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봉(940m)................한국의 마테호른 정상에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다.



날짜:2004/07/25(일)
동행:나홀로 차몰고
날씨:흐린후 비
산행경로:  세수골 양평대성학원, 약수사(양평)~675봉(H)~백운봉(940)~함왕봉(947)~장군봉(1065)~상원사~연수리
산행거리: 9.4km(어프로치포함)

산행시간(총 5시간 25분, 휴식포함)


0725........약수사
0810........675봉
0850........백운봉
1010.........H장
????..........함왕봉
1115.........장군봉
1225.........상원사
1250.........연수리
1325.........약수사(용문에서 양평 약수사 택시비 11400원)


1.홍천 갔다 오는 길에 한눈에 반해버린 한국판 마테호른?


7월 17~18일 연휴 때 홍천 공작산에 가서 불어난 계곡물에 혼이 났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양평근처에서 엄청 멋있는 산을 발견했었는데......... 삼각형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보이는 산.........

위용이 대단하여 매력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걸상한 모습의 산을 보고 아내와 함께 감탄하였다.

“저산이 무슨 산일까?” 돌아오자마자 검색해보니 이름 하여 한국의 마테호른 “백운봉” 이라한단다.

알프스의 3대 북벽 가운데 가장 높은 마테호른(4478)과 같이 뾰족하게 솟아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였나?



2..설레는 마음으로 양평으로 출발




어제 마눌에게 같이 가자했더니 일이 있어서 혼자 가란다. 크크.. 같이 가도 좋고 혼자가도 좋고........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상추와 쌈장 도시락 얼린 수박 된장국 삶은 계란 등 산해진미(?)를 싸주며 잘 다녀오란다.

산에 자주 같이 다니니 산에 가는 것을 잘 이해해준다. 골프과부 낚시과부 등이 있다지만 일요일 혼자 나오려면

“산~과부” 만드는 것 같아 미안하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는 양평 세수골로 해야 하는데 기차타고 가기고 그렇고

원점회기산행이 불가능하다해도 그냥 차를 몰고 출발한다. 가보고 싶은 산이었고 그 핸섬한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어

첫 미팅하러 나가는 풋내기처럼 마음이 설렌다. 팔당대교를 지나 양평 홍천방향으로 가니 좌측으로

양평 길병원 표시가 보여 따라간다. 길병원을 조금 지나 양평 대성학원쪽으로 좌회전하여 계속 올라가

대성학원을 지나 약수사에 도달한다.




↑ 약수사 위에 있는 주차장과 575봉




3..주차는 약수사위 오르막길 끝에 있는 주차장(?)



날씨는 비가 오려는지 매우 후텁지근 습도가 높아 오늘도 육수께나 흘리는 힘든 산행이 될 것 같다.

약수사 마당에 눈치를 보며 차를 대려는데 왠 아저씬지 할아버진지가 오시더니 “거기 차를 댈려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대야지.. 주차장은 위에도 많은데 허참!” 괜히 뭐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머쓱하다.

그러나 정색하고 “아! 위에도 주차장이 있어요? 잘 알았습니다(좀 좋게 이야기해주면 안되나? ....쩝....,)”

나중에 알고 보니 약수사 위쪽에도 주차공터가 많고 사실은 오르막 끝까지 올라가면 커피 파는 휴게소와

공식주차장이 있음을 알게 됐지만................

배낭을 차에서 꺼내 메고 포장된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주차장에는 2~3대의 차들이 있고 커피를 파는 듯한

휴게소란 곳이 있지만 운영을 하는 곳인지 폐쇄한 곳인지 모를 정도의 분위기. 약수터를 지나 옆을 보니 575봉이

우람하게 서있다. 길은 잘나있고 양평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양평의 진산이라는데 일요일인데도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다들 휴가 갔나?




↑ 잘 나아있는 산길




↑ 백운봉 등산 안내도





4..생각없이 백운봉에 오르다




계곡시냇물을 몇 번 가로질러 올라가는데 “탁족대”라는 표시가 재미있다. 산행후반 발이 피곤하면 양말을 벗고

시원한 시냇물에 발을 씻는 것이 탁족인지 세족인지 하는 건데 오늘은 다시 이리로 내려올 것 같지 않아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오늘은 참 무덥다. 땀이 흐르는데 증발이 안되니 육수가 많은 나로서는 좀 거추장스럽지만

밤낮 실내에서만 근무하는 나로서는 하나의 카타르시스의 매개체역할을 해주는 땀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부부 인 듯한 배낭없는 커플을 2~3쌍 만나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고 헉헉 데고 오르니 백년약수를 지나

675H옆 갈림길에 도달한다. 참 장관이다. 백운봉이 앞에 그 늠름한 기상으로 우뚝 서있고 그 좌측에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서 성두봉(443)이 삐죽하고 솟아있다. 아래보이는 계곡이 무척 깊고 산세가 우람하여 가슴이 서늘하다.

그러나 이런 장관도 백운봉 정상의 풍광에 비하면 “이도 나지 않은 것”을 조금 있다 알게 된다.

물 한모금마시고 다시 백운봉을 오르니 양평시에서 설치한 철제 계단이 계속 나있다 그만큼 가파르다는 이야긴가?




↑ 십자 안부




↑ 밑에 보이는 성두봉




↑ 십자로에서 본 마테호른의 위용





5..정상에서 서서 눈을 의심하다.




서늘한 바람을 안고 정상 전망대에 드디어 오른다. 아~ 아~무슨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혼자 온 것이 너무 아쉽다.

같이 나눌 사람이 없으니..............서울 근교에 이런 산이 있었다니........육산으로 이런 장관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한국판 마테호른이라는 닉네임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명산이다.  

처음 본 순간부터 백운봉을 영원히 사랑할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도 싫고 오직 나만의 비밀로 남겨놓고

싶다는 이기심이 발동하기는 처음이다. 산행기도 쓰지 말걸 그랬나?

헬기장이 있는 675봉이 까마득히 아래에 보이고 저 멀리 아스라이 쌍봉 낙타의 등처럼 봉우리가 두개 보이는데

삿갓봉(473)인 것 같다. 양평시에서 설치한 나무전망대에서 뒤쪽을 보니 용문산까지 능선이 굽이굽이 물결친다.

중간에 함왕봉(947)인 듯 뾰족하게 서있고 능선길이 구름에 둘러싸여 아스라이 꿈결같다.





↑ 백운봉 정상에서 본 지나온 능선길




↑ 백운봉 정상비와 가야할 용문산




↑ 운무속에 용문산 능선 길




6..시커먼 비구름의 출현 무슨 전조인가?




서쪽하늘을 보니 새카만 먹구름이 몰려오고 용문산 능선의 갈 길은 멀다. 더 있고 싶지만 다음에 조만간 다시올 것을

기약하고 백운봉에서 내려선다. 철제계단과 밧줄이 있지만 가팔라 만만하지는 않다. 요새 약간 물기 묻은 내리막길을

보면 겁부터 난다. 작년에 넘어져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산행을 계속한 것이 화근이었다.

몇 개월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아 정형외과에 갔더니 의사가 무릎을 만지면서 “여기가 아프죠?”라고 묻는 순간 악! 소리를

질렀다. 연골이 찢어지거나 상처가 난 “연골연화증”이라나.............평지는 괜찮지만 오르막 내리막은 당분간 안 된단다.....

.쩝....... 산에 다니는 사람한테 오르막 내리막은 안된다니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일주일을 참다가 산에 가고 싶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집안을 이리저리 끙끙대며 돌아다닌다. 참지 못하고 검단산을 필두로 다시 재활훈련(?)을 계속했지만

그 이후 아직 완쾌는 안 된 것 같다. ............

백운봉을 바로 내려와서 용문산기지와 가야할 능선이 아스라이 보이는 바위에 앉아 마눌이 삶아준 계란 2개와 함께

커피를 마신다. 인적은 끊기어 적막하고 저 아래 능선을 따라 운무가 피어오른다.

아침도 안 먹고 새벽에 나왔으니 배가 고프다. 밥과 상추는 용문산근처가서 먹어야지.......

그러나 나중에 밥도 못 먹고 내려오게 될 줄이야....................




↑ 돌아본 백운봉




↑ 사나사 계곡




7. .사나사로 퇴각을 고려하다.




작은 오름과 내림을 몇 번 반복하니 왼쪽으로 사나사 표지판이 계속 나온다. 사나사2.8km 표지판이 있는 갈림길에 이르니

천둥과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어두울 수가? 백운봉에서 여기까지 한사람도 못 만났는데 겁이 난다.

우산을 받쳐 들고 걷지만 자연의 위력 앞에 오그라드는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느낀다.

비가 너무 갑자기 많이 내리니 사나사쪽으로 하산할까 고민한다. 산에서 “탈출할 것인가? 계속 전진할 것인가?”

정말 중요한 화두다. 지난번 검단에서 용마 거쳐 남한산을 오르는데 노적산 정상에 멋모르고 앉자 쉰 것이 잘못이었다.

모기떼라고 할 수 없는 정도의 모기의 공습을 받아 수십 군데를 물리면서 약사산까지 갔다가 새로 산 등산화에 발목이 쓸려

눈물을 머금고 퇴각한 기억이 난다. 그때는 정말 산행을 계속하지 않고 퇴각 결정을 내린 것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그 후에 했었다. 이번에도 중도하차 할 것인가? 무섭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못 먹어도 고!”를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오르막을 계속 오른다. 정리되지 않은 H장을 지난다. 비바람은 계속되고 천둥과 번개가 간을 쫄아 들게 한다.

능선 상에서 벼락이 이렇게 치는 와중에 우산을 받쳐 들고 가다 “모진 놈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닐까?” 별의 별생각이 다든다.

아무도 없다. 지도상으로는 헬기장을 지나 함왕봉이 나타나야하는데 어디가 함왕봉인지 알 수가 없다.  

빗속에 앞으로 전진하는데 역시 저번에 새로 산 등산화가 문제를 또 일으킨다. 오른쪽아래 복숭아뼈 옆이 다시

쓸리기 시작한 것이다. 저번에 고생을 했으면 기존 등산화를 신고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역시 준비성 없고 대충 대충하는 나 자신을 탓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통증은 서서히 생기고 천둥과 번개 빗속에

절둑이며 걸으니 내 몰골이 한심스럽다. 오늘 용문산에 도달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도를 보니 장군봉(1065)에서 상원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할 수 없다. 오늘은 여기서 만족하자.




↑ 연수리 계곡




↑ 멀어지는 백운봉




↑ 아쉬운 용문산 기지




8..장군봉에서 상원사로




장군봉에 도착하니 11시15분........좌측 용문산 정상0.6km 우측 용문산 1.6km 표지가 보이고 상원사 2km로 씌여 있다.

비가 세차게 내려 밥을 먹을 수도 없고 먹을 기분도 아니다.  빗속에 방석을 꺼내 털석 주저앉아 수박을 먹는다.

비에 온몸은 젖었지 바지는 온통 진흙투성이에다 다리는 절둑 절둑 ............

거지도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 혼자 웃는다.

상원사로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 바로 앞에 용문산기지가 보이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내려오는 길에 오랜만에 젊은 분을 만난다. 상원사에서 올라 백운봉으로 간다나? 내가 차를 백운봉에다 두고 왔다니 놀란다.

“거기까지 가는 차편이 없을텐데요?” ............설마 차가 없어 못 가기야 할까?........장군봉에서 상원사까지 내려오는데

1시간10분정도 걸린다. 상원사에서 터벅터벅 절둑 절둑......... 차 하나 지나갈 듯 말 듯한 포장된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쩝................발목은 쓸려 통증은 더 심해지고........왜 이리 긴지............연수리로 겨우 내려오니

순찰초소도 있고 차 3대가 주차되어 있다. 순찰초소에는 순찰완장을 팔에 찬 할아버지 한분이 점심을 들고 계신다.

“식사하시는데 죄송합니다. 백운봉입구에 차를 두고 왔는데 택시를 좀 부를 수 없는지요.” ....“백운봉? 양평 아닌감?

아니 거기가 어딘데 차를 두고와...여기는 차가없어. 뭐 내려가는 차가 있어야 태워 주라하지. 용문에서 택시를 호출해도

받지를 않을거고.....버스가 다시 오려면 2~3시간 기다려야하고.."...........

순찰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난 참  난감하다...




9..느낌을 전달하는 일




이런 발 상태로는 걷지도 못하겠고.. 10분정도 빗속에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며 결정을 못 내리는데 천우신조 ........

상원사에서 내려오는 검은색 SUV가 보인다. 님 만난 듯 달려가 히치하이킹을 하는데 단아하게 생긴 아줌마다.

손목에는 묵주를 끼고 있다.....내 몰골을 보더니 불쌍한 듯 태워준다.

연수리에서 용문까지도 엄청난 거리임을 차를 타고 오면서 알게 된다.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비에 산에 갔다 오시나 봐요?" ....

"예“.....

”용문산 갔다 오셨나요?“..........

”양평에 있는 백운봉으로 올라 이리로 내려오는 길입니다.“........

”양평이요? 오래 동안 산행하셨나봐요“........

”5시간 좀 넘게 한 것 같은데요“..........

”와! 그렇게 오래요? 그런데 혼자 산에 다니세요? 무섭지 않으세요?“..........

...............!!!!!!.......조용...............................

”가슴이 저리 저릿할 정도로 외로울 때도 있고 무섭기도 하지요“ .........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른다.

서로에게 느낌을 전달하는 일 만큼 세상에서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다.

용문까지 태워주신 아주머니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택시를 잡아 11km거리를  택시비 11400원 내고

1시 25분 양평 약수사에 도착한다.

서울로 향하는 길에 자꾸 백운봉쪽을 올려 보지만 비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핸섬한 백운봉!  너 나에게 딱 걸렸어...........다시 올께............행복하다.


후기)

산행기를 오랫만에 올립니다. 사진 산행기는 처음이고요. 아들녀석에게 구박받으며 몇시간동안 땀을 흘리면서 올려보지만

사진이 조금 깨지네요. 죄송! .....크기를 줄여서 그런가요? 하여간 사진올리는 기술이 너무 어려워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것같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