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일봉(용문-중원2리-중원폭포-도일봉
-싸리산-778봉-735봉-중원산-용계골-신점리)

1. 산행 한마디 : 막내아들과 함께 둘러본 도일, 중원

2. 산행일시 : 2004. 01.10(토)

3. 날씨 : 맑음

4. 특징
ㅇ 도일봉은 주로 돌산이다.

ㅇ 중원계곡의 시원한 물을 즐길 수 있다.

ㅇ 정상에서는 마터호른 같은 백운봉으로부터 이어지는
용문산, 용문봉, 문례봉의 깨끗한 능선 라인을
감상 할 수 있다.

ㅇ 도일봉, 싸리재, 중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아기자기하다.

ㅇ 의외로 용문은 교통이 편하다.

5. 산행기
오늘도 역시 운행 목적상 도일봉이다.

전에 용문산 갈때 지도에서 용문산 동쪽으로 삐죽이
서 있는 봉우리를 보고 저기는 도대체 어딜까
궁금하던 차에 이번 운행 기회를 맞아 아주 설렌다.

이런 식의 궁금증을 주는 경기의 산으로서는
각흘산이 그렇고 봉미산이 그렇다. 어서 빨리 가보고 싶다.

도일봉은 864m로서 백운봉으로부터 시작되는 용문산
주봉들, 즉 백운봉, 함왕봉, 장군봉, 용문산, 용문봉, 문례봉등의

동쪽에 있는 산으로서 그것들 전부가 하나의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해 긴 여름날 일찍 백운봉으로부터
도일봉까지 하면 재미날 것 같다.

오늘은 아주 귀한 손님이 동행이 된다. 방학을 맞아
빈둥대는 초등 5학년 막내아들을 데려가기로 한 것이다.

아들 아이에게 산에 취미를 들이게 할려고 무진 노력했건만
그건 오직 부모의 맘만으로만 남았다.
아이들 코드는 산하고는 거리가 있는듯 했다.

그간 산을 멀리해 산의 고통(?)을 잊었는지 선뜻 따라나선다.
나중에 알게되지만 오래간만에 산에 가는 아이치곤
좀 벅찬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건 힘든 산행 아니던가..

상봉에서 07:20분발 용문행 버스를 타니 정확히
1시간 10분 걸려 용문에 내린다.

마침 용문에 장이 서는 날이다. 5일장이다.
후추열매를 갈아서 파는 아주머니, 더덕, 마등을 펼쳐놓고
파는 할머니. 아직도 시골장은 소박하고 친근하다.

아이가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데리고 나오길 잘했구나...

09:10분 중원리행 버스를 탄다. 중원리는 용문산쪽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중원리 방면은 교통이 좀 불편하다.
07:10, 09:10, 11:00, 14:10, 18:30(용문에서 중원리가는 버스시간)

중원리에서 용문 나오는 차는 위 시간대에 20분씩 더하면 된다.
그러니 오후 3시, 4시에 산에서 내려오면 2~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요번에 중원리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은 용문사 방면으로
잡는다. 용문사쪽은 버스가 1시간에 1대 꼴이다

20분 남짓 걸려 중원2리 상현마을에 도착.
등산로 입구치고는 참 조용하고 한적하다. 맘에 든다.

버스에 내려 15분을 콘크리트길로 걸어간다.
낯선 사람 출현했다고 개들이 짖어대느라 난리가 아니다.
시골에는 개도 참 많은 것 같다.

09:56 화기물 보관소등의 산 입구를 거치니 표지판이 보인다.
"도일봉 5.1km, 중원산 5.98km, 중원폭포 0.45km"

용문산 형님산의 용모를 닮아 도일봉 가는 길에는 돌이 많다.
흙보다는 돌이 더 많다.

10:02 낙석지대를 통과하는 길목의 전경이 시원하다.
이제 중원계곡에 들어선 것이다. 명성대로 물이 많다.
물 흐르는 소리도 정겹다.

10:04 중원폭포이다. 낙차 큰 폭포는 아니고 그 밑의
소가 투명하게 맑다. 경사 바위지대를 올라선다.

중원계곡의 모습은 흡사 북한산 소귀천 계곡 생각이 난다.
계곡이되 길을 포함해 넓다랗다. 넉넉한 느낌이다.

중간에 좌측으로 중원산 갈림길이 나오고

10:29 우측으로 도일봉 남릉길이 갈린다.
어차피 도일봉 지나 싸리재를 거쳐 중원산에 가야하니
우측으로 올라간다.

여기까지 길은 완만하다. 명상하며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4부 능선 정도의 경사있는 길이 표지기 펄럭이며 확연하다.

지금부터 아들놈 소재 확인 작업이 시작된다.
나는 좀 먼저 올라가고 뒤따라 아이의 모습이 안보이면
"덕현아~~~~~~~~~"
"올라가요~~~~~~~~"

시야에 들어오면 그때서야 또 길을 잡고 올라가는 것이다.

아니 근데 느닷없이 확연한 길자취가 사라진 것이다.
아니 왜 아리까리한 길에는 표지기가 없을까?

그냥 좌측 사면으로 무식하게 돌진한다.
(나중에 보니 직진하여 도일봉에서 동쪽으로 내려오는
능선을 타는것 같았다)

길없는 사면길은 경사가 가파르지 않던가..
아들 놈의 한없는 시간끌기가 시작된다.
올라가서 10~20분 기다리면 나타나는 식이다.

중간 봉우리에 올라서니 큰 봉우리가 앞을 가로 막는다.
...이거구나... 직감으로 도일봉 같았다.
우유에 빵으로 참을 먹고 또 나선다.

능선 안부로 뚝 떨어지더니 다시 경사길이다.
좀 올라가니 암봉으로 가득하다.

아이의 표정이 비로서 잘못 따라왔다는걸로 바뀐다.
아들 아이는 살집이 좀 많다. 그런저런 이유로
산에 다니길 권했으나 취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밀고 땡기고 잡아주고 하여 긴 암봉을 오른다.
근데 아이는 암봉 오름길은 힘들어 하지 않는다.
주위를 하느라 힘든건 뒷전이라 그럴것이리라.

다행스러운건 아무 생각없이 오를 정도의 바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절벽이 가로 막고있는 불가능의
바위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바위가 있어 우측을 보니 등산로가 보인다.
잔설에 찍힌 발자국도 선명하다.

이때 시간을 보니 12:55분. 무려 2시간 반을 헤메며
중원계곡 우측 분기점에서 올라온 것이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오니 정상부에 마지막 암릉이
기다리고 있다. 산불 초소같은 걸 지나고 저기 너머로
자그마한 도일봉 정상석이 보인다.

13:20 정상이다. 중원리에 버스 내려 4시간만의 일이다.
아들애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늦는다고 자꾸 핀잔을 주니..

서쪽으로 백운봉, 용문산, 문례봉 라인이 선명하다.
남서쪽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싸리재, 778봉, 735봉, 중원산이
코앞에 있다.

북동쪽으로는 낮으막한 산들이 쫘악 깔려있고
한전 철답의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헬기장으로 쓰고 있는 정상 한가운데서 김밥에 컵라면으로
점심을 한다.

마주보고 같이 먹으니 혼자 먹을때보다 느낌이 좋다.
...그래 여기선 너랑 나랑은 친구다... 친구... 악우... 그 자식...

14:03 40분 가량의 느긋한 점심을 먹고 북서쪽 싸리재로 향한다.
잔설이 굳어 미끄러워 아들애에게 아이젠을 착용시킨다.

15:01 싸리재 삼거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때라도
좌측 중원리로 하산길을 잡아야했던 것 같다.

근데 중원리로 가면 교통이 넘 불편하고
아까 간 중원계곡도 중복이고
용계골로 진행, 용문사쪽으로 꼭 가보고 싶었다.

여기 능선길도 특색있다. 좌우 측 잡목사이로
능선길만 빼꼼하다.

15:44 중원, 도일, 문례 삼거리다.
능선 안부 특유의 넓다란 편안함이다.

이 삼거리에서는 동서가 산으로 꽉 차인 느낌이다.
동으로는 도일,싸리산,778봉이
서로는 용문산, 문례봉이..

지금부터 아이하고는 전쟁이다. 밑에 떨어지기전에
어둠이 덮칠것 같아서이다. 만만치 않은 여유시간이다.

"평지는 좀 뛰어. 덕현아 알았지?"
아무리 평지리도 아이에게 뛰라는건
좀 무식한 애비의 요구같았다.

삼거리에서 오다보면 중원산 안내표지가 0.16km인데
막상 가보면 중원산 정상 표지도 없고
지도상에는 좀 더 내려가야 되는걸로 나와있다.

어쨋건 중원산은 내머리속에 지금 없다.
어둡기 전에 막내아들하고 용문사로 내려가야한다는 절박감뿐..
근데 왜 이리 돌산들이 가로막는지..

17:03 우측 용계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바위너덜지대가 지리하다.

17:49 용계골 계곡에 당도한다. 중간에 내려오면서
점점 어둠이 깔린다. 헤드랜턴을 착용한다.

헤드랜턴이 하나이니 뒤따라오는 아이한테 불안하다.
행여 안보여 넘어지기라도...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맞다.

아이의 볼멘 소리가 귀청을 두드린다.
"이거 머 끝도 없어.." 암흑의 길은 더 길고 지리했으리라..

다행히 내려오면서 길 헷갈리는 부분은 없었고
"2003도민 한마음 등산대회" 표지기가 요소요소마다 펄럭인다.
무척 고마웠다. 넘 고마워서 한장을 빼왔다.

18:40 개소리가 들린다. 멀리 인가의 불빛이 등대처럼 빤짝인다.

18:50 신점리에 들어선다.

용문사 입구 음식점에서 삼겹살로 아들아이랑 포식하고
해냈다는 무언의 만족감을 서로 공유한다.

"너 내일도 아빠따라 산에 갈거니? 큰아빠랑도 약속했는데.."
"내일은 그렇구요... 음... 담주에 갈께요"

죽어도 안오겠다는 아까의 말보다는 아들놈의 산에 대한 인식이
많이 관대해졌음을 느낀다.


▣ 산초스 - ㅋㅋㅋ 막내아들 확실히 교육시키셨네요. 저희도 작년6월에 초등학생2명 포함하여 싸리재에서 도일봉으로 산행했었는데, 암튼 중원폭포와 계곡이 정말 깨끗하고 조용하지요. 용계는 더욱 그렇고요.부자지간의 정이 듬뿍 느껴지는 산행기입니다.
▣ 김용진 - SOLO님의 사랑이 물씬 풍기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새해에는 막내와 함께하는 더 정겨운 산행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 부러운이 - 덕현아! 장하다. 살이 다 키로갈거니 걱정마! 다음엔 꼭 큰아버지랑 가보렴..
▣ ... - 정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