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바람이 분다. 하루에 25km, 시속으로 따지면 1km정도다 방향은 남쪽이다
바람(風)은 아니지만 가을타는 이들의 가슴에 바람구멍을 내는 단풍이 온다

지친 이들에게 쉼표하나 던져주는 가을이다
누런 들판도,주홍빛 홍시도,햇살받은 억새와 갈대도 모두 잠시 쉬어가라한다
채우기에 바빠 돌아볼새 없었던 마음도,힘껏 달려오느라 지친몸도 여기에서 쉬어가라한다

평소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가을이 되면 으레 단풍구경 한번쯤은 가게마련이다
계절의 섭리이건만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뒤덮이는 가을산을 걷고 있노라면 마냥 신기하다
또 단풍나무가 만든 숲길을 터벅 터벅 걸으며 일상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수가 있다

모처럼 맑은가을날씨가 좋아 단풍이 만개했다는  조물주가 빚어낸 설악제1경
오색주전골을 뫼솔산악회를 따라 산행에 나섰는데 한계령고개부터 차가 지체하게시작하며,
20년만에 개방했다는 주전골입구 흘림골은 발드딜틈없이 사람의 물결로 몸살을 앓고있었다
하지만 오색찬란하게 옷을 갈아입은 설악의 비경에 흠벅젖노라면 금새 상쾌한 기분에
휩싸이게된다

오색주전골은 외설악의 천불동계곡,내설악의 백담계곡과 함께 설악산 단풍관광의
최고코스로 손꼽힌다
설악을 넘나드는 네 개의 고개중에서도 가장험하고 아름답다는 한계령자락에 묻혀있는 계곡,
주전골 특히 지난 9월말 20년만에 다시 개방된 흘림골에서 주전골로 내려오는 코스는
산행길이 평탄해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가을 단풍의 정취를 만끽할수있는곳으로 유명하다

주전골은 점봉산(1,424km)능선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흘러들어 빚어놓은 곳인데
십이폭,용소,선녀탕등 그 하나 하나가 모두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이어 주전계곡은 오색약수터를 빚어놓고 남대천까지 흘어들어간다

주전골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에 도적들이 이곳 바위동굴에 머물면서 사전(私錢)을
주조하였다는 데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도적들이 놋그릇을 녹여 위조주전을 만들다 적발되었다고 한다
설악최고의 단풍명소이름이 동전주조와 관련이 있다니 우습기만 하다

오색이란 약수이름은 약수터에서 1.5km 올라간 골짜기에 있는 오색석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조 중엽(1,500년경)오색석사의 한 승려가 암반 위에서 솟아나는 물을 발견하여
우연히 마셔보고 약수로 판명 오색약수라 불렀다고 한다
제2오색약수는 아직까지도 오색약수의 맛을 간직하고 있으나 오색약수는
명맥만 유지할뿐 약수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한지 오래되어 실망감이 금치않을수 없었다

우리는 등산을 시작하여 언덕길을 올르기 시작한지 1시간여만에 등선대에도착
등선대정상에 올라서니 발드딜틈없이 인산인해를 이룬사람틈새로 바라보이는
설악의 기암괴석은 이루말로 형용할수없을정도로 환상의 극치라표현해도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주전골은 수정처럼 맑은계곡과 암봉이 흐르는 계곡따라 단풍과 어우러진다
등선대를 지나 주전골에서  십이폭포에 닿을즈음이면 맑고 수정처럼 깨끗한
계곡물소리에 감탄사가 절로 쏟아지기마련이다
또한 용소폭포에 이르기까지 주전골 양쪽으로 늘어선 기암괴석과 병풍바위,
강산대 사이로 올려다보이는 칠형제봉과 만불동등은 계곡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낸다
계곡과 암봉으로 이어진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잡다한 일상에서 해방감과
시간의 멈춤을 경험하는 것은 이 산길을 걷는 사람만의 특권이다

오색석사(성국사의 옛절터)에서 1km쯤 계속 오르면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선녀탕이 오색만물상을 이루고 있는 만경대,병풍바위와 어루러져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하산을 한후 시걸이국에 김치를 안주삼아 소주한잔에  허기진배를 채우며
그 산을 닮아 나 또한 산이된다

이 가을 산도 타고(山紅) 물도 타고(水紅) 사람도 타는(人紅) 삼홍(三紅)의 계절이
팍팍한 일상에 가슴넉넉한 여유로 닥아오길 기대해 본다

         단 풍 (丹 楓)      
                             - 백석 -

빨간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느뇨.
빨간 정(情)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즐댄다.
어데 청춘(靑春)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노사(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시월(十月)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 한다.
시월(十月)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개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거리
는 것이 기로다.
시월 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
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지줄댄다 : 지껄여댄다
무색하다 :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하다
띠몸 : 띠를 두른 몸
깨웃듬이 : 기웃듬이 얼굴을 내밀고 부끄러이 서 있는 나무의 모양을 나타냄.
기웃듬이는 약간 몸을 비스듬이하고 균형을 잡고 있는 모양, 돌출이 되어 기웃뚱이.
지지우리지 : 황홀할 정도로 환하게 빛나지

*일시 : 2004년10월10일 뫼솔산악회
*참가인원 :약 230명(버스 5대)
*코스 : (1코스) 오색약수-안부-흉포수막터-점봉산-망대망산-십이담계곡-주전골-만물상-                   성국사 -오색약수
         (2코스) 흘림골-여신폭포-등선대-만물상-주전골-성곡사-오색약수
*산행소요시간: 양재서초구청(07:20)-한계령정상 920m(11:30)-흘림골매표소(11:50)-흘림골입구 0.9km 여신폭포(12:15) 등선대0.3km-흘림골입구1.2km등선대1,002m(12:35)십이폭포1.4km-등선대정상(13:00)-등선폭포(13:25_)-흘림골입구2.1km무명폭포(13:55)십이폭포0.5km-언덕정상(14:15)-흘림골입구2.1km십이폭포(14:25)용소폭포0.9km-용소폭포14:25)-용소폭포매표소(15:05)-용소폭포0.1km(15:10)선녀탕1.1km오색2약수0.3m오색약수1.7km-용소폭포주차장2.0km용소폭포1.3km십이폭포2.1km선녀탕400m(15:25)오색약수1.9km-제2오색약수(15:35)-십이폭포2.8km용소폭포2.0km오색석사(성국사)(15:45)오색약수1.2km-용소폭포3.2km제2오색약수1.2km오색매표소(15:55)주차장0.5km 총소요시간 약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