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685.0m) 경주시 서면

◇산행일자 : 2003년 12월 27일(토) 맑음
◇산행코스 : 아화역-도계리-오봉산-낙동정맥따라-땅고개-단석산-우중골
◇산행거리 : 도상거리 약18.0km
◇산행시간 : 7시간 30여분
◇일출 ; 07 : 46(34) 일몰 ; 17 : 20(18) 서울기준. ( )안은 대구지역

09 : 25 아화역에서 출발
09 : 53 저수지 갈림길
09 : 58 도로고개
10 : 13 ~ 15 삼거리능선
10 : 36 주능선
10 : 48 ~ 50 첫째봉우리
10 : 55 ~ 57 너럭바위
10 : 58 ~ 11 : 00 주사암
11 : 02 ~ 20 오봉산 정상
11 : 35 부산성표지판
11 : 57 ~ 58 정맥길 접한 봉우리
12 : 03 ~ 05 산성남문
12 : 20 헬기장봉우리
12 : 42 ~ 50 인공연못
13 : 08 ~ 30 651.2봉(중식)
14 : 03 임도 네거리
14 : 16 ~ 20 땅고개
14 : 55 첫째봉우리
15 : 14 ~ 20 정맥갈림길(반환점3.0km)
15 : 27 봉우리너머 삼거리(좌 우중골)
15 : 37 ~ 16 : 00 단석산 정상(827.0m)
16 : 20 ~ 30 신선사
16 : 57 ~ 17 : 30 식당매점
17 : 41 국도(신선사2.5km)

추억속의 열차산행

오봉산!
사람보다 차가 더 자주 등산했던 곳.
오늘은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아예 차를 두고 기차를 타고 간다.
그래야 차가 등산을 하지 못하지!..... ㅋㅋㅋ

통일호열차인데도 역마다 모두 정차를 하고 보니 예전에 열차통학을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완행열차(훗날 비둘기호라고 불려짐)로 한달 씩 패스를 끊어 등하교를 하던 시절,
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은 물론 장날이면 장꾼들까지도 많이 이용하던 열차가
요즈음은 한 단계 높은 차량인데도 이용손님이 적어 좌석 네 개(앞좌석을 뒤로 제쳐)를
독차지하는 것도 양이 안차 아예 객차한량을 전세 내고 가다시피 한다.

나팔바지교복으로 학교운동장을 다 쓸고 다니던 시절,
단발머리 초년생이나 묶은 2학년생 그리고 길게 땋은 3학년생 할 것 없이
흰 카라(여학생의 옷 깃)만 보면 마음 설레던 그 시절 우리는 기차를 타고 등하교를 했다.

하교 때 여학생들이 수학여행가는 객차와 연결지어 갈 때면 미친 척하고 수학여행객차에
올라타다가 문지기 '샘'한테 직싸게 얻어터지고 나온 넘들(혹자는 지가 그런거 아닌겨?
하고 의심을 품을지 모르지만 절대 그런 일 없응께 그리 알아주시고)그래도 따라가고 싶어
내려야할 역을 지나쳐 보기도 하지만 기껏해야 한두 정거장 더 갈 뿐 계속 타고 따라가고픈
마음이야 꿀떡같지만 막상 따라가지는 못하는 순진한 넘들.....

덕택에 철길 따라 걷다보면 그 옛날 비행기에서 광고(?)날리듯이 뿌려대는
여학생들의 주소를 적은 쪽지를 줍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여기(대구지역)서는 주로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가지만 서울에선 경주로 가는 학교가 많아
시즌에는 거의 매일 수학여행객차를 달고 갈 때가 많다.

그리고 우리들보다 먼저 방학을 하는 대학생들은 지하철객차와 같은 열차 안에서
중간통로에 퍼질고 앉아 기타를 치고, 조그만 카세트에선

♬♪~~술마시고 노래하고 추머~~얼 쳐~봐도♪~♬.....
.....
자아~~~♪♬ 떠어나자~~ 동해바아~다로~오♬~♪.....
.....
당시 자주 들리던 고래사냥이 울려 퍼지고.....
"어~메 부러운거!!!....."
"우리도 퍼떡 방학을 해야지 동해바다로 갈텐데!....."
가서 비키니 입은 뇨자들 꼬셔서???..... 으 흐 흐 흐

그렇게 가보고 싶었는데도 이제껏 영천도 제대로 통과해보지도 못하고,
삼십여 년이 다된 지금에 와서야 이쪽으로 지나가 본다.
완행이 아닌 특급(훗날 통일호로 불려짐, 우등은 무궁화호로)으로.....

동대구(08:15발)를 출발하여 영천, 경주, 울산을 거쳐 부산(12:57착)까지 다섯시간 가량을
가는 이 열차는 같은 통일호라도 포항가는 열차와 달리 역마다 모두 경유를 한다.
머잖아 고속철도가 개통이 되면 이 열차도 혹 비둘기호 신세가 되지는 않을런지!

워낙에 '빨리빨리'만 몸에 배여 생활하다보니 대부분 무정차를 이용하려고만 애를 쓴다.
그러고 보면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것들은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거장마다 그 지역의 향기를 맡으며 크고 작은 '역' 할 것 없이 모두다 정차를 하고 왔지만
어느새 아화역의 도착을 알린다.

역전을 나와 우측으로 돌아 포장된 도로를 따라 얼마간 가면 철도지하도를 지나고,
시골길이라 하지만 포장이 다 되어있어 바쁘게 가야할 길이라면 지루하기라도 하겠지만,
전원적인 시골 풍경을 벗삼아 가는 길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간혹 찬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면 등을 돌려 뒤로 걸어도 보지만 허허벌판의
겨울바람은 역시 매섭다.

한참을 가다보면 이번엔 고속도로지하도를 지나고, 아담한 도계마을이 나타난다.
십여 호 남짓 될까? 양지쪽으로 아늑하게 자리잡은 시골마을이 조용하기 그지없다.
마을을 벗어나면 저수지 좌측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비포장으로 따라가는 길은 주사암가는 길이다.
중간능선쯤 신평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 주사암까지 차가 갈 수가 있다.

언젠가 이쪽저쪽(신평리와 도계리)에서 엔진에 단내가 나도록 차를 등산시킨 적이 있어
그리로 가지 않고 계속해서 도로를 따른다.
서오리 넘어가는 길로 포장을 한지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이쪽에서 정상을 오르는 길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고개 마루에 올라서서
능선을 따라 가보기로 한다.

절개지 위로 올라서니 능선을 따라 대체로 뚜렷한 길이 나 있다.
잠시 머무름도 없이 바로 간다. 잠깐만에 묘지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조금 더가면 우측으로 지능선을 접하기도 한다.
합쳐진 지능선을 따라 얼마간 가다가 사면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될 때쯤에는
길이 옳게 나 있지가않아 대충 만들어 가다시피 한다.
주능선봉우리에 올라서고, 훤하게 펼쳐지는 조망을 잠시 즐겨본다.

연거푸 바위봉우리가 나타나고, 중간에 큰바위에는 무속인들의 짓인지는 몰라도
촛불을 켜고 기도를 올린 흔적도 나타난다.
뾰족 봉우리를 하나 더 지나고 넓은 너럭바위 위에서 다시 한번 조망을 즐긴다.
아래로 천촌리 마을이 평화롭게 자리잡고있다.

언젠가 마눌과 함께 천촌리에서 올라와 늦둥이를 데리고 신평리로 넘어 가랬더니
도계리로 넘어가는 바람에 차량회수로 인하여 같이 가지 못하고 돌아서는 길이 엇갈려
한참 찾아 헤매던 생각이 떠오른다.

너럭바위를 돌아 나오면 좌측으로 주사암 뒤로 오르는 길이 있지만 앞으로 주사암을 거쳐간다.
암자에서 보는 조망 역시 멋지다.
정맥줄기를 배경으로 하여 고냉지 채소밭을 앞동산으로 둔 것과도 같이
거침없이 펼쳐지는 조망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마당을 거쳐 나와 뒤로 오르면 오봉산 정상이다.
산불감시초소와 오늘은 초소근무자도 있다.
잠시 이야기도 나누며 조망을 즐긴다.
건천 소재지를 지나 구미산 줄기와 저 멀리는 경주시가지를 너머
토함산과 추령재를 건너 함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하늘금을 긋고있다.

한참동안 조망 후 주사암으로 돌아와 고냉지 채소밭으로 내려간다.
곧 바로 나타나는 우측 길은 천촌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계속해서 밭으로 향해 가면 좌우로 갈림길이 번갈아 나타난 다음 밭으로 내려서게 된다.

넓은 농로를 따라 얼마간 가면 부산성표지판이 우측 밭 위에 보이고,
이어서 농로 갈림길이 드문드문 나오면서 네거리가 되는 농로에서 봉우리로 올라서면
낙동정맥길에 접어들게 된다.
정맥봉우리에 올라서 지나온 건너편 오봉산과 주사암을 되돌아보고 정맥길을 따라간다.

밭 끝머리에 많은 리본이 붙어있고,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서면
산성의 흔적이 남아있는 남문에 이른다.
안부자리로 내려서면 약하나마 좌우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다시 서서히 오름길에 잡목과 나직한 솔숲을 헤치고 얼마간 오르면 헬기장이 나타난다.

여기서 민생고 해결을 위하여 주위를 살피는데 난데없이 웬 굴삭기 소리가 요란한지?...
어딘가 싶어 둘러보니 봉우리 꼭대기에서 작업이 한창이다.
"무슨 작업을 산꼭대기서 하노?" 싶어 가보니 산불감시초소를 세우는 공사를 하고있다.
조용히 조망하며 미각을 즐기려 했더니만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내려간다.
여기까지 와서 장비의 소음을 들을 수는 없지 않는가?

좌로 방향을 급하게 꺾어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간간이 시야가 트인 좌측 아래로는 또 웬 산을 그렇게 파 디비 놨는지..... 어휴!!!
산꼭대기엔 굴삭기 소음에.....,
아래 채석장에선 분진가루가 날라 오는 것 같아 얼른 안부지리로 내려선다.

임도인지 농로인지 모를 길을 따라 우측으로 조금 가다 좌측 농장길로 접어들면
자그만 한 연못이 있고, 탁자와 앉을 곳도 마련되어 있어 운치가 있어 보이기에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자리를 잡아본다.
잠시 앉았는데도 웬 가축분뇨 냄새가 그리 지독한지 하는 수 없이 또 올라간다.

낡은 철조망을 안내자로 삼아 옆에 끼고 오르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면 임도가 끝나는 지점으로 올라서고,
얼마 되지 않아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이제는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삼각점을 끌어안고 점심을 해결한다.

식후 단석산을 쳐다보며 여유를 부리고 가는데 낡은 철조망이 가로 걸쳐져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걸리는 바람에 촛때뼈가 걹히는 부상도 당했네!.....

"어느 썩을 넘이 능선마루를 가로질러 철조망을 쳐 놓았담"
"빌어먹을!....."
잘못은 지가 해놓고 혼자 투덜거리며 난리를 치고있다.

그다지 큰 굴곡이 없는 봉우리를 몇 개 지나고 내려서는 곳에 임도가 가로지른다.
임도를 건너 등로로 접어들면 큰 오르막이 없을 듯하다가도 마지막한차례 더 치받아
삼각점봉우리에 오르고서야 땅고개로 내려설 수가 있다.

도로를 가로질러 임도를 따르다 왼쪽 등로로 오른다.
얼마 뒤 묘지가 나타나고, 묘지 뒤로 난 길을 따라 가다 보니
간벌로 인한 나무들을 치우지 않은 체로 이리저리 어지럽게 가로놓여 있다.
위에서는 아직도 전기톱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드문드문 간벌목이 등로를 막아놓아 더디게 오르고, 몇 번의 처짐 능선과
몇 개의 봉우리를 너머 정맥갈림길을 만난다.
양철 표시기에다가 반환점3.0km라고 적혀 있는 것이 나무에 걸려있다.
한숨을 돌리고, 정맥종주에는 별 뜻을 두고 있지 않기에 바로 단석산을 향한다.

봉우리 하나 더 너머 좌측 삼거리로 많은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우중골로 내려가는 길로 처음 단석산을 찾았을 때 올랐던 길이다.
이제 막바지 오름길. 잠시 올라서면 정상에 다다른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정상에서 한참동안 상념에 잠긴다.
무엇으로 하여금 여기에 오르게 하였는지 아무 생각이 없다.
아니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무작정 먼 산만 바라보며 마냥 시간만 보내고 있다.

태양의고도가 낮아지고 나의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을 느낄 때 그때서야
언뜻 하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아침에 나설 때에는 입암산 줄기를 따라 모량역으로 하산하여 확실한 열차산행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했는데 해질 때까지 하산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해가 길 때를 맞추어 다시 한번 기약하며 짧은 거리인 우중골로 내려간다.
신선사로 들어서니 언제 공사를 했는지 새 법당을 세워 놓았다.
전에 있던 허름한 절집을 털어 내고 아직은 골조와 지붕만을 지어놓은 상태이지만
아마 이다음에 올 때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절 아래 넓은 길은 지난 태풍의 영향인 듯 군데군데 길이 유실되어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아래로 내려와 좌측 넓은 공터에는 또 언제 세웠는지 오덕선원이라고 낯선 건물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여기 온 지도 벌써 몇 년이 된 것 같다.

개울 따라 새로 놓인 다리를 건너 매점 앞에 다다른다.
여기서 버스시각을 물어보니 여기까지 들어오는 버스는 없고,
한길에 나가 산내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된다기에 시간이 어중간하여 앉은 김에
동동주로 한초를 치다 보니 가까운 시각에 있는 버스는 놓치고 다음차로 건천까지 간다.

건천에서 또 버스를 기다리는데 토요일저녁 정체가 심한 탓인지 도착시각이
한참을 지났는데도 차가 오질 않는다.
아예 이럴 거면 조금 더 기다려 기차를 타고 가겠다 싶어 건천역으로 간다.
한시간 가량을 기다려 열차를 타고 보니 올 때와 마찬가지로 헐렁한 객실을 차지한다.
또 아쉬운 한해를 보내며 올해 마지막산행을 추억으로 남기는 송년열차산행으로 마무리한다.

☞산내→건천(산내에서 출발하는 시각)
.....16:20, 17:10, 17:40, 18:20, 18:50, 19:05, 19:30, 19:50,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