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4-12-22 (수) 02:40 - 18:07 (15시간 27분) 
 

산행코스 : 화엄사-노고단-천왕봉-중산리 (산행거리 37.9키로)

                 화엄사-(7.0K)-노고단-(25.5K)-천왕봉-(5.4K)-중산리  
 

날    씨 : 흐린후 눈이 온 뒤 맑아짐


 

나 홀로 산행...^^ 


 

올해는 이제서야 지리산에 간다.

이럭 저럭 하다 보니 계속 미루어 졌었다. 
 

그 동안 지리산에 다섯 번 다녀 온 경험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지리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76년 대학교 때 인데 지금부터 28년 전이다. 
 

친한 고교 동창 넷이서 여름방학 때 각자 단돈 만원씩 가지고 지리산-남해안 일주를 9박 10일 여행을 하였었는데 그 때 처음 지리산 종주를 하였었기에 지리산에 들어서 걸을 때 마다 그때 생각이 늘 나곤 하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때  모든 역 마다 다 서면서 밤새 가는 야간 열차를 용산에서 타고 기차 안에서 노닥거리면서 구례에 아침에 내려서 화엄사에 가서 노고단에 올라 가는데 긴 오름길이 어찌나 힘이 들었던지... 
 

노고단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 다음날 세석까지 가는데 세석에 밤 아홉시에 도착을 했는데 세석까지 가는 길이 어찌나 멀고 힘들고 배고팠던지 난생 처음 생쌀을 씹어 먹어 가면서 세석에 도착을 해서 늦은 저녁을 해 먹던 기억이 생생하고... 
 

천왕봉에 올라 애국가와 만세 삼창을 부르고 백무동으로 내려와 남원에 가서 광한루-오작교를 구경하고 여수에 기차를 타고 가서 오동도, 만성리 해수욕장에서 놀고 배를 타고 한려수도를 항해하면서 남해의 아름다움을 만끽 하고 남해의 금산도 올랐었고 다시 배를 타고 세계 3대 미항이라는 충무에 들렸고 진해, 마산을 거쳐서 부산에 와서 남포동, 광복동, 용두산 공원을 구경하고 역시 완행 열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 왔던 9박 10일 여행의 아련한 추억이 늘 생각이 나곤 한다. 
 

정말 그때가 좋았고 다시 가고픈 시절인 것은 틀림이 없다... 
 

그때 지리산에서 왜 그때 그렇게 힘이 들었을까 생각을 해 봤더니 아마 9박 10일 먹을 식량에다가 텐트, 버너, 코펠 등 짐이 꽤 많아서 종주가 그렇게 힘이 들지 않았나 여겨 진다. 
 

그 후로 종주를 여러번 했지만 성삼재에서 늘 출발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화엄사에서 출발을 해서 그때의 힘들었던 기억을 더듬어 보자 맘을 먹었다. 
 

무박 당일 종주를 하되 코스는 화엄사-노도단-천왕봉-백무동 이렇게 잡아 보았는데 만약에 가능하면 대원사 유평리까지도 한번 꿈을 꾸어 보기로 하고 여차하면 중산리로 하산을 생각도 하고... 
 

작년 11월에 무박당일 종주를 한번 했었는데 성삼재-중산리 코스로 약 11시간이 걸렸었기에 화엄사에서 출발을 해도 3시간 정도 더 걸린다 생각을 하고 약 14시간 정도 예상을 하고 출발을 한다.

 

KTX가 생기기 전에는 서울역에서 무궁화호가 출발을 했었는데 올해는 용산역에서 출발을 하기에 28년전과 똑 같이 용산역에서 출발을 한다. 
 

그 당시는 완행열차만 용산에서 출발을 했기 때문에 이젠 무궁화호가 완행열차가 된 셈이다. 
 

집에서 밤 8시 30분에 출발을 하여 지하철로 용산역에 도착을 하니 9시 13분...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구나. 
 

새로 지은 용산역은 아주 멋지고 웅장하구나. 
 

매표를 하고 기다렸다가 진주행 9시 45분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구례를 향해 가며 잠을 청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야간 열차가 구례구역까지 열 정거장 이상 정차를 하느라 방송이 계속 나오고 불도 꺼 주지 않아서 산만해서 잠이 오기가 쉽지 않다. 잠은 잘 오지 않아도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눈은 계속 감고 간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결국 2시 23분에 구례구에 도착을 했다. 
 

잠을 잘 자야 당일 종주가 쉬운데 좀 걱정이 앞선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서울에서 출발을 하는 성삼재-천왕봉-중산리의 지리산 무박당일 종주는 야간 기차를 타는 것 보다는 심야우등고속을 타고 남원에 와서 택시로 성삼재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한다. 
 

긴 거리 종주를 하려면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을 자기 위해서는 산만하기 그지 없는 야간열차 보다는 28인승 우등고속이 훨씬 편했기 때문이다. 
 

심야우등고속은 서울에서  출발을 하면 새벽 두시 좀 전에 남원에 도착을 하는데 깜깜하고 조용한 버스안에서 편히 잠을 잘 수가 있고 남원에 내려서 성삼재까지 택시가 35,000원이고 구례구에서 성삼재는 30,000원이기에 별 차이가 없다. 다만 구례구에서는 함께 기차에서 내린 산객들과 합승을 하면 택시비를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이번에 내가 기차를 탄 것은 화엄사에서 출발을 하니 불가피하게 기차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남원에서 택시를 타고 화엄사까지 오긴 너무 아까우니 말이다. 
 

구례구에서 내리니 대학생쯤 보이는 배낭을 맨 한 분이 내려서 어디서 출발을 하려 하냐 물어 보니 화엄사인데 친구들이 한시간 후에 도착을 하기로 해서 기다려야 한단다.

 

할 수 없이 나 혼자 택시를 타고 총알같이 달려서 화엄사에 도착을 하니 2시 40분이다.

택시비는 12,000원...

 

화엄사입구에서 우측으로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난 길로 개울을 따라 진행을 하며 산행이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밤에 나 홀로 시작하는 산행은 늘 그렇듯이 처음에는 좀 무거운 느낌이 든다. 
 

깊은 어둠속에 자신을 내 던지는 듯한 약간의 불안감과 함께...

 

성삼재에서 시작을 할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좌측의 개울의 물소리가 아주 요란하다. 얼마전에 비가 좀 왔는지 여름계곡의 시원한 물소리이다. 
 

산행 시작길이 자연탐방로이기에 길은 아주 분명하게 잘 정돈이 되어 있고 좌우로 내가 참 좋아하는 대나무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몇 군데의 쉼터를 지나서 재대로 된 산길로 접어 든다.

하지만 계속 완만한 오름길이고 등로는 아주 널찍하여 전혀 진행에 어려움이 없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밤하늘에 서울에서 잘 보지 못하는 별들이 총총 떠 있어 기분이 좋다. 
 

처음에는 계속 계곡을 따라 널찍한 길을 따라 가다가 오름길이 시작되면서 좀 멀어지더니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서니 중재에 도착을 하며 다시 계곡이 옆에서 시원한 물소리를 뽐낸다. 
 

지리산은 너덜길이 생각보단 많은 것 같다.

특히 화엄사에서 노도단 오름길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서 한걸음 한걸음 디디는데 조심 조심을 한다. 
 

가끔 무슨 소리가 나면 좀 섬찟한 느낌도 들긴 하지만 동물들의 소리는 아닌 듯 싶다.

산죽 사이로 들려 오는 바람 소리가 반갑기도 하지만 좀 신경이 쓰이기도 하는 구나. 
 

야간산행의 묘미이자 부담감인 것이다.

 

늘 어두운 이 공간에 머물때는 내가 왜 이시간에 여기에 있는가 후회도 되지만 지나고 나면 또 그 곳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보고 겸연쩍게 웃게 된다. 
 

이젠 완만하던 길이 가파른 오르막으로 꾸준히 이어지면서 상당히 몸에 부담을 준다. 28년전에 힘들었던 추억이 생각도 나고 이해도 되기 시작하는 구나.

 

스피드를 전혀 내지 않고 그냥 꾸준히 오르기만 하는데도 초반에 이렇게 힘을 빼면 오늘 종주가 무리가 올까봐 걱정이 된다. 
 

드디어 종석대 부근의 성삼재에서 노고단 가는 도로에 올라서니 멀리 아래로 구례의 야경이 눈에 시원하게 들어오고 하늘을 올려다 보면 그사이 구름이 잔뜩 끼어서 아까 보이던 별들이 다 사라져 버렸다. 
 

바람도 차가워 발걸음이 빨라진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을 하니 시간은 5시 22분이고 화엄사에서 2시간 40분이 걸린 셈이다. 
 

언제나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화장실의 밝은 불빛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늘 뜨끈뜨끈한 난로가 켜져 있어서 몸이 얼어 있는 산객의 몸을 녹여 주니 고맙기만 하다. 
 

노고단 화장실은 최상급이 시설을 갖추고 있어 이곳에 들어 올 때면 언제나 행복감을 느낀다. 
 

취사장에 들어 가니 벌써 십여명이 산객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계시고 라면냄새가 코를 진동하여 시장기가 나도 돈다. 
 

아까 구례구역에서 만난 청년이 벌써 친구들과 와 있기에 아는 척을 했더니 성삼재에 택시를 타고 올라와서 이미 온 것 이었다. 
 

나도 버너에 불을 켜고 라면을 끓여서 싸 가지고 온 도시락과 함께 이른 조반을 먹으니 꿀맛이다. 
 

6시쯤 취사장을 떠나서 먼길을 다시 시작한다. 
 

노고단에 올라서 랜턴에 의지해서 익숙한 등로를 걸어서 꾸준히 진행을 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맘이 급해서 초반의 오르막에 너무 스피드를 내면 후반에 관절의 인대에통증이 오곤 했기에 아까 화엄사에서 올라올 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초반에는 스피드를 내지 않고 꾸준히 걷기만 한다. 
 

어두운 길을 걷다가 부상을 입으면 끝이니 말이다. 
 

노도단에서 피아골3거리, 임걸령을 지나 임걸령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노루목을 향해 진행을 하는데 어둠이 서서히 가시고 있어 랜턴 없이도 진행이 가능해 진다.

 

노루목에 도착을 하니 동이 트려고 하는데 온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서 일출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멀리 주변의 운해에 쌓여 있는 산들을 마냥 감상만 하고 바로 삼도봉으로 내림길을 진행하여 오십여 미터 갔는데 뜻밖에 붉은 해가 올라오길래 다시 되돌아 노루목에 가서 장엄한 일출을 맞는다... 
 

삼대에 덕을 쌓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리산에 와서 천왕봉에서도 보았고 한번 말고는 일출을 늘 보는 행운이 찾아 들어 황송하기 그지 없다. 
 

멋진 일출을 보여 주더니 바로 구름속으로 사라져 버려서 잔잔한 감동을 안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서 삼도봉을 향한다. 
 

삼도봉에 올라서서 불무장능쪽의 멋진 능선에 취해보고 뒤에 우뚝 서 있는 반야봉의 위엄도 만끽하고 멀리 가야할 토끼봉 뒤로 보이는 천왕봉도 좀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도 전하고...

 

유명한 긴 내리막 계단을 한 없이 내려가서 화개재에 이르러 지리산 골짜기의 아름다운 모습에 잠시 취하고 다시 긴 토끼봉 오름길을 진행을 한다. 
 

화개재에서 200미터 이상 고도를 높여야 하기에 토끼봉 오름길이 힘이 들지만 토끼봉에 올라서면 널찍한 헬기장과 탁트인 전망, 철쭉 나무 군락이 인상적이어서 보상을 해 주기에 충분하다.  

 

천왕봉을 향해서 계속 꾸준히 걸으면서 간간히 산객들을 만나 인사하는 것도 산행 중에 즐거움이고 활력소이다. 
 

멀리 천왕봉쪽과 노도단쪽이 서서히 구름이 끼면서 깨끗하게 보이던 시야가 점점 흐릿해 지더니 연하천에 도착할 무렵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오늘 날씨가 눈이 구름 조금만 끼는 맑은 날씨라고 예보를 보고 왔는데 왠 눈이 내리니 반갑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눈을 참 좋아하니 반가운 맘이 앞선다. 
 

혹시 몰라서 아이젠도 가져왔으니 엄청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고... 
 

가랑비같은 눈발을 맞으면서 연하천을 지나서 벽소령을 향해 가는데 꾸준히 눈발이 날리고 지리산의 능선들이 희미하여 잘 가늠이 안 되지만 등로는 점점 흰색으로 변해하고 산죽위에는 눈이 점점 쌓여 가니 내 눈이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조금씩 미끄러워 지는 등로를 기분 좋게 걸어서 형제봉도 지나고 벽소령 가까이 있는 너덜길도 지나서 벽소령에 도착을 하니 빨간 우체통이 인상적이다.

작년엔 없었는데...

 

산행기를 통해 알고 있던 우체통을 직접 보니 벽소령대피소와 함께 이국적인 아름다움의 느낌이 전달이 된다. 
 

먼저와서 쉬던 아가씨들 세명이 먼저 떠나고 아무도 없는 벽소령에서 지도를 보고 전화를 하고 잠시 머물렀다가 세석으로 향하는데 한참을 가서야 아가씨들을 따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잘 가는 아가씨들이구나. 
 

오늘 산행에서 젊은 여자 셋이서 온 팀을 세팀이나 보았고 혼자 하는 분들도 서너분 볼 정도로 젊은 여성들의 산행이 많아져서 보기에 아주 좋은 것 같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는데... 
 

벽소령에서 선비샘까지는 무난하게 걷지만 그 이후가 사실 꽤 힘든 코스라 늘 경험해서 알기에 역시 체력에 부담이 많이 느껴진다.

 

28년전에도 정말 힘들게 진행을 했던 이 코스였기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의 힘든 구간이다. 
 

화엄사에서 시작을 하니 예전에 성삼재에서 시작할 때와는 확실히 다르게 부담이 됨을 느낀다. 
 

작년에는 연하천-벽소령이 1시간, 벽소령-세석이 2시간이 걸렸었는데 오늘은 각각 30분이 더 걸리는 것을 보니 훨씬 힘이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세석에 가까워질수록 믿믿하고 웅장하기만 하던 지리산의 모습은 자태를 뽐내듯 눈이 자꾸만 머물러지는 비경이 연속이 되어 힘은 들지만 눈은 더욱 더 즐거워진다. 
 

게다가 오늘은 눈까지 쌓여서 흰옷으로 갈아 입은 그 자태가 한결 더 매혹적이기만 하다.

 

세석가까이 있는 힘든 계단 구간을 지나면서 사방을 둘러 보니 눈구름으로 시야가 가려졌던 조망이 아주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더니 멀리 덕유산이 아주 잘 보여 자꾸만 눈이 가고 사방으로 펼쳐지는 산들의 파노라마처럼 전개가 되어 탄성이 절로 나오기만 한다. 
 

조망이 트여 눈이 즐거우니 또 다리에 힘이 솟아난다. 
 

오늘은 총총한 별을 보고 시작했다가 잔뜩 낀 구름이더니 운 좋게 일출까지 보여 주고 생각지 않게 눈이 내려서 하얀 색깔로 변하더니 이제 다시 말끔하게 시야가 맑아지는 변화무쌍한 지리의 모습을 또 경험하는 산행이구나. 
 

어려운 벽소령-세석구간을 마무리 하여 세석이 내려다 보이고 촛대봉이 눈앞에 시원하게 전개가 되는 능선에 올라서니 삼신능선이 아래로 길게 뻗다가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모습에 압도가 된다.

 

정말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세석평전을 보니 옛감회가 새로워진다. 
 

28년전에 힘들게 이곳에 밤 9시에 도착해서 저 평전에서 저녁을 지어 먹고 텐트도 치고 잠을 잤었기에 훼손이 되었었지만 이제 긴 시간 동안 복원노력의 결과로 저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으니 다행이고 자연보존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세삼 이곳에 올때 마다 느끼곤 하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세석까지 오는데 예상 시간 보다 1시간이 지체가 되었다.

 

사실 오늘 천왕봉에 매우 어렵겠지만 오후 2시 이전에 도착을 만약 하게 되면 대원사 유평리코스로 하산을 생각도 했었지만 화엄사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세석까지 오는데 체력소모도 많았고 시간도 벌써 13시 26분이라서 무리가 따른다 판단이 되어서 백무동이나 중산리로 하산을 결심을 하게 된다.

 

세석대피소를 들르지 않고 그냥 천천히 촛대봉을 향해 올라가는데 완만한 오름길인데도 무척 힘이 들기 시작해서 다리가 엄청 무겁기 그지 없다. 
 

촛대봉에 올라서니 앞서 가던 수원에서 온 대학생 두명이 쉬고 있기에 서로 인사를 나누었는데 자기들은 뱀사골에서 어제 잠을 자고 오늘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 장터목까지 가서 잠을 자고 내일 중산리로 하산을 하려 하는데 아저씨는 어디서 오셔서 어디까지 가세요 하고 묻는구나. 
 

오늘 새벽에 화엄사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고 천왕봉을 들려서 백무동이나 중산리로 하산을 한다 하니 오늘 하산이 가능하고 중산리에 버스도 있나요 하고 물어서 충분히 가능하고 버스도 있다고 하니 자기들도 그럼 아저씨 따라서 하산을 하고 싶다고 하는 구나. 
 

백무동으로 하산을 할까 하고 내려 왔는데 대학생들이 함께 가고 싶다 해서 중산리로 그냥 하산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백무동은 천왕봉에서 다시 장터목으로 빽을 해서 내려 가야 하고 거리도 좀 더 길고 오늘 체력 소모도 많았으니 나도 그냥 중산리로 하산을 하자 생각이 들었기에... 
 

이 후론 두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어서 덜 외로왔고 아시다시피 세석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구간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정말 황홀한 구간이어서 피곤한 산객에게 큰 위로가 되는 구간이다.

 

길게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는 즐거움... 날씨가 맑아서 노고단과 반야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멀리 덕유산을 비롯한 사방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산산... 게다가 남해바다와 그 위에 떠 있는 섬들까지 보이는 행운... 계속 펼쳐지는 암봉과 고사목들... 
 

정말 행복한 구간이고 지리산 종주의 백미인 구간이라 말 할 수 밖에 없는 비경의 연속이다. 
 

경치는 너무 멋지지만 다리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연하봉을 지나서 장터목을 지나는데 벌써 시간이 14:49분이라서 혹시 야간산행금지(일몰 2시간 전부터 일출 2시간 전까지)라고 직윈이 제지라고 할까봐서 그냥 말 없이 조용히 통과를 해서 제석봉을 향하는 오름길을 아주 천천히 올라선다. 
 

체력이 떨어져서 아주 천천히 제석봉에 올라서니 고사목들이 반갑게 또 나를 반기고 천왕봉은 이제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져 있다. 
 

제석봉에서 내려와 다시 통천문을 지나서 천왕봉에 이르는 구간은 눈도 꽤 쌓여 있고 해서 등로도 미끄럽고 다리는 점점 더 무거워져서 정말 천천히 진행을 해서 장터목에서 천왕봉에 1시간이 넘게 걸려서 도착을 했다. 
 

도착시간은 15시 53분... 
 

아무도 없는 천왕봉을 우리 셋이 차지를 하고 사방의 펼쳐진 조망을 만끽한다. 
 

정말 아름다운 지리산이다... 
 

그래서 이곳에 자꾸 오나 보다. 
 

비록 설악산같이 매혹적이진 않지만 은근한 이 산의 분위기에 매료 되어 이곳에 또 오르고 오르나 보다... 
 

중봉과 써리봉쪽을 보니 대원사 유평리로 향하고 싶은 유혹이 일긴 하지만 동행하는 대학생들도 있고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든 상태에서 두세시간 정도의 야간산행에 대한 부담도 너무 많아 오늘은 중산리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고 대원사로 못 가는 자신을 스스로 위로도 해 본다.

 

날도 추워지고 바람도 점점 세차게 불어와 오래 머물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이젠 하산을 서두른다.

 

엄청 가파른 천왕샘까지의 하산길을 조심 조심 내려와 그 이후로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중산리 하산길이 피곤한 산객에게 부담을 주지만 내리막인데다가 양손에 잡혀 있는 든든한 스틱 덕분에 아무 어려움은 없다. 
 

법계사를 지나고 로타리대피소를 통과를 해서 헬기장에서 천왕봉을 한번 되돌아 보고 아쉬움의 인사를 나누고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 하산길을 내려 오는데 촛대봉에서 여기까지 동행하는 동안 아주 잘 걸었었는데 두 대학생 중 약간 체중이 나가는 청년이 이제 꽤 힘들어 하는 구나. 
 

그래서 틈틈이 쉬면서 내려 오며 가파른 내림길을 끝내고 출렁 철다리를 지나서 칼바위, 완만한 내림길, 너덜길을 꽤 지루하게 진행을 하여 중산리 야영장에 도착을 하여 아스팔트길을 만나게 되며 무사히 하산을 끝낸다.

 

작년에는 이곳에 매표소가 있었는데 아스팔트길을 타고 좀 내려와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이곳에 중산리 매표소가 옮겨 와 있구나.

 

도착 시간을 보니 18시 07분... 15시간 47분의 긴 산행이 끝나는 순간이어서 무사히 내려온 것에 안도의 한숨도 쉬고 긴 산행을 끝냄에 대해 희열과 보람도 느끼게 되고... 
 

매표소 주차장에서 버스정거장이 있는 중산리까지도 이십여분 걸어 가야 하는데 하늘엔 달이 떠 있어 이미 껌껌해진 길을 비추어 주고 있구나. 
 

트럭 한대가 오길래 손을 들어 보니 세워주어서 짐칸에 셋이 올라타고 중산리 마을까지 오는데 차가운 바람을 그냥 맞으면서 타고 오는데 엄청 추웠지만 그래도 얼마나 고마웠던지...

 

중산리에 도착하니 6시 15분인데 6시 버스가 이미 떠났고 7시 10분에 버스가 있어서 식당에 들어가 함께 했던 대학생들 저녁도 사 줄겸 버스 시간도 기다릴겸 함께 주린 배를 채우는데 방이 따뜻해서 들어 눞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느라 힘이 들고... 
 

7시 10분 버스를 타고 진주에 도착하니 8시 20분인데...

 

함께 한 대학생들은 진주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하고 아쉽게 헤어져 떠나고 난 버스시간을 알아 보니 8시에 서울가는 막차가 떠나고 10시 30분 심야우등이 있다고 하니 두시간을 보내야 해서...

 

사우나를 갈까 망설이다가 터미널 앞에 있는 PC방에 난생 처음으로 들어가서 한국의 산하에 들어가 댓글에 대한 답글도 올리고 댓글도 좀 올리고 하다 보니 두시간이 금방 지나가네...? 
 

10시 30분 발 진주발 서울행 심야우등을 타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서울 남부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1시 52분... 
 

긴 외출을 이렇게 마무리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아늑한 쉼터로 돌아 와서 긴 하루를 정리하면서 지리산에 갈 다음을 또 고대하게 된다... 
 

(후기)

지리산은 흔히 들 어머니 같은 산이라고 하듯이 편안한 어머니의 품으로 안겨 들어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한 없이 편안했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리산 종주를 좋아해서 일년에 한두번은 꼭 하여 왔는데 작년 연말에 집사람과 친구랑 셋이서 1박 2일 종주를 하고 나서 딱 1년만에 올해를 넘기기 전에 간신히 다녀 왔기에 그 감회가 더욱 컷다 생각이 듭니다. 
 

개인마다 산행 스타일이 차이가 있어 어쩌면 좀 당일 종주가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와 가치가 있기에 가능한 분들께는 늘 권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화엄사-천왕봉-중산리 코스는 거리가 길고 체력 소모가 많아서 당일로는 많은 무리가 따르리라 예상이 됩니다만 저는 대학생때 처음 지리산을 만났던 추억을 맛 보고 그때를 회상하며 그길을 걷도 싶은 욕망 덕분에 좀 힘들었지만 화엄사에서 시작해서 중산리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생각이 됩니다. 
 

오늘 하지 못한 천왕봉-대원사 구간을 다음에 도전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될지 안될지 잘 모르지만 해가 긴 여름에 오늘처럼 새벽 일찍 유평리에서 시작을 해서 천왕봉-노고단-화엄사 이렇게 나중에 해 볼까 하는 꿈을 꾸어 봅니다.

 

어머니 같은 지리산이 늘 그곳에 있음에 행복해 하면서 긴 산행기를 맺습니다... 
 

감사합니다... 산모퉁이.

 

(산행시간)

02:20 구례구역 도착

02:40 화엄사

04:04 중재

04:58 눈썹바위

05:22 노고단대피소 (40분간 아침식사)

06:13 노고단

06:56 피아골3거리

07:03 임걸령

07:23 노루목(일출 구경)

07:53 삼도봉

08:09 화개재(1315M)

08:36 토끼봉(1533M)

09:32 연하천대피소(1440M)

10:51 벽소령대피소

11:48 선비샘

12:33 칠선봉(1558M)

13:26 세석산장

13:41 촛대봉

14:35 연하봉

14:49 장터목대피소

15:03 제석봉

15:30 통천문

15:53 천왕봉 정상(1905M)

16:48 법계사

18:07 중산리 매표소

 

아래 사진들은 제 블로그에 가셔야 보실 수 있습니다.

방문하셔서 감상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http://blog.daum.net/syuanatomy/4320427

http://blog.daum.net/syuanatomy/4320428

 


(사진들)


110E53024BC2A62A33D6CA

(화엄사를 좌측으로 하고 개울을 따라 어둠속을 걸어 가는데 대나무가 양옆에서 나를 반기고...)

 

150E53024BC2A62B36A394

(중재)

 

140E53024BC2A62B354CA5

(노고단 화장실)

 

130E53024BC2A62B3446E0

(반야봉 갈림길이 있는 노루목... 이곳에서 행운의 일출을)

 

170E53024BC2A62C37497F

(피아골과 그 뒤의 운해와 산산산)

 

110E53024BC2A62E3CB81F

(삼도봉.. 전남.북과 경남의 경계)

 

200E53024BC2A62D3969E7

(화개재와 그 뒤로 토끼봉)

 

180E53024BC2A62C380843

(화개재에서 내려 다 본 불무장능쪽 능선과 주변산의 아름다움)

 

180E53024BC2A62D3A6EDB

(토끼봉과 헬기장)

 

190E53024BC2A62D3B03F8

(가야할 천왕봉을 조망하며)

 

150E53024BC2A62F3FF33F

(연하천 대피소...눈발이 날리고)

 

130E53024BC2A62E3E3799

(벽소령을 향해 가는데 눈구름때문에 시야가 흐릿해 지고...)

 

140E53024BC2A62F40B583

 

150E53024BC2A63042A212

(앞에 있는 형제봉과 그 뒤로 능선너머 벽소령대피소가 보이고)

 

 

140E53024BC2A6304112B7

(빨간 우체통의 벽소령 대피소)

 

120E53024BC2A62E3DD523

(산죽위에 쌓인 눈...)

 

190E53024BC2A631454E64

(멋진 암봉)

 

180E53024BC2A63144B673

(세석을 향해 가는데 흐리던 시야가 걷히더니 멀리 덕유산이 선명하게 들어오고...)

 

200E53024BC2A631469BC2

(세석 전에 통과를 해야 하는 긴 철계단이 힘들게 하지만 조망이 매우 좋아 눈이 즐겁고...)

 

160E53024BC2A63043FAE8

(지리산의 깊디 깊은 계곡)

 

12516F014BC2A6769DC4FA

(회복되어 가는 아름다운 세석평전과 멋진 세석대피소... 그 뒤로 촛대봉)

 

15516F014BC2A6779FB5D1

(촛대봉)

 

11516F014BC2A677A0B17C

(촛대봉에서 내려다 본 세석대피소와 멀리 좌측의 노고단에서 반야봉을 거쳐 이곳에 이르는 능선길을 조망하고)

 

13516F014BC2A678A12241

(촛대봉에서 바라 본 가야할 천왕봉)

 

14516F014BC2A6779E0423

(천왕봉이 많이 가까워지고... 좌로부터 제석봉, 연하봉, 천왕봉)

 

17516F014BC2A679A47F0A

(주변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암릉들)

 

15516F014BC2A678A3F46E

(온길을 되돌아 보니 역시 아름답고... 멀리 우측에 반야봉)

 

14516F014BC2A678A206B2

(연하봉의 멋진 암릉)

 

18516F014BC2A67AA7B378

(장터목 대피소)

 

20516F014BC2A67BA84052

(제석봉의 고사목들)

 

18516F014BC2A679A56270

(고사목 뒤로 노고단과 반야봉... 그 이후로 걸어온 먼 능선길을 되돌아 보고)

 

17516F014BC2A67AA60AD5

(통천문)

 

 

11516F014BC2A67BA9F110

(천왕봉 오름길에서 힘이 들어 쉬다가  멀리 노고단에서 부터 걸어 온 긴 능선길을 되돌아 조망해 보며...)

 

16516F014BC2A67EB0745F

(멀리 남해의 섬들도 보이고...)

 

19516F014BC2A67BAA6310

(천왕봉에서 되돌아 본 길고 긴 종주길...)

 

16516F014BC2A67DAF2DB7

(드디어 천왕봉... 생각보단 덜 망가졌네요...사 실은 머리를 좀 빗었지요...^^)

 

15516F014BC2A67DAE4FDF

(중봉쪽 멋진 능선길...)

 

11516F014BC2A67CAB1D61

(하산할 중산리쪽 능선과 계곡)

 

 

 

 

12516F014BC2A67CAC2EC2

(로타리대피소를 지나서 천왕봉을 되돌아 올려다 보며... 법계사도 잘 보이고)

 

14516F014BC2A67DAD6D70

(하산길에 능선을 올려다 보니 석양도 아름답고...)

 

감사합니다... 산모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