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날.

퇴근길이 유독 기다려집니다.

오늘 저녁부터 눈이 온답니다.

3월첫주 토요일은 조령산이 계획되어 있기에

대구근교의 산에서 설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퇴근 후 동네마트에서 자유시간3개 밤양갱2개 샀습니다.

마트 계산대 아가씨가 의미있는 웃음을 웃습니다.

휴일전날 저녁 자유시간3개 밤양갱2개씩 사기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더 됐습니다.

괜스리 계면쩍어 집니다.

1년이 가까이 되던 날 마트아가씨가 물어보던데요

“아저씨 과자 엄청 좋아하시네요”

쩝...

그래서 애들 팔았습니다...우리애들이 좋아한다고....

그런데..집사람이 불었습니다...

애기아빠 양갱 먹는 재미로 매주 산에 간다고 ^^;;

그 후로 왠지 아가씨가 웃으면 눈치 보입니다


 

간단히 배낭을 싸두고

자꾸 창문을 열어봅니다..

비가오네요..

그래도 팔공산은 눈이오겠지...

뻔히 쳐다보는 집사람과 딸래미의 눈길을 느낍니다.


 

아침8시경에 팔공산으로 출발합니다.

비와서 땅 질척거리면 옷버리지 말고 돌아오라는

집사람 잔소리 뒤로 흘리면서....

멀리 팔공산 동봉이 흰옷을 입고 있습니다

세삼스럽게 팔공산이 1천고지가 넘는다는걸 느낍니다

언제나 좋은 순환도로를 달려서 수태골로 갑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팔공산 수태골은 주차시킬 공간이 없습니다.

사람들틈에 끼여서 동봉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진입로에서 한참동안은 뒤집어놓은 속살에

눈과 검불이 섞여서 지저분합니다.

휴일인데다 전날 눈이와서 인지 산객들이 많습니다.

자꾸 등산로폐쇄라고 쓰여진 샛길이 눈에 들어옵니다.

등산학교에서 등반훈련하는 암벽을 지나고..

식수터에서 좌측으로 서봉을 향해 길을 잡았습니다.

동봉쪽으로 오르는길은 산님들이 많아서...

 

몸속의 열기가 만들어낸 탁한 날숨을 내 뱉으며..

오도재로 오르는데..

7부능선부터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얇게 핀 상고대는 가만히 보면 흰색가시가 돋힌 듯 합니다.

저만치 앞서가던 산님이 탄성을 지릅니다.

올려다보니

어느새 상고대의 두께는 두터워져있고..

오늘은 별스러이 깨끗하게 피어있습니다.

탁 가슴이 막혀옵니다.

설명할 수 없음으로 인한 답답함일 듯 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불어오는 찬바람을 즐깁니다.

능선을 지나는 산님들이 모두 신선이 되어 있습니다.

머리에 하얀 상고대를 쓰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잠시 쉬고 비로봉으로 향합니다.

 

  

비로봉을 돌아서 동봉으로 향합니다.

동봉올라서는 나무계단옆의 바위와 나무에 상고대가 환상입니다.

손끝이 얼어터질 듯 아프지만 한참서서 구경합니다.

너무 추운까닭인지 항상 자리를 지키던

 

고양이도 보이질 않습니다.

동봉에서 다시 서봉으로 향했습니다...

올라올때의 환상적인 상고대를 다시 보기 위함입니다.

 

  

서봉으로 다시 가는 길은 산님들이 많아졌습니다

올라올때보다는 날씨가 풀려서 기대보단 좀 못합니다 

갑자기 헬기소리가 가까이 들립니다.

동봉인지 서봉인지 근처에서 한참 맴도는걸 보니..

아무래도 사고가 났나봅니다..

많이 다치지 않기를 빌면서...팔공산 상고대 산행을 마칩니다.