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북능선


일시 : 2004. 07. 25 흐림

일행 : 홍명성과 처사 그리고 나
구간 : 한계령-귀청-대승령-장수대
산행개요









03:30 한계령 출발
04:50 귀청 갈림길 도착


 06:00 귀청 도착
 11:00 대승령 도착
 12:00 장수대
도착

 총 산행시간 08 시간 30 (충분한
휴식 시간 포함 )


 


 한계령에서 자지 마라



귀때기청의 아침


다른 때는 그냥 획 떠나 산에 오르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행이 있다. 날씨가
10년만에 최고로 덥다고 하여 요즈음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매일 36도 이상을 오르내린다.
그래서 꾀를 내었다. 한계령에 산행 전날
올라가서 시원하게 자고 아침 일찍 산에 들기로 했다. 내가 생각해 놓고도 기찬 생각이라고 자신을 극찬했다.
동해에서 일행 한분을 만나 함께 한계령 올랐다. 한계령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반가운 처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처사는 자기 몰골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만나 한계령 휴게소 앞 마당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하고 있었다. 함께 있던 그사람의 몰골은 그래도 이 처사 보다는 조금 낳았다.
 그는 내가 가도 모르고 그냥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한창 신나있는 처사를 일으켜 휴게소 안에 들어가 차 한잔을 시키니 그처사 어찌나 빠른지 잽싸게 돈을 꺼내더니 얼른 지불하고 한잔 더 사서 저와 비슷하게 생긴 작자에게 가져다 준다. 차를 마시면서도 연신 이야기는 아까 그 작자 이야기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처사는 무슨 요상한 액기스를 가지고 와 먹어보란다. 한목음 먹으니 소주 같기도 하고 무슨 약 같기도 한 것이 맛이
야릇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 빨리 잠이나 자자고 했다.
한계령은 아주 시원했다. 춥기까지 했다. 우리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한계령 화장실 옆과 쓰레기 버리는 곳 사이가 조용하고 좋을 것 같아 은박자리를 두개 펴고 침낭을 덮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시원하고 잠이 절로
올것 같았다 그러나 그 생각도 금방 오산이고 알밤까는 신세가 될 전초전일 줄이야.
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세상이야기하다가 또 저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 이야기하다가 막상 자려고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사람소리도 시끄럽고 한밤중에 차는 왜 그리 자주 다니는지 불빛도 밝고 시원하기는
하나 영 분위기가 잠올 분위기가 아니였다.
그래도 억지로 잠들려고 애를 쓰니 정신이 혼망해 지는데 갑자기 머리맡에서 개 두마리 나타나 짖어
대는 것시 아닌가? 그래도 귀찮아 가만히 있으니 물어 뜯을 기세이다.  놀라 쳐다보니 우리가 거지 인줄알았는지 아니면 나에게 보신탕 냄새가
나는지 죽어라 짖어 대는 것이다. 주인이 나와 근근 덕신 달려서 데리고 들어갔다.
다시 한 30분을 뒤척이다가 잠들려고 하고 또 그놈의
개가 내 몸에서 또 와서 죽어라 짖어대는 것이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빨리 자고 일찍 산행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번에도 나
죽었다 하고 가만히 있으려니 가까이 와서 물어 뜯을까봐 걱정되었다. 그래도 죽은 고기 덩어리처럼 아니 인간 쓰레기처럼 가만히 있으니 더러워서
그랬는지 슬며시 가버렸다.
다시 잠들려고 하니 이놈의 개가 또 와서 짖어내는 것이다. 그놈의 개는 대가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못먹을 죽은 고기라고 기억해 놓아야 하는데 잊어버리고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하는 바람에 시원한 한계령에서 잠한숨 못잤다.
쩝~
그보다 더 황당한일은 다른 곳에도 있다.
바로 옆자리에 누워있는 미치미치하는 처사는 꼼짝 하지 않고 머리를 15도 숙이고 코까지
골아가며 신나게 자는 것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는지......
오~ 하나님이시여 이를 어찌하오리까? 차라리 한계령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을 걸 하는 후회 몇 번이고 밀려온다.


 


설악은 쉽게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러다 보니 새벽 3시가 다 되어 간다. 안되겠다 싶어 그대로 차에 들어가 자려니 이 처사
꼴좀보소
자리를 홱 개어서 차 트렁크 속에 집어 넣더니 산행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부터 좀 자보려고 하는데 말이다. 
에라~
그러지 않아도 이렇게 뜬눈으로 밤을 새울 봐에야 뭐하겠나?  차라리 산에 오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다. 때 마추어
버스가 서너대 연신 들어오더니 등산객을 쏟아 놓는다. 벌써 등산로 계단을 오른 소리가 들린다.
할 수 없이 일어나 우선 아침 요기로
어묵을 먹었다. 커피도 큰 컵으로 벌컥 들이켰다. 산에 오를 욕심으로 먹히기 않지만 억지로 먹었다. 물을 한병 더 받고 감자 떡 두접시를 샀더니
이 처사가 그때는 할줄알아서 내가 무겁다고 얼든 자기 배낭에 넣는다.(나미타불 관셈보살 이자에게 은덕을 베푸소서)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도깨비불을 밝은 다음 한계령 초입을 오른다.
뒤에 한패거리가 올라올 준비를 함으로 뒤 떨어 질까봐 부지런히 매표를 하고 문을
통과하여 설악산 오른팔 속으로 파고 들어 갔다.
뒤에서 오는 떠드는 사람소리가 들린다. 부지런히 올라 간다. 그중에서도 잽사께 우리보다
빠른 사람들이 나를 재치고 올라간다. 또 몇사람이 나를 재치고 올라간다. (이자들에게도 은혜를 베푸소서) 이렇게 뒤 처지면서도 어찌 된 영문인지
힘을 낼 수 없다. 숨은 더욱 거칠어 진다. 나원 참 죽겠네!
등로는 잘 정비되었다. 계단도 많이 더 만들어 놓았다. 이 구간은 밤에만
들어가 보아서 몇 번 들어가 보아도 생소하기만 하다. 낮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한 구간이다. 이번에는 낮에 가려고 했는데 또 한밤중에
들어가게 되었다.(이놈의 개새끼!)
내가  앞서서 헐떡 거리며 오른다. 금방 아침을 먹고 커피도 마신 터라 그런지 호흡 조절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숨이 몹시 가쁘다. 구역질이 나려고 한다. 틀음을 연신하면서 올라간다. 그놈의 경사는 왜 그리 센지 모르겠다. 오늘따라 더 경사가 심해
보인다.
근근 덕신으로 샘터에 도착하니 샘터 여기저기에 비박하는 사람들이 나딩구고 있다. 이곳에서 비박하는 바람들이 부럽다. 한계령
속세에서 왜 그지경을 했는지 후회된다. 구부려서 물한목음 먹는 척 하면서 물을 빌미삼아 잠시 쉬어본다. 숨을 고른다. 그 처사 실력은 익히 내가
알지만 내가 이렇게 허부적 거리는 데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나를 기다린다.
땀을 연신 씻어내는 내가 정상인지 담 한방울 흘리지 않는
저 인간이 정상인지 잠시 헷갈린다.
다시 내가 앞서 올라간다. 잠시 밋밋해 지더니 다시 급경사로 달아 붙는다. 또 다시 한참 내려 가더니
또 치고 올라 간다. 답답했던 처사가 먼저 올라간다. 에라 잘 되었다 하고 능선에서 잠시 쉬면서 히물 그래 해지는 설악을 들여다 본다. 다시
따라 올라갔다.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즐비하게 앞서간다. 사람들 틈에 끼어 드디어 귀청갈림길에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은 대청봉 쪽으로 가고
우리는 서쪽으로 틀어 귀때기 청 방향으로 간다.


 


귀때기 맞으려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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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그리고 운해


내가 가장 약해서 앞장서서 간다. 머리속으로 오늘 어디까지 갈까? 대승령에서 내려갈까 아니면
12선녀탕 지나 남교리까지 갈까 하면서 머리통을 굴려 본다.
그 처사 뒤를 돌아보라고 한다. 돌아보니 흐린 가운데에서도 동쪽 하늘은 붉은
기운이 감돈다.이제 헤드랜턴을 끄고 서서히 오름길을 올라 친다. 암봉이 수없이 나타난다. 역시 서북능선은 험로이다. 벌써 무릎에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잠시 오르다 뒤돌아 보니 구름사이로 발갛게 아침해가 올라온다.구름을 꿇고 나오는 오늘 아침해는 또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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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때기청봉
한참 넉을 잃고 쳐다본다. 서서히
설악의 장엄함이 점점 또렷하게 닥아 온다. 멀리 있던 귀청도 점점 나에게 그 모습을 보여준다.
안개가 서서히 걷혀 갈 것 같다. 시야는
그리 좋지 않지만 조망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기라는 처사의 가르침이 있다. 험준한 너널에는 행여 길을 잃어 버릴까봐 줄을 매어
놓았다. 그 줄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너덜봉을 지나니 귀청은 더욱 가까워진다. 이제 저 귀청을 올라보자.
귀청은 그리 험하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귀청 정상에는 안테나처럼 만들어 놓은 정상안내판이 있다. 아직까지 그 흔한 정상석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하는 귀청이 안스럽게
여겨졌다.
정상 주위는 온통 너덜 투성이고 뒷편으론 지리산 고사목지대 처럼 되어있어 지리산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처사의 도움으로 조망은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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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해속에서
귀청을 내려서면 서는 더욱 고사목이
많다. 지리산 생각이 자꾸 난다. 바로 앞에 다시 작은 암봉이 버티고 있다. 올라 오느라고 너무 기운을 뺐더니 다리가 느른한 것이 영 속도가
나질 않는다.
지난밤에 개 새기와 싸움하느라고 잠을 자지 못한 것이 그 효과가 이제 슬슬 나기 시작한다.
"애이 그놈의 개 새기"
생각하기도 싫다.
결국 너덜을 요리조리 건너뛰고 비틀거리다가 내동댕이 쳐 진다.
어이쿠!  처사가 뛰어 오더니 내 몸을 이리지리
살펴보고 조리요리 살펴보더니 손이 조금 까졌단다. 그까짓 것이 대순가? 그래도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다.
앞에 보이는 작은 봉우리를 넘고
귀청에 미련이 있어 다시 뒤돌아 보니 다정한 친구처럼 뒤에서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급경사를 내려선다. 한참 내려서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안개가 어느 사이에 상당히 많이 맑아졌다. 왼쪽 골짜리로 한계령 오르는 도로가 히긋히끗 숲속에서 보인다.
그 넘어로 희미하게나마
 가리봉이 주걱봉과 삼형제 봉을 거느리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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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아보는 서북능선
저 가리봉 조망을 못보아
안달을 하면서 가고 있는데 그래도 안개가 조금 걷히면서 가리봉 조망을 볼 수 있는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하니 이 처사 왈  그것도 자기와 함께 가면 나쁘던 것도 좋아 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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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이 조망되는 가리봉
나원 참! 거짓말도
참말이길 바라면서 가는데 점점 가리봉이 뚜렷해 진다. 참말인가? 이놈의 처사가 언제 하나님과 그렇게 친해져서 이렇게 깊은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 신통하기도 하다.
암벽 밧줄을 두 개나 기어 올라타고 오르니 1408.2봉이다. 완전히 암봉이다. 이 봉에 오르니 안개가 걷힌 능선은
아! 소리를 나오게 했다. 비록 카메라에는 잘 비치지 않겠지만 그래도 안개 속에서 보였다 말았다 하는 용아장성과 수렴동계곡이 천하 비경을
자랑하면서 그 위용을 나타낸다. 앞으로는 안산과 한계리 일대가 더 할 수 없는 조망을 보여준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리봉이 가까이 있다.
참 처사의 신통력이 대단하다.

서북능선은 끈질기게
이어지는데
한계령 쪽을 올려다 보니 필례령 쪽에서 내려 뻗는 능선과 서북능선에서 내려 뻗는 능선이 대조를 이루면서
자양천으로 내린다. 몽고 텐트를 친 산림청 임간수련 장이 이국의 맛을 풍기게 해  준다. 
조심해서 내려서니 밋밋한 정통 능선길이
이어진다. 한참 이렇게 이어지던 능선은 이제 등로가 능선 북쪽으로 떨어지더니 능선 바위를 이리 우회하고 저리 우회하면서 대승령으로 향한다.
이렇게 이어지던 등로는 다시 능선으로 붙으면서 암봉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흙산으로 변하면서 돼지가 한 바탕하고 지나간 자욱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다시 한 븡우리를 또 넘고서 지루한 능선이 이어지고서야 대승령에 도착했다.

대승폭포와 가리봉의 안개 쑈
대승령에는 안산방향과 장수대 방향 등로가 잘 나 있다. 이제
날씨는 또 무슨 조화를 부르려고 점점 흐리더니 금방 비가 솥아 질 것같았다. 급하게 대승령을 떠나 장수대 내림길로 들어섰다.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리들은 잽싸게 배낭에서 나름대로의 비옷을 꺼내어 입는다.
그 처사는 비옷을 입지 않고 있기에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이놈의 처사 꼴 좀 보소 우산을 꺼내어 펼치더니 신이 나서 앞서 내려간다. 가끔 비 속에서도  올라오는  등산객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지나간다.  그 통에서도 뭐가 좋다고 그 처사 올라오는 사람마다 창견하면서 인사한다. 그들과 서로 비키면서 급하게 내려서니 대승폭포 관망대가
나온다. 대승폭포 관망대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니 대승폭포가 수량은 많지 않지만 천 길 낭떨어지로 떨어져 내려 온다. 가늘 지면 끈질긴 폭포이다.
그러나 무언가 범하지 못할 그런 위험을 갖추고 있다. 한참 넋을 잃고 바라 보았다.





대승폭포

한번 신나게 퍼 붙던 쏘나기는 다시 걷히고 뭉게 안개가 피어 오른다. 설악을 하산하는 산객에서 마지막 선물을 보여 주려는 듯 안개는 대승폭포를 휘감으면서 기어 오른다. 바로
코 앞에는 가리봉과 그 일행이 운무 속에서 연출을 하고 있다. 때로는 이곳을 가려 보았다가 더러는 저곳을 가려 보았다가 쑈를 펼친다. 내려가는
우리네 산객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로 조망을 연출해 준다.



운무와 어울리는 가리봉과 삼형제봉
앞서가던
처사도 넋을 잃고 그 관경에 취해 있다. 한참 우리는 운무와 가리봉이 펼치는 쇼를 감상하고 철계단을 내려서서 장수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