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마지막 겨울 - 그리움에 관한 기억>
雪愛 - 설악에서
불현듯 바람 한줄기 세차게
휘몰아 친 후
하염없이
하얗게 쏟아져 내렸지
떠나간 이의 눈물
어느 십년, 어느 백년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차라리 눈 질끈 감아버린 하늘 바라보며
넋 놓고
저 바다, 온 산 초목까지
말을 잊었지
“보고 싶을 거야.”
그렇게 눈이 내렸지. 겨우내
사랑의 발자국은 묻히고 묻혀
마침내 추억이 되어버렸지
어느 천년, 어느 만년이 지난 뒤에도
더 이상 퇴적되거나 풍화되지 않을 추억
한 방울의 피까지 메말라
하얗게 각질이 되어가는 그리움은, 이토록
살을 에는 그리움도
이제 곧
만년설처럼 단단해지겠지
“보고 싶어.”
그리하여 어떤 날, 훌쩍
어느 억년이 세찬 바람처럼 지난 날
바람 잦아들고
바다도 다시 파랗게 부서지고
하늘 가득 햇살 찬란해지는
어느 날이면
추억 꽁꽁 묻어버린 금제의 백설도 녹아
거짓말처럼 녹아내려
기꺼이, 다시 붉은 피 베어 날까
아아, 뜨겁고 붉은 피
추억처럼 잠들었던 온 산 초목도
기지개를 켜고
파릇하게 돋아날까
“……정말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