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뺀일자:2004년8월1일(日)
땀뺀사람:남강님.산처럼(2人)
땀뺀코스:익근리주차장-잣나무능선길-삼각점(685)-사향봉(1,013)-화채바위(1,079)-명지산(1,267)-명지2봉(1,260)-신나는원시림-지계곡-삼거리갈림길-명지폭포-승천사-익근리주차장
구간출발시간:익근리(09:40)-화채바위(12:30)-정상(2:00)-삼거리(4:00)-익근리着(5:20)
◈도상거리약12㎞ / 땀뺀시간 7시간40분




♨땀뺀이야기

헐레벌떡..성북역 광장에서 싱긋이 미소 짓는 남강님은 언제 뵈어도 여유로우시다. 나에겐 실로 2년만의 외출인 오늘 산행을 남강님께서 기꺼이 함께 해주셔서 고맙고 든든한 마음뿐이다. 7시17분발 경춘선열차는 젊은 청춘들로 꽉차있다. 9시발 적목리행 버스 속에도 시커먼 산꾼들로 만원이다. 익근리 가는길, 피서철 차창밖 가평천의 풍경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익근리 도착하여 주차장 오른쪽 현대식으로 잘 지어진 건물(화장실) 바로 뒤쪽에 계단이 있다. 여기가 오늘 사향능선의 들머리인 셈이다. 거위우리를 지나 텃밭끝부분에 시원한 잣 나무숲으로 들어서는 희미한 산길이 보인다.



산행시작부터 능선까지 급사면이 만만치 가 않다. 하늘을 찌를 듯 반듯하게 서있는 잣나무 숲 능선에 올라서니 시원한 계곡물소리와 바람소리가 젖은 땀과 화끈거리는 얼굴열기를 말끔히 씻어준다. 편안한 능선길은 중간 중간 고도표고 100m내외를 너댓번정도 올리며 지루하지 않게 이어가는 길에 우측의 애기봉(1,055)과 화악산(1,468)이 웅장하고 시원스런 모습으로 시야에 깨끗하게 조망된다. 능선길 반갑지 않은 텃세 꾼이 길을 막는다. 살모사 한 마리가 대가리를 들고 혀를 낼늠거리며 금방공격할듯이 째려보는데 남강님께서 작대기로 숲속으로 밀쳐내신다. 능선길엔 군데군데 자생화들이 피어있어 하나하나 꽃이름을 생각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우리나라 고산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동자꽃, 원추리, 금낭화, 개불알꽃 등등 자생화들이 이곳 사향능선에서도 만날 수 있어 반갑고 행복하다. 한가지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다. 등로에 한 무더기 변을 싸놓아 남강님께서 흙으로 변을 덮으시면서, 육두문자에 “산에 올 자격도 없는 인간들이야” 하신다. 그런데 능선길 내내 시커먼 변의 무더기는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닌가...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일...그렇다면 짐승의 행위인데 사람변과 거의 똑같고, 양도 사람이 배변한 양과 비슷한데...분명 그 짐승은 텔레비전 동물의 왕국에서 나온 것처럼 자기 영역 표시를 한 것으로 짐작되나, 오소리등 작은 짐승은 아닐 듯싶다. 그렇다면 덩치가 있는 맹수? 아무튼 어떤 녀석인지 무척 궁금하다.



화채바위 지나 1-5구조표지까지 한사람의 산객도 보지 못한 호젓한 능선길이 인상적이다. 지루한 통나무계단을 셀수도없이 올라서니 비로소 정상표지석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본 사향능선은 여인네 한복의 아름다운 곡선처럼 부드럽고 아름답게 보인다.



하산길, 정상과 2봉 사이에 명지폭포 쪽으로 하산길이 기록되어 있는데, 2봉을 다가도록 하산길을 찾지 못하여, 혹시 우회길 에서 놓친 것은 아닐까 해서, 반대쪽 우회길 로 되돌아가는데 확실한 등로도 없는 곳에 “산마루산악회”의 노랑표지기가 걸여있다. 지나가는 산객에게 계곡으로 내려가는 하산 길을 물어보니 싸가지없는 대꾸에 더 이상 물을 가치도 없어보여 표지기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그러나 성한 몸도 아닌 이놈은 고도표고 약200m를 1시간 반 동안에 내려서면서 원시림의 넝쿨과 너덜지대를 어떻게 내려왔는지 내정신이 아니었다. 앞서가는 남강님만 안보여도 불안하고, 몇 번 자빠지고 미끄러졌지만 다행이도 손등의 가벼운 찰과상 말고는 다친데 가없어 다행이다. 하지만 투박한 등산화를 사양하고 가볍고 발이 편안한 릿지화를 신고가는통에 집에와서보니 발톱3개가 까맣게 멍들어 조만간 발톱갈이를 하게 생겼다. 남강님께서 “등로 찾았다”하시는 말씀에 얼마나 반갑던지...등로따라 조금 내려가니 정상과 2봉으로 가는 삼거리 갈림길 표지판이 대문짝만하게 서있다. 자그마케라도 곳곳에 세워놓으면 좋으련만...주계곡의 소와담은 맑은 물로 소용돌이치고 막버스시간 때문에 명지폭포에 내려가진 안했지만 맑고 힘찬 계곡물 볼 때 그 위용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손두부에 잣막걸리 한 사발에 여러 가지 아쉬웠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6시10분경 막버스를 타고 가평역에 도착하니 인산인해다. 기차 안에도 앉은 사람보다 서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놈의 몸 상태로 무리한 산행 이였는지 성북역에 도착하여 남강님께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헐레벌떡 화장실부터 찾는 이놈 “형님 죄송스럽습니다” 그리고 오늘 너무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비실비실 산 처 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