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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 제왕산
              산행자 : 뫼산악회* 허경숙
              산행일 : 2004년 1월 13일 화요일
              날  씨 : 눈 그리고 해님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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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내린 눈으로 인하여 마음속에 기대를 풍선바람 채우듯 불어넣고
눈발이 흩날리는 길을 달립니다

갈수록 하얀색만 진동하는 설국으로 향하는 듯 합니다


많이 들떠서 앞만 바라보고 가는데
"아이구 누가 저렇게 큰 팽이를 국도에서 돌리고 있나"

일났습니다. 
겔로퍼가 어떤 팽이채로 휘둘렀는지 솜씨좋게 몇바퀴를 돕니다.

다른 차들은 멈추고
어째야 쓰까 연발하며 구경합니다
(도울 방법이 없으므로)


간신히 묘기를 멈춘 차 운전자 표정을 보지않아도 뻐언 합니다
십년만 감수했다면 다행이지요


문막을 지납니다
온통 허옇게 드러나는 설국이 맘을 휘젓고 다닙니다

원주를 지나고 횡성 소사 둔내 아 ~ 절로 탄식이 쏟아지는데
급기야 눈발이 무더기로 춤을 춥니다
훠어이 훠어이 탈춤을 춥니다


버스의 와이퍼는 얼어서 제 구실을 못하고 차창이 뿌옇게 얼어붙어
슬그머니 걱정이 되어 자리를 이동 기사님 뒤에 가서 방법을 묻자
어쩔 도리가 없답니다

숨구멍 만큼 보이는 것만도 다행이라며 특유의 여유를 던집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마음 씀씀이를 가진 분이 좋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편안한 표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아주 멋진 분입니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글 솜씨도 일품이지요
그 분의 짝꿍인 반디불이 님은 복 받은 분입니다.


평창 휴게소에서 휴식을 하며 산행준비를 하고
버스가 대관령을 올라서는데 그렇게 아름답던 설국이
어째 초라하게 변해갑니다

조금 더 오르자 이건 아닙니다
심술바람이 눈을 모조리 날려 버렸나봅니다

횡성 둔내를 장식하던 설국은 온데간데 없고
눈 부족 국가가 빈가게 파리 날리듯 바람만 날리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준공 기념비 앞에서 차를 내리는데 온 나라 바람을 다 몰고 온 듯 바람세상입니다
푸짐하지 못한 체격이 걱정됩니다.

등짐에 돌을 넣던, 발목에 돌을 매달던, 방도를 취해야 하는데
에이 모르겠다 그냥 갔더니
에구에구@@@ 반쯤 날아가다~~~~~~~~~ 겨우 나무에 걸려 빨랫감처럼
나무 등걸에 붙었습니다.

이쯤되면 체면 차릴 때가 아닙니다
날아가서 딴 세상 가지 않기 위해서는 네발 짐승이 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자세도 여의치 않을 때가 있습디다

도리없이 가오리처럼 바위나 나무를 붙잡고 최대한 키를 줄입니다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멀리 켜켜히 포개어져 눈을 황홀케하는
능선의 장쾌함에 홀려 한껏 목을 빼다
온산을 뒤흔드는 바람앞에 혼비백산합니다.


간혹 마른 입 다시면 흙먼지가 버적거립니다
흰떡 한 입 배어 물면 앞에 가시는 산님이 일으키는 흙바람이 입속에 들어가
흙고물 떡을 먹는 격이 될 것같습니다


한구비 돌면 괜찮겠지... ^&^ 제왕산을 돌아 하산할 때까지
이 염려를 떨치지 못하고 붙들려 다녀야했습니다
이제
제왕산하면 바람에 목숨 부지한 것만도 천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제왕산 정상석에서도 바람에 휘청거려 산님이 받쳐주는 가운데
그래도 그림은 새겼지요

그런데 여기도 정상석이 두 개입니다

정상을 벗어나니 한결 진행하기가 수월합니다
평창군에서 강릉시로 이동하니 바람의 부피감과 느낌이 완연히 다름니다


삼거리에서 대관령 박물관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조금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나고 조금 올라가다 왼쪽아래로 리본이 보입니다
 
그 길로 들어섰더니 아름다운 계곡이 나타납니다
이름도 낯선 상제민원계곡이지만 너무 멋집니다


산이 좋아 산을 헤매고 다니지만 산보다 더 좋은 것은 산이 낳은 계곡입니다
잘 마른 바위 위에 걸터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유부초밥 한입 배어 물고 하늘을 바라보니 너무나 맑습니다


마른 몸 날리는 바람에 떠밀려 산행다운 산행도 못하고
눈도 없어 아쉽기만 하던 생각이 금세 위로가 됩니다

파아란 하늘과  어름장 아래에서 돌돌거리던 물이 모여 옥빛 소를 만듭니다
마음 나눌 수 있는 님과 식후 따끈한 차 한잔으로 미소를 나누었더니
이보다 더한 만족이 없을 듯 합니다


산에서 부족한 느낌을 계곡에서 흠뻑 채울 수 있음이 얼마나 좋은지ㅎㅎㅎ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기쁨으로 꽉 찼기 때문입니다


황홀경에서 잠겼다 눈을 들어보니 다른 산님 다 달아나고
이제 둘 만 남았습니다

행여 기다릴까봐 아쉬움 접고 맑디맑은 계류 눈 시리도록 채우며 돌아섭니다


알맞게 배열된 바위 길을 나이를 다 까먹고 아홉 살 아이 되어
징검다리 "하나, 둘" 깡충거리며 건너갑니다

열한시 삼십분에 오른 길 점심먹고 두시 십분되어 어흘리 마을에 도착합니다


늦은 끼니 챙기려 나간 산님들 기다리다 두시 사십분에 다시 온 길
되돌아 가다가 놀라운 그림을 발견하고 뷰파인더로 확인하고
그림을 잡습니다.


언듯 구름인가 했습니다.
눈여겨 보니 치악산 줄기가 허연 눈을 뒤집어 쓰고
"나 여기 있으니 보고가" 쉰 목소리로 우리들 눈을 모읍니다.
산할아버지 자상도 하시지, 아쉬워 뒤돌아 보는 맘 아는 듯 했습니다


횡성, 둔내, 일죽, 안성 그 많은 눈 덮힌 산하를 두고 바람만 무성한
제왕산에서 저 세상으로 날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장쾌한 능선을 바라보니 마음이 후련해집니다



능경봉 제왕산 갈림길에서



산의 딸이 되고싶어서 장엄한 능선을 바라봅니다



제왕산 정상입니다 붙들고 있지 않았으면 저 세상 갈 뻔했습니다



여기 또 사자의 비석같은 정상석이 있네요



갈림길에서 대관령 박물관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상제민원 계곡이라고 합니다 너무 멋져 어느 산님이 여름에 다시 오자 제안합니다



오늘 산행은 바람때문에, 이 계곡수에 홀려서 집에 오지 못할 뻔 했습니다


바람소리, 물소리, 사방에 좋은 것만 널려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 얼마나
좋을까요



돌아오는 길에 아쉬워 차창에 기대어 그림을 그려봅니다



숨은 그림찾기라도 해야겠지요 그림위쪽에 치악산이 허연 얼굴을 내밉니다



집에 들어가는 길목의 그림



허이연 얼굴이 다시 한번 보고잡아서






▣ 산사랑방 - 늘 고향의 정다우신 누님같으신 허경숙님! 예전에 기계체조 하신 것을 잊으셨네요.. 바람에 날려 나무에 매달리실적에 한 바퀴 체조로 넘으셧으면 좋으셨을 텐데.. 괸히 놀라셨네요..예전에 허경숙님의 산행기를 보시고 일만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너무나 표현력이 좋으신 허경숙님의 산행기라고 칭찬하시던.. 그저 그러한 글을 꼭지와 공짜로 볼 수 있다는데서 위안을 받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체조선수 이셧던 것을 잊지 마시고 활기찬 산행 이어지시길 빕니다.
* 이동준님 감사합니다. 댓글 답을 달려고 수정을 했더니 전송이 안되어 다 날아갔습니다. 여기 바람도 대관령을 넘는 바람만큼이나 혹독하네요. 가오리연이라도 되어 바람타고 훨훨 날아봐야 했는데 다음엔 님 말씀대로 공중돌기 묘기를 하던지 연이되어 날던지 해볼랍니다.

▣ 포도사랑 -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네요..예전에 저도 지리 천왕봉에서 날려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손가락 하나만 상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 포도사랑님 닉 만큼이나 달콤한 짝꿍과의 산행기 잘 감상하였으면서도 답글도 한번 못달고 저는 바보같은 사람입니다. 이다음 님의 산행기 뜨면 즉시 찾아 뵈올까합니다. 바보가 포도는 무지 좋아하지요. 늘 건강하시고 님과 함께 즐산하시길...

▣ 김정길 - 어쩌면 이리도 고은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 본시 심성이 착하시고 유머감각이 풍부하심이겠지요. / 온 나라 바람을 다 몰고 온 듯 바람세상입니다. 푸짐하지 못한 체격이 걱정됩니다. 등짐에 돌을 넣던, 발목에 돌을 매달던, 방도를 취해야 하는데 에이 모르겠다. 그냥 갔더니 에구에구@@@ 반쯤 날아가다~~ 겨우 나무에 걸려 빨랫감처럼 나무 등걸에 붙었습니다. 이쯤 되면 체면 차릴 때가 아닙니다. 날아가서 딴 세상 가지 않기 위해서는 네발짐승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세도 여의치 않을 때가 있습디다. 도리 없이 가오리처럼 바위나 나무를 붙잡고 최대한 키를 줄입니다.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멀리 켜켜이 포개어져 눈을 황홀케 하는 능선의 장쾌함에 홀려 한껏 목을 빼다 온 산을 뒤흔드는 바람 앞에 혼비백산합니다.
* 별로 착하지도 않은 사람을 좋게 생각하시니 죄송하네요. 다만 님처럼 용기백배를 닮고저 노력하는 건 사실입니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가시는 걸음마다 축복이 발걸음보다 더 넓게 쌓이길 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산초스 - 고생하신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고 아름답게 표현하셔서 바람의 세기를 짐작하면서 웃게됩니다. 하여간 엄청 고생하셨습니다.
* 산초스대장님! 소자 문안 인사여쭙습니다. 누추한 곳으로 찾아오신 대장님께 인사드림을 용서하시고 남자라면 산초스가문에 입문이라도 할까싶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늘 건강하소서 님께서 착실하게 러셀해 놓으신 발걸음을 염치불구하고 따라가게 됨도 감사합니다. 미답을 여시는 발걸음에 항상 안전과 축복이 함께하시길...  


▣ 김용진 - 수고 많이하셨네요... 오랜만에 밝고 맑은 옥구슬 산행기를 읽고 나니 마음이 한결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훌륭한 산행기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용진님 반갑습니다. 저의 아주버님 함자가 용진님이어서 괜히 죄송하네요. 부족한 글을 부족다 아니하시고 옥구슬을 한쟁반 주셨으니 가느다란 몸이지만 몸숨길데가 없네요. 따뜻한 배려 감사합니다. 산하를 누비고 다니시는 발걸음에 항상 안전과 즐거움이 풍성하시길...

▣ lsj2801 - 산행기가 너무재미있게 표현하셔서 재미 있게 읽었읍니다.앞으로 좋은산행기 기대하겠읍니다.
*lsj2801님 반갑습니다. 부족한 글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열심히 노력하며 가슴으로 전해질 수 있는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님께서도 늘 건강하셔서 좋은 날 멋진 날 많이 많이 만들어 가시길 원합니다. 가정에도 큰 축복이 함께하시길...



▣ 정영동 - 어이구 제가 마음이 다 시원합니다. 구경 잘 하고 갑니다. 입장료는 미쳐 내지 못하였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제대로 정산할랍니다..^^
▣ 영한 - 좋은 산에 다녀오셨네요."집에 들어가는 길목의 그림" 중 역도 선수 같은 녀석(?)들이 사과나무 같네요.
▣ 이송면 - 제왕산... 바람의 제왕인가요? 하하 몇 일 만에 출근해서 산행기 봅니다. 눈이 많이 없어서 좀 서운하셨나 봅니다. 덕유에서 눈..... 징그럽게 겁나게 두둘겨 맞고 왔습니다. 하하.. 이번 일요일 태백을 가려는데 눈이 없다네요... 어쩔까 고민중에 있습니다. 내일도 건강하고 또 행복하십시오.


 


 


 

안치환과 자유 나무의 서

▣ 능경봉 - 대관령이 제고향이라서 그런지 참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