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 산행기




언제: 2004. 1. 25 (맑음)

누구와: 단독으로

어디로: 하단 휴양림-신불재-정상-간월재-죽림굴-상단 휴양림-파래소 폭포-하단 휴양림

얼마나: 4시간 30분(휴식 따로 없이)




#어둠을 뚫고



어둠이 깔린 배내 고개를 지나 신불산 휴양림 가는 길을 긴장의 연속이다.

캄캄한 어둠, 공사중인 도로, 좁은 길, 부실한 안내판은 몇 번인가 잘못 왔나 의심이 가곤 했다.

휴양림은 해가 있을 때 들어 가야한다는 기본수칙을 무시한 당연한 결과이다.

일행들 모두 투덜대는 소리는 휴양림 도착 후 떠날 때까지 감탄으로 바뀐다.

저녁을 먹고 베란다에서 쳐다보는 눈썹 달과 빛나는 별도 좋았고, 다음날 산너머로 붉어지는 아침기운도 좋았고, 다락 창문으로 내려다본 숙소 옆의 계곡도 좋았다.

신불산은 가을 억새로 압권이지만 여름철의 계곡 미도 결코 뒤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신불산을 가슴에 품고......



일찍 숙소를 나선다(08:05).

정상파 둘이 산밑파로 당적을 옮기고 보니 오늘은 나홀로 단독 산행이다.

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신불산 들머리가 보였다.

가천리 방향으로 써있는 표지판을 따라 비탈을 치고 올라선다.





*오름길에서 내려다본 하단 휴양림



심상치 않은 바람은 출발 때부터 각오했지만 홀로 오르는 계곡 길에 천둥소리에 가까운 바람소리는 오름 내내 같이한다.

잔설이 점점 많아지고 하늘이 점점 가까워지고 밝아지는 것으로 한없는 오름 길의 끝을 알려준다.

1시간 30분이 경과한 9시 35분에 드디어 신불재에 올라선다.





*신불재에서 정상가는길



탁 트인 조망에 눈앞에 나타나는 바위능선이 신불 공룡이리라.





*신불 공룡을 바라보니



마지막 정상을 향해 오르는 오름 길은 바람과의 싸움이다.

바라클라버를 뒤집어쓰니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다.

오전 10시 드디어 영남 알프스에서 제 2의 고봉 1209m 신불산 정상에 섰다.





*신불산 정상



남쪽으로 신불재 넘어 신불 평원과 취서산이 손에 잡힐듯하다.





*신불 평원과 취서산



저 평원이 가을에는 억새로 뒤덮힐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올 가을에 다시 한번 이곳에 오리라 생각한다.

잠시 조망을 즐기고 있으니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만난다.

홍류 폭포 쪽에서 올라오셨다고 하는데 워낙 춥고 바람이 불어 사진 한 장 부탁도 못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간월재로의 하산 길은 급한 내리막길이다.

산의 북 사면이니 만큼 잔설이 많아 제법 미끄럽지만 아이젠 하기에도 애매하여 스틱에 의존하고 조심조심 발길을 옮긴다.






*재약산과 사자평



좌측으로 재약산과 나란히 하고 정면의 간월산을 바라보며 내려오길 30여분이 지나니 사진으로만 봤던 간월재 포장마차가 보이고 조심조심 간월재로 내려선다(10:40).





*간월재와 포장마차



그 간월재까지 승용차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한번 놀랐다. 차가 무사할지......

휴양림 표지따라 임도로 내려서서 한 50m쯤 왔을까 임도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지도에는 없는데...... 전화도 불통이고 난감했지만 오른쪽 죽림굴쪽을 선택한다.

보통 경험상 표시가 없을 때는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마찬가지가 많다는 것에 위안을 삼지만 산 하나를 사이에 점점 벌어지기에 불안해진다.

결국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차피 상단 휴양림에서 만나는 길이지만 왼쪽 길은 왕방 계곡을 사이에 두고 춥고 그늘진 북사면을 , 나의 선택은 따듯한 남쪽사면을 구비 구비 도는 길이다.

내려오다 길옆에 있는 천주교 성지라는 죽림 굴도 올라가 경건한 분위기에 옷깃한번 여미고.

한참을 걸은 후에야 배내 고개로 가는 길과 상단휴양림과의 갈림길이 나오고 서둘러 휴양림으로 내려선다.

쌍둥이 같은 통나무집들이 나란히 5채가 눈에 뜨인다.

산 속에 푹 파뭍혀 몇 일 보내기에는 안성 맞춤일 것 같다.

발길을 재촉해 파래소 폭포를 향해 내려오는 길은 왕방 계곡을 끼고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를 보여주고 있다.

드디어 가파른 계곡 아래로 얼어붙은 폭포가 보이고 조심조심 내려선다.





*파래소 폭포



깊이 3m 높이 15m 둘레100m 이고 과거에 기우재를 지냈던 곳으로 바라던 대로 이루어진다고 하여 "바래소"라 불리다 파래소로 변형된 이 폭포는 이번 여정의 마지막 코스이다.

12시 30분 휴양림 도착하여 1시 퇴실 시간에 맞추어 허겁지겁 점심 먹고 길을 나선다.

이후 서울 집에 도착할 때까지 운 좋게 막히는 길을 피해서인지 단 한번의 정체도 없이 기분 좋게 마지막 마무리를 짓는다.





*숙소 앞에서 나그네



▣ 솔향. - 님의 사진 찍는기술이 예술의경지 입니다..먼서울에서 경남의 아름다운 알프스산군의 하나인 신불산의 아름다운 정경을 담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권경선 - 가을이 아니어도 멋진 풍경이군요. 잘 다녀 갑니다.
▣ 김정길 - 수객님의 산행에 언재나 건강과 안전이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언재 함께 산행을 했으면....
▣ 수객 - 솔향님 과찬이십니다.디카는 생초보이구요.워낙 산이 좋아서인것 같습니다.권경선님 감사합니다.김정길님 조같은 초보가 감히 쫓아갈지 모르겠으나 기회 닿는다면 한번 죽어라 따라가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