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마음의 산(山)

 

2005 을유년(乙酉年) 한 해가 또 저물어 가는 시점.

아직도 산에서 보낸 지난 시간들이 타고 남은 불씨처럼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오를  같은 뜨거운 열정이 가슴속에 남아 있기에  동안 써왔던 기록들과 생각을 뒤적이면서 산과 함께 지내온 시간들을  뇌여 본다.

 

년초  소백산 칼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울면서 걸었던 아내의 눈물, 비닐 포데기로 눈썰매 지치며 내려온 태백산 눈산행지리10경을 꿈꾸며 겨울 그리고 봄여름가을 철철이 다녀온 지리산, 경사 바위길에 미끌어져 () 빠진 두아이 보고 혼비백산 한 가지산 학심이골, 추석날 13일로 넘은 설악산 공룡능선 철부지 가족산행, 혼자 고독을 씹으며 걸었던 대야산 민주지산 종주산행, 출장길에 틈을  기어이 다녀온 후지산등등

 

 한해는 여러 산에 많은 발자국과 추억을 남겼지만  초에 가족과 함께 계획했던 국립공원 모두 답습이라는 목표를 달성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제든   있는 것이 산이고 산은 항상  자리에 머물러 있기에 아이들과의 약속은 계속 지켜나  것이다.

 

누구나 산에 가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건강을 생각해서  일이 없어서 심심해서 가자고 하니까 놀기 삼아서... 누가 그러하다기 보다는 필자 그러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고 인내와 고통의 열매가 달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있었다. 마음의 문이 열리는  골치 아픈 상념들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정신세계가 만들어지는 것도 느꼈다. 없던 감성이 생겨난  일까? 먹은 나이로 인해 삶의 단수가 높아진 것일까?

 

이틀이 멀다하고 술과 친하게 지내던 내가 우연한 기회에 산을 알게 되었고 이산   다니면서 정보에 목말라 있을때 한국의 산하를 알게 되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와 정보의 섭렵은  지식이 되었고  지식을 밑천 삼아 떠나는 산행길은 새로운 도전과 창조의 삶이 되었다.

 

비록 허접한 초보산꾼이지만 정보를 바탕으로  계획과 실행은 어디를 가든지 족들의 산행 가이드 역할을 충분히 소화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산행에서 겪는 고통과 희열은 내공을 쌓기에 충분한 연마의 장이 되었다.

 

이러한 산행을 되풀이 하면서 선답자들에게  빛을 갚고  다른 후답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산행기를 쓰다보니 글을 통해 잊고 살았던 자신과 만나게 되고, 같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도 만날  있었다.  기록이란 것이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해 가듯이 산행과 더불어 쓰는 산행기는 나의 자서전이 되었다.

 

사시사철 시시각각 형형색색의 변화무쌍한 경치와 풍광에 압도되어 자연의 신비로움에 눈을 뜨게 되었고 산은 역시 들어  보아야  깊은 맛을 안다고 자연이 빚어낸 경치는  어떤 천하 절색의 미인보다도  가슴을 뛰게 했다.

 

이쯤 되니 산중의  열매를 따기 위해서 육신의 고달픔 쯤은 자연스레 감내해야 되는 입장료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게 되었고 새벽이슬 맞아가며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이산    따라 바람 따라 떠도는 나그네 산꾼 흉내를 내면서 열심히 다니다 보니 주위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있는 지경이 되었다.

 

미친놈! 요즈음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산에 간다는 것이 주말에만 갈수 있는 것이고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산행이기에 시간이 허락하는   어떤 환경과 어려움도 뜨거운 열정 앞에서는 장애가 되지는 못했다. "콩 심은데  나고  심은데  난다" 지극히 평범한 말처럼 산이 씨앗이 되고 마음이 밭이 되어서 드디어 나도 산꾼이  것일까?

 

세상 살면서 이일  일에 여러  미쳐 보았지만 미친다는 것은 내가 나를 버리고 사는 것이다. 미친다는 것은 강렬한 열정과 욕망의 산물이다. 미친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과 성취의 근원이다. 미친다는 것은 생활이 아니라 진정한 삶이기에 미칠  있는 산이 있어 좋고 미친놈이라 말해주는 친구가 있어 더욱 좋다.

 

숨가쁘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사에서 벗어날  있는 . 산은  동경의 대상이다. 비록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산행이지만 마음의 고향은 나를 살찌우고 있었다. 다른 안식처이자 휴식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활은 활력을 찾게 되고  많은 일을   있게 했다.

 

일상에서의 피로와 고달픔을 달래고자 어머니 품속 같이 안온한 산을 찾지만 때로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다가  때도 있다. 나약함과 게으름을 허락하지 않기에 의지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다. 오로지 땀과 노력, 인내와 끈기로 자신과 맞서야 하고 산을 오른다는 것은 나에 대한 도전이고 내가 넘어야  목표이다. 산에 갔다 오면 가슴에 훈장이 하나씩 붙는다. 그것은 땀과 열정으로 일궈낸  하나의 도전과 성취의 값진 추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와 설레임으로 떠나는 산행길. 부담스럽고 멀게만 느껴지던 오르막길. 땀과 열정, 인내와 끈기로 힘겹게 밟는 정상. 하지만 정상에서의 기쁨과 환희도 잠시 숨가쁘게 지내온 시간을 뒤로하고 아쉬움으로 다시 내려서는 짧은 시간의 하산길. 우리네 인생살이를 돌이켜보면 산행길과 흡사한것 같다. 탐욕과 욕망으로 얼룩져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인생살이  끝이 어디인지....

 

살면서 내가 만들어 놓은 삶의 공간이 편하고 안락함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나를 읅어메는 올가미가 되기도 하다. 하나를 얻으면 그것에 구속이 된다. 공들여 얻은 . 그것은 소중하고 귀한 것이지만 나를 구속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이루어 놓은 것들을 지키고 가꾸어야  책임과 의무도 있지만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말처럼 나이가 들어 인생 늘그막이 될수록 과감히 정리하고 버릴 줄도 알아야  것이다.

 

버린다는 . 때로는 욕심과 욕망의 일부분을 과감히 버릴  아는 현명함이 있어야  편안한 삶을 영위할  있듯이 산에서도 때로는 과감히 버릴  아는 현명함이 있어야  멀리  빨리  높이  수가 있을 것이다.

 

산에서는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얽메일 것도 없다. 그저 순수한 자연의 공간 속에서 편안하게 걸으면서 생각하고 내가 가진 것들을 정리하고 성찰하는 연마의 장소이다산길을 걸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중에서 가장 고귀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산은 변하지 않고 순수함 그대로  같은 자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울 때도 더울 때도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번개가 치나 천둥이 울어도 뚝심 있게 변함없이 억겁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불국사에서 석굴암을 오르다 보면 눈에 띄는 팻말이 있다.

"역사는 자연에 묻히고 자연은 역사를 이어가니  길을 걸으면서 꿈을 키우자." 

변해야만 되는 (문명) 변하지 않는 ().  중에서 변하지 말아야 하는 (인간) 생각해 본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순수하고 깨끗했던 심성이 세상을 살면서 욕심과 욕망으로 얼룩져  성질이 변해가기 십상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진 것이 많아지고 짐이 무거워지면서 산처럼 변함없이 일관성 있는 삶을 살아가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일상의 생활들은 하루가 다르게 얽히고 설켜서 빠르게 변해간다. 사람도 변해가고 마음도 변해가고 모든 것이 변해간다. 세상일이란 변해가기 마련이지만  속에서 내가  말과 행동, 약속을 일관성 있게 지키기란 더욱 어렵고 힘들다. 때론 희생과 도전을 강요하기도하고 아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극복해야 되는 과제이고 사명이다. 산이 좋은 이유는 어떤 시련과 고통의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 뚝심 있게 모든 것을 수용하면서 처음과 같이 초심을 버리지 않는다는 . 그것이 산이고 산을 걸으면서 그것을 배운다.

 

산다는 것의 삼분의 일은 수면시간이고  삼분의 일은 일하는 시간이다. 나머지 삼분의  중에서 얻는 자투리  시간.  시간이 내가 사는 시간이다. 내가 산다는 것은  가슴이 뛴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산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일주일 내내 소진된 몸뚱아리 이지만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아 부을 곳은 어디인가?

 

2005  해를 마감하면서....

 

한국의 산하 가족여러분!

산과 그안에서 함께 지내왔던 여러분들이 있으시뫼 올 한해도 무척 즐겁고 풍성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밝아오는 희망찬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가족 여러분들의 뜻하신 바 모든 일들이 성취되시기를 바라며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길 계속 이어가시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의 산하 가족여러분 화이팅구!!!!

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