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 볼 일이 있는 친구와 동행하였다가

귀로에 덕산재를 경유하자고 부탁하여 어스름이 내리는 산마루에 내린다

얼마 남지않은 백두대간에의 꿈을 이루기 위한..

 

남해고속도로를 경유하여 대진고속도로를 운행할 때

폭우가 내리고 있었으나 함양부근에서부터 잔비만 오락가락 할 뿐

비는 내리지 않으나 하늘은 잔뜩 찌푸려있다

 

얼마간의 준비를 해온 배낭을 메는 나를보며 친구는 못내 걱정스러움을

숨기지 않는다. 어쩌면 얼마남지 않아서 며칠이면 그 끝이 보일 듯도 하건만

그래서 더욱 -어디로 가는 산이 아닌데- 마음이 바쁜가 보다

 

몇번이나 오르내렸던 눈에 익은 길을 따라 백두대간을 간다

부항령,삼도봉,우두령까지 예정을 하고 딴에는 제법 용감하게..

이름있는 봉우리는 아니어도 오름길은 금새 땀이 흐르게 하고 사위는 벌써

어두움에 묻히려 한다.

 

랜턴을 이마에 붙이고 손에는 자그마한 전등을 들고

행여 나타날지도 모르는 맷돼지를 경계하며.. 벌써 날등에 올라섰는지

왼편으로는 무주의 불빛이 오른편으로는 대덕,지례의 불빛이 우리사는 세상이

여기라고 알려주고 있다.

 

내리다 말다를 거듭하는 비가 안개로 바뀌면서

칠흙 같은 어두움이 미끄러움과 함께 걷기에 어려움을 더하고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은 부항령 터널앞 등불이 보이는 곳까지 왔는데 후다닥! 맷돼지 한마리가

불청객을 보고 놀라서 달아난다. 미안스럽고 또 고맙고 ㅎㅎㅎ

 

팔각정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예정하였고 그 자리는 바로 저 아래에 보인다

그런데 안부에서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아니 보이지를 않는다 제멋대로 자라난

풀들이 키가 나보다도 크고 억세어 물세례를 받으며 그 아래로 길을 찾아내야 하니..

 

이십여분을 씨름한 끝에 쓸쓸한 부항령에 내려선다

멋진 정자에서 하룻밤을 준비하며 또 조금 더 걸어왔음에 마음가득한 행복을 느끼며

이제는 많이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바람소리를 들으며 내일을 걱정하며 잠이든다..

 

밤새 비가 꽤 내렸는지 정자바닥은 빗물로 흥건하고

지금도 내리고있는 비를 원망(?)하며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하다가

그래도 아침을 준비한다. 밥을 끓이고 비에젖은 침낭을 주섬거려 챙기고 어쩌면

몇시간이면 날이 들것같다고 생각하며 어제밤 내려왔던 산길(?)을 따라 대간길로 들어선다

 

나뭇잎들이 털어내는 빗물이 벌써 신발로 들어오는 감이든다

오늘의 대간길이 쉬울 리 없다는 걱정을 털어내며 오름길을 간다 몹시도 미끄러워 자칫

땅을 사는일이 생기고^^ 한시간만에 헬기장에 오른다. 많은 산님들의 표시기속에 1500산 김정길님의 표시기도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해보지만 연결이 않되고..

불대장한테 현재위치등을 연락하고 조심산행 하시라는 격려를 뒤로하고 걷는다.

 

두시간만에 생태복구공사를 위한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은곳에서 사진한장을 남기고

임도처럼 잘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삼도봉을 향한다. 거의 온듯 한데 자욱한 안개는

조망을 어렵게하고

 

세시간 반만에 삼도봉 500미터 표시앞에 선다

이제 잠시후면 그토록이나 이 구간을 이어가고자 했던 황소걸음의 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올것이라며 나무계단 돌계단을 오른다

 

과연!

삼도의 화합을 상징하는 세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떠받히고 있다

나에게는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이도 나이지만 걸음이 턱도없이 느려서

그래가지고도 대간을 해야겠느냐?라는 핀잔을 듣는 나 이니까..

 

언제 다시 이곳에 와서 거침없이 뻗어나간 우리의 산줄기를 볼 수 있을까..

아쉬움을 뒤로 삼마골재를 향한다 끝없어 보이는 나무계단은 다시금 올라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계단중간에서 점심상을 차린다 라면한개 김치가 전부인 점심이지만 맛있다^^

점심을 먹는동안 안개가 물러가나 보다 북쪽으로 가야할 능선이 보인다

 

한참을 더 내려온 삼마골재

억새가 피어나는 그 뒤로 우리의 산하는 멋들어진 모습을 드러낸다

아득한 산바라기가 참으로 보기 좋았던 그러나 밀목재,화주봉,우두령까지의 길이 멀어

얼른 걸음을 옮긴다

 

키큰 나무들이 없는곳에는 예외없이 제멋대로 자라난 풀과 작은 나무들이 불청객을

괴롭힌다 그 길을 뚫고 걷는다 호통치며 달려드는 벌들과 작은 벌레들 그리고 거미줄..

이제는 조금 더워져서 파카를 벗어 매달고 이름없는 암봉을 넘는다

산하는 산줄기는 내앞으로 펼쳐져 있고

모처럼 푸르른 하늘을 보며 화주봉 오름길을 간다 세시경이면 당도할 것 같던

아무런 표식도 없어 그냥 쓸쓸하기만 한 화주봉에는 오십분이나 늦어서 도착하였고

동북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우두령의 철탑이 세상으로 돌아가는 이정목인양 황악산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나보다..

 

능선을 조금 더 걸어야 내림길이 시작된다

지난 여름 물이 떨어진 고객을 위하여 밤중에 물을 짊어지고 올라왔었던 그 자리에서

몹시도 힘들었던 그 때를 생각해보며 음메~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는 내림길을 걷는다 헬기장에 앉아 잠시의 쉼을 하며 불대장과 통화를 한다 잘 하셨습니다 고마운 사람.

 

동물이동통로를 만들고 있는 우두령마루에는 다섯시 반이 되서야 내려섰습니다

삼도봉을 지나 내가 이곳까지 왔습니다. 이제 다섯구간이 남았네요 나 혼자 뿌듯합니다^^ 히치도 안돼고 택시도 웬일인지 여의치 않고 흥덕리에서 6시40분에 있다는 버스를

생각해 냅니다 그리고 아스팔트를 따라 내려갑니다 한구비를 돌때마다 행여 버스가 보이는지 애를 쓰면서..두번째 표석이 있는 마을입구에서 잠시 망설여 봅니다.

차가 보이는 가 하구요^^

 

드디어 버스를 만났습니다 ㅎㅎㅎ 영동가는 막차입니다 ㅎㅎ

버스기사도 나를 보며 웃습니다. 웃음으로 또 한 구간을 마칩니다

 

걸었던길 덕산재-부항령(숙)2:30 약 6키로

        부항령-우두령 9:40 약 18.5키로 흥덕리 약 4키로

장문의 글을 보아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즐거운 추석을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