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종주기
덕유산(1614 M)
1. 종주 코스 : 무주구천동-향적봉-중봉-백암봉-동엽령-무룡산-삿갓봉-남덕유-영각사
2. 산행 참가 : 류일선,권선범,박영호(3-4)
3. 날씨 : 맑음
4. 일정 : 2003.12. 20. 22:40 ~ 2003.12. 21. 19:50

덕이 많아 여유로운 산,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위치하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많은 적설량 때문에 겨울산행지로 인기가 있다.
향적봉을 중심으로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장장 30여㎞를 달리며, 향적봉에서 무룡산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16㎞가 넘는다.
눈이 많이 내리고, 서해의 다습한 공기로 운해가 자주끼기 때문에 소백산, 치악산과 더불어 설화와 상고대가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철쭉나무 위에 서리와 눈이 내려 눈꽃을 만들기 때문에 환상의 눈꽃터널이 된다.

덕유산 종주를 계획하고 나서 갑자기 몰아친 한파와 남부의 대설주의보로 걱정이 되었으나,예정대로 가기로 하고
토요일 밤(22:40)에 양재역에서 산빛산악회 버스에 탑승하여 무주에 도착하니 새벽02 시 정각,
한시간정도 준비하며 기다리다가 03시에 매표소를 통과하여 1시간 정도 걸어가니 백련사에 도착한다.
무주구천동에서 밤에 산행을 시작한다는 것은 산행의 스케줄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구천폭포와 이속대등이 있는 무주33경의풍광을 전혀 볼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고개를 쳐들면 골짜기의 좁은 하늘에 별빛이 쏟아지는 듯하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급경사지대.
눈으로 덮혀 얼어붙은 길을 산행하기가 쉽지 않다.
정상에 도착한 시각은 05시 30 분경이었으니 주차장을 떠난지 2시간 30분만이다. 향적봉 정상은 바위로 되어 있다.
정상에서 낮 시간이면 북으로는 무주군 적상면, 서쪽으로는 안성면, 서남쪽으로 장수군 계북면의 산간 분지를 볼 수 있다.
캄캄한 향적봉 정상은 매서운 칼바람과 체감온도 영하20도의 한파로 볼태기가 얼어붙을 것 같다.
대피소에서 1시간정도 몸을 녹이고 가볍게 행동식을 먹은뒤 다시 남덕유를 향해 출발했다.
후레쉬 불빛이 갑자기 꺼진다. 영하20도의 차가운 기온에서는 받테리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나가버린다.
예비 후래쉬로 바꾸고 중봉을 향해 전진했다.
중봉까지 1킬로 정도되는 향적봉-중봉길은 평탄하며 구상나무와 주목이 많은 곳이다.
중봉(1594 M)에서 덕유평전-동엽령-무룡산-남덕유를 잇는 덕유산 능선을 바라보면 가슴이 트이는 듯한 너무도 넓은 조망앞에 말문이 막힐 정도다.
덕유평전의 드넓은 초원이 내려다보인다는 것이 그런 느낌의 상당부분을 뒷받침할 것이다.
평전에서 퍼진 능선은 다시 누에처럼 구불거리며 마치 멀리 천왕봉-반야봉 능선을 향하여 서서히 움직여 가는 것 같다.
중봉에서 덕유평전으로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이긴 해도 그렇게 험한 길은 아니다.
해발고도의 차이도 100미터 미만일 터이다. 그런데도 조망이 특별한 매력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넓은 평전이 아래쪽을 받쳐주고 있고 능선이 이어져 남으로 계속 뻗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가는길 방향에 지리산 능선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공간감을 확장하고있다.
시야를 가로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곳은 바람이 심하고 습기가 많은 고산대 기후를 보이고 있어서 나무들의 키는 기껏해야 허리, 대부분은 무릎까지 밖에 오지않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나무들은 행여 강풍에 날아갈까 잔뜩 땅을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인상이다.
멀리 동쪽하늘 끝자락에 세상이 열리기시작하는 일출이라는 절정을 향한 미세한 변화로 붉게 물들고 있다.
처음 동녘의 산너머로 조금씩 밝아오던 새벽빛은 곧 산맥위로 길게 뻗은 붉은 색 벨트를 만들면서 밝아졌다.
장엄한 것은 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검은 산괴, 산괴아래 괴어있는 하얀 운해의 모습이다.
운해는 기백산-금원산과 거망산-황석산 일대 골자기 아랫부분에 가득차 있다.
또하나의 천지창조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고개숙였던 능선들이 갈기를 세운 사자처럼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날씨는 쾌청했다.
까마득히 멀어보이는 가야산-의상봉능선이 지척에 있는 듯이 느껴지고 그뒤로 황금빛 햇살이 광망을 사방으로 분산시키며 그곳 일출지점에 가까운 권운을 불태우듯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덕유산의 일출이 아름다운 것은 수도산-가야산-별유산-의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다양한 높낮이 로 동쪽하늘을 가로질러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다는 점과 지봉-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아래로 구비구비 감돌아 설천면 원당천으로 빠지는 무주구천동 계곡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청봉(설악산)일출이 좋아도 동해 빛의 다양성에서 내륙 산맥의 일출에 비해 격이 다르며 덕유산의 일출보다는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동쪽은 길다란 능선위에 가야산만이 돌올하다고 할 정도로 힘차게 솟아 아침하늘을 찌르고 있다.
고도는 많이 낮아져 거창쪽이나 무주군, 장수군쪽의 계곡은 더욱 가까워져 있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기분이다.
안부에서 밋밋한 능선을 올라가는 길은 대개는 산죽으로 뒤덮인 산록을 뚫고 난 길이다. 무룡산 전위봉에 도착한다. 전위봉의 높이는 1400미터정도 되는 듯하다.
이 봉우리에서 보면 아직도 향적봉이 남덕유 보다 가까워보인다. 무룡산은 멀지 않다. 무룡산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봉우리는 아니다. 평탄한 정상때문이다. 그러나 무룡산에서는 중봉에서처럼 광활한 조망을 즐길 수가 있다.
삿갓봉에서 보면 무룡산은 탁상처럼 밋밋하지만 중봉이나 향적봉을 가로막다시피 하고 있는 육산 덩어리다.
무룡산에서 삿갓재, 삿갓봉, 남덕유로 이어지지만 어려운 구간이다. 무룡산에서 삿갓재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까마득히 보인다. 그 왼쪽은 급경사지대로 거창군 황점으로 내려가는 산록이다.
삿갓골 재에서 골짜기를 내려가면 바로 황점이 된다. 황점은 거창군에서 마지막 덕유산 계곡이 있는 곳이다.
이제 막다른 골목까지 온 것이다.
향적에서 무룡까지, 정확하게 말하면 삿갓골을 내려가는 안부까지의 산행코스는 지형이 밋밋하고 능선이 소잔등 같아서 변화가 적고 단순한데 비해 삿갓봉-남덕유길은 변화가 많고 차례로 솟은 4,5개의 소봉우리가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듯한 경관을 보인다.
삿갓봉을 조금 지난 바위 전망대에서 보면 지친 다리로 저 봉우리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기가 보통 힘들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봉우리를 비켜가거나 돌아가므로 힘들이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다.
정작 어려운 코스는 그 봉우리들 뒤에 성채처럼 우람하게 솟아있는 남덕유정상이다.
월성재에서 남덕유정상까지의 급경사 오르막. 이미 26킬로에 가까운 거리를 걸어온 터라 웬만한 건각들도 덕유종주의 마지막 고비를 소화하기 어렵다.
더욱이 길의 세굴을 막기위해 만들어놓은 계단이 무릎의 강도를 시험하는 듯하다.
남덕유 정상에 도착한 것은 8시간 50분만인 12시 10분전. 남덕유 아래산록에서 장수덕유산(서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고도를 낮추다가 육십령을 만난다.
남덕유에서 영각사로 가는 길은 해발고도 900미터 가까이 되는 급경사인데다 군데군데 사다리가 있고 영각재 아래쪽은 너덜지대도 많은 좋지 않은 길이었다.
남덕유 정상 지나 영각사 내려가는 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가파른 철계단! 그야말로 공포의 철계단이었다.
그이후, 내려오는 길 내내 모두다 바위로만 이루어진 데다가 미끄럽고...
9 시간의 산행끝이라 다리 근육도 피로한 상태에서 바위로만 된 길을 1시간이상 내려온다는것이 고통이었다.
오르는 것이 더 쉽겠다고 생각도 든다.마침내 영각사 매표소에 도착하니 13시가 되었다.
후미가 모두 하산한뒤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16시반 서울로 출발.
서울에 도착 시간,20시정각
터덜거리는 다리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정말 힘든 무박 2일의 여정의 끝이었다는 성취감 밖에 없는 고단한 이틀이엇다....

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 산모퉁이 - 축하합니다. 그리고 10시간만에 종주를 하시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조만간 겨울덕유산무박종주를 계획하고 있는데 님의 산행이 큰 도움이 되는 군요. 자신감도 생기고요... 무릎을 아끼시면서 즐산하시길...
▣ 김우기 - 선택 받으셨네요. 저는 2001년 8월 여름 남덕유에서 출발 향적봉 코스로 장마비 속에서 고생한 기억만 있으니 산행에 맑은날은 축복이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