데 참
으로 한심한 짓이 아닐 수 없다.

 

10 : 52 굴비트 팻말을 보고 몇 발자국 내려서면서 굴을 찾으려고 오른편 계곡을 살피다 무심코
뒤를 돌아다보는 순간 그만 깜짝 놀라 간이 콩알만해지고 말았다.
굴 앞에 시커먼 빨치산이 따발총을 겨누고있지 않은가.


               

                                                         굴 비트 팻말


               

                                 개당 300만원씩 들여 만들었다는 공비 마네킹


"야. 나도 놀랬지만 니 얼굴이 하얗게 변했더라"는 친구 말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놀랜 가슴을 쓸어 내리고 한 숨 돌리는 사이 대여섯 사람이 지나 올라갔고 그중 한 사람은 맨발
차림이어서 양해를 구하고 뒷모습을 촬영했는데 간혹 맨발산행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
지만 그런 모습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신발을 들고 가는 걸 보면 곳에 따라 신는지 모르겠다.


11 : 09 산죽비트 팻말 옆에 엎드려있는 빨치산이 쓴웃음이 절로 나게 한다.


               

                 왼쪽 산죽밭에 마네킹이 있는데 영원사루트 조형물들이 훼손되고 있단다.


11 : 13 30m쯤 오르면 영원사로 이르는 콘크리트길이다.
갈림길 바위 부근 이정표상의 4.0km는 이 길을 돌아 오르는 거리를 말한 것 같다.
폭우에 유실된 다리를 새로 만들었고 '영원사' 표지석을 지나서도 지루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영원사 표지석과 콘크리트 길


11 : 25 해발 900m 산중턱에 위치한 영원사(靈源寺)입구 샘물로 목을 축이고 마당으로 다가갔다.
산악회 안내자가 지도를 살펴보면서 마당을 거슬러 가려고 하자 "저기로 가면 다시 길로 떨어지
는데 잘난 체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고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곳으로 가서 인터넷인가 뭔가에 지
자랑이나 하는 못된 인간들이 있더라"며 만류하는 스님의 말투가 곱질 않다.
"더 갈 수 없다니 내려가서 돼지나 먹읍시다" 현지에서 흑돼지 한 마리를 사서 잡았다고 안내를
했더니 50명이나 참석했다는 말을 얼핏 들었는데 먹자판을 벌리려는지 우르르 내려간다.
나는 이미 절 입구 쪽에 '입산금지' 팻말이 세워진 등산로를 봐둔 터라 친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
며 절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으며 휴식을 취한다.


               

                                      영원사. 앞의 돌에 안내문이 씌여있다.

1,200여 년전 신라 48대 경순왕 때 영원조사가 창건했고 서산대사, 사명대사, 청매조사 등 109분
의 고승들이 안거 수도했으며 공비 토벌작전으로 전소된 것을 근래 들어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발소리를 죽여가며 대나무 방책 열린 쪽문을 통해 서둘러 300여m를 올라가 쉬지 못한 친구를 위
해 바위에 걸터앉아 요기를 하는데 세 남자가 부지런히 올라간다.
"입산금지 표지를 세워놓고 문을 열어놓은 것은 뭐냐?"
불법을 자행한 것 같으나 길 상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으니 너무 고지식해도 탈이다.

 

11 : 47 관목 사이사이로 산죽이 무성하고 바윗길을 타고 오르면서 산죽비트 팻말을 두 개나 더
보게되는데 마네킹은 없으며 지금도 아름드리 고목들이 있어 울창했었을 옛날을 연상케 해준다.
12 : 12 전북과 경남을 가르는 능선에 오르면 지리산 주능선으로 뻗은 길은 비좁고 거칠지만 상
무주로 이르는 길은 반질반질하다.


               

                                                     도 경계선인 능선
 
구미에서 왔다는 남녀 10여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전망바위에 올라 천왕봉 좌우 능선 밑에 걸
린 흰 구름을 바라보니 천하절경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영원사로 내려가는 사람들과 작별하고 없어도 될 밧줄이 늘여진 지점을 몇 곳 지난다.


               

                                                  죽은 나무등걸에 핀 버섯


12 : 42 앞서 있던 전망바위보다 조망이 기막힌 훌륭한 전망대에 이르렀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을 노송은 안타깝게도 말라죽었고 '야영금지' 표지가 못마땅하다.
이제는 반야봉 두 봉우리와 지리 서부능선 일부도 보이는데 걸음이 늦은 친구 덕분에 여유를 갖
고 사방을 둘러본다.


               

                                  말라죽은 노송에 '야영금지' 표지가 걸렸다.


               

                      왼편 천왕봉으로부터 제석봉, 연하봉... 등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12 : 59 출발. 20여m 떨어진 '↑상무주 0.1km *↓ 영원사 2.0km'(삼정산은 표기가 안 되었다) 이
정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긴 밧줄이 늘여진 가파른 길을 치고 오르면 능선에 닿게된다.
13 : 07 작은 헬기장이 있고 1997년 12월 대우국민차에서 세운 삼정산(1,210m) 표지가 있으나 정
상은 북쪽으로 조금 더 가야한다.


               

                                           헬기장에 삼정산 표지가 있다.

 

13 : 13 헬기장 보다 높은 봉우리에는 1995년 4월 대동금속에서 세운 표지가 있으나 역시 1,210m
로 표시했는데 지도상의 삼정산 높이는 1,225m이다.
지리산 중북부 능선 삼정산, 삼정산 능선 또는 독립된 삼정산 그 자체의 산줄기로 인식되기도 하
며 내지리(內智異) 망루역할을 하는 산이 바로 이 삼정산(三丁山)이다.
이제는 눈에 익은 반가운 표식을 보고 뒷면에 solsum 이란 낙서(?)-친구님 미안합니다-를 한 후
전화를 해봤으나 지형 탓인지 통화는 할 수 없었다.


               

                                    삼정산 정상.  참나무에 걸린 반가운 표식


               

               네댓 명이 앉을만한 바위가 있는 정상에서 천왕봉, 중봉, 하봉...을 바라보며


13 : 58 멧돼지란 녀석이 하필이면 정상 바위에 실례를 해 놓았으나 아랑곳없이 밥 먹고 출발.
헬기장과 갈림길을 차례로 내려서면 작고 허름한 집과 소매통도 있는데 오른편의 매우 경사진 채
소 밭뙈기 거름용인가 보다.

 

14 : 09 가늘은 통나무 두 개로 문을 막아 들어가지 않고 담벼락 밑에 있는 샘물을 맛보는데 도
란도란 얘기소리가 들리고 문수암쪽 갈림길에서 암자를 바라보니 서너 사람이 앉아 있다.
암자 입구는 왜 막았을까?


               

                            상무주암. 입구에 통나무 두 개를 가로질러 놓았다.
上無住. 보조국사 지눌이 오랫동안 수도했던 곳으로 사찰이라기 보다 산중 별장 같다.


               

                                   담 밑의 샘. 수도꼭지를 통해 물을 받는다.
 
14 : 16 오른쪽 내리막길로 들어서 반야봉이 잘 보이는 곳에서 눈요기를 하고 바위투성이고 어두
컴컴한 길을 따른다.
'↑ 하산길 2.0km *↓ 상무주암 0.3km' 팻말이 있으나 믿을만한 것이 못되고 안내판이 떨어지고
안 보이는 이정표 기둥들이 볼상사납게 서있다.

 

14 : 34 "무슨 지린내가 이리 난 다냐?" 앞선 친구가 물이 나무확으로 떨어지는 시원한 식수터를
지나면서 상을 찌푸렸는데 아닌게아니라 물맛을 보고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로 심한 냄새가 났다.
정상 바위에 실례한 멧돼지 보다 못된 사람들이 있는가 보다.
          
               
                                      부근에서 지린내가 진동하는 식수대


"중들이 스카이라이프 접시 안테나를 세워놓고... 염불은 뒷전이고 성인프로나 본갑다 이?"
친구 말에 이의를 제기할 명분이 없고 전기를 공급하는 전봇대가 등산로를 따라 세워졌다.

 

14 : 47 암자에 있던 사람들이 타고 온 것으로 여겨지는 차들이 세워진 콘크리트길로 내려서
1.8km 거리에 있는 영원사를 향해 다시 올라간다.
15 : 04 짜증스런 길을 한참 걸어 오른 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솔길로 들어서니 살 것
같고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경쾌한 물소리가 기분을 맑게 해준다.

 

15 : 32 '氣' 건물 옆에 주차된 차들은 그대로 있으니 건물 안의 사람들도 그대로 있겠다.
"한 잔 얻어먹고 갈래?"
영원사에서 돌아선 사람들이 다리 옆에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고기를 삶아가며 먹고 마시는 것을
보고 친구가 나를 놀린다.

 

원래 계획했던 곳을 찾지는 못했지만 불만은 없으며 기왕 나선 길 정령치를 넘어 선유폭포도 들
리고 고촌에서 맛난 산채비빔밥으로 이른 저녁을 먹은 후 꼬불꼬불한 길을 타고 육모정과 춘향묘
를 향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